영주(76) 할아버지가 거주하는 집을 방문했던 1월 중순은 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였습니다. 낡은 다세대주택의 단칸방은 햇볕이 들어오지 않고 냉기가 가득했습니다. 2평 남짓한 방에는 이사를 하려는지 짐을 쌓아 두고 있었습니다.
수돗물도 나오지 않아 최소한 씻을 물만 실외 화장실에서 떠오고 있었습니다. 식사는 치아가 좋지 못해 아예 인근 재래시장에서 죽을 사서 먹을 때가 많습니다. 어려운 살림에 경제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할아버지는 눕는 자리에만 전기장판을 깔고 있습니다. 방에 창문은 있지만, 햇볕이 낮에도 들어오지 않아 마치 지하방처럼 느껴졌습니다.
한겨울에도 햇빛 없는 냉방 생활
젊어서 이발사로 일하며 생계
두 번 결혼 후 이혼, 자식도 없어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가정을 꾸렸으나, 결혼생활은 평탄하지 못했습니다. 첫 번째 결혼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자녀 없이 이혼을 하였습니다.
이발사로 일하면서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생계 유지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조선족 여자와 다시 가정을 꾸렸습니다. 그러나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등 여러 이유로 다시 이혼을 했습니다. 처음 때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 결혼에서도 자녀는 없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계속 이발사로 일하며 혼자서 그럭저럭 살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일거리도 없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고 있습니다.
자녀도 없는 고독한 생활을 견디려고 할아버지는 방 곳곳에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전하는 편지를 써서 붙여놓고 있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위안으로 삼고 있는 셈입니다. 가끔씩 주민센터나 보건소에서 사람이 오면 눈시울을 붉히며 반갑게 맞아주시곤 합니다.
조금이나마 더 나은 환경으로 옮겨가고 싶은 할아버지에게 어느 날 큰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할아버지가 전세금 800만 원을 주고 2008년부터 거주하고 있는 현재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 것입니다. 전 주인은 법대로 하라며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새로 바뀐 주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할아버지는 며칠 전 영구임대아파트 입주통지서를 받고 이사를 하려고 했지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일이 꼬였습니다. 계약기간 내에 계약을 하지 못하면 다시 2, 3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결국, 할아버지는 전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했고, 800만 원 지급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전 주인 역시 기초수급자로 형편이 어려워 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 계약에는 200만 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할아버지는 계약을 하고 싶지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매일 화병이 날 것 같다고 하소연합니다. 추위와 마음고생 때문인지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더욱 초라해 보입니다.
혈육이라고는 서울에 있는 여동생 한 명뿐이어서 다른 데서는 도움을 받을 만한 곳도 없습니다. 할아버지가 계약기간 내에 임대아파트 계약을 해서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따뜻한 위로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부산시 북구 복지행정과 서승주(309-4425).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부산공동모금회 051-441-9423∼4.
△지난 29일 강현빈 할아버지 이야기 48명의 후원자 213만 8천280원.
※'사랑의 징검다리'는 TBN부산교통방송(94.9㎒)에서 매주 목요일 오전 9시 30분에 방송됩니다.
이렇게 됐습니다
지난달 22일자 민호 이야기
민호의 사연에는 모두 61명의 후원자가 총 243만 6천180원을 모아주셨습니다.
당장 갈 곳이 없어 힘들었던 민호의 엄마 미영 씨는 많은 분의 도움으로 보증금을 마련해 민호와 함께 지낼 작은 방을 구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지금은 민호의 신학기 적응을 위해 미영 씨는 시간제 일자리를 잠시 내려놓고, 민호와 함께 등교하며 학교 적응을 돕고 있습니다.
민호네 가정에 도움을 주신 모든 후원자께 감사하다는 마음을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마음 깊이 전합니다. 많은 분의 응원과 관심은 민호네에 꼭 필요한 임대료와 생활비 마련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민호네가 다시 웃음을 되찾는 그날이 꼭 이루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