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설에 허우적거리며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온 흥정산(1.280m)
2013년 1월 13일 (일) 흐림
본인 포함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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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겨울산행을 몇 번 해보니 걸음도 확실히 느리고 움직임의 자세도 불안정한 것이 느껴지니 서글픔이 밀려온다
수술하면 생활하는데 불편 없다고 했지만 평생을 조심하며 생활해야하니 예전 같은 산행을 할 수 없겠다 싶은 문제로 부디 치면 그렇다는거다
1월 들어서 강추위 속에서 단풍과 독조지맥을 두 구간 종주하고 나니 예전의 버릇이 나오는건지! 같은 곳으로 연속으로 가는 것이 싫고 또 다른 지맥으로의 접근도 몸 상태가 이러니 열정이 사라질까 두렵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단풍에게 연락한다
「평창 쪽 어디 눈구덩이 속에서 소주나 마시고 오자」
흥정산 하나만 오르기로 약속하고 알만한 일행 두 명이 더 해지고 장평터미널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06시32분 동서울터미널 출발 강릉행 버스에 단풍과 달려간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임시버스도 아닌데 동서울터미널 강릉행 첫 버스가 06시30분이 아닌 32분 출발이라는 것이 궁금하다 (^_^)
장평터미널에 도착하자말자 분당에서 출발한 일행들과 합류해서 일행의 차량으로 봉평으로 향한다
장평이나 봉평도 8~90년대 산행 다닐 때와 너무나 달라지고 있고 봉평 이야말로 관광지화 되면서 엄청난 변화를 보게된다
물론 우리가 향할 곳 흥정계곡 쪽이야말로 고급 펜션들이 줄줄이 있어 골자기 속의 도시화(?)같은 모습을 보여주니 오지의 산행들을 즐기는 우리네 시각으로는 좀 불편하기도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 90년대 장평을 제일 많이 왔었던 것 같다 장평터미널도 많이 좋아졌다
▽ 겨울철 문을 닫은 펜션들도 있지만 차량이 많이 들어온 펜션도 많다
차량으로 향하는 흥정계곡 일대는 과연 강원도 골자기구나! 할 정도로 적설이 대단하고 그 많은 펜션들이 다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철에는 쉬는 펜션들도 많은지 입구에 쌓인 적설이 대단한 펜션들도 많이 보인다
본래 산행을 시작하려고 했던 곳은 흥정교 앞에서 798m 916m 1.009m 1.070m 1.115m를 거쳐서 흥정산을 오를 예정이었는데 이 쪽으로 올랐다면 하루종일 눈속에 허우적거려도 흥정산 정상을 오르지 못했을거다
▽ 길옆으로 보이는 적설들이 대단하고
09시 무렵 곧은골 입구에서 차량을 세우려고 했지만 너무 많은 적설에 마땅찮고 그렇다고 길에다가 주차할 수 없어 다시 역으로 내려서서 영업 않고 눈 쌓인 펜션 입구에 차량을 두고 곧은골 쪽으로 향한다
금년 겨울 들어서 혹독한 강추위가 이어지다가 그나마 조금 기온이 올랐다지만 이곳의 기온은 영하10도 정도이니 싸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다
09시30분 곧은골 입구에서 북동쪽으로 잠시 들어간 마지막 펜션 앞에서 넓은 길은 끝나고 계곡으로 들어서는데 적설이 제법이다
어차피 시간에 쫒기지 말자며 찾은 산행이기에 적설이 많으면 어떠랴
눈 쌓인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다가 단풍이 물에 빠져 버렸다
춥기도 엄청 추웠지만 원체 일찍부터 눈이 내리면서 계속 쌓이다보니 그 아래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았던 모양이다
▽ 우측이 곧은골 쪽이고 좌측은 장곡현으로 오르는 임도다
▽ 곧은골 입구의 마지막 펜션을 지나면 바로 계곡으로 들어선다
09시55분 그 놈의 눈길 앞에서 러셀을 해줘도 힘들긴 하다
막걸리 한잔들 마시고 10시7분 출발이다
그리고 5분 정도를 더 계곡을 따라 가다가 전면 1.115m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린 지능선 자락인데 이 능선으로 올라서기로 한다
아무래도 계곡의 끝으로 해서 능선으로 붙으려면 마지막 엄청난 진땀을 흘려야 할 것 같아서다
초반부터 가파른 오름은 진달래 참나무들 아래 작은 산죽들이 있지만 눈에 묻혀서 보이지도 않고 이런 적설에 헉헉대면서 하는 말
「본래 금 그어놓은 능선으로 올랐다가는 흥정산 정상 구경도 못하겠는걸」
올라서는 능선에는 겨우살이들이 상당히 많이 보이는데 겨우살이 재취해서 지인들이나 친척들에게 나눠주는 단풍이 보면서 감탄하는 말
「지금까지 재취하러 다녀본 곳들 중에서 많기도 제일 많지만 퀄리티도 제일 좋은 것 같은데요 한 며칠 작업할 양이네」매우 흡족한 눈치다
▽ 막걸리 한잔을 마시며 휴식하고
▽ 지능선 자락으로 올라서고
▽ 동행한 단풍은 겨우살이 쳐다보며 배불러(?) 한다
히든피크님이 까칠이교주 라고 불러주던 그 친구는 더덕을 발견하고 캐느라 한참이다
그 와중에 몸이 부실한(?) 이 몸은 저 위로 곧추세워져(?) 있는 1.115m를 먼저 시작해야 오를 것 같아서 박박 기면서 올라간다
11시40분 정말로 볼 품 없는 1.115m에 올라서니 적설이 대단해서 짚고 있던 스틱이 손잡이까지 빠져든다
북동쪽으로 한강기맥의 자운치 우측으로 커다란 산은 회령봉(1.331m)인데 한강기맥과 회령봉에 대한 추억은 내 산행이 멈출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아닌가!
내 기억이 살아있을 때 까지 인가!
백두대간과 한북정맥을 종주하고 난 다음 아주 오래 전부터 영동지역의 산을 다니면서 영동고속도로를 달릴 때 오대산에서 서쪽으로 흘러가는 능선들을 이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 한강기맥 종주다 (당시에는 차령산맥이라고들 했다)
기맥이라는 명칭조차도 사용하지 않을 무렵이니 인터넷의 영향으로 불과 몇 년 사이에 한강기맥이 알려지고 그렇게 알려지게 한데는 나도 일조한 것이 바로 당시에는 지형도의 도엽명 조차도 알아서 찾아야 할 정도로 無에서 시작한 한강기맥종주 였고 2000년5월28일 2구간 운두령에서 구룡령까지 마루금에 선을 그어놓고 산행에 들었다가 당시만 해도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없는 마루금을 놓치고 등산로가 있던 회령봉에 올라버리고 음지골로 내려섰던 곳이라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곳이다
그렇게 내려섰던 음지골도 지금처럼 알려진 곳이 아니라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었고 흥정계곡도 지금 같지는 않을 때였다
▽ 1.115m를 향한 오름은 상당히 가파르다
▽ 1.115m 정상과 주능선에 올라서니 적설이 대단하다
▽ 푹 들어간 자운치 아래는 음지골이고 그 우측의 큰 산이 회령봉이다
그리고 회령봉의 좌측 훨씬 뒤로 보이는 산은 아마도 오늘도 엄청난 관광버스와 인파가 몰렸을 계방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나뭇가지 사이로 남서쪽 저 편에 시설물들의 태기산(1.261.4m)에서 흘러내린 능선자락에 보이는 슬로프는 보광피닉스 일 것이고 더 멀리 청태산(1.200m)와 대미산(1.232.4m)이 보이고 그 너머 더 멀리 비죽하게 솟은 산은 백덕산(1.350.1m)이다
저 놈의 백덕지맥 저 일대의 능선도 2천 년대 초반에 찾으며 지나갔으니 나도 지금에 비하면 예전에는 대단한 열정이었다
그나저나 좌측 저 위에 보이는 흥정산 정상을 이 상태로라면 1시간은 소요되어야 올라질 것 같다
힘 좋은 까칠이 교주께서 앞에서 눈길을 헤치며 오르고 불과 1년 만에 확 쪼그라든 이 몸은 만들어놓은 눈길도 헉헉대며 오른다
하기야 마루금 쫒는답시고 막걸리 두 세병에 간단한 식사대용만 넣고 다니다가 모처럼 버너에 코펠에 음식까지 챙겼으니 이 놈의 어깨가 짖 눌릴만도 하다(^_^)
▽ 청태산 대미산 능선자락 저 편 아주 멀리 보이는 백덕산을 당겨보고
▽ 태기산 정상부 일대와 피닉스리조트 슬로프도 일대도 보이고
▽ 회령봉 좌측 저 뒤로 계방산이 보인다
▽ 피닉스 리조트 슬로프 저 뒤로 좌측 대미산 우측 청태산이고 그 뒤 백덕산이다
12시45분 정말이지 1.115m에서 직선거리 0.7km도 채 안 되는 오름을 헉헉대며 1시간 소요하며 흥정산 정상을 올랐으니 적설이 대단한 것은 맞다
그러니 이즈음 한강기맥의 이 일대 구간을 종주한다고 생각하면 눈이 좀 녹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지만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정상표시는 적설에 묻혀「흥」자만 보일 정도고 12시가 넘어서니 그래도 모처럼 풀린 기온이 그동안 영하 15도 이상에서 단련된 몸이 꼭 영상의 기온에 있는 느낌이다
나야 이 얼마만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눈을 다지고 버너를 피우고 나는 준비해간 청국장찌개를 끓이고 한 쪽에서는 삼겹살을 굽고 그리고 오가는 술잔이 정겹고 그래봐야 온통 산 이야기들이다
아! 사실 아침에 장평에서 이곳으로 들어올 땐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가장 행복한 세대가 아니겠는가 ..... 하는 이야기들을 했고 앞으로 다문화 시대의 대한민국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산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들을 했었다
▽ 흥정산 정상에서 마냥 마시고 놀았다
자그마치 3시간 여를 마시고 이야기하며 보냈다
혹시 술이 부족했다면 까칠이 교주가 몇 년 전 정상 어딘가 묻어둔 술을 꺼낼뻔도 했다
15시40분 정상을 출발하고 최대한 빨리 내려갈 수 있는 능선을 택해서 1.280m를 통해서 남서릉을 타고「화명교」쪽으로 내려서기로 한다
내려선다고 빨리 가지는 것도 역시 아니고 17시31분 화명교 앞에 내려섰으니 역시 짧은 내림에 2시간 가까이 소요된거다
▽ 하산도 만만치 않다
▽ 다시 화명동계곡 저 편의 펜션들이 보이며 지방도로인 임도로 내려선다
▽ 화명동 계곡의 임도를 따라서 다시 곧은골 입구로
다시 장곡현으로 이어지는 이 임도를 따라서 다시 곧은골 입구로 내려서려니 화명동 이쪽도 펜션들이 침범하고 있다
자연이 더 이상 침범 당하지 않을 곳은 어디까지 일까
10분도 소요되지 않아서 차단기를 지나고 펜션가를 지나서 곧은골 입구를 지난 후 차량에 도착한 것이 17시50분이다
오늘하루 매번 달려가는 마루금타기에서 벗어난 여유로움이 묻어난 사람사는 것 같은 산행을 한 것 같다. -狂-
첫댓글 흥정산과 계방산과 백덕지맥 마루금 구경을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백덕지맥도 한 구간 가다가 말아서~~~주변이 궁금했는데,역시나 겨울에 가야 주변산들이 확실하게 보이는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