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정방폭포에서 무태장어가?..공식 조사 나선다
문준영 입력 2021. 08. 02. 19:41
[KBS 제주] [앵커]
무태장어 하면 서귀포시 천지연폭포를 떠올리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천지연폭포가 무태장어 서식지로써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최근 정방폭포에서 무태장어로 추정되는 개체가 KBS 수중촬영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현장 K, 문준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20여m 해안 절벽에서 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립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바다로 곧장 떨어지는 폭포인 서귀포시 '정방폭포'입니다.
장쾌한 물줄기를 따라 물속으로 들어가자 1급수 지표종으로 불리는 버들치 떼가 눈에 들어옵니다.
영롱한 은빛에 줄무늬를 뽐내며 왕성한 먹이 활동을 벌입니다.
하얀 포말 사이로는 은어가 뛰놀고, 바위 곳곳엔 다슬기가 터를 잡았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망둑엇과의 민물고기인 밀어도 보입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어서 다양한 수중 생태계가 만들어진 겁니다.
수심 3.5m.
조금 더 깊이 들어가자 길다란 나뭇가지 같은 뱀장어가 보입니다.
낯선 방문객이 불편한 듯 능숙하게 뒷걸음질 치며 자리를 뜹니다.
바로 옆에 있던 커다란 뱀장어도 놀란 듯 재빠르게 사라집니다.
그런데 바위틈에서 조금 다른 모습의 장어가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일반적인 뱀장어와 달리 얼룩덜룩한 무늬가 선명한 몸통에 검은색 반점이 찍혀 있습니다.
그동안 천지연폭포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태장어로 추정됩니다.
[한정호/한국수자원공사 물환경처 박사 : "한 개체가 몸 측에 불규칙적인 반점을 보였는데요. 이는 무태장어입니다. 무태장어는 뱀장어와 달리 황갈색 바탕에 불규칙적인 반점들이 몸 곳곳에 나 있기 때문에."]
'이보다 큰 장어가 없다'는 뜻의 무태장어는 최대 몸길이 2m, 몸무게 20kg을 웃도는 대형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어 197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양식 등의 이유로 2009년 해제됐습니다.
그래도 주 서식지인 천지연폭포는 생태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 27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에는 천제연폭포에서도 발견됐는데, 정방폭포에서도 조만간 무태장어에 대한 공식 연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성경/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사 :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중앙과학관, 제주세계유산본부가 기관 간 협업 연구를 하고 있어서 이 연구를 토대로 제주도에 사는 무태장어들의 개체 수라든지 서식 현황, 그리고 서식지가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연구할 계획입니다.)"]
주민과 관광지 관계자는 이번을 계기로 무태장어를 비롯한 정방폭포의 수중생물 전반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현성인/제주문화관광 해설사 : "제가 여기 근무한 지가 꽤 됐는데 관광객들이 오셔서 굉장히 궁금해합니다. 수중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니까. 이번 기회에 이런 수중생물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서 많은 분이 궁금증을 해소하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무태장어는 과거 전남 장흥 탐진강과 경남 거제시 구천계곡 등에 서식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현재는 제주에서만 발견되고 있어 학술 가치가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수중촬영:김건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