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새해 새벽,
간절한
소망 하나를
새 해님께
빌고자,
어둠 자욱한
도심을 뒤로하고
지하철
터널 속을 달려
용마산을 더듬는다.
(06:30)
새 해님을
초면 하고픈
욕망의
한정된 시간에
(07:47)
행여 늦을세라,
가픈 숨을
내뱉으며
처벅처벅
뽀드득뽀드득
아이젠 소리에
벅찬 쾌감을
잘근거리며
여명을
쫓아가는 중,
능선
전망대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잠시 주춤하고,
깨어나는
도심의 불빛 또한
장관이었음을 익히
기억하고 있던 터라
그 광경을 기대하며
무심코 뒤돌아
도심 쪽을 내려보다
일순간 감쪽같이
자취를 감춰버린
흔적 없는 도심에
아연 어리둥절
주변을 휘둘러
살핌과 동시,
아~~
우~와!!~
세상에나~~
새해 첫 아침부터
도심 턱 밑에 위치한
용마산에서 이러한
신성한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고
놀라지
않을 수 없으며,
이 행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격한 감동과
짜릿한 행복과
기쁨이 마구마구
용솟음침을
주체하지 못한다.
도심 전체를
온전히 완벽하게
휘감아 두른
운해의 물결이
도도한 서울 도심을
꼼짝 못 하게
감싸 안은 채,
거대한 상운이
신비스러움을
자아내며,
마치
개천에서 용이라도
날 것처럼,
한강에서 자란
이무기가
서울 도심에 내린
서운 가득한
운해를 딛고
청룡이 되어
승천할 기운처럼,
갑진년
신년원단부터
만사형통
운수 대통의 예감을
기대해도 좋을 만큼
기쁨과 설렘을
한껏 증폭시킨다.
용마산
옛 삼각 철탑
표지석 인근
주변 일대가 온통
해맞이 인파로
운집한 곳으로부터
먼 변방에
이르기까지
(07:43)
그 운해로부터
눈을 떼지 못한 채,
인파에 길이 막혀
더 나아가지를
못하고 멈춰 서
많은 이들이
집중하고 있는
시선을 따라
붉게 먼동이 트는
동녘을 향해
선택의 여지없는
비좁고 옹색한
한 공간에 발을
겨우 딛고
해가 돋을 방향의
정면을 주시하며,
행여나 해님이
운해 속에 빠져
헤어 나오지를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으로
안절부절,
새 해님이 불쑥
솟아올라 주기만을
학수고대,
겨울나무
곁가지 틈새로
먼동이 터 오른
일출 예상지를
바삐 점치는 사이,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차마
저버리지 못한 듯
우려했던 자욱한
산안개를 살포시
밀어 젖히고,
아차산 저 멀리
한강을 건너
강동 하남을 지나는
도심의 운해를 넘어
검단산 능선을
턱걸이하듯 짚고
삐죽이 얼굴을
내밀어 보인다.
마침내
갑진년 새해
희망의 태양이,
모든 이들의 소망에
찬란한 서광으로
부응하며,
동녘으로부터
온 세상을 포용의
빛으로 밝히는
자비와 은총,
사랑과 축복으로
충만한 광영의 순간,
(07:50)
일시에,
아~~
우~와~~~ 하는
탄성과 함성으로
일제히 해를 주시,
성스럽고
신성한 기운을
온몸으로 받으며
제각각 이 순간을
기다려온 보람을
맘껏 누리려는 듯,
경건히 두 손 모아
주문을 외기도
기쁨과 환희에 찬
격앙된 모습으로
박수를 치기도 하는
틈새를 겨우
비집고 서,
행여
해맞이 객들의
무리한 소원 남발로
해님께서
열이라도 받으심
어떡하나?
내 소원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무례히 디미는
나의 부탁에
행여 미움이라도
박히게 될까 하는
염려스러움으로,
그렇잖아도
차고 넘치는
뭇사람들의
가지가지
하고많은
소원 처리에
잔뜩 혈압이
오르실 텐데,
이런 혼잡한 상황에
눈치 없이 굴었다가
자중한 단 한 가지
나의 소원마저
약발이 떨어질까 봐,
진중한
단 한 가지 나의 소망,
가족이라는
사랑의 울타리 안,
해를 넘기는
병마의 고통 속에서
힘겹게 투병 중이신
두 여인의 우환에
조속한 치유와
쾌유를 축원하고,
거뜬히 버티고
견뎌낼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라는
간곡한 소원을
공손히 두 손 모아
당부드리며,
부디 여기 함께한
다른 모든 분들의
소원과 기도가
발현될 수 있기를
덤 하여 소망함과,
간절한 기도가
한곳에 모아지면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하는 믿음과,
자신의
자신만을 위한
개인적인 기도 보다
누군가의
다른 사람을 위한
자신의 진정한 기도가
서로서로를 향해
맞닿아질 때
그 소망의 성취도가
크고 높을 것이라는
나만의 확신과 함께,
아무쪼록
이러한 나의 기대가
모두에게 실현될 수
있기를 간곡히
발원하며,
붉고 밝게 빛나는
예쁜 새해가 능선에
꼰지발을 선 채
제법 높이 기세 좋게
발돋움을 할 때까지
꼼짝을 못 한 채
인파 속에
발이 묶였다가,
이내 곧 웅성웅성
썰물 나가듯이
용마산 정상을
빠져나가는
좁은 등산로가
장사진을 이루며
속절없이 떠밀려
아차산으로 가는
꽉 막힌 긴 길목,
수십 년 주일을
줄기차게
오가면서도
아직까지
단 한 사람
아는 이를 우연히
마주쳐본 적 없는,
뜻밖의
우연을 늘
기다려 왔었지만
그 소박한 기대마저
허락지 않은
외롭고
고적한 길,
전후 양옆을
두리번거리며
특별한 날이니 만큼
행여라도 누구
아는 사람을
만나거든
그 귀한 인연을
기념으로 새해의
소망을 함께 나누곤,
서로께 소중한
의미와 축복과
기쁨의 순간으로
간직하고픈
혹시 모를 만남을
기대하며,
고량주 한 병과
컵라면 2개와
보온병에 끓는 물을
가득 담아
설렘과 함께
배낭에 꾹꾹 눌러
채워서 왔건만,
아니나 다를까
눈을 씻고 둘러봐도
아는 사람은커녕
낯익은 씨알도 없다.
그렇게 터벅터벅
아차산
4보루를 벗어나
대성암 방향으로
들어서자
인파의 분산으로
다소 좀 한산하고
여유로운 마음이
생겨나,
오롯한 나만의
익숙한 공간
대성암 뒤 암반
사색의 자리에
들었으나,
경관 좋은 곳으로만
세 곳을 이미 선점한
해맞이 객들이
비닐 막을 친 채
자리를 차지하고,
안에서 오붓이
웅성웅성 도란도란
자신들 이야기에
도취되어 있다.
하는 수 없이
비닐 막으로부터
좀 멀찍이 떨어진
한적한 한곳에
캠핑 의자를
펼쳐놓고 앉아
나만의 시간에
돌입,
아직은 차고
한기 서린 날씨지만
제법 부드럽고
생기로운 바람에
오롯이 내 모두를
내맡기고,
아직까지 여전히
한강 줄기를 끼고
남양주(덕소,팔당)
하남, 강동, 강남
광진 일대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신비로운 운해에
부푼
기대와 설렘으로
잔뜩 고무된 채,
동화 속
손오공처럼
그 위를 사뿐히
타고 올라앉아,
신선이 부럽잖을
호사를 구가하며,
(09:13)
갑진년
또 한 새해를
선물처럼
마주함에 있어
더없을 기쁨과
충만한 축복을
더불어 함께
나누고,
이 오늘의
성스러운 기운을
오래도록
간직하고자,
오늘의 이
간곡한 소망의
실현으로
먼 훗날 두고두고
추억 하고픈
지금의
이 순간을,
새 해맞이
라고 쓰고,
신선놀음
이라 읽으며,
갑진(甲辰)
행운(幸雲)으로
기억하련다.
(09:39)
2024년 1월 1일
서울 새 해님께 소원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