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9일이 무슨 날인지 아는가. 바로 제 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그렇다면 이 선거일이 최근에 결정됐는가. 그렇지 않다. 이미 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곧바로 결정됐다. 그렇다면 이미 4년 훨씬 전에 날짜가 공고된 것이다. 그런데 요즘 특히 여당 국회의원들은 마치 최근에야 시험날짜 받아든 것처럼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뭘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나타나 아이구 큰일 났네 시험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제 시험준비하려니 너무 너무 걱정이네 이러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우리 야당 국회의원되는 것 아니가 하며 근심어린 얼굴들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아이구. 그걸 이제 아셨는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들인데.
여당 관련자들은 나의 이런 지적이 상당히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쓴 지적 외면하다가는 정말 큰 코 다친다. 국민들은 현 여당에게 줄 것을 다 줬다.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헌납했고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선사하지 않았는가. 그게 그냥 떨어진 행운이었나. 그렇지 않다. 지난 정권때 정말 슬픈 역사를 맛봤던 국민이기에 다시는 그렇게 하면 안되겠다는 각오로 그런 선거 결과를 만들어 주지 않았는가. 여당 국회의원들이 예뻐서 그런 것은 정말 아니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유능해서 그런 것도 정말 아니다. 하지만 여당 국회의원들은 선거 결과에 자만했다. 당선사례때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였다. 부동산 정책으로 국민들이 전세난민이 되고 처가집으로 지인들에게 돈을 꾸러 다니면서 이 나라 서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 국민들의 마음을 지금 여당 국회의원들은 얼마나 알았을까. 최고 권력자의 눈치나 보면서 세월 보낸 것 아니냐 말이다.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에 난맥상을 보이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막든지 대안을 제시해야 했던 것 아닌가. 수수방관하고 강건너 불구경하다가 시간 다 보내고 이제 4개월도 안남으니 이제서야 아이구 큰일났단다.
야당의 대선 후보 선출과정에서 발생한 치솟은 지지율이 하강할 조짐을 보이지 않자 화들짝 놀라고 있다. 그저 컨벤션 효과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지지율이 그대로 간다 계속 대선때까지...정말 큰일났다 이러다가 자멸한다고 난리다. 이제서야 정신을 차린 것인가. 그 좋았던 시절 다 허송세월하고 이제 찬바람이 불고 방 빼주게 생기자 이제서야 정신차린다고. 한때 이 정권 최고 책임자의 복심이라던 사람이 일갈을 했다고 한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래서는 필패한다,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말이다. 현 정권에서 나서지 않던 사람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이럴까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는 말한다. 대선 지휘체계가 근본적으로 엉망이다, 여당 관계자들은 손따로 발따로 움직인다는 의도로 강한 질책을 쏟아냈다.
그렇다. 지금 여당 관계자들은 안타깝게도 나의 어린 학창시절 꼭 나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다. 중간고사 학기말 고사 그리고 진학 시험 날짜가 이미 정해졌지만 게으름 피고 딴 짓하다가 시간 다 보내고 시험 전날 부랴부랴 책 펴고 밤을 새워본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많은 날들을 느긋하게 세상 판세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한가하게 여당국회의원 노릇하다가 이제서야 허둥지둥대는 모습을 국민들이 왜 모르겠는가. 국민들이 항상 자신들의 편인줄 착각했는가. 국민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는가.
그렇다고 나는 야당편이 절대 아니다. 지금 여야 유력대선후보들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은 사람가운데 한 명이다. 각종 의혹과 추문에 휩싸인 이런 후보들에게 투표를 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고 졸속으로 인기영합성 포플리즘을 양산한다면 더욱 역풍을 맞을 것이 명확하다. 정신차리는 모습 보일 시간이 지난 감이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 노력을 다해주기를 희망한다. 정신을 못차리면 선거에서 지는 것은 물론 폐족 신세를 면치 못할 수도 있다. 여당에게는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1년 11월 1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