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투구, 예술입니다!

김병현 투구, 예술입니다! 신명철의 스포츠 뒤집기 6월5일(목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김병현이 선발 등판한 보스턴 레드삭스-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을 본 분들은 속이 후련하셨을 겁니다.김병현은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가는 시원시원한 투구와 뚝심있는 정면승부로 피츠버그 타선을 압도했습니다.투구수 83개 가운데 55개가 스트라이크인데다 땅볼 12개에 뜬 공 7개,그리고 탈삼진 2개로 7이닝에 필요한 아웃 카운트 21개를 만들었습니다.두말할 필요없는 깔끔하고 완벽한 투구내용이었습니다.배구에서 멋진 플라잉 리시브,축구에서 화려한 오버헤드킥,농구에서 물찬 제비같은 페네트레이션이 등이 나오면 ‘스포츠도 예술이다’라는 생각이 떠오르는데 오늘 김병현의 투구패턴이 그랬습니다. <img src="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sportsseoul.com%2Fspecial%2Fnewsman%2Fupload%2Fsb%2FBK2.jpg"> [사진설명]김병현이 역동적인 폼으로 공을 던지고 있습니다.스포츠서울 이주상 사진특파원이 보내 온 사진입니다. 보스턴 타자들의 지원도 풍부했습니다.5회까지 이미 6점을 뽑았으니 그때 까지 1실점한 김병현에게 확실한 승리투수 요건을 선사했습니다.8번타자 조니 데이먼을 빼고 선발타자 전원이 안타를 때렸습니다.장단 16안타로 11점을 뽑는 ‘빨간 양말 사나이들’의 화끈한 면모를 과시한 한판 승부였습니다. 빨간 양말 선수들의 불같은 타격을 보니까 빨간색 이미지가 강한 실업야구팀 제일은행,프로야구팀 해태 타이거즈가 머릿속에 떠오릅니다.1960∼70년대 제일은행의 타선은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김우열 김태석 김차열의 중심타선에 김동률 한동화 김광웅 박준영 등 어느 타순에서도 홈런이 나오는 ‘미사일타선’이었습니다.그때 이미 이런 용어를 썼습니다^^ 제일은행은 이들외에 투수 김병우 포수 정동진도 만만치 않은 타격실력을 뽐냈습니다.제일은행은 이 멤버 전에는 박현식 진원주 이재우 등 한국야구를 대표할만한 강타자가 활약한 타격의 팀이었습니다.그러나 제일은행은 전통적으로 마운드가 약해 라이벌 한일은행과 대조를 이뤘습니다. 제일은행이 아마추어시절 공격 성향의 팀이었다면 프로야구에서는 1980년대 해태 타이거즈를 꼽을 수 있습니다.김일권 김성한 김봉연 김종모 김준환으로 이어지는 ‘金 패밀리’ 타선은 해태의 원정 유니폼인 빨간색 상의 검은색 하의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었습니다. 김병현이 보스턴으로 옮기기 전 애리조나에서 1승5패에 그친 게 결국은 타격 지원을 받지 못한 게 가장 큰 요인이었음을 6월5일 경기는 말해주고 있습니다.나름대로 열심히 던진 김병현이 경기외적인 여러 이유로,밉든 곱든 그래도 5시즌을 보낸 구단을 떠날 때 마음이 어떠했겠습니까.이제 24살인,얼핏 보면 아직도 소년티가 가시지 않은 얼굴의 김병현이 1999년 혈혈단신(孑孑單身) 미국으로 건너가 오늘의 성공을 거두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을 지 생각만 해도 코끝이 ‘찡’ 합니다. 오늘 경기를 보신 분은 김병현이 우전(右前) 땅볼로 아웃될 뻔한 장면을 보셨을 겁니다.2회초 공격 2사 1루에서 김병현은 상대 선발 크리스 벤슨의 초구를 가볍게 밀어쳐 우익수 앞 타구를 만들었습니다.김병현은 타구가 내야를 빠져 나가자 무심코 홈∼1루간의 ⅓정도까지 천천히 뛰어갔습니다.그런데 피츠버그 우익수 레지 샌더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습니다.포구 동작이 송구 동작을 예비하고 있었습니다.샌더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고 본능적으로 느낀 김병현이 “걸음아 날 살려라”하며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고,샌더스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1루로 던졌습니다.아슬아슬하게 세이프.김병현은 한숨을 돌렸고,중계 화면은 경기 내내 이 장면을 되풀이해 보여줬습니다.제 경우 중학교 야구에서는 우익수앞 땅볼을 몇차례 본 적이 있습니다만 성인야구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 장면이지요.이 경기는 인터리그 경기인데다 공격도 줄기차게 이어져 김병현이 무려 4차례나 타석에 섰지만 앞으로는 타석에 설 일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그래도 일단 타격한 뒤에는 전력질주해야 한다는 야구의 기본을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img src=" http://www.sportsseoul.com/special/newsman/upload/sb/BK1.jpg"> [사진설명]김병현이 아메리칸리그로 옮긴 뒤 첫 안타를 때려내고 있습니다.마침 인터리그 경기여서 안타 신고를 했는데 앞으로는 이런 장면을 자주 보지 못할 것입니다. 보스턴의 ‘빨간 양말 사나이들’에게 부탁합니다.김병현이 마운드에 오르면 화끈하게 밀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