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장이신 고 0님을 겁박(劫迫)했던 심각한 이야기.>
관선 시장과 현재 민선 시장의 권한은 하늘과 땅 차이다..
관선 시장은, 서울시 25개 구청(당시) 구청장을 임명하니...........
장마철이 가까워졌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수해방지시설(서울시 재해대책 시설) 사업소에 뜬금없이
고 0 시장님께서 방문하신다고 야단법석이다.
구청장님을 앞서,
담당 건설 국장이 미리 사전 점검을 하고, 과장은 덩달아 정신이 없다.
(마치, 군대 시절 군단장이나 사단장이 예하 부대에 방문한다면 며칠 전부터 온 병사들이 환경 정비(청소)하느라고 난리를 치듯이)
이 소식에
우리 사업소 현황판을 직원들한테 깨끗이 닦아 놓으라 지시해 놓고
주변 환경정리에 온 신경을.............
드디어
우리 구청장의 90도 인사를 받으며 비까번쩍 시장님께서 관용차에서 내리셨다.
그런데~
갑자기 담당 과장(토목 5급 사무관)이 자기가 오늘 직접 현황설명(브리핑)을 하겠다고 우기며 나선다….
(난 그 당시, 전기 6급)
그래서 그러게 하시라 하며 큰 시설물 현황판과 안내봉, 그리고 흰 장갑을 내어주었다.
(김형, 내 뒤에 꼭 좀 있어 줘요-. 혹 말문이 막히면 어찌합니까.....하기에,
난 속으로 “병신, 그러려면 아예 니가 나서질 말지…….”하고ㅡ)
약 5분간의 현황판을 쓰여진 그대로 읽어내려가는 과장의 설명을 듣던 중
고 시장님은 그냥 일어서며
“됐어요~ 그만ㅡ, 여기 현장 책임자가 누구요?” 그러자 나는
“예- 제가 지방 전기 00, 김 00입니다---.”하며 큰 소리로 말한 후,
부동자세를 취했다.
“고생이 많아요..... 혹, 애로사항이나 문제점이 있으면 나에게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다 말해줘요, 시장 앞이라고 절대 겁먹지 말고~”
시장님의 이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장님!
00년 0월 00일,
일일 강우 450밀리 이상의 무지막지한 장마로, 한강 수계 6개 댐(소양, 춘천, 의암, 청평, 충주, 팔당) 수문을 모두 개방 방류하여, 사실상 홍수조절기능이 마비되니
제일 먼저,
한강 하류 일산 쪽 제방이 붕괴,
온천지가 물바다로 된 사진 기억나시지요?...... 소들이 떠내려가고, 주민들이 지붕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그런 긴박한 사건 말입니다.
그리고
84년 9월 0일,
태풍이 몰고 온, 서울·경기지방 집중호우로 한강 수위를 이기지 못하고 제방에 설치된 강변 수문이 와르륵 무너져, 망원동 일대가 온통 물바다가 되어 주민 수 십 명이 목숨을 잃은 그 인재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 말입니다~”
이어 내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만약, 우리 영등포를 지탱하는 안양천 제방이 붕괴한다면,
이런 무시무시한 일이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지하나 반지하에 사는 어려운 영세민들의 집은 그의 100퍼센트 침수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더 심각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재앙에 가까운 심각한 문제요.........“
그러자 시장님이 즉시 반문을~
“뭐가 가장 큰 문제요?” 하고
“안양천 제방 바로 옆에 있는 지하철 5호선 침수가 문제입니다.
5호선과 직접 연결된 2호선 지하가 순식간 신도림역까지 침수되고
특히
5호선은 한강하저로 통과하기 때문에, 마포역에 이어 공덕역.............., 그리고 종로와 지하 청량리역까지 순식간 침수될 수 있습니다.
공덕역이 침수되면,
공덕역과 연계되는 모든 지하철 노선도 침수,
충정로역과 종로3가역이 침수되면 이역과 바로 연결되어있는 모든 지하철 노선도 연달아 침수됩니다..
더구나
침수와 동시에 전력공급이 차단되어, 운행하던 지하철 기관차는 중단되고, 이에 따라 모든 조명도 동시에 꺼집니다.
비상 조명이 있다고 하지만, 배터리 실이 이미 침수되면 설치된 비상등 또한 무용지물입니다.
그 시간 지하철 속의 수 많은 승객들의 생명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시장님?......... “
여기까지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듣던 고0 시장님.
갑자기 얼굴색이 굳어지니까
옆에 찰거머리처럼 딱붙어 따라다니던 보좌관(별정직 2급 이사관급)들 중, 한 분이
”사업소장!,,,,,,,,,이제 그런 심각한 이야기 그만하시고, 다른 이야기를 좀 하세요~~~“
이 소리에
'아차, 내가 너무 깊이 들어갔나' 하고 시장님 굳은 얼굴을 보는 순간.
”우리 직원들 고생이 많아요, 시간이 없으니 우리 이제 그냥 돌아들 갑시다“라고
무게를 잡고 떠나는 검은 승용차를 향해, 허리가 부러지도록 구부리는 수많은 직원들을 뒤로하고 그날 시장님 차는 떠났다.
내가 한 이 이야기를 들으신 고 0 시장님.
그때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그로부터 얼마 후,
퇴직을 하고 무심코 지하철을 타다가 이런 시설물을 발견했다.
<차수판>이라는 스테인리스로 만든 널빤지 같은 것을, 출입구 한쪽에 준비되어있는, 높이 4~50센티, 길이는 지하철 입구 길이와 똑같은..... (지하철역으로 범람하는 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물막이판)....
고 시장님!
나중
국무총리까지 하셨으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30여 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고 시장님! 건강하십시요…….)
-17매-
* 첨언.
특히 지하철 5호선, 양평역 입구에는, 출입구 전체를 통체로 막을 수 있는 수문이 달려있다.
이는 다른 지하철역에는 전혀없는, 특수한 시설물이다.
왜?
안양천 제방 인근 역인 양평역에만 이런 수방용 비상 수문을 설치 해놓았을까 ??? ~~~
,
첫댓글 서울 시민들의 불편함을
시정해 주셨네요 ㅎ
금요일 날 뵙겠습니다 ~^^
도랑선배님의 공갈 아닌
진심어린 겁박이 먹혀든것?~~~^^
도랑님 ᆢ 역시 도랑님이 십니다 ᆢ
최고 이십니다 ᆢ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