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소요가 끝나고 밤은 시작된다. 밤의 시간은 마치 지고 있는 꽃의 시간 같다. 마치 마르고 있는 꽃의 시간 같다. 혼자의 몸으로 밤의 한가운데에 정좌하니 잡된 생각의 불꽃이 점차 사그라든다. 비록 꽃이 지고, 꽃이 말라서 그 진한 향기는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번잡한 것을 덜어내고 비우면서 정신이 깨어나니 밤의 시간은 맑고 한적하다.
꽃이 떨어진 이후에야 그 꽃자리에 텅 빈 공간이 비로소 생겨나듯이 비우고 비우면서 오히려 새롭게 발견하고, 그리하여 충만해지는 것이 있다. 시인은 이 밤의 시간을 미학적인 시간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