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를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
- 안도현 -
버스를 기다려 본 사람은 주변의 아주 보잘 것 없는 것들을 기억한다.
그런 사람들은 시골 차부의
유리창에 붙어있는 세월의 빗물에 젖어 누렇게 빛이 바랜 버스 운행 시간표를 안다.
때가 꼬질꼬질한 버스좌석
덮개에다 자기의 호출번호를 적어놓고 애인을 구하고 싶어 하는
소년들의 풋내 나는 마음도 안다.
그런 사람은 저물 무렵 주변의 나무들이 밤을 맞기 위해 어떤 빛깔의 옷으로 갈아입는지도
낮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저녁 연기가 어떻게 마을을 감싸는지도 안다.
그리고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버스는 천천히 오거나 늦는다는 것도 안다.
작고 하찮은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가슴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삶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qfIsvE62Wc
햇빛나니 후덥지근
비 온 뒤라 습도 높나?
아침에 안개 자욱
이제 비가 그치나 보다
2-3일 잘 내려주어 농작물은 해갈 되었겠다
식수만 해결되면 될텐데...
자연의 뜻대로 되겠지
아침을 지으며 죽순우렁된장국을 끓였다
죽순과 우렁을 넣어 된장국을 끓이면 맛이 좋다
작년에 잡아다 냉동해 둔 우렁을 꺼내 된장국을 끓였다
집사람은 국밥이 있으니 그걸 먹자하지만 며칠 고기를 먹었더니 된장국이 먹고 싶다
또 죽순과 우렁이 있으니 한번 끓여 먹고 싶다
된장국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동물 먹이주기
육추기 안 병아리들은 아직까지 잘 있다
시원찮았던 병아리도 좀 깽동거리는 것같다
모두 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번 병아리는 큰 닭 알을 부화시킨 거라 자라면 큰 닭이 될 것 같다
이들이 자라고 나면 작은 닭들은 도태시켜야겠다
병아리장에 중닭이 4마리 있는데 이 녀석들이 초복때까지 큰 닭이 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녀석들을 복달임용으로 키우고 있는데 생각보다 잘 크질 않는 것같다
싸래기와 후기 사료를 듬뿍 주었다
닭장에 있는 녀석들은 알을 받아 먹기 위해 키우는데 생각만큼 알을 낳지 않는다
알을 낳는 닭이 7마리이니 최소 매일 5개는 낳아 주어야하는데 그렇지 않다
싸래기만 먹여서 그럴까?
그래도 오후엔 솔밭에 풀어 주니 풀을 많이 쪼아먹기에 알을 낳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다
내가 키우는 방식이 좀 다른지 모르지
기러기 알품는 자릴 없앴더니 아직 알자릴 잡지 못한 것같다
며칠 더 지켜 보아야겠다
새끼기러기가 13마리 있으니 부화를 시키지 말까?
싸래기도 많이 있는데...
좀 고민해 보아야겠다
가는 안개비가 내린다
비가 아직 그치지 않았나?
닭장 옆 대밭에 들어가 보았다
여긴 죽순이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6월이나 되어야 죽순이 나오려나?
집뒤 대밭에 들어가보니 훌쩍 자라버린 죽순이 7-8개 눈에 띈다
내가 보지 못한 사이 비맞고 훌쩍 커버렸나 보다
그래도 한바탕 뒤져 죽순 7개를 꺾어 왔다
고사리밭에 가보니 고사리가 제법 나와 있다
고사릴 모두 꺾으니 주먹반
이정도면 한끼 충분히 해먹을 만하겠다
꺾어 온 죽순을 반으로 쪼개 껍질채 같이 삶았다
대나무가 축축해도 풍로 붙여가며 때니 잘 탄다
대나무 4개와 장작 두 개를 때니 팔팔 끓기 시작
그대로 뜸들이게 놔두었다
죽순우렁된장국에 아침 한술
역시 맛이 좋다
한그릇을 맛있게 잘 먹었다
죽순을 꺼내보니 잘 삶아 졌다
모두 꺼내 껍질을 벗겨 물에 담가 두고
죽순 삶은 물에 고사리를 데쳐 냈다
대나무 한 개를 때니 금방 끓어 오른다
고사리 삶을 땐 뜸을 들이면 안된다
고사리는 물이 끓어 오르면 하나를 건져 끝을 손으로 살짝 눌러 보아 물러지면 바로 건져 내야한다
고사리는 푹 삶아 버리면 죽이 돼버려 요리해 먹을 수가 없다
고사리를 데쳐내는데도 요령이 필요하다
오늘은 집사람 병원 가는 날
몸이 땀으로 범벅돼어 샤워하고 집사람과 병원으로
서울 아짐이 참기름 짜겠다고 병원 가는 길에 참기름 집에 데려다 달라했다고
서울 아짐과 같이 갔다
성산에서 짜신다기에 기름짜는 곳에 내려 드렸더니 하필 오늘은 쉬는 날
다음에 오자며 같이 병원으로
작은 형님 전화
집에 오셨는데 아무도 없다고
저런 우리가 병원에 와 버렸는데 집에 들리셨나 보다
스텐봉을 가져 오셨다기에 놔두고 가시라고
전화 하셨으면 우리가 기다렸을건데...
다음에 뵙지
새끼손가락이 무척 아프다고 하니 지금 상태에선 어쩔 수가 없다고
최소 6개월은 지나야 아픔이 덜할거란다
핏줄들이 터져버렸기에 그게 다 원상 복구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다음주 부턴 재활치료를 해보잔다
집에서 촛물에 자주 담그고 물렁한 공을 쥐어보는 동작을 해보라고
그런게 다 재활치료가 된단다
내 실수로 집사람이 이렇게 고통받고 있어 너무 미안하다
항상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하는데....
다음엔 제발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야할텐데...
오늘 점심은 아산형님네와 함께 하기로
내 생일이라고 식사를 사주었었는데 나도 사드려야겠다
사람의 정이란 주고 받을 때 더 깊어지는 것 아닌가?
받기만 하고 줄 줄 모르면 정은 자연 사그라든다
아산형님이 요즘 이치료 받느라 고기를 드실 수가 없다
씹지 않고도 쉽게 드실 수 있는 복탕이 괜찮겠다
복탕은 영양가가 높기에 식사가 부실할 땐 드시면 좋다
11시에 내려가 아산형님네와 담양 여수복집으로
형님은 간단히 짬뽕이나 한그릇 하자는데 내가 미안해서 안되겠다
짬뽕은 다음에 먹자며 담양으로 갔다
12시도 안되었는데 이미 식당은 만원
복지리를 시켜 여기에 막걸리
탕에다 막걸리까지 마시니 또 배가 만땅
집사람이 보고 배 터지게 생겼단다
왜 이리도 게걸스레 먹어대는지...
맛있는 것 있으면 배가 불러도 먹는다
모두들 잘 먹었다고
나도 기분 좋다
서로 함께 어울려 즐겁게 살면 좋겠지
아산형님이 아침에 쪽대로 자잘한 붕어를 많이 잡았다며 기러기라도 가져다 주란다
그도 좋겠다
가서 보니 모두 죽어 버렸다
봉지에 담아 와 닭장에 가서 그릇에 담아 주었다
자잘한 붕어니까 기러기들은 쉽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낮잠 한숨
배부르니 잠만 필필
집사람은 노래교실 다녀 온다며 나간다
난 오전일과 대충 정리
세시가 훌쩍 넘었다
죽은 태산목 가지를 사다리 타고 올라가 잘랐다
예전엔 사다리도 잘 탔는데 사다리에서 한번 떨어지고 난 뒤엔 타는게 조심스럽다
몸무게가 있어서인지 떨어지면 충격이 크다
조심하는게 나으리라
자른 가지가 크질 않아 옆 철쭉 밑에 놔 두었다
여기에 두어도 큰 불편 없겠다
마늘밭에 내려가 보았다
마늘 대가 죽기 시작한다
그래도 다른 집 마늘 대에 비하면 아직 싱싱한 편
마늘을 며칠 있다가 캐도 되겠다
마늘 서너개를 뽑아 와 깠다
난 새 마늘이 나올 때부터 거의 한달 정도는 식사할 때 생마늘 서너조각을 먹는다
마늘을 꾸준히 먹으면 피로감이 훨씬 덜한다
날짜 지난 미역과 홍합을 큰 솥에 넣고 끓였다
홍합미역국 끓여 개들에게 주면 좋을 듯
웅이를 묶어 두는게 좋을 듯
숫컷이라 뻥이가 발정나 교미하면 안되겠다
요즘엔 강아지를 낳으면 처치 곤란
아예 서로 묶어 기르는게 좋겠다
있는 개줄을 길게 이어 웅이를 병아리장 옆에 묶어 두었다
개집과 물그릇을 가져다 옆에 놔 주었다
웅이를 묶으니 금방 기가 죽어 버린다
그 모습이 안쓰럽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일은 쓰레기 수거일
집 쓰레기를 분리하여 큰 비닐봉지에 담았다
우리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건 막걸리병
하루 평균 두어병을 마시니 일주일 모아두면 양이 꽤 된다
술병 수를 줄여야 할건데 이거 말뿐
닭장에 내려가 닭들을 가두었다
낮에 가져다 준 붕어를 먹지 않았다
붕어가 먹기에 너무 크나?
그 정도는 먹을 줄 알았는데...
이대로 두어보았자 안먹을 듯
붕어를 가져와 솥에 넣고 삶았다
삶아주면 먹겠지
이래저래 하다보니 어느새 여섯시
막걸리 한병 들고 베란다로
국밥 국물에 막걸리 한잔
집사람이 노래교실 가더니 오질 않는다
들기름 짜러 갔나?
노래교실 가면서 들깨를 가지고 나갔다
전화해보려는데 집사람이 들어선다
노래교실 끝나고 기름짜러 갔다 왔다고
깻묵도 하나 얻어 왔다
깻묵을 나무에다 조금씩 주면 보통 비료 주는 것보다 훨씬 더 좋다
깻묵을 좀 사다가 퇴비 만들어 써야겠다
쓰레기를 수거장에 갖다 놓았다
아침 일찍 수거해 가기 때문에 오늘 가져다 놓는게 좋다
베란다에 앉아서 난 막걸리로
집사람은 밥한술로 저녁을 때웠다
하늘 가득 구름이 끼어서인지
어둠이 빨리 내리는 것같다
하루가 또 저물었다
일찍 잠이나 자는게 좋겠다
아침 안개 뿌옇게 인다
님이여!
어느새 푸른달도 마지막 고개를 넘네요
좋은 기억들만 갈무리하시면서
오늘도 님의 곁에 있는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는 날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