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아빠, 스물 엄마
[28]
“세리가 힘들겠네..”
점심 준비를 자신을 도와주는 세리를 향해 강희가 한마디를 건내자,
세리는 아니라며 밝게 웃어 보이고, 강우는 그런 세리와 강희를 흐뭇하게 바라보다,
아직 깁스를 풀지 않은 다리 때문에 천천 방으로 걸음을 옮긴다.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고 하지만 그 동안 거의 변한게 없는 방을 둘러보던 강우의
시선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하얀색 mp3를 향하고, 이내 책상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분명 자신의 머릿속에 없는 낯선 mp3 이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mp3를 집어 든 강우가
이리저리 mp3를 살피다 버튼을 누른다.
이리저리 음악 파일을 넘기는 강우는 하나도 모르는 노래 제목들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린다.
한참 동안 자신이 아는 노래가 나올 때까지 파일을 넘기던 강우의 손이 멈칫 한다.
분신이란 두 글자가 강우의 시야에 들어오고 음악 파일이 아닌 녹음 파일이라는 사실에
무슨 파일일까 하며 한참을 고민하다 재생 버튼을 누른다.
이어폰을 귀에 꽂기 위해 이어폰을 집어 든 강우의 뒤에서 들리는 세리의 목소리에
강우는 집었던 이어폰을 내려놓는다.
"강우야 뭐해?“
세리의 물음에 강우는 들고 있던 mp3를 들어 흔들어 보이고
점심을 먹자는 세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강우가 종료 버튼을 누르고,
이내 들고 있던 mp3를 서랍 안에 넣어 버린다.
그렇게 mp3를 서랍 안에 넣어 버린 강우는 세리의 부축을 받아 방을 빠져 나간다.
..........
한달이란 시간은 정말 눈 깜작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그동안 하련의 배는 더 남산만 해졌고, 이제는 제법 큰 우연도 뱃속에서 신나게 발길질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병원을 가는 날, 이젠 외출을 하는 것 조차 힘겨운 하련이 젓을 머리를 말리며 화장대 위에 올려져 있던
산모수첩이며 이것저것을 가방에 챙겨 넣는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두꺼운 임부복을 몇 벌 구입한 하련은 옷장 앞에서 뭘 입으면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한번도 입지 못한 노란색 임부복을 꺼내 든다.
임신 축하 선물이라며 쑥스러운 얼굴로 임부복을 건내던 강우의 얼굴이 하련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래서 그런지, 하련은 단 한번도 강우가 선물한 임부복을 입을 수가 없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강우의 모습이 떠올라 심장 한 켠이 잘려 나간 것처럼 아픈 하련이다.
오늘도 역시나 강우가 선물한 노란색 임부복을 가만히 바라만 보던 하련은 옆에 걸려 있던
갈색 원피스를 꺼내든다.
대충 나갈 준비를 마치고 방을 나서던 하련이 멈칫 한다.
진아연 이란 여자에 대해 물어 본 이후로,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하련이 세혁의 눈물을 본 이후로
어색해질 대로 어색해진 하련은 한달이란 시간동안 최대한 세혁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삼십일이란 시간동안 고작 세혁과 마주 친 건 손에 꼽을 정도 였다.
이 시간 때면 나갔어야 할 세혁이 여전히 쇼파에 앉아있다는 사실에 놀란 하련이 최대한
발소리가 나지 않게 걸음을 옮겨 보지만 세혁의 낮은 목소리가 하련의 발길을 잡는다.
“도둑고양이 같이 굴지마”
“그..그런적 없어”
“그래?”
어느세 성큼성큼 다가와 하련의 앞에 선 세혁은 자신보다 작은 하련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
살짝 몸을 숙이고, 하련은 놀라 한발자국 물러선다.
“죄 지은 거 없으면 나 피하지마”
“그..그런적 없다니까!!”
“지금도 나 똑바로 못 보잖아”
세혁의 말에 하련은 늦었다며 어떻게든 이 순간을 빠져나가 보려 하지만
세혁의 손이 하련의 손목을 잡는다.
“같이가”
같이 가자는 세글자에 놀란 하련이 토끼 눈이 되어 세혁을 바라보자, 세혁은 말없이
하련의 손목을 잡고 걸음을 옮긴다.
친절하게 차 문을 열고 하련을 차에 태운 세혁은 빠르게 운전석으로 가 자리에 앉고
여전히 사태 파악이 되지 않은 하련은 멀뚱멀뚱 그런 세혁을 바라볼 뿐이다.
“안절 밸트 매”
“너 나 어디 가는지 알아?”
“어”
“내가 어디 가는데?”
“병원”
“그런데 니가 거길 왜 같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하련의 물음에 세혁은 대답대신 능숙한 손놀림으로 안절 밸트를 채워주고
하련은 갑작스런 세혁의 놀란 듯 몸을 움츠린다.
“그런데 혼자 가는 거 아니야”
그런데 혼자 가는거 아니라는 세혁의 한마디에 하련은 창밖으로 시선을 옮겨 버린다.
문뜩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강우의 얼굴, 땀을 흘리며 병원으로 달려왔던 강우의 생각에
하련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번진다.
어색하게 진료 차례를 기다리는 하련의 시선이 다정해 보이는 한 부부에게 머문다.
남자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여자의 배에 손을 올려놓고 계속해서 뭔가를 얘기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짓는다.
한참 동안 바라보던 하련의 시선이 자신의 배로 향한다.
지금까지 한번도 아빠의 손길을 느껴보지 못한 우연에게 미안해진 하련이 조심스럽게
배를 쓰다듬어 본다.
하련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건지 톡- 하고 배를 차는 우연의 행동에 하련의 눈가에는
어느세 눈물이 맺힌다.
“어디 아파?”
세혁의 물음에 하련이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말하기 무섭게 간호사가 하련의 이름을 부르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 하련의 허리로 따뜻한 손 하나가 와 닿는다.
놀란 하련이 고개를 돌리지만 세혁은 하련의 허리에서 손을 땔 생각이 없는지 묵묵히 걸음을 옮긴다.
쿵쾅쿵쾅-
우렁찬 우연의 심장 소리에 하련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의사의 말에 더 큰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솔직히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내내 걱정을 많이 했던 하련이다.
이런 저런 일로 너무나 우연에게 소홀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혹시나 어디가 아프다는 얘기를 듣게 될까 걱정 했던 하련은 무럭무럭 잘 자란다는
의사의 한마디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기 아빠가 참 잘생기셨네요.”
의사의 농담에 하련이 아기 아빠가 아니라 삼촌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세혁이
하련보다 먼저 선수를 친다.
“그런 가요?”
의사의 말을 받아친 세혁은 초음파 기계로 보이는 우연의 모습이 신기 한지
두 눈을 때지 못하고 의사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 세혁을 바라보는 하련은 만약 강우가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지금 세혁의 자리에
강우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자 또 다시 가슴 한 켠이 아련해져 온다.
잘 지내고 있는 건지, 어디 아픈 건 아닌 건지 오늘 따라 유난히 궁금해진다.
.....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커다란 나무 밑에 강우와 나란히 앉아 있는 성한의 시선이
힐끗 힐끗 강우를 향한다.
성한은 한달이면 될 줄 알았다.
강우의 시간이 돌아오는데 한달이면 될거라고 생각했고, 그 동안 수없이도 얘기 하고 싶었지만
참고 또 참았던 성한은 아직도 열일곱 이강우로 머물러 있는 강우를 보자니 깊은 한숨만
터져 나온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지 알 수 없는 하련이 걱정 되는 성한은 하루에도 수십통씩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해보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이젠 배도 많이 불렀을 텐데..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성한은 그저 답답하기만 할 뿐 이다.
“이강우..”
성한의 부름에 강우의 시선이 성한을 향한다.
왜 그러냐는 듯 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우를 바라보며 또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쉰다.
“무슨 일있어?”
“지금도 아무것도 기억 안나는 거냐?”
성한의 갑작스런 물음에 뭘 그런걸 물어보냐며 강우는 시선을 외면해 버리고,
성한은 그런 강우를 향해 모든 사실을 얘기하려는 듯 다시 한번 강우를 부르지만
이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로 강우를 외면해 버린다.
저 멀리서 너무나 행복한 얼굴로 강우를 부르며 달려오는 세리의 모습에
성한은 차마 말을 일어나갈 수가 없었다.
성한은 사랑하는 여자에게서 행복을 빼앗고 싶지 않은 남자의 마음으로 강우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잠시 덮어 두려는 듯 그렇게 외면해 버린다.
★
아연이란 인물이 무지무지 궁금하시죠??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도 많으니까 끝까지 봐주셔야 합니다.!!
!!코멘은 작가의 힘 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이♡들 고마워요!!
<ㅅㅜㅈㅣㄴㅇㅣ>
<하얀-->
<있뿅언냐>
<우히다>
<깜찍곰돌아a>
<닭살정윤호>
<무늬만고등학생>
<해쯔르>
<gusrud_123>
<중독보이스재중...>
<쿠로이★>
<wity>
<?芽옴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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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열아홉 아빠, 스물 엄마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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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29 00:00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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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또 첫번째에요!!! 강우는 언제쯤 기억을 찾을 까요?
아........2번째네요..ㅠㅠ 빨리 아연이라는 인물 보고파요..ㅋㅋ
아악........빨리빨리다음이야기 고고고고고고고고 아진짜 넘 재미씀~~~~~~~~~~~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어요~~빨리 담편><보고싶네요~
아연이라는 인물도 궁금하고,,다음 스토리도 궁금하고,, 빨리 빨리 고고!! <강우가 빨리 기억을 찾았으면 좋겠는데ㅜㅜ>
잼있어여~
아진짜 태어나기전에는 만나서 다풀어졌으면좋겠는데............
아 도대체 언제끔 기억이 돌아오는거에요ㅠㅜ ㅋㅋㅋ답답해 미치겟엉ㅋㅋㅋㅋ
재밌어요 ^^ 근데 언제쯤 강우는 기억을 찾을 수 있을지..ㅎ 담편기대할게요 ^^
훌쩍,왜 자꾸 읽다보면 가슴한켠이 찡- 해지는 지....ㅠ0ㅜ 담편 빨리 보러 가야겠다~
ㅈ ㅐ밌어요 ㅎㅎㅎ ㅇ ㅏ...........그래도 지금은 강우자리를 세혁이가 대신매꾸어줘서 다행인데........나중에 막 일이꼬일것같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