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라는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한 일요일(9/16) 저녁에 잠을 청하다가 MBC에서 방영하는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보게 되었습니다.
29호 태풍이 거세게 부는 날 결혼을 앞둔
사쿠타로의 약혼녀 리스코가 잠적을 하게 됩니다.
친구와 걱정을 늘어지게 하고 있는데
가고시마에서 태풍 중계방송을 하는 텔레비젼에 우연히 리스코가 나옵니다.
그래서 사쿠타로는 약혼녀를 찾으러 고향인 가고시마로 갑니다.
사쿠타로는 고향에 가서 과거 사랑했던 한 여인을 회상합니다.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의 장례식이 있던 날
아키라는 똘똘하게 생긴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학생대표로 조사를 합니다.
그 여학생의 당돌한 조사가 사쿠타로의 가슴에 남아 맴돕니다.
그리고 사쿠타로는 동네 사진관 아저씨의 첫사랑이
교장선생님이라는 뜬금없는 말을 듣게되고
교장선생님의 가족의 반대로 결혼을 못하게 되었다는
슬픈 첫사랑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어느날 학교에서 금지하고 있던 스쿠터를 타고 등하교를 하던
사쿠타로의 愛馬에 아키 [(亞期)-백악기에서 따온말이라고 함,
가을이라는 뜻도 된다고 하는데...]가 냉큼 올라타게 됩니다.
저의 첫 사랑 이야기와 비슷하게 첫사랑의 여인은 적극적인가 봅니다.
둘은 스쿠터를 타고 골목길을 지나다가 워크맨 카세트를 파는 상점앞에서
워크맨을 탐내고 있다가 "밤을 잊은 그대에게" 쯤되는 라디오 프로에서
편지가 채택된 애청자에게 상품으로 준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누가 먼저 편지가 채택되는가로 내기를 합니다.
사쿠타로가 아키가 백혈병으로 입원을 한다는 거짓말 편지를 방송국에 보내어
워크맨을 받게되고 아키는 삐집니다. 거짓말 했다고.....
화해를 하는 과정에서 둘은 서로 자신의 뜻을 담은
테이프를 주고 받으면서 사랑을 키워 나가게 됩니다.
마침내 서로 사랑하게된 사쿠타로와 아키는 꿈같은 날들을 보내게 됩니다.
여름이 깊어 가던 어느날 친구의 사주로 친구의 보트를 이용하여
근처에 있던 그때는 무인도가 되어버린 유메지 섬에서
아키를 어찌 해보려는 응큼한 목적을 가지고 놀러 가게 되고
친구는 둘만 내려 놓고 뺑소니를 칩니다.
사쿠타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하룻밤 묵기로 한 오래된 폐가에서 고장난 사진기를 발견하고
그 안에 필름이 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다음날 유메지 섬에서 아키가 코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아키는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됩니다.
아키는 백혈병의 진단을 받고 입원을 합니다.
입원한 아키는 그동안 편지대신에 주고 받던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옆방에 입원한 아주머니의 초등학생 딸을 통하여
몰래 사쿠타로에게 전해주고 받아오게 합니다.
신발장이 무인 포스트 역할을 합니다.
입원한 아키에게 한밤중에 사쿠타로가 면회를 갑니다.
고통때문에 깨어 있던 아키가 사쿠타로에게 한마디 합니다.
" 이 한밤중에 너같은 애가 찾아오는데,
어떻게 마음놓고 잠을 잘 수 있겠니? "
라는 기가 막힌 멘트를 합니다.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는 이야기이겠지요.
아까 그 초등학생을 시켜서 유메지 섬에서 우연히 얻은 필름을 현상하게 하는데
그 것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울룰루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호주의 원주민인 에버리진의 말로는 세상의 중심(혹은 배꼽)이라는 뜻이랍니다.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말을 아키가 사쿠타로에게 합니다.
같이 가겠다고 사쿠타로가 덜컥 약속합니다.
여권용 사진을 찍으러 가려고 병원에 아키를 데리러 간 사쿠타로는
가와노라는 다른 남자 환자와 친하게 지내는 아키를 보게 됩니다.
사쿠타로가 투정을 합니다.
사진관으로 가는 전차를 기다리며 아키는 삐진 사쿠타로에게
"너 질투하는구나" 라고 말하며 아주 즐거워 합니다.
저의 첫 사랑도 그랬지만 여자들은 남자가 질투하는게 재미있나 봅니다.
호주에 있는 울룰루로 가려고 여권용 사진을 찍다가
아키가 벽에 걸린 결혼식 사진을 보고는
잊혀지는것이 두렵다며 사쿠타로에게
턱시도와 하얀 드레스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자고 합니다.
턱시도를 입은 사쿠타로는
화장실로 달려가 한참있다가 나옵니다.
아마도 울다가 나왔을 겁니다.
사진을 찍고 병원에 다시 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아키를 뒤로하고
사쿠타로는 우울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합니다.
가와노가 그 사이에 죽은 것을 확인한 아키는 계단을 내려와 사쿠타로에게 안깁니다.
(그런데 포템킨호의 반란에 나오는 오데사 계단의 학살 장면을 연상케하는 -
그 오데사 계단의 학살 장면을 차용한 미션임파서블의 기차역 계단에서
덜컹거리며 내려오는 유모차를 연상케하는 -
약간은 어울리지 않은 운율의 몽타쥬 기법으로 이 장면을 감독은 편집해 놓았더군요.
멜로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오밤중에 혼자 웃었습니다 )
장면이 바뀌어 아키의 아버지와 사쿠타로는 병원복도에서 같이 웁니다.
아니 울지는 않았지만 저에게는 둘이서 울고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17살 생일이 되는 아키에게 오늘 밤에 데리러 간다고 테이프에 음성을 담아 전달합니다.
사쿠타로는 비오는 날 밤에 아키를 데리러 옵니다. 이때도 태풍 29호가 붑니다.
(일본사람에게는 29라는 숫자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봅니다.)
공항 대합실에서 아키는 사쿠에게 말합니다.
" 11월 3일은 사쿠타로의 생일이지, 나는 10월 28일이 생일이야
네가 태어난 후 내가 없었던 적은 하루도 없었어.
그런데 이제는 내가 사라져도 너는 너의 세계를 살아가야 한다."
(눈물 샘을 자극하더군요)
오스트레일리아로 가는 비행기가 태풍으로 취소됩니다.
울룰루로 못가는 아키는
"다음 번은 나에게 없다"며 웁니다.
사랑하는 사쿠타로의 품에서 아키는 혼절합니다.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머리털이 다빠진 아키,
병세가 더욱 악화된 아키는
10월 28일 자신의 생일날 마지막 녹음을 합니다.
"내일이 오는게 두려워서 잠이 안와
너랑 함께 보낸 아름다운 시간이
내 생애의 소중한 보물이야
너와함께 있어서 행복했어"
옆방 꼬마에게 마지막 테이프 심부름을 시키지만 못 전해줍니다.
어린 꼬마가 일부러 안 전해준 것 같기도 합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사진관에서 약혼녀 리스코가 사쿠타로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때 테이프를 전달해주던 그 꼬마가 약혼녀 리스코였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사진관으로 사쿠타로가 오지만 리스코는 공항으로 떠나고
사진관 아저씨로부터 리스코가 맡겨 놓은 아키의 마지막 테이프를 넘겨 받습니다.
그리고는 아저씨에게 그동안 아키의 죽음을 피해만 다녔다고
고백을 하고는 약혼녀를 찾으러 공항으로 갑니다.
29호 태풍으로 비행기가 취소되어 공항 대합실에
황망히 서있던 리스코를 사쿠타로는 만납니다.
아키와 사쿠타로의 그간의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약혼녀 리스코와
사쿠타로는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사랑을 확인합니다.
둘은 아키의 유골을 가슴에 안고 호주의 울룰루로 떠납니다.
울룰루로 가는 도중 히치 하이킹을 하다가 만난 애버리진은 말합니다.
"우리는 사람을 두번 매장합니다. 한번은 죽은 육체를 두번째는 뼈를 매장합니다"
애버리진들이 그들의 어머니의 뼈를 두번째 매장하는 동안에
언덕에 올라가 마지막 테이프를 듣는 사쿠타로.
"눈을 감으면 너의 모습이 떠올라
지금도 바로 옆에 있어서 만질수 있을 것 같아
내 짧은 인생을 빛나게 해주었어
함께 있어주어서 고마워
울루루에서 내 뼈를 날려보네고
네 삶을 살아가길 바래
너를 만나서 행복했어"
사쿠타로와 리스코는 아키의 유골을 바람에 날려 보냅니다.
아키에게 사로 잡혀있던 사쿠타로의 영혼이 드디어 자유로워졌습니다.
영화를 다보고 베란다에서 잠자기 전에 담배를 한대 피웠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태풍"나리"은 지나가고
태풍 후의 고요한 밤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쿠타로와 달리 첫사랑과 같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서로 무척 사랑한 때도 있었는 것 같은데
지금은 어찌하여 웬수가 되었는지.....
첫댓글 8년차. 여전히 사랑스럽습니다.^^ 아니 점점 더 사랑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근데, 맨날 싸워요,ㅠㅠ
같은 시간대에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군요....12년차 저도 이젠 반 웬수가 되었습니다. 이윤 모릅니다,ㅋㅋ
가을이 되니 중년들의 가슴에 바람이 들기 시작하는것 같습니다. 없으면 안될것 같고 있으면 웬수고 ....노래가 생각나네요 ....어떻게 하나 우리만남은 빙글빙글돌고 가수가 나미인가? 쩝 아~~~~~~떠나고 싶다.
그건 바람이라고 말하더라~
플로리다 마이애미 쪽으로 움직이는 허리케인 사진 이네요... 키웨스트 근처 에 잠시 머물렀던 적이 있었고..조그만? 허리케인도 만나봤습니다.
이상화님과 소주잔을 기울이고 싶어졌습니다.
펠릭스님 은근히 감상적이십니다......영화를 혹시 필기하면서 보십니까........ㅎㅎㅎ....그많은 대사들 내용들이 기억이 나십니까.....전 요즘 거의 하늘사랑님 수준인데.........여름같은 가을, 나른한 점심시간,.. 덕분에 영화 한프로 땠습니다..
제가 주인공인양 잠시 감상에 젖어 보기도 한 행복한 며칠이었습니다. 다른이의 감상문에 마음 휘청이고 눈물 찔끔하는게 주책같아 답글도 미뤘었는데... 펠릭스님 팬카페 만들어지는거 아닙니까..제가 회장 맡을께요...ㅎㅎ
웬수가아닌 서로 고마워하고 애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행복을 느낄수 있는 즐거운 추석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