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찾은 도서관
장마가 끝물이지만 종료가 선언되지 못하고 맞은 칠월 끝자락 주말이다. 먼바다에서 대만을 관통해 중국 남부로 상륙한 태풍이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연신 창밖을 내다보고 인터넷으로 기상청 홈페이지 구름 움직임을 검색해 봤다. 시간대별 강수 예상 상황이 수시로 바뀌었다. 장마철 기상 예보 정확도가 다른 계절에 밑돈다는 얘기를 실감한다.
주말 날씨가 무덥지만 장맛비가 그쳐준다면 산행을 예정했다. 지형 지세가 익숙한 이즈음 근교 산자락을 누벼 영지버섯을 찾아볼 생각이다. 지난주 토요일도 강수가 예상되어 도서관에 머물렀는데 막상 비는 오지 않았더랬다. 그 이튿날 일요일은 곰절로 불리는 성주사를 찾아 연지 수련꽃을 완상했다. 이후 불모산 숲으로 들어 새끼를 거느린 멧돼지를 만났고 영지버섯을 찾아냈다.
이번 주말은 용제봉이나 장유계곡으로 가볼까 싶었는데 역시 강수가 예보되어 걸음을 유예하고 마금산 온천장으로 향했다. 원이대로로 진출 불모산동 종점에서 첫차로 운행하는 17번 버스로 굴현고개를 넘어 감계 신도시를 거쳐 온천장에 닿았다. 그곳에 이르니 날이 밝아온 온천장 거리는 흩날리던 빗방울은 그쳐 날이 개었다. 여름이라도 주말에 대중탕을 찾은 입욕객은 다수였다.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오가면서 사우나실에서 땀을 흘린 뒤 찬물를 폭포수처럼 뒤집어썼더니 시원함이 그지없었다. 온천 대중탕에서는 열람실 문이 열릴 도서관 업무 시작과 맞추려니 시간은 느긋해 평소보다 긴 2시간 가까이 머물렀다. 대중탕 바깥으로 나와 안면을 트고 지내는 노점에서 옥수수빵을 하나 사려니 주인 할머니는 주문 물량이 오는 중이니 잠시 기다려 주십사고 했다.
짧게 나눈 얘기 속 집에 머무는 영감이 가술 농어촌공사를 평생직장으로 삼아 근무하다 퇴직했다고 했다. 할머니도 나이가 팔순을 넘겼는데 노점상을 해온 지 30년이라는데 손을 털고 그만두고 싶어도 그게 쉽지 않다고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점을 펴면 손에 쥐는 현금이 몇 푼 생겨 그 보람을 떨치지 못한다 했다. 성한 몸으로 이렇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음을 감사해했다.
노점 할머니와 옥수수빵을 싣고 나타날 공급책을 기다리는 사이 구름이 몰려오더니 빗방울이 흩날리다 이내 그쳤다. 할머니는 찐 옥수수와 손두부를 펼쳐 놓아도 도서관에서 점심 대용으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못해 그것은 살 의사가 없었다. 이어 내가 사려는 옥수수빵을 실은 트럭이 나타나더니 기사는 온천장의 다른 노점도 순회하면서 공장에서 금방 쪄 온 빵 상자를 부려 놓았다.
알고 보니 북면 온천장 거리에 파는 옥수수빵은 가술 보리개떡 공장에서 만들어 공급되었다. 내가 주중에 머무는 가술 거리 보리개떡은 주말이면 한두 개 사 산행에서 간식으로 삼는데 어제는 현지에서 생긴 오이를 가져오느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세상 인연을 알 수 없는 게 할머니 부군이 평생 종사한 가술에 내가 머물고, 온천장 노점 옥수수빵이 가술 공장에서 빚어 실려 왔다.
옥수수빵을 사서 온천장에서 멀지 않은 무동 최윤덕도서관으로 갔다. 지난 주말도 찾았던 그 도서관 열람실에서 올해 창원의 책으로 선정하려고 안내한 책 가운데 젊은 여성이 쓴 산문집과 소설책을 읽어나갔다. 도중에 아래층 카페로 내려가 커피를 받아 옥수수빵으로 점심을 때우고 왔다. 잠시 바깥으로 보인 하늘은 맑게 개어 볕이 뜨거울 듯했고 폭염 재난 안전 문자가 날아왔다.
무동에서 교육단지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창원도서관에서 빌렸던 ‘간양록’을 비롯해 6권을 반납하고 다른 책을 고르면서 ‘간서치전(看書痴傳)’을 남겼다. “막바지 장맛비에 무더위 기승부려 / 도서관 서가 꽂힌 간서치 책을 뽑아 / 열람석 진득이 앉아 돋보기 껴 읽었다 / 바보는 바보끼리 서로가 통하는지 이름만 알고서도 책 향기 갈피 따라 / 삼백 년 거슬러 올라 규장각서 만났다” 24.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