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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水湖誌) 제9장 강주성의 불길
제37편 모함의 명수 37-3🎈
채구는 너무 어이없어 황문병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황문병이 다시 말했다.
"상공,
저놈이 처음 여기 올 때부터 저렇게 미쳤는지 아니면 최근에 갑자기 증세가 나타났는지 알아보십시오."
채구가 관리들에게 물으니 송강이 처음 유배되어 왔을 때는 멀쩡했다고 보고했다.
채구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옥졸들에게 명하여 형틀에 매달고 송강을 치게 했다.
옥졸이 몽둥이를 골라 계속 오십 대를 치자 송강은 혼절해버렸고 살가죽이 터지고 헤졌으며 온몸에 피가 흘렀다.
대종은 괴로웠지만 송강을 구해낼 방법이 없었다.
매 50대를 맞자 송강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백하고 말았다.
"본인이 취중에 별 생각 없이 반시를 썼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채구는 송강을 형틀에 씌워 옥에 가두었다.
그러자 황문병이 다시 말했다.
"상공께서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이 일을 동경에 보고하여 상부에서 죄인을 압송하라시면 올려보내시고 그럴 필요가 없다면 목을 잘라 후환을 없애십시오."
채구는 그의 말을 받아들여 송강의 반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축지법을 쓸 줄 아는 대종에게 편지를 주어 동경에 보내기로 했다.
이튿날,
채구는 대나무 상자 두 개에 패물과 돈과 진기한 물품들을 담고 봉인한 다음 대종을 후당에 불렀다.
"이 예물과 편지를 동경의 태사께 드리고 오너라.
내 아버님 생신이 6월 15일인데 날짜가 촉박하니 네 축지법이 필요하다.
가서 답장을 받는 즉시 되돌아오너라."
대종은 자기 처소로 돌아가서 다리에 각반을 차고 삼베 신을 신고 두건을 두르고 갑마(甲馬) 네 개를 꺼내 넓적다리에 각각 두 개씩 붙들어 매고 입으로 주문을 외워 축지법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는 마치 구름을 탄 듯 달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강주를 떠난 대종은 하루에 7백 리 길을 가서 여관에서 잠을 자고 다음 날 쉬지 않고 달려 어느 주막에 이르렀다.
그는 주모에게 술을 청해 한잔 마시자마자 갑자기 아찔한 현기증이 일어나면서 그대로 탁자 옆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안에서 한 사내가 나왔다
그는 양산박의 호걸 주귀였다.
"그놈의 몸을 뒤져보아라."
졸개가 대종의 몸을 뒤져보니 전대 속에서 편지가 나왔다.
주귀는 편지에 쓴 글을 읽었다.
내용은 놀랍게도 '반시를 쓴 산동의 송강이 요설에 합당한 죄인이기에 옥에 가두었으니 분부를 받들어 시행하겠소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주귀는 그 글을 읽고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사이에 졸개들이 정신을 잃은 대종을 잡기 위해 옷을 벗겨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그때 주귀는 무심코 대종이 앉았던 자리에 붉은 패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은으로 곱게 새긴 선패에는 '강주 양원압뢰절급 대종(江州 兩院押牢節級 戴宗)' 이라고 써 있었다.
주귀는 주방에 대고 소리쳤다.
"놈을 잡지 말고 그대로 둬라."
주귀는 곧 해약을 먹여 대종을 깨웠다.
눈을 뜬 대종은 사태를 깨닫고 크게 놀랐다.
정신을 가다듬은 대종이 주귀를 향해 소리쳤다.
"네 이놈,
내게 몽환약을 먹이고 태사부에 올리는 서신을 맘대로 뜯어 보다니 그 죄가 죽어 마땅한 줄이나 알고 한 일이냐?"
그러자 주귀가 웃으며 대답했다.
"까짓 편지 한 장에 죽을 내가 아니다.
태사부가 아니라 송나라 황제의 친서라도 겁낼 줄 아느냐?"
그 말에 대종은 크게 놀라 물었다.
"대체 댁은 누구시오?"
"나는 양산박 두령 주귀요."
"양산박두령이라면 오학구 선생을 아시오?"
"알다뿐인가?
그런데 혹시 노형은 강주의 신행태보 대원장이 아니시오?"
"내가 바로 그 사람이오."
"그렇다면 한마디 물어봅시다.
내가 알기로는 우리 송강 형님이 강주로 귀양 가시는 길에 우리 오학구 두령께서 노형에게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형은 지금 송공명을 해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소.
그게 무슨 까닭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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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잼나게 읽고 갑니다
감사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