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 애증의 강 (26)

[꽃재 김수산]

이걸 차 말아 무릎을 꿇어 버릴까 하는데 경자가 들어와.

“오빠 그네 나 태워줘.”

경자는 그네를 매어 놓은 것으로 안 모양이었다.

“빨리 태워줘”

그 말에 수동이는 오라를 풀어 버리고 그 끝을 시렁에 매어 그네를 타게 하였다.

그리고 두현이는 몇 칠을 기다려도 새전과를 사줄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질 않아서 수동이를 불러서

“야 네 공책을 먼저 찢은 내 잘못도 있으니 네 전과에서 내 전과의 찢어진 국어 과목만 떼어서 나를 줘라.”

“그래 고맙다.”

그런데 담임인 신종희가 어떻게 하기 로 했느냐고 물어서 설명을 했더니 그러지 말고 바꾸라고 했지만 새 전과와 헌 전과를 바꾼다는 게 억울한지 두현이가 뜯어내어 주기를 원해서 수동이는 작년에 재순이 사다 준 국민전과의 국어 부분을 떼어내어 두현에게 주고 두현의 새전과에 찢어진 국어 부분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덕순네는 서울로 이사를 갔다.

그런 가운데 상동이의 첫돌이 다가오자 상동이 생일 전날보살을 대동하고 내려왔다.

용단도 상동이의 돌날 아침 일찍 와서 수수쌀을 찧어 경단을 만들고 쌀을 찧어서 백설기를 쪄내어 백설기 시루를 앞에 놓았다.

그리고 보살이라는 여자는 정순에게 대를 잡으라고 잘 생긴 소나무 가지를 잡고 있으라고 해 놓고 징을 치고 굿을 했지만 신은 내려오지 않았고 보살은 대가 센 모양이라며 포기하고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축원을 하고 굿을 마치고 수수팥떡 몇 개와 백설기 조각을 담아주며 냇가에 버리고 오라고 수동이를 시켰는데, 마침 아침세수를 하러 나왔던 수천이와 그의 사촌의 머리위로 넘겨서 던졌고, 수천은

“뭐야 아침부터 재수 없게,”

수동이는 얼른 도망을 처서 집으로 돌아왔고 집집마다 돌떡을 돌리는데, 집집마다 오래 살라고 실을 한 타래씩 주었다.

그리고 순복이내 집으로 돌떡을 가지고 가니 마침 아침밥을 먹고 있던, 수천이가

“제가 글쎄 세수를 하는데 아침부터 재수 없게 내 머리 위로 떡을 던지고 가잖아.”

“원 재수가 없으려니 원.”

“그래 기분 나빴겠다.”

하며 영학의 부인이 거들었고, 수동이는 고개를 숙인 체 아무 말도 못하고 나왔다.

그리고 집에서는 대들보 밑에 작은 성주를 모신다고 한지를 접고 북어 한 마리를 묶어서 달아매었고, 향단을 비롯한 할머니 몇이 보살에게 점을 보았다.

그리고 수동이는 소나무 중 지름이 15cm쯤 되는 것을 자르고 구멍을 뚫고 한국전쟁 때 양묵이 주어다 놓은 포탄상자를 아래에 밤나무를 가로 대고 끼워 넣은 마차를 만들어서 줄을 매고 끌고 다녀서 상동이는 마차 타는 걸 엄청 좋아 했다.

수동이는 상동이를 잘 보살피고 마차까지 만들어 가지고 태워 주고 하니 없을망정 정순은 행복해 했고 수동이를 구타하는 일을 줄어들었다.

아니 수동이가 알아서 잘 하기도 했지만 정순이 수동이를 때리기에는 벌써 많이 커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날 학예회에서는 신종희선생의 주선으로 심청전을 낭독을 했고, 그리고 이부합창도 했다.

그러다 보니 수동은 그동안 늘 눌려 지내서 가지지 못했던 자신감도 조금은 생겼다.

얼마 후 재덕은 봄누에를 처서 지난번 남은 돈하고 합쳐서 일 년이 조금 더 된 겨우 코 뚫은 송아지를 사왔다.

그런데 소문은 중학교 입학금을 봄누에를 처서 낸 사람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재덕은 그 소문을 듣고 에이 그런 줄 알았다면 수동이를 입학부터 시키고 볼 걸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그런데 봄에 몇 번의 비가 온 후 내리 비가 오지 않아 밭까지 타들어 보리 이랑 사이로 심은 콩이 싹이 나자마자 타죽고 논에는 못자리가 말라가고 있어서 양묵은 웅덩이를 파서 함지박으로 물을 퍼서 못자리 마르지 않게 하는 것이 하루일과가 되었다.

사람들은 60년 만에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고 했고, 개울에서는 조그만 웅덩이 몇 군데만 물이 고여 있을 뿐이어서 보를 막아서 물을 대는 사람들은 회의 끝에 물을 순서에 따라서 대주는 사람을 정하기도 하고, 모두모여 개울 바닥을 물이 나는 곳을 따라 도랑을 내며 안간힘을 써서 물을 대고 있었으니 재덕은 논에 모 한포기 꽂지 못하고 애를 태우고 있었다.

재덕이 파서 만들어 놓은 우물도 말라 버렸고 결국은 아래에 있는 공동우물에서 수동이가 매일 물을 길어 와야 했다.

중복이 지나서 비가 와서 콩이 타죽은 밭에는 콩 심을 시기가 지나서 갈아엎고 메밀을 심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후에 본격적인 늦장마가 시작 되고 나서야 재덕의 논에는 벼를 심을 수 있었는데 이때에는 하도 급해서 여름 방학을 앞둔 초등학교 5, 6학년이 나와서 모심는 것을 했는데 벌써 벼에는 대궁이 서고 이삭이 패기 직전 이였다.

그 무렵 석고개에는 외국인 선교사가 수요일 마다 와서 무료 진료를 해주고 간호사 박계숙이 최윤옥이내 행낭에 상주를 하면서 평일에는 간이진료도 해주고 약을 주고 했고. 매주 수요일이면 장날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어 차례를 기다려 진료를 받았는데, 선교사는 의사 부자로 아버지는 치과를 아들은 내과를 진료했다.

일회용 주사기로 잇몸에 마취주사를 놓고 썩은 이를 빼내고 한사람 이를 빼낼 적마다 물비누를 써서 손을 닦는 것이 신기해서 아이들이 모여서 구경을 했고, 짚차를 운전하는 한국인 운전사가 아코디온을 연주 하면서 찬송가를 부르며, 예수 믿으라며 선교를 했다.

태수와 태관이의 사망으로 상심이 커서 위장병을 얻어서 고생을 하는 것을 안 재덕이 용동이를 불러서 진료를 받게 했다.

용동은 수동이를 대신해 논두렁을 깎아서 소 먹이를 주었다.

그렇게 음력 칠월에 보름 가까이 있으면서 약을 타다 먹고 영양제에 깡통에 들어 있는 이유식 같은 것을 타다 먹으며 조금 나아지고 농번기가 다가와 약을 타가지고 돌아갔다.

그런 가운데서도 중학교 3학년들은 가을누에를 치고 돈을 모아서 경주 불국사로 수학여행을 갔다 왔다는 소문이 났다.

그런가 하면 중학교 교장 이규복의 아들 이철용이 전국단위 웅변대회에서 당당히 일등을 했다는 소문이 났다.

수동이는 놀이를 하다가 귀에 물이 들어갔는데 솜을 성냥개비에 말아서 물을 빼 내려다 솜뭉치가 귀에서 빠져 버렸는데 그게 염증을 일으켜서 왼쪽 볼이 퉁퉁 부운 것을 수요일 날 선교사에게 보였더니 솜뭉치를 빼내고 약을 주어서 낳았다.

그리고 정순은 수동에게

“수동아 그 의사 이름이 뭔지 아냐 이름이 따따 볼랜스야.”

“어떻게 알았는데.”

“간호사가 그렇게 부르던데.”

그리고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타작이라고 했는데 내년에 심을 볍씨를 빼놓고 방앗간에 가서 방아를 찧었는데 방아 삯을 빼고 쌀 여덟 말이 전부였다.

이걸 가지고 겨울을 지내고 내년 보리 바숨을 할 때까지 버텨야 할 것을 생각하니 재덕은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거기에 정순은 가을에 금자까지 낳았다.

재덕은 하도 막막하여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갔고, 마장동에서 석탄 하역 하는 일을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중학교에서는 예술제가 열리게 되었는데 올해는 철용이가 전국단위 웅변대회에서 일등을 한 것에 고무되어 황석현 선생이 인근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초등학교 웅변대회와 교내 웅변대회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일등을 하는 사람에게는 입학금 면제라는 커다란 상을 준비했다.

신종희가 자살결심이라는 원고를 써가지고 참가 할 사람 손을 들라고 해서 수동이와 원기가 손을 들어서 연습에 들어갔는데 원기는 몇 번 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리고 이홍규 선생의 아들 종일이가 그의 사촌동생인 오학년 종업이에게 장땡이라는 웅변원고를 써 가지고 연습을 시켰고 사학년 종안이는 방학을 맞아 내려온 이광자 선생의 동생이 금단아 내딸 금단아 라는 원고를 써 가지고 연습을 시켰으나 결국 수동이와 종일이가 학교 대표로 웅변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인근 초등학교라야 마석초등학교에서 두 명 수동초등학교 한 명 가양초등학교에서 두 명이 나와서 경합을 가졌고, 그리고 중학생들은 교내 웅변대회를 겸해서 했는데, 종업이가 일등 그리고 마석초등학교에서 2등 수동이가 3등을 차지했다.

그리고 부상으로 종업이는 트로피를 가져오고 수동이는 일기장 한권을 받았다.

그리고 저녁에 예술제의 꽃인 호동왕자와 낭낭공주를 공연 했는데 호동왕자에는 종찬이가 낭낭공주에는 일학년 이강연이가 했다.

또 다시 중학교 입학시험이 있었고 시험이 끝난 수동이는 그때까지 매달 오십 원씩 내는 육성회비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겨울방학을 맞아서 그대로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그 무렵 영동이는 마침 집 뒤에 있는 밭 위에 있는 연수내 땅을 판다는 소문을 듣고 무리하게 계약을 했다.

그리고 영동은 설이 가까울 무렵 물골안에 와서 설을 쇠러 내려온 재덕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했다.

“그래 잘 했다 그러면 대춘내 앞에서 큰황골 올라가는 데까지 모두 우리 땅이 되는구나.”

“그래서 말씀인데요, 작은아버지 어려우시더라도 돈 좀 잠깐 융통해 쓸 수 없을까요.”

“글쎄다 올해는 흉년이 들어서 난감 하구나. 도와주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형편이 이러니 어쩔 도리가 없구나.”

“그래도 줌 더 알아봐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 알아보마.”

재덕의 생각은 아이고 그래도 형수님이 고생고생 하시더니 자식들은 잘 키워서 재산이 조금씩 불어나는구나 하며 흐뭇했지만 내 코가 석자이니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수동이의 입학 날이 다가오는데 정순은 교복을 사줄 생각이 없는지 그냥 날짜가 가고 있어서 수동이가 영동이 에게

“형 이 교복 작년에 입던 초등학교 교복인데 이 애리를 접어서 재봉으로 박아줘요, 그리고 요기 요, 호크를 요 위로 달아서 중학교 교복처럼 만들어 줘요.”

그렇게 해서 영동이가 교복을 개조해서 중학교 교복처럼 만들었다.

그날 저녁 재덕은 영회에게 예까지 왔는데 도와주지 못해 미안 하다고 했고 이튿날 빈손으로 돌아간 영동은 연행의 친정에 사정이야기를 해서 소를 팔아서 땅 값을 지불하고 용동이 앞으로 등기 이전을 마치고 집에 종순을 놔두고 혼자 서울로 취직을 해서 올라갔고 윤희를 비롯한 식구들은 고구마로 점심을 때우고 저녁은 죽을 쑤어 먹으며 빚을 갑기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현호는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 준 집을 이호문에게 팔아넘겼다.

이호문은 남매를 두고 있었는데 아들은 성호 딸은 용분이라고 하는데 수동이와 동갑으로 불당골, 을선이네 와 친척으로 불당골에서 살다가 순복이네에서 품팔이를 위해서 이사를 왔는데 도림개에 사는 도연이가 전라도 순천으로 이사를 가게 돼서 도연이네 밭까지 사서 이사를 했다.

수동이는 우여곡절 끝에 중학교 입학식 날이 되었다.

“야 수동이 교복 칼라가 이상하다.”

며 삼학년 응기가 말을 했다.

“이거 만들어서 그래요.”

중학교에 들어가니 하나 같이 상급생에게 존대를 해야 했고 정문에는 3한년 과 2학년이 규율부라는 완장을 차고 이름표 배지 모자에는 모표 단추도 학교에서 주문제작한 단추에 호크 도 채워야 했고 교복칼라 안에는 다시 흰색의 플라스틱으로 된 칼라를 덧대야 하는데 수동이 교복은 그것을 고정시키는 작고 하얀 것이 없어서 실로 꿰매어 입고 간 것을 응기가 보고서 지적을 한 것이었다.

복장 불량학생은 규율부에서 잡아내어 사랑의 매라고 적힌 일명 빳따를 때리거나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황석현 삼학년 담임이 입학식 첫날 지둔리 이성우와 정만채를 불러내어 사랑의 매로 세대씩 때렸다.

일학년 아이들은 순간 조용해지고 바짝 긴장되었다.

사랑의 매를 맞은 성우와 만채는 거수경례를 하고 들어갔다

교실로 들어가자.

자그마한 키의 여선생이 교실로 들어왔다.

“자 다같이 차려 경례.”

선생의 구령에 따라 인사를 하고 칠판에 천 문자 이렇게 써 놓고.

“여러분의 담임을 맡게 된 천문자입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중학교에 입학한 첫날입니다.

그래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른 점을 이야기 하겠어요.

우선 담임이 모든 과목을 가르쳤지만 중학교는 각 과목마다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달라서 시간 시간이 다른 선생님이 들어와서 가르치게 됩니다.

국어 사회는 삼학년 담임이신 황석현 영어 미술을 최운홍 과학 체육은 이학년 담임인 박동신 그리고 수학과 음악은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한문과 도덕을 담당하시는 이문원 선생님 그리고 교장선생님 이렇게 여섯 분입니다.”

그리고 반에는 반장이 없고 매일 주번 두 명이 쉬는 시간에 교실을 지키고

선생님의 심부름을 하고 수업시간마다 선생님 하고 인사를 할 때 구령을 붙이게 됩니다.

주번은 매일 돌아가면서 하는데. 이쪽에 앉은 두 사람부터 주번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몇 칠 지나서 반을 대표하는 회장을 뽑고 대의원을 뽑게 됩니다.”

수동이는 친구 창복이의 당숙이 장수로부터 미리 들은 이야기는 영어를 가르치는 최운홍선생은 최 빠따로 명성이 자자했고, 국어를 가르치는 황석현 선생은 보름 뒤에 교실 앞 화단에 핀 노란 동백꽃(학명은 생강나무로 경기 강원 산간지방에서는 동백꽃으로 불리며 소설 동백꽃은 이 꽃을 말 하고 초가을에 열매를 체취해서 기름을 짜서 머리에 발라서 옛 부터 머릿기름의 대명사로 불리 우고 있으며 남부지방에 피는 빨간 동백과 틀림.)이 피어나 있었는데 흰 눈이 내려서 꽃 위에 쌓인 모습을 보고 자작시를 낭송 할 정도로 감각이 뛰어 나고 학생들에게 연극을 지도해서 매년 예술제를 총 지휘하는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였고. 만우절이 뭔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국어 시간에

“오늘 여러분들에게 섭섭한 한 말씀을 드리겠어요. 여러분의 담임이신 천문자 선생님이 전근을 가시게 되었습니다.”

했고 2학년 교실에서는

“여러분 기뿐 소식 입니다 일학년 담임인 천문자 선생님이 전근을 가시고 오늘 작년에 여러분들의 담임을 이셨던 이효숙 선생님이 다시 오시게 되셨습니다.”

“몇 시에요.”

“열두시 반차로 오신답니다.”

깜박 속은 1학년 들은 4교시 수학시간에 천문자 선생에게 왜 그만 두시느냐고 물었고 천문자 선생은 웃으며 오늘이 만우절이라고 했는데 그 유래를 처음 듣는 학생이 많았다.

반면 2학년은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에 점심을 마치고 교문 밖으로 마중을 나가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본 1학년이 이선생 마중 간다는 소리를 듣고

“언니들 속은 거야, 오늘 만우절이 이야 거짓말 하는 날이래.”

이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을 황선생 감각이 있고 국어선생으로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에 입학한 친구들을 아침에 등굣길에 만나면 하급생인 수동이가“안영하십니까?”

하고 거수경례를 하면 상급생인 친구들이

“수고 하십니다”

해야 했지만 수동이는 전혀 창피한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인사를 받는 친구들 중에는 인사 받기가 어색하여 타교 출신이 보지 않으면 야 인사하지 말고 손만 흔들자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교 길에 2학년 여자애들이

“수동아,”

하고 불렀고

“왜”

하고 대답하는 걸 타교 수동학교 출신인 을선이와 재만이가 보고 다음날 재만이가 수동이를 보고

“야 너 다음 시간 끝나고 별동대로 와.”

“네.”

다음 쉬는 시간에 강당 뒤에 있는 별동대(기둥 여덟 개에 짚으로 지붕을 씌운 팔각정)로 갔더니

“야 엎드려뻗쳐.”

하고 빠따로 세대씩 때렸고, 다음날은 3학년인 안마산 운홍이와 방꼴사는 응기가 둘을 불러내어 세대씩 때렸고, 다음날 등교를 하면서 운홍이가

“수동아 너 때린 재만이 하고 을선이 내가 빠따 쳤다.”

그때 바로 첫 버스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잽싸게 달려가 스페어타이어 휠 부분에 매달려 타고 다음 정유장에 까지 타고 가다가 심심 했는지 내려서 일행이 올 때 까지 기다렸다.

그 후 제종이가 을선이 에게 수동이는 우리하고 동갑이고 작년에 졸업하고 한해 묵고 올해 들어 왔다고 예기를 해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등굣길에 인사를 하면 거수경례로 받지 않고 손을 흔들어서 수고 하고 말끝을 흐리더니 인사를 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초봄에는 학교 밭에는 포도나무가 심겨져 있어서 포도나무 껍질을 베껴서 소각 하는 일을 했고,

또 가마니로 단가를 만들어서 학교 논에 객토하는 일을 하기도, 또 송천리 까지 가서 누구네 논인지 모르지만 객토를 했다.

봄 소풍을 갔는데 전년 가을에 비가 많이 와서 길이 페인 곳이 많아 버스가 들어오지를 않아 전교생이 마석까지 걸어서 가서 기차를 타고 퇴계원에 내려서 걸어서 동구능으로 갔다.

장기자랑 시간에는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초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잘 놀았다.

새말에 사는 유복현이라는 친구는 당시 유행하던 불나비사랑을 불러서 일학년이지만 일등을 했는데 이 친구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년이나 지나서 입학을 해서 3학년 이 친구가 많았다.

능앞에는 장사꾼이 있었는데 수동이는 정순이 처음 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준 10원으로 머리에 꽂는 실 삔 10개 옷 삔 대 중 소 각 10개를 한 묶음으로 파는 걸 사다주었다.

생전 처음 아들로부터 선물을 받은 정순은 좋아서 이웃에 자랑을 했고 신이 난 정순은 반찬도 신경을 써서 김치만 싸 주던 걸 다음날 은 장독대에서 작년에 담아 두었던 두부장아찌를 싸주었다.

한편 삼순은 국수기계를 돌리고 현숙이 네서 기름 짜는 기계까지 빌려다, 기름 짜는 일 까지 열심히 해서 그랬는지 결혼 육년 만에 임신을 했다.

향단은 엄청 기뻐하며

“아이구 삼신할머니 감사 합니다 감사 합니다.”

만석도 신바람 나게 일을 했고 고기에 그 시절 귀한 영양제까지 사다 주었다.

그리고 봄누에를 처서 입학금 천오백 원과 육성회비 1개월 치 삼백오십 원을 냈다.

그 무렵 교무실 앞 게시판에는 밀린 유성회비를 내지 않아서 언제 까지 내지 않으면 부득이 퇴학 처분을 한다는 명단이 계시되기도 했는데. 몇 몇 생각 있는 3학년 여학생들은 입을 삐죽거리며 학교에 처사에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재덕은 가족들의 양식을 해결하기 위하여 작년 겨울부터 열차에서 짐을 내리는 일을 하다가 도농리 왕숙천 변에서 시멘트 토관을 만드는 일을 하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씩 정순이 가서 돈을 받아다 양식을 사서 식구들이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논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재덕이 돈벌이에 매달려 논을 갈아야 할 시기가 지나가고 있자 양묵으로 서는 복통이 터지는 일이었으나 그렇다고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정순은 아예 시아버지 양묵을 끼니를 때 되면 되는대로 챙겨주고 어떤 때는 쌀이 없는지 밥도 주지 않고 석고개 용단이네로 가서 돌아오지를 않는 일이 다반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때를 건너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고 소를 빌리고 쟁기를 얹어서 논을 갈아보기로 하고

“어멈아 오늘 논을 갈아야 갰으니 점심 좀 내오너라.”

그날은 농번기가 시작되어 수동이가 소에게 먹일 여물을 쑤어서 지게에 얹어가지고 울 넘어 골짜기에 있는 논으로 가서 소죽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몇 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쟁기질이 힘에 부쳤는지 아니면 치질이 있었는지 양묵은 하혈을 했다.

양묵으로서는 민망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으나 정순은 양묵이 다시 논으로 들어가자 여물통을 지고 온 수동이에게

“야 수동아 할아버지 월경했다.”

하며 킥 킥 웃었다.

그리고 수동이를 시켜서 객갯말에 가서 하혈에 좋다는 회나무 가지를 처 오게 해서 달여서 양묵이 먹었고 떡 본 김에 고사 지낸다고 코피를 잘 흘리는 정자에게도 달여 먹였다.

양묵이 하혈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재덕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논농사를 짓는 것 보다 일을 해서 버는 것이 수입이 났고 양묵에게 논농사가 힘에 부친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자 용분 아버지에게 논을 소작을 주었다.

그리고 틈틈이 내려와 보리밭 사이에 사람을 얻어서 콩을 심고 보리도 베어서 보리 터는 기계를 불러서 보리타작 까지 끝냈고, 밀도 하루 시간을 내어 떨러 내려오는 날 석고개에서.

“오빠 안영 하세요.”

하며 두 여인이 인사를 했다.

보니 하나는 재수의 동생 재희로 낮이 익은데 한 여인은 누군지 잘 기역이 나지 않았다.

“오 그래. 동생이 웬 일이냐.”

“오늘 선교사 오는 날이라 진찰 도 좀 받고 약 좀 타려고 왔죠.”

“그래 아버님 어머님 안영하시지.”

“예.”

“그리고. 매부 장사는 좀 어때.”

“그저 그런대로 하고 있어요.”

“하기야 여기 보다 마석이 좀 났지. 그런데 이쪽은 누구 신지?”

“아참 잘 모르시겠구나.”

“예는 소동이 고모에요. 재란아, 인사 드려 재덕 오빠야.”

“오라버니 저 재란이 예요.”

“그래 만나서 반갑네. 그러니까 우리 모두 팔촌 간이네 그려. 그래 동생은 어디가 아파서.”

“저는 속이 아파서요.”

재희는 얼른 대답을 했지만 재란은 망설, 망설 하다가.

“저는 가슴이 안 좋아서요.”

재란은 경묵의 딸로 재덕과는 8촌간인데 포천 동막골이라는 곳으로 시집을 가서 살고 있었는데 폐결핵이 걸려서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그의 조카 소동이가 석고개에서 수요일 마다 외국인 선교사가 무료 진료를 해 주니 와서 보라고 연락을 해서 약을 타가지고 나오다 재덕을 만난 것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새창벌을 지날 무렵 숨이 찬지. 재란이

“언니 좀 쉬어 가.”

재덕도 자연스럽게 앉아서 쉬게 되었는데.

“저 오라버니, 오라버니네 사랑방 좀 재란이에게 빌려 주시면 안 될까요?”

재희가 머뭇머뭇 하면서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아시다 시피 소동이네가 달랑 아래 윗방 방 두 개 인데, 간난이 하고 아주머니 하고 안방에서 지내고 소동이는 윗방에서 지내는데 재란이 신랑이 와서 같이 지내야 하는데 마땅치가 않고 안마산 보다 꽃재가 석고개 다니기가 났잖아요.”

재덕으로서는 거절하기 난감했다.

방을 빌려 주어 봤자 별로 득 되는 일도 없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재희가 부탁을 하니 거절하기 힘들었다.

“그럼 와 있도록 해.”

그렇게 해서 재란은 재덕의 사랑방에 신랑과 함께 기거를 하면서 지내게 되었다.

그러면서 정순에게 재란이 폐병이니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재란은 수동이가 정자와 다투면, 정순에게 이야기를 해서 꾸중을 듣게 하고 수동이가 거슬리는 일은 하면 곧바로 정순에게 고자질을 했다.

그러다 보니 정순과는 시누이와 올케 간이면서도 마음이 잘 맞았다.

수동이는 삼당고모지만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한사람 양묵도 불만이었다.

‘저 인사가 하는 짓거리라고는 폐병쟁이를 집안에 들여 가지고 예이 참.’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재덕와 재란의 남편은 젖양 새끼를 한 마리씩 사가지고 와서 수동이가 기르기 시작 했는데 새끼를 낳은 후에는 젖을 짜서 상동이에게 먹이려고 기르기 시작 했다.

젖양은 습성이 사람을 잘 따라서 기르기 쉽고 뭐든지 잘 먹었다.

그리고 겁이 많아서 수동이 꼴을 베러가 산에 풀어 놓으면 100m이상 떨어지지 않고 주위에서 먹이를 먹는데 이때에는 맛있는 것으로만 골라서 먹었다.

그때 산에다 심어놓은 옥수수나 오이가 있으면 옥수수도 익어서 씹으면 물이 톡톡 터져 나오는 것으로만 골라서 따먹고 오이도 사람이 먹기 좋은 정도로 큰 오이만 골라서 따먹었다.

그래서 그런 밭은 피하여 가서 양을 놔 주어야 했다.

한 여름에는 남이 시원할 가봐 붙어서 두 마리가 꼭 붙어서 상대의 뒷다리 허벅지 부근을 배고 자고 서로 서로 힘자랑 하듯이 뿔을 서로 박치기를 하거나 밀었다.

그리고 겨울에는 남이 따듯할 까봐 그런다면 떨어져 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수동이의 학교생활은 그런 데로 이어가고 있었다.

학교림에 올라가 밤나무에 달린 벌래 집을 제거해서 땅에 묻는 일, 밤나무 옆에 풀 깎는 일 그리고 퇴비증산을 한다고 전교생이 풀을 한 짐씩 베어다 쌓기도 했다.

비에 길이 파여 버스가 안다니자 전교생이 너구내 고개를 넘어서 길을 고르는 일을 하고서야 길이 파여 못 들어온다는 핑계로 적자 노선에 다니기 싫어하던 버스를 오게 하였다.

한편 정순은 처음엔 새벽에 일어나 밥을 지어 먹이고 도시락을 싸는 것이 괜찮았으나 여름에 접어드니 임신한 몸에 밤도 짧은데다가 보리밥을 지으려면 보리쌀은 박박 문질러서 씻어야 하고 불을 때서 끌기시작 하면 덧물을 붓고 불을 때서 다시 끌어서 잦아지면 뜸을 이십분 정도 들여야 보리밥이 완성되는데, 중간에 물을 다시 붓는 것은 열의 전달 법칙을 이용한 것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끓이는 방법의 하나였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벌써 물막골 애들이 큰길가로 가면서

“수동아 학교가자”

하고 외칠 무렵 뜸이 덜든 보리밥을 먹고 있는 동안 뜸이 더 들 때를 기다려 도시락을 싸서 주려니 도시락은 뜨겁고 마땅한 반찬도 그렇고 귀찮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수동이는 아침에 뜸이 덜든 보리밥을 먹고 눈물을 훔치며 화를 내면서 아이들을 쫓아서 뛰어 가야 했으니 날이 갈수록 신경질이 늘었다.

성적도 중상위권을 유지 하고 있는 정도였다.

그리고 비가 오고 흙탕물이 내려가서 허벅지가 넘게 물이 흘러가도 여럿이 손을 잡고 개울을 건너서 학교에 갔고 그 때마다 선생님들은 열심히 등교한 학생들을 칭찬 했지만 수업은 단축수업으로 끝내고 일찍 돌려보냈으며 아이들은 일찍 수업이 끝나면 와 하며 좋아 했으니 아이러니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여름방학이 되었고 별도로 보리쌀 두말을 학교에 내야 하는데. 수동이는 보리쌀 두말을 멜빵을 해서 지고 새창벌에 사는 박동신선생 집으로 가는 도중에 서울서 방학을 맞아 자전거를 타고 외가에 오는 천동이와 고향에 놀러오는 인동이를 만났다.

둘이서 자전거에 보리쌀을 실어다 주어서 편하게 갖다 주었다.

그리고 수동이와 재란의 갈등은 커져만 가서 수동이는 재란이 보기 싫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재덕은 장마철이라 토관을 만드는 일이 쉴 때에는 내려와 수동이를 데리고 콩밭을 매게 되었는데.

“저 아버지.”

“왜.”

“고모 내보내면 안 돼요.”

“왜.”

“보기 싫어서 미 칠 것만 같아요.”

“그래. 알았다.”

삼복더위에 뜨거운 바람이 올라오는 콩밭에서 달개비에 방동사니 노란바랭이가 쫙 깔려 있는 콩밭을 매면서 수동이가 던진 말을 생각해 보니 심각하긴 심각한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젯밤 정순이가 “여보 고모가 각혈을 하던데요.” 해서 어떡하나 하고 망설, 망설 하고 있었는데 수동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러다.

지난 번 진호처럼 죽으면 송장 치루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다.”

하면서 재덕과 수동이는 짝 눌어붙은 바랭이를 호미로 뗏장 뜨듯 떠내어 뒤집어서 콩 포기에 북을 주어 나갔다.

어느새 수동이의 팬티와 러닝 샤스는 땀에 절어서 소금 꽃이 피고 냄새까지 났다.

재덕은 수동이를 핑계로 대고 재란은 쫓아내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그 날 저녁 재란의 남편 에게 이야기를 했다.

“이보게 동학 아빠.”

“예 형님.”

“저. 쩝 쩝, 어렵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동생이 쉽게 나을 병이 아닌 것 같네. 그래서 말인데 여기서 죽으면 어떻게 할 건가.”

“네 힘들 것 같습니다.”

“벌써 각혈 까지 한다면서……. 내가 보기엔 빨리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동학이 엄마가 돌아갔으면 해서 생각을 안 해 본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 재란은 남편과 함께 동막골로 돌아갔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쥐잡기 캠페인이 벌어져서 집집마다 쥐약을 나누어 주고 매달 쥐 잡는 날을 정하여 쥐약을 놓으라고 해서 쥐약을 노아서 쥐를 잡았는데 소죽을 쑤는 가마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했다.

그러나 가끔씩 개가 먹고 죽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그해 여름은 고통스러운 일이 또 한 가지 있었는데 온 집안에 집쥐이가 퍼져서 고생을 했다.

크지도 않고 쌀겨보다 조금 큰 것이 어디서 나오는지 마루에 앉아서 조금만 있으면 온 몸이 간지러워서 고통스럽게 해서 석유를 뿌리면 없어진다고 해서 석유도 뿌려보고 농약도 뿌려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가 보아도 어디에서 나오는지 나와서 사람을 무는데 미칠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재덕이 외출을 하려고 시렁에 얹어져 있는 갓집을 열고 중절모자를 꺼내보니 갓 밑에 쥐가 죽어 있는데 집쥐이가 무슨 쌀겨 모양 뭉쳐있고 그게 바람처럼 온 마루에 내려앉아서 사람을 괴롭힌 것이었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자 재덕은 다시 일을 나갔으나 생각한 것처럼 돈이 벌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가을이 되자 운동회 연습에 들어갔다,

황석현 선생은 점심시간 후에 가장행렬을 할 테니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팀을 만들어서 경연을 하도록 하였고 박선생은 곤봉체조를 준비했다.

수동이는 재춘이 기철이 등 과 같이 약장사로 꾸며서 나갔는데 소품이라야 재덕이 빌려온 꽹과리 재춘이와 기철이가 빌려온 키타가 전부였다.

좀더 준비를 해서 ‘약 모르고 오용 말고 약 좋다고 과용말자’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현수막 하나 마련하기도 힘들었고 소화제나 원기소 한 병 쯤 마련하여 내빈께 ‘자 이약 잡숴 봐 이 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등등을 꿈 꿨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반면에 운수리 수남이는 엿장수로 나왔는데 엿을 내빈에게 팔고 하면서 가장 행렬을 해서 3등을 했다.

일등은 춘향이를 들고 나와서 ‘오늘의 변 사또는 누구, 누구냐’ 라는 현수막을 들고 나온 3학년이 그리고 이등은 이학년 재만이 기획한 미신타파가 했다.

가을이 깊어지자 산에는 산밤이 아람이 벌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교장선생의 딸 순찬과 일요일 날 산밤을 주우러 가서 순찬은 서너 되 수동이는 닷 되가 넘는 밤을 주어왔다.

그리고 얼마 뒤 가을소풍은 흥국사로 간다고 했고 버스를 대절해서 가니 50원씩 내라고 해서 몇 번 달라고 해도 주지 않아서 수동이는 궁리 끝에 그동안 틈틈이 주워 모은 밤을 책가방 가운데에 넣어가지고 석고개 쌀집에 팔아서 학교에 냈다.

그리고 저녁에 양묵과 정순에게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지가 주워 왔다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네 맘대로 팔아 그렇다면 당장 나가 살아.”

하면서 가방을 마당으로 내 던졌다.

그렇게 야단을 맞았을망정 소풍을 갔다.

흥국사는 그때 보기에 굉장히 크고 무엇보다 경내에 향나무와 회양목이 많았는데 잘 손질 되어있어서 향나무를 배경으로 영채와 흥순이하고 사진도 찍었고. 몇 칠 후 사진을 받았다.

그러면서 수동이는 사춘기여서 그랬는지 성렬이에게 도망을 가자고 했다.

가서 밤을 주어서 양을 사서 키워서 짜는 젖으로 식량을 해결하고 산에서 나는 걸로 먹을 것을 해결하면 되니 일요일 날 아침 첫차를 타고 떠나기로 약속을 하고 수동이가 석고개에서 기다렸지만 성렬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아서 수동이는 돌부리를 차며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가을 무렵 정순은 딸 금자를 낳았고, 삼순도 아이를 낳으려는지 진통이 시작 되고 시간이 많이 지나도 진통만 점점 심해질 뿐 아이가 나올 생각을 안차 초조해진 만석은 운수리로 가서 면에서 유일하게 있는 의사를 불러 왔다.

의사는 점점 지쳐가는 산모를 보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기계를 대고 아이를 꺼냈다.

아들 이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아이가 울지를 않았다.

벌써 아이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숨 몇 번 숨을 쉬게 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끝내 숨 한 번 못 쉬고 애석하게 만석의 품에 안겨 뒷산으로 가서 묻혔다.

재덕이 가을걷이하러 내려와 콩을 뽑고 있는데 소동이가 들렸다.

“아저씨 안영하세요.”

“그래 웬일이냐.”

“고모가 돌아가셔서 갔다 오는 길에 들렸어요.”

“결국 그렇게 됐구먼.”

“그래서 장사를 지내고 오는 길이예요.

“그래 동학이가 몇 살이지.”

“이제 여덟 살인데요.”

“안 됐구먼. 어린 것이 쯧 쯧 쯧.”

그리고 가을걷이로 바빠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국에 수동이는 웅변 반에 들어서 웅변연습을 하고 오는 바람에 집에 늦게 들어오자
“창복이는 아까 벌써 왔는데 일하기 싫으니까 이제 와,”

하면서 재덕은 돌을 집어서 던졌다.

그리고 다음 일요일 화도 수동 4H크럽 주최 경진대회가 있었는데, 초청되어 가서 성우랑 둘이서 웅변은 둘만 출전 상을 받았고 농사기술 시험에서 성적이 좋다면서 상을 타 가지고 와서 재덕이 좋아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후에 성우는 군 웅변대회에 출전을 했고 다시 우승을 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상동이가 아침을 먹다말고 축 늘어지고 눈자위가 돌아갔다.

“에가 왜 이래! 상동아, 상동아!”

정순은 당황하여 흔들자 재덕이

“경기를 하는 거야 흔들면 안 돼.”

“물, 물, 가지고 와 얼굴을 물을 품고

“경기에는 수탉 벼슬에서 피를 내어 먹여야 되.”

하면서 온 식구들이 뛰어 다니며 난리 끝에 수탉을 잡아 가위로 벼슬부분을 자르며

“수동아 석고개로 뛰어 가서 간호사 선생님을 불러 오너라.”

수동이는 석고개로 달려가서

“선생님 우리 동생이 아파서 죽으려고 해서 선생님 모셔 오시래요.”

계숙이 얼른 따라 나서서 집에 도착해 보니 경기가 끝나고 정순의 품에서 놀고 있었다.

“선생님 이렇게 힘들게 오시게 해서 어떡해요.”

“아닙니다, 다행이내요.”

“식사라도 하시고 가세요.”

“아녜요, 누가 급히 찾으면 안 되니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그해 용분 네 소작을 주어 나누어온 벼로는 석 달을 버티기 힘들어 재덕은 또다시 석탄 하역 작업을 하는 곳에 일을 나갔다.

그리고 초겨울 운수리에서 고물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사랑방을 빌려 주어서 그 사람 동생과 또 두 사람이 살게 되었는데, 두 사람 중 한사람은 지난 가을 수동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장난감을 진열하고 팔던 18세 되는 젊은이도 있었다.

고물을 받고 엿을 주는데 모두 지개에 소쿠리를 얹고 그 위에 엿 모판을 얹고 받은 고철 빈병 떨어진 고무신등을 소쿠리와 엿 모판 사이에 넣어서 가지고 오면 따로 모아서 열흘 마다 달아서 계산을 했다.

고물 장사의 동생은 서울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했는데 키타를 치면서 더 영 원즈 하면서 노래를 불렸다,

그리고 서울서 영화오디션을 봤는데, 인민군 복장을 하고 주인공 여자를 겁탈하다가 총을 맞고 굴러 떨어지는 신을 찍었는데, 그 장면에서 바위에서 옆으로 구르다.

헛디뎌서 리얼한 장면이 나와서 감독이 엄지손가락을 세워서 굳 굳 해서 자기가 뽑히는 줄 알았는데, 조감독에게 돈을 먹인 놈이 뽑히고 자기는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합격자 발표를 한 다음에 감독이 조감독을 불러서 별도로 통지를 하라고 해서 편지가 왔는데 그날 보지 못하고 몇 칠이 지나서 보고 찾아갔더니 다른 사람을 써서 안 된다고 하더니, 얼마 후에 다시 만나자고 해서 만나서 같이 일을 하자고 해서 당신 같은 사람하고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했다.

국어시간에 연극 시나리오가 있었다.

재목은 별이라는 것이었는데 제 작년 예술제 황석현 선생이 공연을 했던 구슬아기의 일부분 이었다.

이에 황선생은 각 분단별로 연극연습을 해서 2주후 시합을 갖기로 해서 4분단은 수동이가 남자 주인공으로 뽑히고, 여자 주인공 심홍섭이 맡았다.

연습은 방과 후에 하고 집에 와서는 엿 장사를 하는 열아홉 먹은 영복이가 상대역을 해주어 열심히 했고, 약속한 경연 날은 다가오는데, 돈을 달래도 주지를 않아서 경연 날 학급회비에서 20원을 빌려내고 연극 경연을 해서 일등을 했다.

그리고 일등은 도로 20원을 받아서 학급비에 갚고 사과를 한 개씩 먹게 되었고, 나머지 분단은 사과 반개씩 먹게 되었고 심사를 보신 선생님들도 사과를 한 개씩 먹었다.

그리고 겨울방학이 다가오는데, 수동이는 그때 까지 가을에 내는 쌀 두 말은 물론 육성회비까지 내지 않아 열 달이 넘게 밀려 있었고, 몇 몇 학생도 석 달에서 여섯 달까지 밀린 애들을 포함해 열 명이 넘었다.

아침 교무회의에서 추수가 끝나고 방아들을 찧었을 텐데 쌀 두말 내지 못한 학생들 하고 수업료 밀린 학생들 독촉해서 빠른 시일 내에 걷도록 하라는 교장 선생님의 지시가 있었다.

담이 천문자는 종례시간에 넉 달이 밀린 재윤이부터 우선 교탁 옆으로 불러서 물었다.

“김재윤 밀린 육성회비 언제까지 가져 올래.”

“아버지가 다음 장에 콩 팔아서 주신대요.”

“그래 들어가 다음 김수동.”

“네.”

대답을 한 수동이가 교단을 지나 교탁 옆에 서자

“김수동 밀린 육성회비 언제까지 가져 올래.”

수동은 언제 줄지 모르는 육성회비를 언제 까지 가져오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잠시 머뭇머뭇 하다가 담임이 재차 물으려는 순간

“선생님 저 이제 학교 그만 다녀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지.”

순간 담임 천문자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김수동 들어가.”

하는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도 빠른 시 일 내에 가져 오도록 해요, 자 주번 종례.”

“차려 경례.”

문자는 종례인사를 받자마자 종종걸음으로 교무실로 가서 출석부를 내려놓고 교직원 화장실로 가서 쏟아지는 눈물을 닦고 한참 후에 교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방학이 되었다.

[박집사]

그 시절에는 중학교가 의무교육이 아니어서 학교를 못다니는 사람이 반 이상이었습니다.
우리 수동이 아슬아슬 하게 목슴을 건졌으나 학교나 제대로 다닐 수 있을런지요.

[꽃재 김수산]

넘 안타깝지 않아요.
그러나 수동이는 배움에 아직 목말라 하고 있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