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강준과 리온은 해맑게 건내려던 아침인사를 다시 목안쪽으로 감켜야 했다.
왠지 모르게 살벌했다, 아무렇지 않는듯하면서도 무거운 침묵, 자연스럽게 시선이 뒷자석에 앉아 있는 두사람을 향해 간다.
오자마자 책상에 엎어져 자고 있어야 할 시후가 일어나 있다는 것부터가 의외인 일이지만..
그것보다 묘하게 반공기를 잡고 있는 낮선 차가움에 외관으로 보이는 평상시와 별 차이 없는 모습에도 학생들이 숨죽여있다.
눈치 빠른 강준이 창가만 바라보는 화련과 짜증스럽다는 얼굴로 욕지거리를 내뺃고 있는 두명을 번갈아 본다.
'....사랑 싸움? 나이스바디 진화련이 나설리는 없고.. 요령없는 유아독존 시후새끼가.. 질렀구만(?)?'
대충 상황이 지래짐작했는지 강준이 한숨을 쉬었다. 영문도 몰라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리온에게 조용히 자리에 앉자는 제스처를 취한다.
리온 역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말 없이 자리에 앉는다, 강준이 그들을 관찰(?)하기 얼마 안있어 조례를 위해 선생님이 들어온다.
"...흠? 뭐지 이 어둡고 칙칙하기하고 동시에 미묘한 싸늘함과 음침한 교실의 공기는?"
"......."
숨김없이 직설적으로 교실안의 공기를 집어내시는 선생님이 학생 하나하나를 살펴보았다.
그래도 선생님 하면서 헛밥은 먹지 않았는지 교실안의 틀어진 공기가 화련과 시후, 이 두명에게서 나오다는 것을 알고는 씩, 웃었다.
어제 화련을 따로 불러내서 말한게 효과가 있었나 보다, 외관적으로도 화련의 차가움에 말하길 몇번이나 망설였지만..
'그래도 저 세명은 아니다'라는 생각에 어렵게 운을 띄운 선생님이였다. 상황이 대충 짐작이라도 갔는지 선생님은 모른척 입을 열었다.
"......흠, 특별한 사항은 없고 오늘도 힘내주길 바란다, 알다 싶히 이제 곧 모의고사가 다가오니깐 열심히 하렴, 그럼 반장~"
"차렷, 경례."
"안녕히 가세요~"
"오냐, 나중에 보자!"
뒤쪽에 앉아 심상치 않는 기운을 내뿜는 원인을 잠시 흘껴보는것으로 직접적인 터치는 가해지지 않았다.
선생님이 퇴장하고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전 까지 남은 시간에 수다라도 떨어야 하는것이 정상이건만 교실은 조용하기 그지 없다.
"......."
"어이! 이봐 진화련!! 어디가는거야?!"
강준이 상황이 지금 이런데 니가 어딜가? 하는 표정으로 화련을 바라보지만 화련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킬 뿐이였다.
앉아 있는 시후의 뒤를 지나쳐 갈때도.. 작게 그의 '씨발.'이라는 욕이 들려와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응? 화련이 어디가?"
".....옥상."
리온의 질문에 잠시 시간을 두고 대답한 화련은 더 이상은 볼일 없다는듯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매몰차다고 느껴질만큼 망설임 없었다.
쾅!!! 화련이 나가고 잠시 왠지 가라앉은 침묵에 엉덩이가 들썩일때 책상을 내려친듯한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씨발, 눈 깔아라."
순식간에 2-7반의 학생들의 고개르 책상에 쳐박힐듯 숙여졌다, 강준은 짜증스러운듯 연신 욕찌거리를 내뺃는 시후를 보며 한숨을 내뺃었다.
남들이 본다면 사람 하나 잡아 줄일듯 살벌하면서도 짜증에 기분이 저조하다는것을 알겠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남'이 보는 시선이다.
적어도 정시후 그의 친구라는 타이틀을 달면 조금은.. 아주 조금은 보인다. 지금 시후가 불안해 한다는것을,
그리고 짜증은 그 이유모를 불안감 때문이라는것일..
강준이 혀를 낮게 차며 반을 들어오다 분위기에 흠짓 놀라 굳는 여자 선생님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하하, 선생님. 신경쓰지 마시고 수업하죠~"
*
혼란스러운것은 화련도 마찬가지 였다. 이상하게.. 자신 스스로가 생각해도 이상하게.. 심장이 뛰었다.
단 한번이 아닌... 정시후 그를 볼때마다 심장이 뛰었다. 이상하게 말이다. 그 반응이 너무 생소해서, 생소하기에 무서워서..
오늘 아침에도 정시후 그가 일어나기도 전에 도망치듯이 학교로 향한건지도 몰랐다.
전에 가운을 입고 그가 실수로 자신을 깔아 눞혔어도, 몸을 가려주던 가운이 거의 벗겨졌을때도.. 심장은 뛰지 않았다.
오히려 머릿속까지 싸늘한 느낌이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도 않은 그 시간동안 자신의 심장은 변덕을 일으켰다.
"....피곤하군, 낮아, 밝아.. 내게 어울리는 곳이 아니야."
신세한탄 처럼 입에 흘러나온 말에 화련은 자조가 섞인 웃음을 짓고는 무릎을 끌어 안았다.
평상시라면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앉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왠지 벽에 등을 기대고 그림자에 몸을 맞겼다.
너무.. 밝았다, 그림자도 연한 회색빛이기 짝이 없었다, 여기는.. 자신이 원하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쉴곳이 없었다.
바람을 자유로이 맞이 할 수 있는 높은 곳도, 자신이 존재하는 세상이라는것을 와닿게 만드는 까만 하늘에 간혹 박혀 있는 별도..
검은 하늘에 찬란하게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아름다운 달도.. 없다.
"...유(有).."
....뼈속까지 파고 드는 고독감에 몸서리 쳤다. 언제나 자신이 힘들때면 귀신같이 나타나 자신을 안아 주더.. 소중한 친구이자
나의 오빠이자, 동생이자, 연인이자.. 나의 나만을 위한 기사(Knight).
그의 존재를.. 이렇게 실감할 줄이야...
"후훗, 한심해.. 한심해.. 묘월, 진화련..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그깟 보잘것 없는 감정에.. 왜 이리 감정적이 되어 버리는 거냐..
왜 이리.. 아파하는 거냐, 무엇을 헷갈려 하는 것이냐.. 무엇을..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냐.. 답은 정해져 있건만.."
그래... 답은 정해져 있다. 그래도 알 수없다면.. 확인해 보면 된다..
화련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따사로운 햇볕이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파고 들어야 했지만.. 누군가의 큼지막한 덩치에 가려 그 빛을 잃는다.
*
강준은 낮은 한숨을 쉬었다, 반 분위기는 아까보다 더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3교시가 시작되도록 시후의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비어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입한번 열지 않고 싸늘한 기운을 뿜어 내는 시후 때문에 선생님도 자습이라는 명목하에 도망 가기 바빳다.
적어도 선생님은 교무실로 도망이라도 가지, 갈 곳없는 2-7반 학생들만 선생님께 살려달라는 눈빛을 보내고도 구조받지 못해
시후의 살기에 무방비로 노출되 덜덜 떨며 책상에 머리밖을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만 가보지 그러냐."
"......."
강준은 시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자존심만 드럽게 쎈 놈같으니.. 여자 후려치는 솜씨는 예술이면서 연애에는 말짱 꽝일줄 누가 알았는가?
"너랑 진화련이랑 자존심 대결하냐? 내가 생각하기엔 말이다, 진화련 입에서 '시후야아~ 우리 친하게 지내~'이런 말이 떨어질려면
하늘에 붙어 있는 별이 지구로 우두두두두둑!! 떨어지는 일이 있어도 불가능한 일이야."
3교시 동안 뒷문에서 떨어질줄 모르던 시선이 그제서야 강준으로 향했다, 강준은 일단 시선끌기에 성공했다는듯 빙그레 웃었다.
"......그게 뭐 어쨌다고."
"...이봐, 정시후. 우리 조금만 솔직해 지자고~ 너랑 내가 일이년 친구냐? 응? 솔직히 까봐라. 무슨 말인지 몰라도.. 니가 잘 못한 일이지?"
강준의 물음에 시후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미묘하게 찡그려 지는 시후의 인상에 강준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생각과 함께 입가에 웃음을 달았다.
"얌마, 진화련은.. 여짓것 너한테 앵기던 골빈 기지배들과 달라."
"알아."
"알면.. 똑같이 행동하면 안되는거야."
"........"
"....가봐라, 옥상이라잖아. 가끔은.. 굽힐줄도 알아야 하는거다, 이 연애 초보놈아."
마지막 연애 초보놈아 라는 말에 2-7반에 헉! 하는 소리가 동시다발도 들려왔지만 시후는 그것조차 듣지 못했다는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여짓것 한참을 노려보던 뒷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강준을 향해 낮게 으르렁 거리는것도 잊어 주지 않는다.
"...씨발, 서강준. 죽고 싶은 모양이지? 누가 초보라는거냐."
"옥상인거 알지? 초보씨?"
"....씨발."
그래도 가는게 급했는지 박차고 교실을 나간다, 쌩하고 교실창문에 달리고 있는 그의 신형이 얼핏 비친다.
"쿠쿡,"
"......강준아, 사악해 보여.."
"그러는 이리온 니가 할말은 아닌데?"
"응응? 뭐어어어어얼~? 리온인 아무것도 몰라요오오오~"
"큭, 나보다 행동이 빠른주제... 그래 새꺄, 니 면상 순박하다."
"응, 알아. 누나들이 리온인 착하댔어~"
사악한 미소가 감도는 강준의 얼굴에 비해 리온의 얼굴은 강준을 악마라 비유 했을때 그와 반대된 천사라 해도 어울릴법한 순진한 미소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시후가 열어놓은 뒷문으로 고개를 빼꼼해 내밀어 아무도 없다는것을 확인하도 시후가 사라진 방향으로 발걸음을 조심히 옮기는 모습은..
강준, 그가 말했듯이... 행동하나는 끝내주게 빨랐다.
"강준아!! 빨리!!"
"아아, 이 귀한 장면은 놓칠 수 없지. 가자! 이리온!!"
"응!!"
정말.. 끼리끼로 논다.
한편... 강준과 리온이 누군가가 남겨놓은 꼬리를 밟고 쫒아가고 있다고 한다면.. 그 누군가의 꼬리의 주인 시후는 계단을 3~4칸씩 성큼성큼 오르고 있었다.
다리가 긴만큼 계단은 금새 끝을 보였다. 옥상에 도착해 잠시 숨을 골랐다. 천하의 정시후가 그곳까지 올라오는데 숨이 찰리 없었다.
다만 묘한 떨림에 숨이 계속해서 흐트러 졌다. 가깟으로 숨을 고르고는 시후는 옥상문을 열었다.
그늘지게 할 건물이 없는 넓은 옥상 콘크리트는 따사로운 여름 햇살에 바닥부터 아지랑이를 뿜어 낸다.
에어컨이 빵빵해 시원하기 짝이 없는 건물안과 다른 환경에 뜨거운 공기가 시후의 폐와 심장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럼에도 눈은 끊임 없이 화련을 찾았다, 난간에도 텅텅빈 옥상에도 그녀는 없었다. 쿵, 하고 심장이 울렸다.
불안감이 커다란 파도처럼 시후를 덮쳐 왔다, 불안감. 혹시.. 여기에 없는 것인가..?
욕을 뺃을 새도 없이 시후는 등을 돌렸다. 옥상을 나갈려는 그의 발걸음 알아 차린것인가?
그의 등을 빼리듯이 거센 바람이 다급한 마음을 알렸다. 시후가 발걸음을 멈추곤 커져버린 동공으로 천천히 몸을 돌린다.
바람사이로 섞여 들어온 익숙한 냄새.. 자신도 쓰는 샤워 코롱 냄새와.. 시원한.. 향기, 바다향기..
벽을 손으로 쓸면서 천천히 그는 몸을 돌렸다, 문 바로.. 옆에 있는 줄.. 왜 몰랐을까.. 설마.. 사각지대에 있을 줄이야,
진화련, 너 답다. 시후는 차가운 시멘트의 촉감을 느끼며 벽이 꺾어진곳에서 천천히 몸을 꺾었다.
바람에 우주같은, 마치 블랙홀같은 시선을 빼앗는 그녀의 아름다운 검은 머리가 허공에 두둥실 떠있었다.
벽에 등을 기댄채 엹은 그림자에 몸을 맞긴채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시후는 발걸음 소리 나지 않게 그녀의 앞에 섰다.
여전히 띄여지지 않는 눈이.. 마치 기다렸다는듯 검은 눈동자를 토해낸다, 사파이어가.. 그립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
"....진.. 화련.."
"......."
"...전에.. 그일말이다.."
시후가 어렵사리 운을 띄웠다, 흔들림 없는 무심한 눈동자가 시후에게 박혀 있었다.
"...미안."
결국 이을말을 찾지 못했다는듯 시후가 사과를 건낸다. 찾아온 침묵속에서 시후는 침이 바삭바삭 마르는것은 느꼈다.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여 주던가 화를 내던가.. 오히려 저 무심한 듯한 눈동자로 자신만 응시하고 있으니.. 답답하면서도 불안했다.
드디어 붉은 입술이 달싹이자 시후는 바삭 긴장 했다.
"...어째서.. 니가 내게 사과 하는거지.."
"...왜.. 냐니, 내가 잘 못 했으니까지."
"니가 잘못한것이였나.."
"......아마도?"
"...확연치 않은 대답이였군, 그렇다면 대답해주마. 사과할필요 없다."
"무슨 소리야?"
"미안할 필요도 없다, 아무렇지 않았다."
".....분명 그때는.."
"그저 혼란스러웠을 뿐이다."
이해안된다는듯한 표정의 시후를 내버려 두고 화련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시후에게 다가가면서 손을 뻗었다.
손을 빤히 보다가 화련을 바라본다, 그럼에도 점점 다가오는 손길을 피하지는 않는다.
어느덧 닿을듯 다가온 가느다란 하얀 손에 시후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쳤다. 유유하고 느릿한 자태에 애타 미칠것만 같았다.
닿을 법한 손이.. 시후의 몸을 지나친다, 시후의 몸이 빳빳하게 굳고 동공이 이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커졌다.
심장이 방망이 질을 시작한다, 짜릿짜릿한 전류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전된듯 퍼져 나간다.. 그 무엇보다 비교 되지 않을 만큼..
약간의 서늘한듯하면서도.. 따뜻한 체온이.. 가슴에, 심장에 느껴진다는 사실에.. 시후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자신을 지나친 손은 시후의 등으로 향했다. 등을 감싸고 조금은 세다고 느껴질만큼.. 자신은 껴안겨 졌다.
진화련 그녀에 의해 다가온 그녀의 몸이 맞닿고 그녀가 고개를 시후의 어깨위에 묻고는 심장에 자신의 심장을 가져다 대었다.
물컹하고 그녀의 가슴이 시후의 교복위에 색정적으로 다가왔다. 어디선가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린것 같았지만 시후는 끊어질것만 같은 이성을 붙잡느라 신경쓸 틈이 없었다.
한동안 그러고 있자 조금 용기가 생겼는지 뻣뻣하게 굳은 몸이 풀리자 시후는 조심스럽게 팔을 들어보았다.
저 가는 등을 안기를 원하는 팔이 뇌의 명령을 어기고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그녀의 가녀린 등은 안든듯한 포즈를 취하자..
"...아..."
시후는 자신도 모르게 아쉬운듯한 목소리를 냈다, 품에서 체온이 식어간다. 공명하던 심장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그 짧은 순간이 환상이 아니였다고 증명해주는것은 열열히 뛰고 있는 자신의 심장, 식어가는 체온, 바람에 흐터지는 향기 였다..
"....왜.."
그것은 시후에게 묻는게 아니였다, 화련이 화련 자기 스스로에게 묻는 말. 스스로도 궁금하다는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시후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번득, 정신을 차렸다.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난다..
뒷통수에 꽂히는 따가운 시선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더니.. 난처한듯 웃고 있는 두명을 보며 그는 팍! 인상을 썼다.
"하하!! 시후야.. 아, 안녕?"
"끄응!! 강준아!! 준아!! 내려와!! 준이 무거워!!!"
"아아, 미안."
리온을 짓누르던 몸을 일으키자 리온이 살았다는듯 팔딱팔딱(?) 거리던 것을 멈추고 숨을 몰아 쉬었다.
"....씨발, 이것들이.."
"하하! 뭘 그래, 짜샤. 이정도는 알고 있었을거 아니야? 흐응~ 설마.. 중요한 순간을 방해해서.. 화.나.신.건.가?"
"씨,씹!! 누, 누가!! 그리고!! 뭐가 중요한 수,순간이야!!"
"어라? 시후야. 그럼 서로 찐한 포옹이.... 히익!! 딸꾹!"
"....아가리 다물어, 이리온!!"
살벌한 기세에 금세 꼬리를 마는 이리온을 보며 시후는 속으로 안도의 가슴을 쓸어 내렸다.
또 다시 얼굴이 화끈거리는것만 같아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곁눈질로 화련을 훔쳐보다가 시선을 딱 마주쳤다. 왠지 속에서 낮간지러운것을 이기지 못하고 그가 쌩, 하니 고개를 틀었다.
화련은 때마침(?) 찾아온 두명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다른 반응이였다. 그렇다면.. 동등한 조건에서 '실험.'을 해보는 수 밖에..
"...서강준."
"크큭!! 정시후 너 설마.. 얼굴이... 빨... 응? 화련......!!!!!"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니, 니눈엔!! 저 뒤에 있는 저승사자가 보이지 않냐?!!! 죽고 싶지 않다고!!!!'
소리없는 아우성을 그녀가 들어줄리 만무했다. 시후를 놀리고 있던 강준을 불러 시선을 끈다음 시후처럼 껴안은것은 순식간이였다.
벗어날려고 발버둥치는 강준은 완력(;;)으로 누르며 차갑게 가만히 있으라고 주문까지 한다.
물컹한 가슴이 맞닿자, 강준의 짧은 신음소리에 시후의 눈이 살벌해진것은 두말할리 없었다. 잠시 그대로 행동을 멈추었던 화련이 천천히 몸을 띄웠다.
"...씨발, 진화련.. 너 지금 뭐하자는.."
"우아아아앗!! 화련아!!! 화련아!!! 리온이도!!!!! 안아줘어어어어어!!!!"
우렁차다 못해 확성기에 대고 말한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리온의 목소리에 이상하다는듯 갸우뚱 거리던 화련이 리온에게 손을 뻗었다.
그 손이 닿기도 전에 리온이 폴싹! 하고 화련의 품에 뛰어 들어가 그녀의 등에 손을 감고 허리를 약간 숙여 좋다는듯 부비부비 한다.
그저 아까처럼 가슴을 맞대고 가만히 있던 화련이... 손을 조금 움직여.. 애교부리는듯한 리온의 등을 작게 토닥이던 모습에 시후의 눈빛은 더없이 차갑게 식는다.
"...이제, 떨어져."
"헤헷, 싫어! 리온인 화련이 품이 좋... 우엣!! 가, 강준아!! 리온이 목!! 아파!!"
"이 병신아!! 쉿!!! 쉿!!! 시, 시후야!! 하하;; 아, 알다 싶히.. 이 놈이.. 조금 바보같잖아? 안그래?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마!"
떨어지라는 말에 싫다고 더 부비부비 하던 리온의 카라를 잡고 뒤로 끌어 시후를 향한 눈짓을 주자 겁먹은 리온이 강준의 말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인다.
그럼에도 식은 눈동자는 변함이 없었다, 그 둘을 향하던 시선이 화련을 향하고 강준과 리온을 겁먹게 만든 눈빛은 화련의 앞에선 하찮은 애들 장난일 뿐이였다.
".....진.화.련."
"...역시.. 착각이였나.."
"뭐..?"
"아아, 아니다.. 그저.. 내가 잠시 착각한거 였나 보다."
심장이 뛰지 않았다. 그랬다. 정시후를 껴안았을때도.. 서강준을 안았을때도.. 리온이 폭삭 안겼을때도.. 심장은.. 반응이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 화련 그녀의 착각이란 말뿐인데.. 무언가의 동요로... 심장이 뛰었다는것이였다.
"...씨발, 뭐라는 거야."
"......."
대답없는 화련을 보던 시후가 손에 들리 불만붙인 새담배를 비벼끄고는 그녀의 가는 팔을 끌어 안고는 품에 넣었다.
뜻하지 않은 행동에 끌려오면서도.. 반항없이 품에 안긴다. 아까 하지 못했던.. 그녀의 가느다른 등을 팔로 가두듯 감쌓다.
그제서야 만족감이 밀려온다.. 맞다은 심장이.. 기분좋다는듯 울려온다.
*
가지각색의 목적을 가지고 한국으로 귀향하는 비행기에 탄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美를 가지고 있는 소년에게
스튜어디스들은 연신 눈을 힐끔거렸다, 스튜어디스들뿐이 아니라 기내에 탑승중인 여성들도 예외는 없었다.
몽환적인 외모, 사라질듯 하면서도 눈앞에 존재하는 신기루(蜃氣樓)같은 사내, 풀린듯한 허공한 눈은 환상을 쫒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하늘위의 멋드러운 하늘색 구름을 작은 창넘어로 바라보는 눈에는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이 묻어 났다.
파스톤빛 하늘색, 가끔.. 그녀의 눈이 이런색을 띄울때가 있었다. 반짝이는.. 푸른 하늘색을..
소년은 다시 시선을 돌려 자신의 무릎위에 놓인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았다.
긴 검은색 머리가 아름답게 검은 하늘에 수놓아져 있는 하얀 얼굴을 가지고.. 사파이어빛 보석을 달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에게로..
그리고 그 소녀의 모습 옆에 조그마한 창이 띄여져 있었다.
'정진고등학교... 2-7반 진화련.'
그외에 이것저것 쓰여있는것은 분명 개인신상정보 였다. 소년은 다른 글엔 눈빛 조차 주지 않았다.
이것으로.. 충분했다. 이것만 알고 있으면 된다, 이 정보의 진실은.. 자신이 직접가서 확인하면 되니깐..
소년은 화면의 여자를 바라보다 자신의 목에 걸린 팬던트를 손에 올려놓았다. 그녀를 눈을 닮은 사파이어를 살짝 누르자
팬던트 안에 작은 초승화가 모습을 들어낸다. 희미하지만.. 어린 소녀의 모습, 긴 검은 머리가.. 반짝이며.. 파란 바닷빛 눈동자를 살짝 접은 순수한 모습.
흡사 노트북 화면을 차지한 달을 소녀와 닯아 있었다. 어린소녀의 미소를 빼다박은듯한 달의 소녀 역시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소년은 그 어린 소년의 모습을 보며 예쁘게 눈을 접고는 이내.. 자신의 살구빛 입술을 떨어트린다.
"....련, 내가.. 너에게.. 다가간다.. 나의 아름다운.. 공주여(princess)."
아련한 목소리가 꺼질듯 아련하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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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헹~ㅜ
새, 새벽 두시에!!
소설쓰다가.. 대마왕(아부지)에게 걸렸어요..!!!
저.. 엄청 혼났어요!!
으엥~! 고 1은 원래 이렇단 말이예요~!!<아빠에게 하고 싶었던말..;;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月의 사랑찾아 삼만리」[23]
다음검색
첫댓글 아아...맞아요 꼰대한테 걸리면.........죽는거에요..ㅋㅋ
.....그렇죠ㅇ-ㅇ!! 죽음이예요!! 저 다음날.. 진짜 마니 혼났어요..ㅜ 다행인것은.. 헤헷, 컴퓨터 비번이 안바겼다는거예요!! 아빠 약속있을때 몰래 하구 있어요>ㅁ<!!!
좀..짧지만,재밌네요!!저두 꼰대새끼(아악!!아빠!!죄송함다~!)한테 걸려서 2달동안 컴터를 못 했답니다.그나저나..하서인가요?유?으음..누구죠?
.....걸리면.. 그냥 국물도 없는 거예요...ㅜ-ㅜ.. 흑, 대마왕... 흐음, 과연 하서 일까요? 유? 일까요오오오오오? 정답은..두구두구두구!!!! 다음편에>ㅁ<!!!!<퍼퍽!!!
재밌어요>_< 제목이바껴서 찾는데 힘들었지만;; 며칠못봤더니 제목이 바껴서 찾기 힘들었다죠?ㅋㅋ 빨리담편보고싶어요>_<
어머? 공지 못보셨나와요>ㅁ<! 헤헷,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하구요~ 다음편은... 대마왕이 없는 그날을....기다리셔야 할듯..-_-;;
꺄욱~ 재미있어요오~글구 화련을 찾는 그는 하서인지 유인지요오? 담편기대할께요오~~
과여어어언!!! 누구우우우우울!!! 까요? 물론 비밀이예요>ㅁ<!! 왜 안알려 드리냐면요.. 전... 삐뚤어 지기로 결심했으니깐요!!
한동안 못들어왔어요ㅜ_ㅜ 마지막에 한말이 하서인?하서유?ㅇㅅㅇ에에 패스패스>_< 다음편도 꼬~~~>ㅁ<
헤헷, 누굴까요오오오오? 누굴까요오오오오오오? 담편은.. 언젠가..ㅜ-ㅜ;;
하하, 맞아요오, 완전 동감이라니까욧! 히힛 다음편두 기대욧!
어머어머>///< 부끄럽잖아요.. 아잉~<퍼퍽!> 쿠, 쿨럭...ㅜ-@..자세한.. 건.. 다음편에.. 쿨럭!<피토하구 쓰러진다ㅇ-ㅇ..;;; 나, 죽는거야?!!
오호...진전이 빨리 됐으면...
....그게 문제예요!! 제 소설은.. 조금 느리다는거..ㅜ
쿠, 쿨럭.. 이제야 돌아온.. 몹쓸.. 묘운.. 면목이 없사와여..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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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싸이 안해요..ㅇ-ㅇ.. 가입이 안돼요.. 다음아이뒤로 할 수 있다는데. .예전해 해봤는데 안돼네요..;;
노코멘트으으으으>ㅁ<!!! 비밀이죠!!
다음편.기대.훗.
훗, 삐뚤어지기로 결힘한 묘운의 소설... 언제 나올까나..요..?
잼있어 담편이 기대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