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 코리안엔드게임 ◈ 지은이 : 셀리그해리슨
◈ 옮긴이 : 이홍동외
◈ 출판사 : 삼인
◈ 출판일 : 2003년 04월 10일
◈ 페이지수 : 581 쪽
반디북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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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지의 동북아시아 지국장으로 활동하면서, 김일성 주석과 4번의 만남, 7번의 북한 방문을 했던 셀리그 해리슨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한반도 안보 문제를 조명했다. 특히 2002년부터 본격화된 2차 핵위기와 같은 안보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헤친다. 북한 핵과 미사일,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남북한간의 화해교류와 통일 과정, 북미관계, 군축과 평화체제 구축, 북일관계와 같은 문제들이 우리의 현대사에서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으며,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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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역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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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 셀리그해리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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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1954년 AP통신 남아시아 특파원으로 활동했으며, 1962~1965년에는 뉴델리에서 [워싱턴포스트] 남아시아 지국장을 6년 동안 두 번이나 지냈고, 1968년부터
1972년까지는 도쿄에서 [워싱턴포스트]동북아시아 지국장으로 활동했다. 1972년
미국 언론인으로서는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들어가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1992년 6월 네 번째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는 김일성을 3시간 동안 면담해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이 외교적 경제적 제재를 해제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당시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그는 김일성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북한을 독자적인 취재 영역으로 확보했으며 2001년 6월까지
모두 일곱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에 대한 해리슨의 역할은 과거 중국을 바깥 서방 세계와 연결한 언론이 에드가
스노우의 역활에 비견할 만하다. 1980년대에 [워싱턴포스트]를 그만둔 그는 브루킹스연구소와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을 거쳐 국제정책연구센터의 국가 안보프로그램
책임자,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 선임연구원, 세기재단의 한국관련 프로젝트 책임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한반도에 관해 쓴 사실상 첫 저서이자 35년에 걸친 그의 취재와 연구 활동을 총결산한 <코리아 엔드게임>외에도 50년 동안 취재하고 연구해
온 결과를 담은 중국과 인도,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네 권의 저술을 갖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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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 이홍동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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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 대학 경영학 석사학위(MSBA)를 받았다. 서울신문과 한겨레신문에서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기자를 지냈으며 현재 한겨레신문 남북관계부 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태호 -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개발연구원을 역임했다. 한겨레신문 민족국제부, 정치부, 남북관계부 등에서 남북한 문제를 취재하였으며 현재 남북관계부 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류재훈 -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한겨레신문
국제부, 문화부, 정치부를 거쳐 현재 남북관계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훈 -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한겨레신문 사회부, 정치부 등을 거쳐 현재
남북관계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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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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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자들에게
옮긴이의 말
개관 : 미국과 한반도
1부. 북한은 붕괴할 것인가?
2부. 통일, 미뤄진 꿈
3부. 미국의 탈개입을 향하여
4부.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위하여
5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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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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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 <코리안 엔드게임> 셀리그 해리슨
이른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서양의 편견과 선입관에 의해 동양의 실체가 제멋대로 ‘그려짐’을 뜻한다. 그래서 서양인의 머리 속에 그려진 동양은
항상 비정상적이고 전근대적이며 덜 이성적이다. 그런데 서양의 북한 연구 또한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미국의 북한 연구에서는 조지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항상
북한은 나쁘거나 미쳤거나 비합리적인 행위자로 묘사되고 따라서 ‘악의 축’으로
확신되는 북한에게 미국정부가 취할 정책은 강압과 봉쇄, 그리고 붕괴를 통한 정권교체 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 리 없다. 지금 현안이 되고 있는 북핵문제가 대화와 협상으로 말끔히 해결되지 않는 것도 사실은 미국 내 북한연구의 오리엔탈리즘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척박한 북한연구 풍토에서 셀리그 해리슨의 저작이 출간된 것은 가뭄에 단비
격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한반도 전문 연구자로서 한국과 북한을 수차례 방문했던 해리슨이 그 동안의 취재와 연구 결과를 묶어 한반도 관련 단행본을 펴냈다. <코리안
엔드게임>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책은 무엇보다도 미국 내 북한연구의 고질병이었던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해리슨은 이 책에서 한반도의 거의 모든 안보현안들, 곧 북한 핵문제, 주한미군, 남북통일, 북미관계, 군축과 평화체제 등을 다루면서 미국의 시각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주장했던 기존 연구와 달리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는 관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해리슨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진단은 우선적으로 북한이 나름의 합리성과 명분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출발하고 있고 이는 곧바로 북한연구의 오리엔탈리즘을 해소하는 전제가 된다.
따라서 해리슨이 한반도 안보현안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먼저 북한의 안보위기, 곧 ‘상시 포위 심리’를 해소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호전성과 대량살상무기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핵전력과 주한미군의 존재가 북한으로 하여금 안보위협을 느끼게 하고 그 반작용으로서 북한은
군사적 대응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서면 당연히 지금의 북핵문제 해법도 미국이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야 하고 협상을 통해 북한의 ‘피포위 의식’을 해소해 주면서 동시에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해야 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지금이라도 미국은 북한을 ‘법정의 피고인’이 아닌 ‘협상의 파트너’로 대해야
한다는 해리슨의 지적은 그만큼 통렬하다. 지난 2월 해리슨과 커밍스 등 28명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공동작성한 ‘한반도 보고서’의 내용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해리슨의 이 책이 북한 추종의 맹목적 친북주의로 흐르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의 현실과 향후 통일과정을 언급하고 있는 해리슨의 태도는 냉정하기까지 하다. 해리슨은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산산조각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동시에 북한의 불가피한 변화를 주문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의 실패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향후 통일과정에 대해서도 해리슨은 결국 남한 주도의 통일을 부인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연방 혹은 연합의 느슨한 자율적 결합체가 가장 합리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미국 내 북한연구의 오리엔탈리즘을 반성하게 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대한 현실적 인식과 전망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매우 어려운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해리슨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장대한 구상을 밝히면서 오히려 그것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절대적으로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결론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이른바 미국의 ‘탈개입’(disengagement), 곧 평화로우면서도 점진적인 미국의 한반도 탈피전략이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이해를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탈냉전 시대 미국의 동아시아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주는 합리적 대안임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를 떠나라는 소리로 들리는 해법을 제시하면서 그것을 미국의 국익과 연관지어 긍정적으로 설명하는 그의 논법은 그래서 더욱 돋보이고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가 미국의 한반도 탈개입의 과정으로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비핵 중립국’의 남·북한을 상정하고 있는 부분은 구체성과 현실성에서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다.
비록 소수이지만 미국 내에 해리슨과 같은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대북인식이 존재하고 있음은 분명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언급하고 있는 미국의 탈개입은 아직 먼 훗날의 일이고 지금 당장 봉쇄와 압박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부시 행정부 아래서는 탈개입 이전에 과거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의 ‘대북 포용’(engagement) 정책마저도 그저 아쉽기만 하다.
/김근식(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동아일보 : [인문사회]'코리안 엔드게임'…한반도 평화 해법
북한 핵문제로 불거진 한반도 위기국면이 반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망령처럼 되살아난 핵 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의 근원적 해법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이 최근 35년의 취재와 연구활동을 총결산한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전쟁의 공식적 종결이야말로 한반도 평화 구축의
첫걸음이라는 평소 지론을 재확인했다.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그 협정에 한국이 찬성한다면 한반도에서 군사적 적대관계가 종식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해리슨은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탈개입(Disengagement)’을 주장한다. 미국의 성공적 탈개입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목표로 삼아야 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중립화와 비핵화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탈개입 프로세스는 이렇다. 첫째로
북-미대화를 통한 관계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 둘째로 남북한 군비감축과 주한미군의 점진적 철수, 마지막으로 안전장치로 주변 4국의 한반도 중립화와 비핵화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폭넓은 한반도 안보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적으로 동북아의 평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내다볼 수 있으려면 한반도 주변국간의 각축이 배제되어야 한다.
문제는 역시 주한미군이다. 해리슨은 주한미군은 남북한 평화의 ‘성실한 중재자’가 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그의 입장과 다르다. 9일 국방부에서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회의는 50년 동안 지속돼 온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에 대해 합의했다. 공동발표문의 내용은 한반도 안보에서 한국의 역할 증대와
함께 ‘주한미군의 동북아 역내(域內) 안전에 대한 기여 강화’에 초점이 모아졌다.
이는 주한미군의 성격이 북한 남침에 대한 억지 전력 차원에서 동북아 균형자로의 역할 확대를 의미한다.
해리슨은 미국 조야(朝野)에 북한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미국의 편견과 그릇된 대북
인식을 설득하는 몇 안 되는 북한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냉전 종식 후 미국은
이방세력에 협력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협상에서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그의 논지는 “미국 대외정책의 문제점이 이방세력들과 협력하려 하지 않는 데 있다”는 ‘뉴욕 타임스’ 기자 출신인 리언 시걸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미국은 핵보유 유혹에 사로잡힌 국가에 그들의 절박한 안보문제와 조건부 호혜주의를 결합한 ‘외교적 상호주의’ 전략을 구사해서 핵보유 시도를 포기하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며, 북한 핵문제 대응방식도 마찬가지다. 해리슨은 북한의 핵·미사일 선택권은 최종적으로 미국이 완전한 관계정상화에 나서고 더 이상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할 만한 태세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한꺼번에 최종적으로’ 포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경제제재 해제는 북한 개방의 열쇠다.
그러나 한반도의 ‘막판 게임’을 위한 해리슨의 제안은 미국 내 주류 정통파의 세계패권전략에 대한 접근방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들은 한반도의 탈개입을 통해
미국의 국익이 보장될 수 있다고 여길까? 미국이 중동지역과 동북아지역 두 축을 중심으로 21세기 세계전략을 기획하고 있다면 한반도 문제를 미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의 틀 위에서 조망하는 접근법도 기대된다.
/조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선일보 : [책마을] 前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한반도 해법’
올해 일흔여섯인 셀리그 해리슨 전 워싱턴포스트 도쿄 지국장은 1972년 첫 방북 취재를 한 이래 일곱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코리안 엔드게임(Korean Endgame)’은 지난 35년간에 걸친 해리슨의 한반도 관련 취재와 연구를 총결산한 저서. 좁게 보면, 북한 핵 위기의 해결방안을 모색한 것이고, 시야를 넓히면 한반도 분단 체제의 해소를 제시한 작업이다.
5부로 이뤄진 저서를 통해 해리슨은 먼저 한반도, 특히 북한이 현재에 이르게 된 역사적 과정과 연방제 또는 국가연합 형태의 통일방안을 설명한다. 이어 남북한의 군비감축과 미군철수 방안, 핵·미사일·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해법, 한반도 중립화를 위한 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변 강국들의 협력 방안을 제시한다.
해리슨의 주장은 명확하다. 남·북한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려면 미국이 북한과 화해해야 한다는 것. 미국은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해서 종국적으로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남·북한은 군비통제 협상에 착수하고, 주한 미군은 단계적으로 철수한다. 이런 미국의 탈개입은 한반도의 비핵화, 중립화를 최종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비핵화·중립화한 한반도는 미국의 이해에 부합한다는 것. 주한
미군이 존재하는 한, 북한은 안보위협 때문에 핵 개발 유혹을 뿌리칠 수 없고, 북한의
핵 보유는 남한과 일본의 핵무장으로 확산된다는 얘기다. 동북아 전체가 핵 무장하는
것은 미국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1994년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동결시키기 위해 미국과 북한이 체결한 제네바
핵합의에 대한 해리슨의 해석도 흥미롭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 관리들은 이 합의의
핵심조항이 실행되기 전에 북한이 붕괴하고 남한에 흡수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제네바 핵합의 2장 1절은 6개월안에 조건없이 양쪽이 무역·투자와 관련한 장벽을
줄이는 조처를 취한다고 돼있으나, 미국은 2000년 6월까지 무역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미국과의 완전한 관계정상화와
한국전쟁 종식에 대한 약속을 담은 제네바 합의의 실천을 기대하고 이후 4년간 핵 동결과 미사일 실험을 연기했으나 미국의 계속된 합의 불이행으로 미사일 실험에 나섰고, 핵 프로그램 재개를 경고하고 나섰다는 것.
해리슨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미국 정부를 향해 있다. 북핵 문제나 한반도 분단체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먼저 나서야한다는 것. 문제는 이라크 전쟁 승리 이후의 미국이 핵과 미사일로 좁게는 주한 미군, 넓게는 동북아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는 북한에 대해 선선히 손을 내밀까 하는 의문이다. 해리슨이 이런 방안으로 미국 정부를 설득해낼 수 있으면 다행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반도의 중립화같은 그의 이상적 해법을 우리가 대안으로 내놓기에는 국제 현실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 것 같다.
남·북한을 바라보는 해리슨의 균형감각도 도마에 오를 법 하다. 평양은 군비 감축을
원하는데 서울은 원하지 않는다든지, 남한이 예전의 이승만처럼 무력 통일을 기도해서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미국
관리의 사견을 앞세우는 대목 등이 그렇다.
/김기철 기자
한국일보 : "미국은 이제 한반도서 손떼라"
북한 핵 문제와 한미 동맹 관계를 놓고 미국 보수 논객들의 무책임한 주장이 ‘레드
라인’을 넘고 있는 가운데 시각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책이 하나 나왔다. 미국의 원로 언론인이자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의 ‘코리안 엔드게임’(Korean
Endgame)은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 불사와 주한 미군 철수 주장 등 감정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보수 논객들의 입장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미국의 탈 개입(Disengagement)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전략’ 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미국이 통일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통일은 결국 남한 주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데 동의하면서 그 과정에서는 연방
또는 국가연합 형태가 가장 합리적이라는 견해를 제시한다. 또 미국의 탈 개입은 한반도 안정과 남한의 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평화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상정한 통일 한반도는 비핵ㆍ중립화한 한국이다. 그는 자신의 한반도 문제 해법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지적을 십분 의식한 듯 미국의 탈 개입과
한반도 통일이 안보 불안을 야기하지 않고도 달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미국은 북한과 대화하고 관계를 정상화한 뒤 북한을 안보 위협에서 해방할 수
있는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또 이와 병행해 남북한은 군비 감축 협상을 본격화하고 주한 미군은 그에 맞춰 철수하면 된다고 제시한다. 미국의 탈 개입이
완성되면 한반도는 비핵ㆍ중립화를 이룰 수 있고, 주변 4강인 미ㆍ일ㆍ중ㆍ러가 이를 보장하는 이중의 장치를 갖추면 한반도 문제는 최종적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비핵ㆍ중립화한 통일 한국은 미국의 이해에 부합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북한이 핵 카드를 가지고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고, 주한 미군이 인계철선 역할을 하며 전쟁 억지력으로 존재하는 현실에서 저자의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지는 의문이다. 또 세계 유일의 초대강국인 미국이 진정으로 한반도 중립화에 동의할지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당장 부시 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고,
김정일을 대화 상대로 보지 않고 있다.
저자는 실현 가능성과는 별도로 미국은 북한과 진지하게 협상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강조한다. 그는 부시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강하게 비판한다. 대북 강경책은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전향적 협상을 하면 적은 비용으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고 충고한다.
저자는 1994년 네 번째로 평양 방문에서 김일성 주석을 세 시간 동안 면담,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이 외교ㆍ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절충안을 제시해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제네바 북미 협상 때는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저자의 주장은 남북한과 미국을 등거리에서 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일각에서 그는 친북 성향이 농후하다고 지적하지만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가운데 이런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서 중요하다. 그는 한국 독자들에게 보낸 서문에서 자신은 한반도 분단에 대한 미국의 역할에 깊은 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규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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