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초대
주님께서는 에제키엘 예언자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정결하게 하시어 새 마음을 주고 새 영을 넣어 주겠다고 하신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를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임금에 비길 수 있다시며,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영을 넣어 주겠다.>
▥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36,23-28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23 “나는 민족들 사이에서 더럽혀진,
곧 너희가 그들 사이에서 더럽힌 내 큰 이름의 거룩함을 드러내겠다.
그들이 보는 앞에서 너희에게 나의 거룩함을 드러내면,
그제야 그들은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24 나는 너희를 민족들에게서 데려오고 모든 나라에서 모아다가,
너희 땅으로 데리고 들어가겠다.
25 그리고 너희에게 정결한 물을 뿌려, 너희를 정결하게 하겠다.
너희의 모든 부정과 모든 우상에게서 너희를 정결하게 하겠다.
26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 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
27 나는 또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가 나의 규정들을 따르고 나의 법규들을 준수하여 지키게 하겠다.
28 그리하여 너희는 내가 너희 조상들에게 준 땅에서 살게 될 것이다.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되고 나는 너희의 하느님이 될 것이다.”
복음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2,1-14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여러 가지 비유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1 말씀하셨다.
2 “하늘 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
3 그는 종들을 보내어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을 불러오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오려고 하지 않았다.
4 그래서 다시 다른 종들을 보내며 이렇게 일렀다.
‘초대받은 이들에게, ′내가 잔칫상을 이미 차렸소.
황소와 살진 짐승을 잡고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어서 혼인 잔치에 오시오.′하고 말하여라.’
5 그러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자는 밭으로 가고 어떤 자는 장사하러 갔다.
6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였다.
7 임금은 진노하였다. 그래서 군대를 보내어
그 살인자들을 없애고 그들의 고을을 불살라 버렸다.
8 그러고 나서 종들에게 말하였다.
‘혼인 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자들은 마땅하지 않구나.
9 그러니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
10 그래서 그 종들은 거리에 나가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대로 데려왔다.
잔칫방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11 임금이 손님들을 둘러보려고 들어왔다가,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 하나를 보고,
12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 하고 물으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13 그러자 임금이 하인들에게 말하였다.
‘이자의 손과 발을 묶어서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14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초대받은 자와 선택받는 자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아무래도 얼굴에 검은 가면을 쓴 ‘다스 베이더’일 것입니다. 다스 베이더는 본래 제다이였다가 악의 힘을 이용하여 악의 주축이 되어버렸습니다.
그의 이름은 본래 ‘아나킨 스타이워커’입니다. 아나킨은 제다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콰이곤은 아나킨 안에 엄청난 힘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고는 우주의 평화를 이끌어줄 예언된 자라고 믿게 됩니다. 그래서 제다이 수장들에게 그를 소개합니다.
하지만 요다 스승만은 그의 마음 안에 두려움과 분노가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를 못 볼까 봐 두려운 거니? 두려움은 분노를, 분노는 증오를, 증오는 고통을 낳지.”
이 말은 자신들을 따르려면 세상에서 소중한 것을 잃을 걱정도, 그것 때문에 두려워하거나 분노를 일으키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아나킨은 이 규율을 어기고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어머니가 나쁜 무리에게 심하게 죽임을 당한 것을 보고 분노에 찹니다. 다시는 사랑하는 이를 잃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의 마음에서 이런 욕망이 꿈틀대는 것을 본 우주 공화국 부의장은 그에게 어둠의 힘을 받아들이도록 권유합니다. 아나킨은 처음에 어둠의 힘을 이용하는 공화국 의장을 자기 스승 중 한 명에게 이야기하고 둘이 결투를 벌이게 됩니다. 펠퍼타인 의장은 전세가 불리해지자 “너의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면 선택을 해야 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메이스 원투가 그를 찌르려고 하자 그를 쳐냅니다.
펠퍼타인 의장은 아나킨 덕분으로 살아나 공화국을 독재 체제로 이끄는 다스 시디어스가 됩니다. 아나킨은 완전히 악한 사람이 되어 제다이를 모조리 죽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과 자기 아내를 갈라놓으려 하는 스승 오비완과 결투하게 되고, 그는 팔다리를 잃고 심한 화상을 입습니다. 그를 다스 시디어스가 다시 살려내 검은 옷을 입힌 것입니다.
제다이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다이가 되도록 부르심을 먼저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부르심에 응답해야 합니다. 우리로 말하면 세례를 받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부르심에 응답한 것입니다.
하지만 혼인 예복을 입어야 합니다. 이는 신랑에게 합당한 신부가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의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세례를 받았더라도 그리스도를 닮으려는 마음이 없다면 결국엔 쫓겨나서 부르심을 거부한 이들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입니다. 세례를 받으면 그리스도인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태석 신부님이 부른 많은 아이 중 그분을 닮으려고 의사가 된 이들이 많습니다. 그냥 부르심에 응답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를 불러주신 이를 닮으려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분의 제자가 됩니다. 제자가 되어야 혼인 예복이 입혀집니다. 혼인 예복은 신랑에게 합당한 순결한 신부가 되었음을 상징합니다. 우리도 세례만 받았다고 멈추지 말고 모두가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어 마지막 때 아무도 낙오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https://youtu.be/hBAU_2fEDRY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은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습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너무 잘살고 있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행복한 집이 있습니다. 남편은 좋은 직장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고, 자녀들은 모두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입니다. 재테크를 잘해서 재산도 많이 모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가정은 행복한 가정일까요?
아내가 보기에 남편은 회사 일 때문에 늘 바빠서 가정일에 소홀히 하고, 남편이 보기에 아내는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녀는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한다고 생각하고, 부모는 자녀가 전혀 부모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 간에 대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떻습니까? 행복한 가정일까요? 만약 이 가정이 행복한 가정으로 보였다면, 멀리서 보고 있는 것입니다. 가까이에서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우울하고 답답합니다.
우리의 인간관계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약간의 거리를 두어야 더 완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법입니다. 유럽에 가면 엄청나게 큰 성당들을 봅니다. 이 성당 전체 모습을 사진기에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당과의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즉, 성당과 멀리 떨어져 있어야 전체 모습을 사진기에 담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눈앞의 문제만을 바라보면서 정작 하느님의 뜻을 외면하는 우리가 될 때가 많습니다. 바빠서 신앙생활을 못 하겠다고 말하고, 여유가 될 때 열심히 하겠다는 공수표를 날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것들에만 집중하게 되면 결국 하느님을 보지 못해서 큰 후회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복음은 혼인 잔치의 비유입니다. 우선 유다인의 상류 사회에서는 잔치를 베풀고 친지들을 초청할 때 두 번에 걸쳐 초청하는 절차를 밟습니다. 먼저 잔치 준비과정에서 일정한 사람들에게 초청장을 보내고, 준비가 다 된 후에 승낙한 사람에게 또다시 초청하는 것입니다. 이때는 잔치 준비가 완전히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거절하면 커다란 실례가 됩니다.
비유에 등장하는 거절하는 사람에 대해 임금이 화내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핑계는 모두 세속생활에 관한 사연이었습니다. 즉, 눈앞에 놓인 물질의 소유나 세상사에 집착하는 것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뒤이어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라고 해놓고서는 혼인 예복을 입지 않았다고 쫓아내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혼인 예복은 바로 충실한 신앙생활을 비유합니다. 주님의 사랑으로 우리 모두 비록 자격 없음에도 구원의 잔치에 불렸지만, 그 잔치에서 즐기기 위해서는 주님께 대한 충실한 신앙생활이라는 예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조금 떨어져서 하느님의 뜻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느님 나라의 예복도 챙겨 입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를 살아오게 한 힘은 어떤 대상이 아니었다. 가장 힘든 때에도 내 인생의 희열은 가슴이 기뻐하는 일을 하는 순간의 ‘과정’이었다(권영애).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