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회천의 특별한 '독수리식당', 문 열자마자 동 났네요.
정수근입력 2024. 1. 10. 09:51수정 2024. 1. 10. 11:06
겨울 철새이자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를 위한 먹이 주기... 귀한 새들과의 공존을 희망하며
[정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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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지천 회천의 창공을 날고 있는 천연기념물 독수리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고령에서 독수리식당을 함께 준비하고 있는 김광숙씨와 김태만씨가 9일 고령의 한 식육식당에서 육류 부산물을 얻어와 낙동강의 지천인 회천 모래톱에 골고루 뿌려주었다. 뿌려주고 얼른 모래톱을 벗어나 제방 위로 올라왔다.
그러자 언제 나타났는지 독수리 한 마리가 창공을 날았다. 참 빠르다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독수리들은 이미 회천 제방에 와 있었던 것이다. 마치 식당이 열리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말이다.
독수리식당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는 독수리들
저 멀리 몽골에서 날아온 대표적 겨울 철새들이자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들이 지난 12월 초부터 매주 화요일 열리는 이 맛집을 어떻게 알고 왔을까? 물론 소문이야 났겠지만 요일을 알 정도로 그들의 지능이 높다는 것인가. 순간 여러 생각들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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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수리식당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독수리들. 이들은 식당이 이곳에 매주 화요일 열린다는 사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신기한 일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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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날아드는 독수리들. 이들에 의해서 독수리식당은 순식간에 음식이 동이 났다. |
ⓒ 대구 |
참고로 고령의 독수리식당은 매주 두 차례 열리게 되는데 화요일엔 오전 11시에 우곡중학교 앞 회천의 모래톱에서 열리고, 토요일엔 같은 시간 고령 개진면 개경포 부근 낙동강 둔치에서 열린다.
식당이 차려지면 제일 먼저 까마귀들이 내려와 포식을 한다. 그럼 멀리서 어떻게 알았는지 독수리들이 날고 그들은 창공을 유유히 선회 비행한다. 한두 마리가 나타나면 이내 그 수는 수십 마리로 불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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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천 하늘을 선회 비행하는 천연기념물 독수리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독수리식당 주방장을 자청하는 '회천사람들' 곽상수 이장(고령 우곡면 포2리)은 그런 독수들의 모습을 보고 지난 12월 9일 열린 독수리식당 현장 개소식에서 "독수리들은 친구들이 올 때까지 기다린 다음 함께 내려오지 절대 몇 마리만 먼저 내려오지 않는다. 이같은 독수리들의 협동과 협업의 정신은 우리 인간들이 배워야 할 미덕인 것 같다"고 하였다.
독수리들은 정말 우애 내지는 우정의 공동체로 똘똘 뭉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배워야 할, 우리가 언제부터 잃어버린 미덕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 모습을 아이들을 데리고 멀리 경기도에서 왔다는 한 가족이 함께 보았다. 독수리들 식사 장면을 필드스코프로 들여다본 아이들은 연신 신기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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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가 손녀가 독수리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필드스코프를 보도록 도와주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야생과의 교감의 시간이 열린 것이다. 다른 야생동물들과 달리 새들은 낮시간에 멀리서나마 탐조를 할 수 있는 동물이기에 그들과의 교감의 장이 점점 넓혀지는 것 같다. 탐조 인구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특히 어린시절 탐조를 시작해본 아이들은 점점 더 큰 교감 능력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를 넘어 다른 야생동물들에게로 관심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독수리식당을 애용해야 하는 것을 비단 독수리들만이 아닌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한다. 독수리식당이 독수리들뿐만 아닌 인간사회에서도 널리 회자되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인간과 야생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
회천에는 그 밖에도 많은 겨울철새들이 찾아온다. 그것도 귀한 새들이. 낙동강에 들어선 합천창녕보의 영향으로 낙동강에서부터 강물이 역류해 들어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회천은 이곳 우곡중학교 앞 상류는 예전 모습 그대로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보의 영향으로 모래톱이 사라지고 물로 뒤덮이게 되지만 그래도 수심이 크게 깊지 않아 새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
이날 본 녀석들만 해도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큰고니들 10여 개체 그리고 역시 천연기념물인 큰기러기 30여 개체 그리고 역시 천연기념물인 잿빛개구리매와 전 세계에서 1천 개체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정말 귀한 새인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 종인 호사비오리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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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기념물 큰기러기들 무리 위로 역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큰고니들이 날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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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에서 1천 개체만 있다는 귀한 새 호사비오리를 회천에서 만났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처럼 회천에는 다양한 겨울철새와 텃새들이 찾아온다. 그만큼 회천의 자연성이 양호하다는 방증이다. 회천은 하천 자체를 크게 건드리지 않았고 주변에 산과 자연스레 연결된 지역이 많아서 새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의 아주 중요한 서식처이자 거점일 수밖에 없다. 새들이 많다는 것은 야생동물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수리식당에서 본 삵의 배설물이 반가운 이유다.
회천의 자연을 잘 지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맙게도 회천의 가치를 미리 알고 회천을 지키겠다 나선 이들이 있다. 바로 고령의 '회천사람들'로 이들이 이곳에서 전교조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의 대구 교사들과 함께 독수리식당을 열고 있다. 이들의 활동에 따뜻한 박수가 필요한 이유다.
회천도 살아야 회천을 찾아오는 야생동물들도 살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라야 우리 인간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누릴 수 있다. 그들과 우리는 이렇게 연결된 존재들인 것이다. 따라서 야생와 인간의 아름다운 공존을 희망해본다. 그 아름다운 공존의 장이 이곳 회천에서 펼쳐지고 있다.
고령 독수리식당의 활동에 더 많은 박수가 필요하고, 이 귀한 맛집 식당이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도록 물심양면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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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천 모래톱에 차려진 독수리식당의 대표 메뉴 쇠고기 부산물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 하천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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