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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노당 대통령 후보의 정견
어떤 무대에서 두 사람이 서로 간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 같은데--, 마치 비행기 창으로 내다보는 구름 속처럼 흐렸다 맑았다 하여, 실재상황인지 환영인지 아리송하다.
좌우간 현시든 꿈이든 구름 저편에 스치는 장면들이 강열한 호기심을 부추겨 똑똑히 보려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제 구름 속을 빠져 나왔는지 시공의 분위기가 평시와 다른 야릇한 공간이 펼쳐지더니 갑자기 눈에 비쳐진 것은 어떤 희색벽면에 “18대 대통령선거 대노당 후보 TV청문회” 라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그 밑에 작은 글씨로 ‘2012. 12. 21’ 이란 글씨가 보인다.
참 이상하다. 내가 분명히 2011년 9월 29일쯤 서울시장 경선 후보 ‘tv 토론 정책 비전대회’에서 일국당(一國黨) 이모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550km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자, 박. 홍. 원. 고 씨 등 타당 및 무소속 후보가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TV 장면을 본 것이 며칠 되지 아니하였는데--, 저 벽면에 새겨진 날 자를 보니 2012년 12월이라고 되어 있으니--, 거참 이상도 하다. 또 ‘대노당’이란 정당이 있었던가, 처음 듣는 정당인데---, 게다가 내가 지금 반팔 티를 입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 날씨가 취운 12월은 분명 아니데--, 정말 머리가 핑돌고 이상하다.내가 ‘단거리 타임머신’을 타고 1년 후의 2012년의 미래로 날라 왔나---.
애라, 모르겠다
현재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그림을 자세히 살펴나 보자. 그런데 평면에 영사된 그림이 아니고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실재 현상이 아닌가.
사회자 인듯 한 사람이 머리가 희게 센 노인에게 “소중 복일 후보께 묻겠습니다. ‘대 노당’이란 당명을 붙이게 된 사유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한다. 격조 있고 정직해 보이는 반백의 후보는 “한자로 쓰면, 큰 대(大), 늙을 노(老), 정당 당(黨)이고, 쉬운 말로 풀이하면 ‘큰 노인당’이지요” “큰 노인이라니요” 하자 노(老) 후보는 미리 준비해둔 답인 양 “젊은이들 보다 더 건전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노인을 칭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오늘의 중국을 있게 한 고 등소평 같은 사람을 들 수 있지요” 사회자는 혼자 말처럼 입속으로, “전에 모 정당 정 모 씨는 ‘늙은이는 집에서 푹 쉬라’ 했는데---” 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노인은 들었던지,
“여보, 사회자 양반, 그분의 정당이 일시에 풍비박산(風飛雹散) 한 꼴을 보고도 감히---” 노기를 띠자, 사회자는 겸연쩍은 지 피식 웃는다. 사회자는 다시 눈을 반짝이며, 표정을 잡고, “일국당(ㅡ國黨)은 3백만 당원을 자랑하고, 통우당은 백만이, 노민당(勞民黨)이 10만을 넘는다고 하는데, 귀당인 대노당은 급조된 신당인 것 같은데--, 당원 수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걱정됩니다” 다소 얕잡아 보는 조다. “그 무슨 말씀이요, 대노당은 법정 당원이 5백만 명이 넘고, 당원 실명제로 국가가 호적에서 관리하고 있어요, 당원 관리를 정부에 위탁하고 있는 셈이지요. 중립을 지켜야 할 패널리스트가 TV 실황 중계에서 당과 내 약점을 꼬집다니---.” 하자,
“제 단견을 용서하십시오. 미쳐 일국당 후보와 선두에서 시소(seesaw)를 벌이고 있는 귀 당의 저력을 깜박했군요” 노인 후보는 누그러지며 “그럼 그렇지, 오늘 마지막 ‘TV 방영’이 끝나고 나면, 일 국당 후보는 ‘새 발의 피’ 신세가 되고 말 겁니다” 하고 어깨에 힘을 주더니, “특히 우리나라에서 지금 학계나, 정치권, 언론은 물론 젊은 세대 등을 망라하여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의 하나인 인간 수명 ‘세 자릿수 시대’가 도래할 때 파생할 가공할 재앙에 대해서 걱정하거나 대비할 것을 경고하는 소리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미래 무개념 및 낙관주의가 팽배해 있지요.”
“미래 무개념 낙관주의라니오” 사회자의 반문에 대노당 후보는 자세를 바로하고 차분하게입을 연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의학박사 '오브리드 그레이'가 말하기를 ‘의학의 발 달로 사람이 1000살까지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며, 미래 사회에서 노화(老化)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질병의 하나에 불과할 것이고, 현존해 있는 사람 중에도 센서(SENS)프로젝트 연구에 힘입어1000세의 수명을 누릴 사람이 60명은 나올 것이라고 했소” 사회자는
“센서프로잭트로 1000살까지 산다니--, 처음 듣는데요” 노인은 다시
“그 뿐만 아니지요, 레이커즈와일 같은 발명가이면서 미래학자는 2005년에 발간한 ‘특이점이온다’라는 책에서 2045년이 특이점에 해당하는 해라고 특정하고, 그 때가 되면, 컴퓨터기술과 나노기술 로봇기술 인체공학이 합처져 사람의 수명이 무한대가 되는 시대가 된다고 해요” 사회자는 놀랐는지
“꿈같은 얘기가 아닌가요” 대노당 후보는
“나노봇(나노로봇)에 의술의 나노칩이 저장되어 인체에 주입되면 우리 인간의 신체의 기관을 재생시킨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인간은 죽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브리드의 수명 천세 시대의 주장은 벌써 원시 시대의 주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연세 많은 후보께서 이런 첨단 과학의 미래학을 습득하고 계시다니 놀랍습니다.” 노인은 목이 마른지 컵을 들고 물을 마신다. 사회자는
“인간의 수명이 정말 그렇게 길어 질 수 있을까요”
“과학이 그렇게 한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요, 인간이 하늘을 나는 것도, 달나라를 밟는 것도, 원폭도, 컴퓨터 칩도, 나노기술 등 과학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복했지요”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만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노인은 사회자의 동의에 고개를 꺼덕이더니,
“무어 법칙이란 소리를 들어보셨나요, 18개월을 주기로 컴퓨터의 용량이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입니다. 1929년에 센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고든 무어의 주장이 21세기인 지금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커즈와일은 2030년에는 즈금의 백만원대의 컴퓨터에 인간 한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기억을 심을 수 있고, 2060년대에는 전 인류의 두뇌를 위 한 대의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타당을 탓하기는 좀 무엇합니다만, 일국당을 보면, 대표최고위원회 직속에 ‘여성위원회' '청년위원회'가 있고, 사무처 내 조직국에 '청년 팀'이 있고, 여성국 내 '여성1팀' '여성2팀'이 있습디다.
그러나 노인위원회나 노인 팀이 있는가 싶어 아무리 조직표를 훑어보아도 노(老)자로 시작되는 기구가 없으니, 그 당이 얼마나 근시안적이며, 노인을 폄하하는 정당인지를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 대노당은 이런 노인 문제를 환경 파괴 문제와 대등한 비중으로 다루어 인간이 백세 이상 장수하는 시대에 대비하자는 목적을 정책의 하나로 내걸고 고민하고 있는 정당 이지요, 그래서 대노당은 70세 이상 되는 노인들 중에 국회 비례대표로 30%이상 할애를 의무화 하는 법을 만들기로 하였지요, 어디 내 말이 이치에 어긋납니까, 사회자 양반 어디 대답해보세요, 60세 이상 노인이 7백만 명에 육박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회는 이익집단이 공유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의 약자가 자구책을 직접 내세우고 함께 이익을 나누어 가져야합니다”
노 후보의 입에서 침이 튄다.
사회자는 “정말 우리 정치무대에서 안하무인격인 기득권자의 독선을 예리하게 꼬집었습니다” 하고 찬동의 표정을 보이자, 노후보는
"자연환경 파괴는 두려워하면서도 수명천년 시대가 닥쳐와 인간 생존 법칙에 대혼란이 예고되고 있음에도 대책을 강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도 지도자의 외침도 없다는 것입니다. 불행이지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 유명정치인들도 ‘인간이 오래 살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가’ 하고 그저 단순하게만 생각하고 그 심각성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노당은 이런 문제를 환경 파괴 문제와 대등한 비중으로 다루어 인간이 백세 이상 장수하는 시대에 대비하는 문제를 정책의 하나로 내걸고 고민하고 있는 정당 이지요”
사회자는 수긍한다는 표정을 보이며,
“정말 과학의 시대에 타당이 추종할 수 없는 차원 높은 정책을 내 걸고 있군요” 사회자는 손목시계를 보더니,
“후보님! 아직 많은 주제들이 남아 있어 이쯤에서 노인과 관련된 문제는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요, 시간이 남으면, 다시 토론해 봅시다” 사회자는 자세를 가다듬고,
“그러면, 신상에 관해 궁금한 것 몇 가지 묻겠습니다. 유권자도 언론도 정치권도 후보님의 성함이 ‘소중보일’인데 대해서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웃하고 있습니다. 조상이 ‘일본사람 같다’는 둥, 성씨가 ‘소’인지, ‘소중’인지, ‘소중보’인지 궁금하다고 야단입니다”
“그래요, 미쳐 국민에게 해명하지 못 했군요, 내 성은 ‘소중보’이고, 이름은 ‘일’입니다” 사회자가
“저는 ‘소중보’라는 성씨를 처음 듣는데 본관은 어딥니까”
“대민(大民)입니다, ‘대민’이란 곳에 지금 내가 거주하고 있는데, 그 곳은 내 고향 이지요” 사회자는
“ ‘제갈’이나 ‘선우’란 성은 들었지만, ‘소중보’란 성은 처음 인 데요”
“그를 겁니다. 바로 내가 소중보 족계(族系)의 시조(始祖)이거든요”
“아니, 시조라면, 후보님은 조상이나, 낳아 주신 어버이가 없다는 말 인가요”
“왜 없겠어요, 다만 나는 생체적 DNA혈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 사상에 부응하는 실존적 가치와 신념이 상통하는 동류의 국민계층을 부각, 보존, 확대하기 위해 ‘사회적 종’(社會的 種)인 ‘소중보’란 성씨의 창시자가 된 것이지요. 그래서 내 성인 ‘소중보’는 국민에게 개방되어 있어 입탈(入脫)이 자유롭고, 기존의 성씨 보존여부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사회자는 궁금한지
“방금 ‘사회적 종’ 이라 하셨는데---”
“잘 물었습니다. 일종의 경제적 신분인데 ‘소시민’ ‘중산층’ ‘보통사람’을 통칭하는 신분적 종(種)을 말합니다. 소.중.보는 위 어절의 첫 글자의 묶음 이지요” 이 말을 듣고, 사회자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감탄 한 듯 소중보 후보를 보더니,
“저도 지금부터 후보님의 성씨를 따서 소중보의 전위대로 앞 장 서겠습니다”한다. 늙은 후보는 시청하고 있는 국민들을 의식한 듯 허공을 훑어보더니 만족한 표정으로 음성을 내려 깔며 또박또박하게
“현실은 소중보 계층이 무너졌습니다. 소중보를 자칭하는 사람이 전 인구의 몇 %나 될 까요, 실업자가 백만 명에 육박하고 신용불량자가 3백만 명을 넘어서 부자와 빈민만이 실존하는 양극 구도로 변하고 있어요. 즉 소중보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는 양극화가 만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음성을 차츰 높이며
“원래 만성병은 급성보다 치유하기 어렵고 병이 길어지면 내성이 생겨 병에 대한 불감증에 빠져 약발도 받지 않게 됩니다. 이처럼 양극화는 사회의 건강한 통합을 해칠 뿐만 아니라 부에 짓눌린 층에서는 인간다운 삶이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쟁점 화시켜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지만, 우리는 양극화의 현상을 그냥 자본주의 시대의 어쩔 수 없는 적은 고통인 필연적 상황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사회자는 다소곳이 듣고 있다.
“보세요. 2007년 3월 통계에 의하면 청년실업자수가 33만4000명인 7.5%인 고율로 고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근로 조건 등이 맞지 않아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실망실업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통계상 실업률은 낮은데도 고용사정은 개선되지 않고 악화되는 이상현상(異狀現狀)은 중산계층 내에까지 양극화를 심화 시키게 되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처럼 학력이나 지위가 높은 사회적 계층이 불안정한 직업을 갖고 있거나 취업을 포기한 계급을 유럽에서는 '불안정 계급(Prekariat)'이라고 부른답니다. 예를 들면, 시간강사, 미취업 박사, 연구원, 비정규직 사무원 등은 지식인(知識人)이지만 소득(생산)수단이 없는 프롤레타리아 층으로서 기형적 계급을 형성하지요. 그 원인은 현실여건이 그들의 높은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해 취업을 포기하고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것이며 이런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지요. 이들을 가리켜 일명 '캥거루족' 또는 ‘지식인프롤레타리아’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소득 수단을 갖지 못한 그들은 분명히 빈곤층이지 중산층이 아닙니다”. 사회자는 고개를 꺼덕인다.
“또 중산층의 몰락은 양극 간의 유동성을 가로 막지요. 양극 간의 갈등과 대립을 중화 내지 해소할 중계지역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부가 세습되고 빈곤이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정체(停滯) 확산 되는 것입니다”
“정말 타당한 말씀입니다” 노 후보는 빨려 들어오는 듯한 사회자를 보며,
“즉 중산층은 사회 안정의 핵심 층이며 ‘부와 빈’ 계층으로 이동하는 통로입니다.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늘어나고, 부유층이 중산층으로 서로 교류하여 빈곤층이 줄고 부유층이 줄어가는 사회적 구조가 이상적 형태입니다. 비민층에서 바로 상류층으로 건너뛰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런 행운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꿈이지요. 직장을 갖지 못하고 부모에게 생활 잡비를 구걸하는 청년실업자에게 결혼과 자식을 갖는 가정은 꿈같은 일이 되고 있습니다. 중산층의 핵심가치인 가정이 무너지면서 젊은이들도 그 생태가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대노당에서는 사회불안 요인이 될 양극화의 중계지역인 소중보 층의 확대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여 강력히 추진하여 사회를 안정시킬 것입니다”
뒤쪽에서 어떤 여성이 무대로 나와 사회자에게 쪽지를 건네고 나간다. 사회자는 쪽지를 펴고 읽는다.
-시청율 60%에 육박, 소중보 후보 계속 묶어 둘 것-,
꿈인지 생시인지 몽롱한 가운데 눈을 돌려 어둠에 쌓인 공간을 주시했다. 방송국 앞마당에 시민들 계속 운집하여 소중보 후보를 직접 보기위해 야단이다. 온 나라 구석구석에서 소중보 후보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대노당, 소중보일, 만세----,
내가 인공위성에 탔나, 시공을 초월하여 온 나라가 한눈에 보이다니, 참 이상하다.
‘사모’ 놀음
사회자가 소중보 후보를 향해
“대선 투표참여 캠페인이 나갈 동안 5분 정도 쉬어야 하겠습니다, 잠시 볼 일도 보고요” 하고 일어서자, 두 사람이 사라지며 동영상이 평면 화면으로 바뀐다.
인기 배우 인듯 한 두 남녀가 등장한다.
산듯하고 잘 생긴 한 남자가 먼저
“투표율은 국력입니다. 대통령 선거에 빠짐없이 투표하자” 고 강한 톤으로 호소하자, 이어 여자는
“90% 이상 투표하면, 나라가 바로 선다” 라고 화답 한다.
두 사람이 사라지는 화면에 겹쳐, 투표장에 줄을 선 인파의 그림이 나오고, 위 남녀가 다시 나타나서 같은 말을 몇 번 반복하더니 사라지자, 부부인 듯한 두 남여가 등산 복 차림으로
“우리 투표부터 하고 산행에 나섭시다” 하자.
“그렇게 해요, 투표는 국민의 의무라고요” 하며 투표를 위해 늘어선 사람들 뒤에 들어서며 즐거운 모습으로 차례를 기다린다. 이런 영상이 한 5분간 계속 되더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과 유권자에게 보내는 캠페인 이었습니다” 하는 말이 나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하는 글귀가 크로스 업 되었다 사라진다.
다시 입체적 동영상으로 바뀌면서, 사회자는 후보를 향해,
“스텝들이 말하기를 지금 국민들은 소중보 후보님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까 기다리며 최면에 걸린 듯 TV 주위에 몰려 앉아 후보님 얘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 합니다. 안방, 싸우나 휴게실, 역, 고속뻐스 대합실 심지어는 일과(日課) 중인 사무실 등 사람이 두 세 사람 이상 모인 곳이면, 야단 굿이 랍니다” 하자, 소중보씨는
“국민이 이제야 정신이 드나 봅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지요” 담담하게 말한다. 사회자는
“몇 년 전 월드컵 4강 전(戰) 때의 열광을 능가한다고 해요” 후보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국민이 얼마나 정도(正度)정치에 목말랐으면, 쯧쯧--” 이어, “기득 정치인들을 향한 분노의 폭발이겠지--” 이 말을 들은 사회자는
“후보님, 본 방송국 인터넷 여론 조사팀의 보고인데요, 전국에서 오프라인, 인라인 할 것 없이 후보님의 ‘소사모’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우선 이에 관한 소감을--” 하고 묻자, 소중보씨는 기분이 아주 상한 듯 얼굴을 찌푸리며,
“우리 국민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군요. 정치는 결코 감성적 물상이 아닌데--, 왜 나를 사랑해야 하고 모임까지 만든답니까, 나의 정견이 마음에 들면 박수를 보내고, 나에게 표를 던져 주는 것이 민주시민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그런데 사랑하다니요, 인간의 외모는 그 변화가 미미하지만 가슴 속에 담긴 관념과 사상은 불가항력적 사정에 따라 급변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내일의 내 정견과 입지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지금의 나를 보고 사랑한다니요,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정말 용납할 수 없군요. 사랑의 개념은 변절을 허용치 않는 맹종감성(盲從感性)의 발로입니다. 가령 내가 내일 국가를 배반하는 역적이 되었다 할 때, 나를 사랑하는 ‘소사모’들이 과연 나를 가차 없이 징벌할 수 있을까요, ‘사모’에 편성하여 열광하는 국민들의 행태를 보면, 아마 그들은 나와 함께 역적의 길을 선택 할 것입니다. 보세요, 권력의 시녀가 된 ‘노사모’는 노 씨의 일언, 일구에 따라 좌경, 친북의 꼭두각시가 되어 광분하고 있으며, 일거수, 일투족에 따라 불나방처럼 내일의 파멸도 모르는 채 거리와 광장을 좁다하고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려--.” 잠시 허공을 향해 눈길을 주더니,
“저를 지지하는 국민과 유권자에게 진정으로 호소합니다. 그대들이 진정 나를 사랑한다면, 나와 내 당을 상대로 한 ‘사랑모임’ 은 절대 만들지 말고 이미 만들어 졌다면, 꿇어 엎디어 비노니 바로 해체하겠다고 전 국민 앞에 선언하여 주시기 당부 드립니다” 애원하는 듯 한 어조 이다. 계속하여,
“국민여러분, 나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나를 사랑하면 아니 됩니다. 늙고 힘없는 나는 이미 여러분 외는 사랑할 사람이 없지만 여러분은 가정과 자식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보다도 당신의 가정을 더 사랑해야 합니다. 당신의 자식과, 그 자식으로부터 태어날 후손들은 당신의 사랑이 없고는 험한 세상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당신이 사랑을 쏟을 곳은 오로지 그 한 곳, 가정과 가솔입니다. 그 것만으로도 당신의 사랑은 벅찹니다. 해방 후 반세기 동안 국민에 걱정만 끼쳐 온 정치에 관하여는 냉정하게 머리로 판단하여야지 뜨거운 가슴으로 대하지 마십시오. 정치는 이성이지 감성이 아닙니다. 정치는 현실문제이지 과거문제도 아닙니다. 그래서 정치인을 차가운 눈으로 보아야지, 끓는 피로 접근하지 마십시오. 정치인을 향한 사모의 최면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이 같은 호소가 전파를 통해 국민의 심중을 울렸는지 소중보 후보에게 보내는 박수의 열기가 반도에 가득차고, 관망자인 나에게도 그 열기가 전하여 지는 것 같다. 후보는 계속 말을 쏟아 놓는다.
“ ‘사모’(思慕), ‘사모’하는 정치가 노사모가 시발 이었던가요--, 박사모, 이사모, 이젠 나를 향한 ‘소사모’까지 야단법석입니다 그려--.
사랑의 대상이 된 현 정치지도자들은 국민의 사랑과 맹종을 보며, 자기도취에 빠져 우쭐대고 있습니다, 민주정치를 퇴보시키고 정치정도를 굴절시키는 병인(病因)인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아니 오히려 즐기며 세 불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꼴이란 두 눈 뜨고 보기가 민망 합니다, 대인이아니라 소인배들입니다”
사회자는 노(老) 후보의 논리를 이해하려 머리를 굴린다. 또 어떤 말이 나올까 기대하는 듯
“아니 국민이 자기 입맛에 드는 지도자를 사랑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요, 민주시민의 권리와 의식 수준의 향상을 뜻하는 모습이 아닙니까” 말이 떨어지자,
“사회자, 당신 농담을 하자는 기요, 개인의 자유니, 수준 향상이니 그 무슨 망발이요.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헌법 제1조 ②항도 모르나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행정의 수반으로서 일순 위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입니다. 공복이란 무엇입니까. 국어사전을 보세요.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을 일컬음입니다. 주인이 심부름꾼을 어찌 사랑한답니까. 질서와 윤리를 까뭉개자는 겁니까” 하고 호통을 친다. 사회자는 민망한지
“헌법 제66조 1항에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라는 조항도 있기에--” 이 변명을 들은 소중보씨는
“그래도 최고 지도자에 대한 사랑은 금물입니다. 문화혁명의 홍위대, 힛틀러의 청년근위대, 크매르류즈의 소년병 등 그들은 나라를 망쳤습니다. 이제 패널리스트인 당신은 품격에 손상이 갈 언행은 농담이라도 삼가 주세요. 이 자리가 어떤 자리입니까” 사회자
“잘 알겠습니다.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한 5분 캠페인을 보내는 동안 쉬시지요” 평면 화면으로 바뀌며 선관위 광고가 다시 뜬다.
역시 선관위의 대선 투표 독려 캠페인인
“90% 이상이 투표하면, 나라가 산다” 라는 평면 화면광고가 나오고, 광고가 끝나자 곧 청문회 동영상이 뜬다.
사회자는 잠시 메모지를 보다가 말을 잇는다.
“방금 선관위 캠페인에서 ‘90% 이상 투표하면, 나라가 산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관하여 소견을 말씀해 주십시요”
“내가 하고픈 말을 잘 물어 주었습니다” 하고 소중보 씨는 자세를 가다듬는다.
“우선 내 예기를 잘 듣고 답해보세요. 사회자께서 이번 17대 대통령 선거의 의미를 한마디로 줄여서 표현 하신다면---?” 사회자는 잠시 멍한 표정으 로 생각더니,
“우리국민을 영도할 대통령을 뽑기 행사가 아닌지요”.
“그래요, 대선의 목적은 국민이 투표란 수단을 통하여 대통령 후보 가운데서 한분을 선택하여 국가 통수권자를 만들어 내는 절차입니다, 즉 기득 정치 지도자들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벌이는 표심 획득을 위한 싸움 이지요” 사회자는
“너무나 당연한 말씀입니다”. 노 후보는
“당연하다고 했지요,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나의 대노당이 기존의 정치 결사체도 아니고, 후보인 나도 전문정치인도 아닌데 어째서 보잘 것 없는 늙은이인 내가 사실상 집권 일보 직전이라고 큰 소리 치며 자만에 빠졌던 ‘일국당 비명근’ 후보를 재끼고, 투표일을 며칠 앞둔 현시점에서 일 순위로 국민지지를 받고 있을 까요, 이런 이상한 사태가 왜 벌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는 가요”.
사회자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정말 특이한 상황입니다, 광복 후 역대 대통령 선거를 보면, 독립운동가, 전문정치인, 아니면, 총칼을 가진 자들 간에 피나는 정권쟁탈 경쟁이었습니다. 이승만과 대결한 신익희, 조병욱, 내각제 헌법 하에서 장면과 김도연 간의 원 내 싸움, 박정희 군부 쿠테타 후 박정희와 대결한 윤보선, 김대중 그리고 전두환의 국권 찬탈 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과의 삼파전, 김영삼과 김대중과의 싸움, 김대중과 이회창, 노무현과 이회창의 싸움 등 이런 파란 만장한 역대 대선전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 같이 전문정치가나 물리력을 휘두른 자들이 국민을 짓밟고, 그들만이 벌이는 권력 놀음 이었습니다”
소중보 후보는 고개를 꺼덕이며,
“사회자께서 언론인답게 현대정치사를 정확하게 꿰고 있군 요, 그런데 나처럼 돈 없고, 이름 없는 촌 늙은이가 겁 없이 대선에 뛰어든 자가 과연 몇이나 있었던 가요”.
“정말 그렇습니다, 이번 대선전에서 후보님의 폭발적인 인기 회득은 유래 없는 특이한 양상이라 하겠습니다”. 답변을 기다리고 있은 듯 소중보 후보는말한다.
“이번 17대 대선은 한마디로 말하면, ‘국민과 정치권’의 일대 격전(激戰)이기 때문입니다. 이 전쟁에서 국민군(國民軍)의 총 사령관 역할을 내가 맡고 있는 셈입니다. 나 외의 타 후보들은 모두 기득 정치인들로서 입으로는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척 하면서 사실상 국민을 속이고 나라를 위경으로 몰아넣은 권력 편집증 환자였어요. 소시민 중산층 보통사람의 중의 하나인 나는 평범한 국민입니다. 그리고 헌법 제 1조 2항에 적시한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진 국민, 국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 헌법 상 권력 소유자인 국민을 대리한 국민후보자입니다. 그래서 내가 벌이는 기득 정치인들과의 치열한 성전(聖戰)이 바로 17대 대통령선거전입니다. 이런 이유로 선관위의 투표율 90% 이상이면 나라가 산다는 말은 바로 전 국민이 총력 적으로 투표에 임하면,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내 당선은 주권자의 승리이니 이를 두고 곧 ‘나라가 산다’ 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조용히 듣고 있던 사회자는 “그렇군요, 국가 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바로 소중보 후보님의 당선 운동을 벌이는 격이 군요”.
먼 공간에서 내려다보는 나는 궁금하였다. 내 기억에는 일국당이란 정당도 없었고, 대선 후보 중, 비 명근이란 사람도 없었는데, 비 명근이란 사람이 도대체 누구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옳지 ‘일국당’이란 한 일(一), 나라 국(國), 정당 당(黨), 즉 ‘한나라당’의 별칭인가 보다--, 그리고 비 명근 후보란 한나라당 빅. 투였던 박’과 ‘이’의 첫 글자와 끝 글자를 합성하여 ‘비’ 되고, ‘명박’과 ‘근혜’의 두 이름의 첫 글자를 합성하여 ‘명근’이란 이름이 생겼나 보다 라 고 유추해 보면서 동영상에 눈을 꽂았다. 무대의 소중보 후보가
“사회자님 시간이 있다면 내가 말을 좀 길게 해도 되겠습니까”. 하고 묻는다. 늙은이가 정말 할 말이 많은가 보다 생각하는데--,
“예, 그렇잖아도 뒤 쪽 피디 측에서는 후보님을 계속 붙들어 두라고 성화입니다. 시청 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으니 깐 요”.
“고맙습니다. 지루하지만 잘 들어 주십시오”. 숨을 고르는지 잠시 뜸을 드리다가 소중보씨는
“우리가 브라질 하면, 축구황제 펠레와 리오축제를 떠올리고, 벨기에 하면 엽총, 오스트리아 하면 빈소년합창단, 호주하면 캥거루 등이 먼저 떠올리게 되는 상징적 이미지들이지요. 그러나 이 국가들이 공직자 선거에서 공통적으로 ‘의무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 싶습니다. 조사 자료에 의하면, 브라질에서는 투표 기권자에게 전년도 최저임금의 3∼5%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그 외 공직 채용시험, 은행 대부, 여권이나 주민증 소지 등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하고, 오스트리아에서는 3,000실링(우리 돈 3십만원 정도) 이하의 벌금을 매기거나, 2주 이내의 구류를 처하게 되어 있고(3개 주에서 실시), 또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같은 나라 역시 벌금 등 기타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필리핀, 이집트, 리히텐슈타인, 에콰도르, 그리스, 키프로스 등 나라에서도 벌금이나 징역 및 금고형을 병행하고 있으며, 그 외 우루과이, 터키, 베네쥬엘라, 룩셈부르크, 가봉, 엘사바도르, 몽골, 칠레, 나우르, 파나마 등에서도 각양각색의 의무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내가 컴 넷에서 윤필립이란 시드니특파원이 올린 글을 보았는데,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 제목은 ‘투표 안하면 벌금’이고, 부제가 ‘호주 총선투표율 97%, 77년째 강제투표제’로 되어 있는 글을 접하였습니다. 발췌하여 기록해둔 부분을 소개해보겠습니다. -호주는 지난 1924년부터 강제선거제도를 채택해 실시해 오고 있다. 타당한 사유 없이 선거에 불참하면 만만치 않은 액수(약 4만원)의 벌과금을 물어야 한다. 죄수들도 5년 이내의 형을 선고 받은 자는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해외 거주자는 벌과금에서 면제된다. 호주의 저명한 정치평론가 로리 오크는 ‘민주주의는 선거로 말 한 다’ 라는 정치 격언을 들어 이 말 만으로 강제선거제도의 대의명분은 충분하다고 강변하고 있고, 정치적 무관심이 만연된 국민들을 대의민주주의의 현장으로 끌어내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고 강제 투표제를 옹호하고 있으며, -또 국가 기관인 이민성(移民省)에서도 자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줄 때 ‘꼭 투표에 참가 하겠다’는 선서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일부에선 지지 후보가 없는데도 억지로 찍어야 하는 가라며 항의하지만, 관리는 딱히 찍을 후보가 없다면 일부러 무효표를 만들 수 있는데도, 실제 무효표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답하며, 일부 층의 사람이 투표의무제는 ‘정치적 자유의 억압’이란 주장이 나오기는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
잠시 시청자를 의식한 듯 허공에 시선을 두다가,
“또 박광문이란 벨기에 사는 교민이 넷에 올린 글을 소개하면, 이 나라에서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우려해서 18세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고, 투표에 불참하면 10만원 상당의 벌금 또는 최고 1주일 구금이라는 형을 가하기 때문에 투표율은 90% 이상 높다고 했습니다. 즉 선거권은 국민의 권리라기보다는 국민의 의무처럼 돼 있다 고 했어요.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몰려 있으면서도 정밀공업을 발전시켜 여유 있게 살고 있는 나라답게 선거제도 또한 되도록 경비를 줄이고 투표로 표현되는 국민의사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고도의 정밀성을 띠고 있다-. 라고 적시하였고, 그리고 브라질에서 생활하는 어느 파견근무자가 -우리나라에서도 투표의무제를 실시하면, 정치가 안정될 것이라-는 취지로 제안한 글을 본적도 있습니다. 물론 위 각 나라들에 대한 투표절차법 등의 복잡성을 다 열거할 수 없어 생략하겠으나, 이 나라들이 현재 정국이 안정되어 있고, 정도정치가 펼치고 있는 그 요인은 투표율 90% 이상을 달성케 하는 선거법에 의한 국민의 힘이 돈과 인연만 쫒는 선거철새와 정치모리배가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직접적 동기임이 틀림이 없다고 우리를 깨우쳐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혹자들이 ‘위 나라들은 선진민주국가들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도 할 것이지만,
버클리 대 교수 '오스틴 레니' 같은 정치학자는 그의 저서 ´현대정치학´에서 -강제투표를 행하고 있는 몇몇 나라들이 이 제도를 폐지할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라고 밝히고 있음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치 관련법 등 개정 문제로 국가의 틀이 흔들릴 정도로 시끄러운 우리나라와는 달리 위나라들은 정치가 국민의 편에 서있고, 민주정치가 물처럼 유연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웅변으로 말하여 주고 있습니다. 또 정치학자 로바트A.달의 ´현대정치의 분석´(진덕규 옮김, 학문과사상사)이란 책자에 의하면 보편적으로 -인간은 사회적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정치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그래서 인간은 서로 영향력관계를 형성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고, 이러한 영향력 관계가 반복적이며 안정을 유지할 때 이미 정치체계가 존립해 있음을 뜻한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인간은 정치적 동물임을 주장하는 이도 있다-고 말하면서, -정치체계는 제일 하부 층에 ´무정치계층´이 있고 그 위에 ´정치 계층´ 그 위에 ´권력추구자층´ 다음 최상층에 ´권력자층´이 있다-고 분류하였습니다. 우리나라를 위에 비견해보면, 정치체계가 4계층이 아니라, 5계층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정치 계층은 정치에 관심이 전연 없는 층이고, 그 위의 정치계층은 양분되어 정치계층과 정치거부계층으로 양분되어 있고, 그 위에 권력추구 및 권력층 등 5계층으로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정치구조의 특이성입니다. 이 계층에 따라 그 점유율을 계략적으로 살펴보면, 무정치계층이 10%, 정치계층이 45%, 정치거부계층이 45%, 다음 권력추구계층(정치지망자와 고급관료) 및 권력소유계층(대통령 국회의원, 정부 법원 요직자 등)은 1% 미만의 극소수로 무시해도 될 것입니다. 위에서 정치계층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를 비판하며, 다소라도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주로 투표에 참여하고자 하는 계층이며, 정치거부계층은 여론조사 시 ´무당파(지지정당없다)´ ´지지하는 후보 없다´ ´모른다´ 등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있고, 더욱 확실하게는 ´공직자 선거에서 투표를 기권하는 비율´로서 이를 행동으로 증거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거부계층´의 사람들이 투표장의 문턱을 넘어서 기표소까지 들어서게하는 방도가 바로 정치를 개혁하고 나라를 살리는 첩경이라는 본인의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투표장에 일단 들어서면, 기표하지 아니할 수 없고, 그 들은 기표하기 전에 돈과, 학연, 지연에 영향을 받지 않고 보다 좋은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돈,학연,지연에 의해 투표할 사람이라면, 그들은 애초부터 기권하지 아니하고 투표에 참가 할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정치거부계층의 특질이 어떠하기에 투표장에 들어서면, 올바른 투표를 한다고 보느냐 하는 점에 관하여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의 선거 패턴을 눈여겨보면,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거의가 양질의 국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본 후보가 그들이 ‘양질의 국민’이라는 이유를 요약하면, *돈 써는 정치인을 싫어하고 *지역주의를 배척하고 *기성정치인을 싫어하고 *정당을 선호하지 않고 *비판성과 분별력이 있고 *다른 사람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으며 *의미 있는 선택을 원하는 유권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양질의 국민이 투표를 기권하지만 이성적으로 정치에 임하는 자들입니다. 그들의 기권 동기를 살펴보면, *군부정권 퇴진이후 양 김 대통령에게 걸었던 기대치의 좌절감 *위정자의 철학부재와 정책 혼선(교육, 의료보험, 의약분업, 신용카드 제도, 이념의 갈등 등) * 경제정책의 혼란(빈부격차 심화, 중산층 몰락, 중소기업 곤경, 농업정책 실패) *정경유착 심화 *전문정치인의 자만과 권욕 *정치지망자(후보군)의 자질 미달 *사회 안정기능 부실(대형 범죄, 대형사고, 인재.천재 빈발 등) *정치권의 이전투구현상(민생정치 상실, 아집과 이기주의 등) *선거법의 모순(돈 선거 방지를 최대 가치로 만들어진 경직된 선거법) *선거철새와 지역편파주의자에 대한 반감 *정당들의 오만과 비젼 상실에 대한 반감 등의 정치환경적 요인과 *투표를 하고 안하고는 유권자의 절대권리라는 자유권에 대한 지나친 의식화된자기신념의 결과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로서 본인은 정치거부계층에게 투표장에 들어서게 강제하는 투표 의무제와 한걸음 더 나아가 투표과정을 이벤트 식 축제행사가 되도록 하는 투표유인 제도를 입법화하자는 것이 대노당과 내가 내건 정치 개혁의 최대 쟁점인 것입니다. 따라서 국민의 투표 행위는 국가기관을 선택하는 공무의 하나이며, 그래서 절대투표행위는 국민이 국가직 공무원을 선발하는 인사채용 업무로 투표는 국민의 절대적 의무라는 논리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 입에 오르내리는 ‘악한 정치인은 투표하지 않는 선량한 시민에 의하여 선출된다’는 속담이 지금 우리의 선거풍토를 꼬집는 가장 적절한 비유이며, 일침을 주는 바늘 같은 교훈이라 그 말입니다-”. 소중보씨는 긴 이야기에 힘이 부치는지,
“사회자님 잠시 볼일도 보고 한 오분 간 쉬는게 좋겠습니다”. 하자 사회자는 “그렇게 하시지요” 하자마자 소중보 씨가 무대 뒤로 나가자 사회자도 나간다. 동영상은 사라지고 선관위의 선거 홍보가 또 뜬다.
갑자기 무대가 나타나더니 무슨 급한 일이 생긴듯 사회자가 무대에 나왔다 누가 부른 듯 무대 뒤로 뛰어 나간다.
불이 꺼지더니 다시 밝아지고 큰 자막이 뜬다.
소중보 씨가 화장실로 가던 도중 쓰러지셨습니다. 청문회를 중단합니다.
라고 큰 글이 허공에 뜬다.
온 대지에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두건 그리는 가슴이 가위에 눌린 듯 압박해 오고 거만 노인의 죽음이 떠올라 엉엉 울고 있는데 누가 나를 깨우며,
“당신 왜 울고 있노 나뿐 꿈 꾼나--, 잠깨거라, 아홉시 뉴스 안볼끼가”
눈을 떠니 아내가 내려다보고 있다.
벽에 걸린 일자 달력을 보니. 7월 7일이 아닌가, 2007년 제헌절 저녁이 뉴스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