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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자- 희곡
서막 (꿈속에서 1)
나오는 사람
노인(재판장). 꿈속의 선인 일명 참정도
한정치. 한국정치를 의인화 한 이상한 모습의 괴인
나레이션.
『‘정치적 인간’이라고 자부하는 한 칠십대 초반의 노인이 저녁 9시 뉴스를 시청하려고 TV 앞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 있었다. 벽시계가 저녁 9시를 알리는 댕. 댕. 두 번 치는 소리를 들었다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서막은 노인의 꿈속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무대
신비하고 공허한 꿈 속
개막
개막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장 내 조명등이 꺼진다. 갑자기 어두워진 실내, 상하 좌우 여러 곳에서 번개 같이 튀는 불빛이 번쩍인다.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 무대 위 공간에 레이저 광으로 ‘한국정치 너는 괴물이다’라는 입체의 글귀가 굼틀거리며 십여 초 켜있다 사라지면서, 다시 뇌성벽력 같이 관객을 전율케 하는 폭음이 2-3초 간 울리자 막이 열리고 서서히 밝아지면서 꿈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현실과 차원이 다른 듯싶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대가 펼쳐진다.
흰 옷을 입은 신선처럼 깨끗한 백발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무대 위에서 들것을 타고 아래로 내려 온다. 허공에 멈추어 있는 듯하다. 발아래 쪽은 구름이 흐르고, 그를 대면하고 서 있는 다소 괴상하게 치장한 이상한 느낌이 드는 어떤 젊은이에게 무엇인지 모르지만 추궁하고 있는 듯하다.
노인. “이보게 젊은이! 댁의 이름이 무엇인가”
젊은이. “지 이름말인기요, 저 저-- ‘정치’라 케요”
노인. “정치라고”
정치. 눈치를 살피며 “정치란 본시부터 권력 아잉기요, 화룡점정(畫龍點睛)이라 카더시 돈까지 북적대는 호화판에 놀지요”.
노인. “그래--, 니가 ‘정치’ 바로 정치 그 놈이란 말이지---, 니 성은 무엇 이냐?”
정치. “내 성요, 한(韓)씨 니더”
노인. “한씨--, 그러면 본관은”
정치. “대민(代民)한씨--”
노인. “대민이라면, ‘국민을 대신 한다’는 뜻을---”
정치. “잔소리하면 숨 가뿌지오, 인간이 북적되는 곳에 흔한 성씨랍니다”
노인. “음, 대한민국의 정치가 바로 니 놈이다 그 말이지”
정치. “물론이시더”
노인. “내가 찾든 괴물이 바로--”
정치. “괴물이라 캔능기오---,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궁민을 요로콤 잘살게 항기 누군기요, 바로 내 아잉기요--”
노인. “국민을 잘살게 했다고”
정치. “동남아 여행을 안해봉기구마,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같은--, 그라고 북한을--”
노인. “그렇다면, 니 눈에는 일본, 싱가포르, 홍콩은 안 보이더냐”
정치. “우째 안 보이겠능기요, 대한민국이 꼴지는 아이다 그 말이시더”
노인. “그건 그렇고 니 놈의 근본(根本)은 무엇이냐”
정치. “말할끼 오딧능기요, 권력과 기득권으로 똘똘 뭉치 있지 예, 그라고 대충 말하자면, 정당과 국회를 통하여 백성을 깔아뭉개고, 청와대와 정부까지 딜꼬 놀 때도 있지요” 정치는 제법 폼을 잡는다.
노인. “정당과 국회에서 주로 논다--”
정치. “두말하면 숨가뿌지요, 법을 맹글고, 정부를 감독하면서 궁민을 위해 아다마를 굴리고 있지요”
노인. “아다마 라니”
정치. “이 대갈통 아입니꺼”
노인. “이런 놈이 대한민국의 정치라니”
정치. “독도 때문 일본말 공부 좀 했더니 입이 근질근질하여--”,
노인. “오늘의 니를 누가--”
정치. “국민이 만들었시더”
정치. “국민이 아니었다면, 니 놈도 없었겠구나”
정치. “지당한 말이시더, 궁민이 없으면 앙코 없는 찐빵이지요”
노인. “도대체, 니가 몇 살이냐”
정치. “1945년, 해방되던 그 해에 태어났고, 지금 환갑이 지난지 두 해 째니까 육십서너살 됩니더”
노인. “나이치고는 젊어 보인다. 그러나 니가 태어난 해도 정확하게 모르구먼, 니 놈의 나라가 태평양 전쟁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일본의 압제에서 1945. 8. 15에 해방이 되었지---”
정치. “두말하면 숨가뿌지요”
노인. “그 후 3년째인 1948년 5월 10일에 ‘UN한국임시위원단’의 감시 아래 선거가 실시되어 제헌국회가 구성되었고, 7월 17일 헌법을 제정 공포하였으며 사흘 후, 국회의원들이 이승만을 제1대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단 말이다.
정치. “뻔할 뻔짜 아잉기요”
노인. “이승만 대통령은 당시 미군과 임시정부로부터 법률상 주권(主權)과 통치권을 넘겨받았고 그리고 다음 달 8월 15일에 광복 3주년 기념식을 거행하고 동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선포하였단 말이야, 그 때 수립된 정부가 대한민국 제1공화국이요, 니 놈의 한국정치가 비로소 탄생되었단 말이야 알겠는가”
정치. “미쳐 몰랐심더”
노인. “45년 해방이 된 후 3년은 정치 니 놈을 탄생시키기 위한 진통 기간 이었지”
정치. “그런데 노인장은 도대체 뉘기신데--, 초면에 닷짜고짜 놈이라카면서 나를 죄인 취급 하시니꺼--, 발아래 궁민들이 보는 앞에서 요로콤 기를 직이도 되는 깁니꺼--, 지금 내로 말할라치면, 대한밍국을 지 손바닥에 꽉 거머쥐고 입맛대로 주물러대는 적어도 내가 내인기라요--”
노인. “발 아랫 것 이라니--, 니놈 입으로 국민이 니를 만들어 주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국민이 니 놈의 어머니와 같거늘--,
그리고 대한민국을 손바닥으로 주물고 요리한다고--“
젊은이. “사실대로 켄능데 뭐 배가 아푼기요”
노인. “이놈이 나를 몰라보고---”
정치. “이 영감탱구가 예, 예하니 나를 아주 졸로 보는 구만, 좋은 말 칼때 주둥아리(입) 작구 장구이소마 피보기 전에, 나이를 더럽게 처무것구마--”
노인. “이놈이 과연 듣던 대로 개망나니구먼, 나는 ‘대한민국 정치’란 말만 들어도 오물을 뒤집어 쓴 기분이다, 어디다 대고 감히”
정치. “그라마 노인장은 도대체 뉜기요”
노인. “잘 듣거라, 나는 저 하늘 위에 계신 절대자님의 특명을 받고 이 세상에 내려 온 ‘참 정도’란 이름을 가진 전권(全權)대사 이다, 알겠느냐.”
이 때 우룽탕탕 번개가 친다.
정치. 놀란 정치 “아이구 오매, 미처 몰랐구마, 인간이 아니고 신이란 말이네 예”
노인. “이제야 정신을 차렸군”
정치 “내 주디(입) 잘못 놀린 것 용서해주이소”
노인. “니놈이 용서부터 비는 것을 보니--, 어디 구린내 나는 구석이 있긴 있는 모양이지--”
정치. 풀이 죽은 정치 “그라마 어르신, 어떤 명을 받고 오신 특명대사 인기오”
노인.. “잘 들어 보거라, 나는 이 복잡한 세상에서 원칙과 기준이 없고, 옳고 그른 것도 구별 못하면서 천방지축으로 날 뛰는 정치란 니놈을 심판하기 위해 파견되어 왔다 그 말이다”.
정치. “지-지-, 지를 심판할라꼬 왔다 말잉기요”
노인. . “니놈을 찾는다고 얼마나 헤매었는데--, 니를 ‘진수대백과사전’(眞髓大百科辭典)의 기준에 따라 다스릴 수 밖에---”
정치. “두산대백과사전 이란 말을 들었어도 ‘진수성찬대백과사전’이란 말은 머리털 생긴 후 처음 듣구만요”
노인.. “진수성찬이라니---, 니 놈이 고급 요리 집에서 조찬, 만찬 하며 접대를 자주 받더니, 니 눈엔 진수성찬만 보인단 말인가, 진수성찬 대백과사전이 아니라 ‘진수 대백과사전’이란 말이다. 알겠느냐”
정치. “제 입이 헛나가 그만----,
노인. “이놈아 말이 헛나갔으면 헛났지, 입이 헛나갔다니--,”
정치. “아이구 실패했습니더”
노인. “실패했다니, 갈수록 가관(可觀)이구면, 실언(失言)한 것이지 어찌 실패했다고 하느냐, 니 놈은 한글도 재대로 깨치지 못한 놈이구먼”
천둥번개가 친다.
정치. 두려운듯 떨며 “내가 참 정도 어르신을 만나고보니 파리약을 먹은 것 같이 본정신이 아니시더.”
노인. “진수대백과사전(眞髓大百科辭典)이란 절대적 객관적인 진리와 사물의 이치를 세세하게 규정하여 정리해 둔 대 사전이요, 대 법전이지--,
정치. “억수로 겁나는 법이 니껴”
노인. “물론이지, 절대자님이 하늘 위에서 이 지구란 별을 살피시다가 동쪽 끝 콩알만 한 땅 대한민국에 원칙과 정도를 어기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니 놈을 보신 모양이야, 반세기가 지나도록 참고 기다려도 못된 버릇을 고치지 않으니 이젠 더 참지 못하시고 나를 급파하셨지---,
정치. “그러타 카면 나를 잡아 갈 저승사자란 그 말이니꺼”
노인. “절대자님은 엄벌 보다는 온정으로 다스리시는 인자하신 분이시다. 너무 겁먹지 말거라”
정치. 다소 안도하며 “정말로 예”
노인. “내가 지상에 내려와서 이 나라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아직도 정치 니놈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나라를 어지럽히고 궁민을 괴롭히는 못된 행세를 그대로 하고 있더라 그 말이다”
정치. “아니 저는 법대로 일했는데, 못된 행세를 한다코캅니꺼. 좀 심하지 않습니꺼”
노인.. “심하고 안하고는 법정에서 따져보면 알 것 아니냐”
정치. “법정에 세운다 카능 기요”
노인. “그렇다“
정치. “오매, 이젠 내가 골로가는가베” 탈기를 하는데---
노인. “이제 때가 되어 재판정으로 너를 압송 하겠다”
노인은 들고 있던 지팡이를 잡고 무대를 한 바퀴 돌면서 무슨 주문을 중얼대더니 허공에서 밑으로 ‘얏’ 하고 내려치니 굉음이 장내를 진동 하다가 뒤쪽 중간막이 열리고 안개 속 같았던 희미한 주위 경관이 갑자기 현실 같이 바뀌며 생동(生動)한다.
1막 (꿈속에서 2)
나오는 사람
이직설. 시골의 중년, 정치 지향적 인물
수화기(화자). 전화 여론조사 담당 여직원
선거관리위원장. 영상 속의 등장인물
앵커. 영상 속의 등장인물
공선범. 증인, 한정치의 변호인
이선표. 증인, 선관위 사무총장
소중보일. 중산층 70대 초반 인물
정불만 방청인
서기. 법정서기
기타 방청인 들
무대
법정
어느 사이 조금 전 노인이 검은 법복으로 갈아입고 무대로 들어와 재판장 상석에 정좌하고 뒤이어 서기인듯한 사람도 들어와 하단에 앉는다. 하단 좌측엔 중앙을 향해 수십 개의 의자에 증인인지 배심원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정좌해 있다. 서기 앞에 놓인 책상에는 두꺼운 책이 펼쳐 있다. 아마‘진수대백과사전’이지 싶다. 한정치 피고는 재판장을 향해 서있고 그 뒤로 수백 명의 방청인이 앉아있는데 바로 극장 입장객들이 그들이다.
재판장. 장중을 훑어보고 “본인은 먼저 내 신분부터 밝히고자 한다. 나는 조물주의 명에 따라 대한민국 땅에 내려와서 지난 대선과 총선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정치 상황들을 살펴보았는데 피고 ‘한정치’가 권력을 남용하고 기득권유지를 위해 국민을 고통에 빠뜨린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특히 헌법정신을 까뭉개고 민주질서를 무너뜨리는 탈법 행위까지 예사로 범하는 등 이런 증거들을 확보하고, 피고 한정치를 본 법정에 세웠다. 즉 본인은 검사인 동시에 판사이다. 각 증인들은 재판장이 묻는 말에 대해서 사실에 어긋남이 없이 진솔하게 답변해주기 당부한다”
장내가 조용해진다.
재판장. “먼저 정면 허공에 걸려있는 영사막을 보라. 지난 총선 과정에 있었던 몇 가지 사실을 녹화한 증거 자료이다.”
법정 안 모든 사람이 고개를 들고 허공을 향해 눈길을 보내자 갑자기 밝은 영사막이 앞쪽 상층부에 펼쳐진다.
재판장. “첫 장면은 어떤 시골 유권자가 겪은 사례(事例) 이다”
장내가 차츰 어두워진다. 영사막에 녹화 그림이 투영된다.
한 중년 남자 거실에서 앉아 있고, 벽시계가 저녁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띠르릉 띠르릉” 탁자위에 있는 전화 벨소리가 난다. 중년이 수화기를 든다. 수화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뚜렷하다. (이하 녹음기에서)
수화기(여자) “여기는 일국당 지구당 공천후보 3사람 중에 한명을 선택하기 위한 여론조사 기관입니다.
1번 김씨를 알면 1번을 모르면 2번을 눌러주세요.”
중년은 잠시 생각다 1번을 눌렀다.
수화기. “2번 김씨를 알면 1번, 모르면 2번을--”
중년은 역시 1번을 눌렀다.
수화기. “조씨를 알면 1번을 모르면 2번을 --”
중년은 또 1번을 눌렀다. 세 사람 다 모르는 사람이니 2번을 눌려야 할 텐데 모두 다 안다고 인심이나 쓰자 싶어서다.
수화기. “세 사람 중 누가 일국당의 국회의원 공천후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까, 1김씨를 지지하면 1번, 2김씨를 지지하면, 2번, 조씨를 지지하면 3번을,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면, 4번을 눌러주세요”
중년은 세 사람의 인품에 대해 아무른 정보가 없기 때문에 송화기의 4번 단추를 검지로 찍는다.
수화기. “선생님이 2십대이면 2를, 3십대이면 3을 ------7십대이면 7번을 눌러주세요”
중년은 70대이지만 60대라고 6번을 찍는다.
수화기. “감사합니다”
예쁜 아가씨의 음성이 맴돌더니 ‘딸각’ 하고 통화가 끊어졌다.
그는 단꿈을 앗아간 일국당의 무례한 전화에 화가 나서인지 혼자 빈정거린다.
중년. (독백)“ 무슨 여론조사라 카능기 이 모양이고, 지랄방정 떨고 있네”
여론 조사로 단꿈에서 쫓겨 난 중년은 다시 잠을 잇지 못해 창 쪽에 있는 의자로 가서 책상위에 있는 컴퓨터를 연다. 빈문서의 하얀 여백에 커셔가 깜박깜박하면서 손가락이 자판을 누를 때마다 그 뒤로 글자가 허공 영사막에 또박또박하게 문장이 나타나자 읽어간다..
중년의 독백소리 낭낭하다.
중년. “사실 나는 우(위) 시(셋) 후보의 신상에 관하여는 아무것도 모른다 아이가, 우짜기나 나는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보나따나 거룩한(!) 합천군민인기라, 그란데 일국당에서 공천 신청한 10명중에 함안군 사람만이 시시(셋)이 뽑힛다 컹께네 기가 맥힌다 그말이다.
의령. 합천 신청자는 모두 헛물킨기라 그 말이다. 합천 사람들이 자존심이 안 상했다카면, 지(자기) 빙신인(병신)기라. 물론 의령사람들도 마찬가지제--.
공천 심사위원들을 원망해야 하나, 일국당을 원망해야하나 3개군을 한 지역구로 묶어둔 선거법을 원망해야 하나--,
어쨋던가네 나는 지랄 같은 이번 총선에 기권할 작정이구마”
중년은 잠이 오는지 저장을 누른 후 컴을 끄고 침대로 돌아간다. 화면이 끄지고 다시 조명이 켜졌다.
재판장. “여러분, 위 영상 그림을 잘 보셨지요, 저 먼 시골 합천읍에 사는 이 직설(直說)씨의 어느 날 저녁 한 때를 촬영한 그림입니다. (법정을 훑어본 후에) 그러면 다음 그림을 보아요”
조명이 끄진다. 허공에 또다시 영상이 그려진다.
이번에는 무슨 그림이 나올까하고 호기심이 가득 찬 눈초리들이 허공을 향한다.
중앙선관위원장이 국민을 향해 호소하는 영상 그림이다.
선관위장.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일은 제18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입니다. 그동안 치열했던 선거운동도 오늘로써 끝이 나고, 이제 국민 여러분의 선택만이 남았습니다. --중약-- 정책과 정견, 그리고 공직자로서의 능력과 자질이야말로 후보자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지금 바로 선거공보를 펼쳐 보시거나 인터넷을 열어서, 다시 한 번 정당과 후보자들의 정책을 꼼꼼히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중약-- 국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의 한 표 한 표가 모아져서 우리의 삶과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게 됩니다. 내일 하루일 가운데 투표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무리 바쁜 일이 계시더라도 투표부터 먼저 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잠시 동영상이 끄진다.
재판장. “조용히 하시고 또 다음을 보아주십시요”
조명이 끄지고, 다시 영사막에 그림이 뜬다. KBS 저녁 뉴스이지 싶다. 세련된 앵커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앵커. “잠정집계 된 이번 총선 투표율 46%는 역대총선은 물론이고 지방선거까지 통틀어서도 가장 낮은 투표율입니다. 특히 대도시 투표율은 더욱 낮습니다. 임0흠 기자 나오십시오”
임기자. “임 00기자입니다.(-전반부생약-) 총선 투표율이 50%도 미치지 못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12대 때 84,6%를 기록한 후 총선투표율은 줄곧 하락해오다 17대총선 60.6%에 이어 이번은 14.6% 포인터가 낮은 46%로 다시 최저투표율을 기록하였습니다”
동영상 그림이 끄지고 조명이 들어온다. 법정심리 현장, 단상의 재판장이 입을 연다.
재판장. “방청인 여러분! 첫 번째 그림은 일국당이 실시한 총선후보공천 선발과정에 있었던 여론조사의 한 예이고, 두 번째는 중앙 선거관리위원장이 총선투표 전날 TV를 통해 국민에게 선거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사실을 담은 그림이며, 세 번째는 총선이 끝나고 난 뒤, 투표율이 46%로 저조한 점에 관하여 TV가 보도한 사례 하나를 선택하여 재방영한 동영상이다.
오늘 이 재판에서는 첫 심리로 단잠 중 전화 밸 소리에 잠에서 깬 합천 거주 이 직설 씨가 일국당으로 부터 걸리어 온 전 통화 과정에 있었던 사실관계에 대해 심리코자 한다. 그러면 이 직설 씨, 증언대로 나오라. (증인석에 안자있던 이 씨가 일어나 증언대로 가서 앉자 재판장은 아직도 서있는 피고인 한 정치에게) 피고는 착석하게, 신문은 좀 있다 하겠네. (서있던 피고는 조용히 앉는다. 재판장은 증인을 향해) 증인은 본 재판장이 묻는 말에 사실대로 대답하고, 주장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솔직하게 진술하라, 특히 이 자리는 하늘 위에서 절대자님이 큰 관심을 갖고 내려다보고 계신다는 점을 명심하게”
이직설. “잘 알겠시다” 법정 안은 잠시 술렁이다가 조용해진다.
재판장. “증인은 합천읍에 거주하는 이 직설 씨 본인이 맞는가”
이직설. “예, 맞습니다요” 이씨는 다소 불안한 표정이다.
재판장. “증인이 총선 전 어느 날, 일국당 여론조사팀과 주고받은 통화 장면이 조금 전에 방영되었는데 사실과 다름이 없는가”
이직설. “예, 우째 한 밤 중에 내 집 안방에서 일어난 일을 고로콤 또록또록하게 사진을 박아낸능지 참말로 귀신이 곡할 일입니다요”
재판장 "증인은 앞 영상자료를 보면, 독백의 마지막에서 ‘지랄 같은 투표에 기권 하겠다’고 하였는데--, 투표 당일 정말로 기권 하였는가”
이직설. “그러시더,--”
재판장. “민주정치에서 투표는 신성한 국민의 권리인데 왜 ‘지랄 같다’고 하는 혐오스런 말을 썼는가, 그리고 기권하게 된 이유를 간단하게 말 해 보게”
이직설 “예, 어진 백성이 무얼 알겠능교 만은, 선거 기간에 대여섯 번의 전화질을 받았습니다. 무슨 놈의 선거인지 몰라도 초장부터 여론조사라 카능기가 판을 칩디더--, 정말 짜증이 나고 귀찮능 선거이시더 그려,”
재판장. “짜증이 나다니”
이직설. “재판장님도 한번 까디비(뒤집어) 놓고 생각해 보시이소, 첫째로 생면부지의 모르는 사람들을 갖다 대고 잘 아능기요 모르능기요 하고 캐물어 싸니까 우째 골 때리능 일이 아닝교 그 말이시더, 둘째로는 후보자가 등록 한후 선거운동을 요이똥(시작) 카면 그 때부터 각 자가 자기 쟁기(長技)를 자랑하면서 표를 달라카면, 단디 챙겨 본 후 우리 백성이 옥석을 골라내면 될끼 아잉기요, 말이 났은께 카지만, 이전(예전)엔 후보자들이 장터 네 거리에 백성을 모아놓고 합동유세를 하면서, 저거끼리 구지삐기(심지)를 뽑아 순번을 정하고 단상에 올라가 목이 터져라 씨부리는 걸 보고, 쪼개라도 내 입에 맞능 사람을 골라 표를 찍었다 아잉기요--, 지금은 뭘 보고 후보를 꼬집어내라 카는지--, 정말 개떡 같은 선거라 그 말이시더, 또 사람 뽑능 선거는 투표일에 한번만 하지--, 왜 전화질로 자꾸 이 사람 저서람 들미기며 존나 나쁘나, 아나 모르나 캐사면서 성가시게 구능가 그 말이시더 (방청석에서 키득 그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씨는 신이 나는 듯)
그라고 네 번째로능, 아니지 세 번째이지, 내가 아능 칭구 아들놈이 국회의원 한번 해볼끼라고 일국당에 후보를 신청했다 그 말 이시더, 공천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되자, 똑똑한 젊은 놈이 그만 반 빙신이 됐더라 그말이시더, 정말로 여론 조사라카능기 여러 사람 직이능거 똑똑히 알아야 한다꼬 이 무지몽매한 백성이 재판장님께 호소하니더, (피고를 향해 뺨을 내리치는 시늉을 하며) 조 뻔뻔한 한 정치놈의 대갈백이를 한 대 갈기고 싶은 기라요"
방청석엔 웃음이 일고, 어떤 한 사람이 ‘옳소’하며 박수를 치자 모두가 따라한다.
재판장. “촌사람치고는 조리가 있군--”
이직설. “지는 요, 꼬맹일 때부터 똘똘하다고 남들이 그러사테예---”
재판장. “그래서 증인은 선거에 기권 했다는건가”
이직설. “그 뿐이 아이시더, 네 번째로능요, 내가 좋아하는 정당 일국당이 내세운 후보는 함안 사람이고, 내가 잘 아는 사람은 한 동내 이웃 인데 무소속 인기라요, 내가 누굴 찍겠능기요, 내 동내 사람 찍어봤자 떨어질끼 뻔한데---, 차라리 기권하자 그게 쏙 편하다 그 말 이시더”
재판장. “증인은 출마자 중에 보다 똑똑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표를 던지면 될게 아니냐”
이직설. “그런 섭섭한 소리 하지 말라꼬요, 내 이를 줄 알고 (옆구리에 끼고 있던 대봉투를 펴고 그 안에서 두툼한 인쇄물을 꺼내 들고 흔들어 대며) 이걸 챙겨왔어예---, 정당후보나 무소속후보나, 모두가 다 지 잘났다고 어떻기나 좋은 세실만 까발리 난능지--, 이 어진백성 어느 놈이 장뀐지 어느 놈이 까투린지 정말로 식별할 수 없다 그 말잉기라요, 다 지 잘란 놈들 뿐인데 누구에게 찍을 낑가요, 그래서 기권했다 그 말이시더”
재판장은 서기가 증인으로부터 받아 건네주는 인쇄물을 잠시 뒤지며 고개를 꺼덕인다.
재판장. “증인의 말에 일리가 있구먼---”,
이직설. “재판장님 어디 고것 뿌잉줄 압니꺼, 고고 말고도예, 다섯 번째 이유가 또 있능기라요”
재판장. “그래, 또 들어보자”
이직설. “재판장님! 이렇게 못난 백성이지만, 대한밍국은 민주주의라 카능 나라고, 민주주의는 궁민이 주인이고, 주인인 궁민이 하도 많아서 다 같이 국가 대사를 요리하지 못하기 때문시로 총선에서 나를 대신하는 똑똑한 사람을 뽑아서 국회로 보낸다 카능거는 지도 신문 쪼가리를 보고 알고 있능기라요”
재판장. 재판장은 고개를 꺼득이며 “잘 알고 있구먼”
이직설. 재판장의 긍정에 신이 났다. “그런데 나를 대신하여 일해 줄 인물이 없다 아잉기요, 이번에 함안 사람 조씨가 당선 되었는데 우째 그 사람이 나를 대신하며, 우리 동내 합천사람의 대표가 될 수 있능기요, 참말로 기가 찰 일 아입니꺼, 군대에서 제대할 내 손자 놈을 하다못해 관공서 급사로 취직 시켜 달라고 내가 표를 줄 합천후보에게 부탁할라꼬 작심하고 있었는데, 일국당후보로 다른 군에사는 조씨가 낙찰되었다 그 말이시더, 그라마 그 당에서 공천되면 찌개 작댕이라도 당선된다는 것은 불을 본 듯 훤한 것이 이 곳 민심인기라요--, 내가 당선자를 찾아가 ‘댁 한테 내가 표를 찍었다’ 카면서 ‘내 손주 놈 취직 좀 시키주이소’ 하고 어찌 부탁하겠능교, 어림없능 일 아잉기요, 그래서 이득이 없는 일에 수고할 필요가 있겠능가 싶어 기권한기라요, 어디 이 어진 백성놈의 말이 틀링기 있능교 재판장님!”
재판장. “그야 국회의원은 자기를 뽑아 준 지역민의 고충을 위해 노력하 는 것이 당연하지, 그러나 국회의원이란 지역과 지역민들만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이 아니야, 원래는 국회의원은 중앙정치에 더 힘을 쏟아야 하는 거야”
이직설. 이 말을 듣고 불만인 듯 “재판장님! 지가 올린 인쇄물을 보시라요! 각 당 각 후보가 대문짝만한 글씨로 내 건 표어를 살펴보면, 판사님이 카신대로 큰 정치로 나라를 살리겠다고 한 말은 어느 구석에 써있는지 잘 보이지 안는구먼요, 그라고 후보자 여섯 사람이 다 지 존 말만 써났시더--, 누굴 뽑겠능기요, 사진에 박힌 인물 중 잘생긴 놈을 골라 찍어라커먼 모를까”
재판장. “피고, 피고는 증인의 말을 잘 듣고 있는가”
한정치. 깜작 놀란 피고 “예, 판사님”
재판장. “계속 증인의 말을 잘 들어 보게”
한정치. “예, 판사님” 그런데 이직설씨 주장에 반문이 있습니다.
재판장. “말해 보게”
한정치. “우리는 후보를 잘 선택할 수 있도록 TV를 통해 공개토론 내지 정견 발표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직설. 흥분한 듯 벌뜩 일어나 “눈감고 아웅하는 소리 집어치시요. 재밋는 TV푸로를 나놓고 개판정치에 뛰어던 후보들의 개소짓는 소리를 멀정한 우리가 왜 그 꼴을 본다카능기요.”
한정치. “그러나 국민의 도리로--”
이직설. “먼저 정치인 도리나 잘하시지--”
촌놈 대단하다. 입심이 그만이다는 등 소리가 나고 박수도 나온다.
재판장. 증인을 보고 “그 쯤하고--, 그런데 증인은 자기를 ‘국민’이라고 하면 되는데, 왜 ‘백성 백성’ 하고 백성을 강조 하는가”
이직설. “궁민이나 백성이나 그게 그것 아잉기요, 궁민보다야 백성이 쬐끔 더 불쌍한 것 같아서--- ”
재판장. “같은 말이다 싶지만 엄밀히 따지면 국민과 백성은 그 의미가 다르단 말이야, 진수대백과사전에서는 백성의 의미로 다음과 같이 밝히고있네 ‘백성이라는 말은 주로 조선왕조에서 쓰인 말이다. 조선왕조 오백년은 임금이 성리학의 이념에 기초하여 나라를 다스렸다. 그 이념에 따르면, 임금은 하늘을 대신하여 세상을 다스리는 자로서 신성불가침의 권능을 누린다. 하늘이 내린 인간 사회의 기본 질서는 삼강오륜이란 도덕이고, 임금은 이 도덕 질서를 대변하는 수호자였다. 백성이 왕에게 충성을 다하고, 자식이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고, 아내가 남편을 정성으로 섬기면, 하늘도 부응하여 세상만사가 평화롭고 안락하게 된다는 것이 성리학이 가르친 정치의 기본 원리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백성의 나라는 존재하지 아니하였다 고 했네”
이직설. “대충 알겠시더”
재판장. “증인은 이제 백성의 의미를 잘 알아들었느냐, 국민이란 개념과 는 그렇게 큰 차이가 있단 말이야”
이직설. “그러니깐 민주헌법 대로 나라를 다스릴 때능 그 나라 주인이 궁민이고, 성리학의 원칙에 따라 다스리는 나라는 그 주인이 왕이다 그 말 이시더”
재판장. “그래, 그래서 말인데 증인이나 방청인 모두는 앞으로 누구나 자신을 가르쳐 ‘백성’이라 하지 말고, 어깨를 펴고 나는 ‘국민’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당하다 그 말이야”
이직설. “내말도 틀린기 없시더, 궁민보다는 백성이 엄청시리 불쌍한 처지는 맞구먼요”
재판장. “그러면 증인은 착석하고 한정치 피고인은 일어나라”
한정치. “예” 두려운지 한 정치의 표정이 어둡다.
재판장. “피고는 증인 이직설씨가 한말을 잘들었는가”
한정치. “예, 잘 들었습니다”
재판장. “피고에게 묻겠다, 피고가 대답할 수 없다면, 피고의 변호인이 대신 할 수 있다, 혹시 피고를 대신할 변호인이 와 있는가”
한정치. “예 있습니다, 공 선법(公 選法)씨입니다”
재판장. “공 선법씨는 앞으로 나오라, (재판장의 호출에 공씨가 나와 피 고인석 옆 자리에 섰다) 공선법씨는 피고의 변호 역을 맡는데 이의가 없는가”
공선법. “예 피고를 변호하겠습니다”
재판장. “그래요, 피고의 옆에 와서 앉으시오. 피고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訊問)에 대하여 대신 답변할 수 있다네”
공선법. “잘 알겠습니다”
재판장. “피고, 이 직설 증인이 진술한 내용을 잘 들었나요”
한정치. “예”
재판장. “증인, 이 직설 씨의 진술을 요약해 보면, 첫째로는 현재 국회의원 출마의사를 가진 자가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나면, 선거운동 시작 전, 120일 동안 여유가 있다. 이 기간에 정당이나 여론조사기관 (전문업체 및 각 정당 측) 등은 각 예비후보들에 대한 인지도나 선호도 조사라는 명목으로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화를 수시로 걸어대기 때문에 사생활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국회의원이 한 지역구에서 한 사람이 뽑히는 소선거구제이기 때문에 행정 군이 2곳 내지 4곳까지 합치어져 있는 지역구에서는 단일 지역구 보다 정치 행정 사회적인 면에서 국가로부터 받아야 할 권익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유권자가 가장 똑똑한 사람을 선택하려고 해도 현 국회의원 선거운동 방식으로는 올바른 대표자를 가려 낼 재주가 없다는 고충도 밝히고 있다”
한정치. “잘 알아 들었습니다”
재판장. “그러면, 본 재판장은 피고에게 묻는다. 위에서 증인이 진술한 첫 번째 주장에 의하면, 여론조사 전문 기관들이 언제부터인가 선거 운동 중심에 끼어들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에 혼란을 주고 사생활에 피해를 준다고 밝혔다. 이 점에 대해. 피고는 반론이 있으면 진술해보라”
재판장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든 피고 한 씨는 신중하게 말을 꺼낸다.
한정치. “사실, 제가 한 정치란 전인격을 갖추고 걸어 온 60여 년간의 정치행적을 더듬어 보면, 대통령의 의도와 몇몇 자도자의 요구에 따라 순종해 올 수밖에 없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반성하는 기색이 짙다) 다시 말하자면 얼굴은 있으나 인격이 없었고, 몸체는 있으나 혼이 없는 허수아비에 자나지 않았지요, 그래서 재판장님이 지적 하셨듯 이런 괴상한 몰골이 되었습니다.”
방청석에서 웅성그린다.
재판장. “그래요, 피고의 처지를 절대자님께서도 짐작하고 계시네, 진수대백과 사전에 보면, ‘열매를 보면, 그 나무를 안다’고 하는 말도 있다네---, 그래서 피고의 망가진 외모를 보고 그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가를 명백히 밝혀 그들을 계도 내지 응징코자함이네 알겠는가”
한정치. “재판장님, 요 앞서 청와대와 정부까지 딜꼬 놀 때도 있다고 까불어 된 제 무례를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라니더”
재판장. “이해하고 말고”
한정치. “그라마 지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재판장. “말 해보게”
한정치. “먼저 제 신상에 관해--,”
재판장. “신상 발언이라”
한정치. “국민들 중 상당수는 국회의원을 개(犬) 의원이라고 손가락질하고, 국민세금을 낭비하는 도둑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기 사실입니더”
재판장. “왜 그러겠나,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에서 개싸움 하듯 치고 박고 난투극을 벌이기 때문 아닌가, 그리고 생산적인 일은 제겨두고 세비만 축내고 있으니---
한정치. “국회의원들도 애로가 많습니더”
재판장. “정치씨는 18대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 건수가 도대체 얼마인지 알고 있는가”
한정치. “미쳐 챙겨보지 못했습니더”
재판장. “여보게 서기, 현재까지 대강 국회에 계류 된 법안이 몇 건이라 했지”
서기. “지금 현제 총 3천여 건이 넘는데 18대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 이 겨우 백여 건이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정치. “면목이 없습니다”
재판장. “그러니, 국민들이 국고를 축내는 도둑이라 하지 않는가”
한정치.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켔습니더. 금배지를 유지할라카면 우선 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고, 그 공천권은 당 대표나 대통령이 주물러대고 있으니--, 요런 정치꼬라지 밑에서 국회의원들은 지도부의 종놈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기라예”
재판장. “결국, 지도자들 눈치 보느라 국회의원이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게로군”
한정치. “처지를 굽이 살펴 주시이소”
재판장. “이해가 되네, (공대리인을 보고) 공대리인에게 묻겠소, (공씨 일어선다) 증인 이직설 씨가 괴롬을 받았던 ‘전화 여론조사’가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된 이유를 알면 말해보라”
공선법. “예, 제 생각을 말해보겠습니다. 정당이나, 출마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여론을 조사하게 되고 이 조사 내용을 기초로 하여 선거 전략을 수립하게 됩니다. 즉 과학적 선거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필요성이 주 목적이지요”
재판장. “승리를 위한 ‘유권자 마음읽기’란 말이군, 그러면, 여론조사가 과학적 선거운동의 전략이라면, 비과학적 선거 전략도 있다는 겐가”
공선법. “물론입니다.
재판장. “승리할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
공선법. “과학적 여론조사는 각 후보자간 인지도 및 선호도 변화 추이를 짐작할 수 있고, 그 것을 토대로 다른 후보가 실행하고 있는 선거 전략을 알아내어 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판장. “그 외에 각 경쟁 후보자들에 대한 인지도를 메스컴들이 공개를 목적으로 여론조사가 실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인기가 낮은 후보자들은 불이익을 당할 것이 뻔한데도 선거운동법이 허용한단 말인가.”
공선법. “먼저 인기의 강세인 후보나 열세인 후보가 여론 조사에 대하여 별로 반대를 하지 않는 이유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대세효과' 또는 '밴드왜건(악대차효과)효과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나팔 불고 북치는 악대가 선두에 서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궁금해서 모여들기 시작하는 점을 이용한 선거운동입니다. 여론상 선두주자가 노리는 이익이지요. 즉「저 사람이 ‘갑’을 지지하니 나도 ‘갑’을 지지해야지」하는 심리를 유발 한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언더독 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선거에서 패색이 짙어진 후보에게 당파성이 약한 유권자나 부동층이 동정표를 던저준다는 것입니다.
재판장. “공선법 씨의 얘기를 듣고 보니 여론조사는 선거를 치루는 후보자나 정당 또는 언론기관이 자기들의 필요에 의해서 돈을 쏟아가며 조사를 하구만”
공선법. “재판장님, 사실이 그렇습니다”
재판장. “아무래도 여론조사는 편안해야할 국민의 사생활까지 침범하여서야 옳지 못하다고 판단된다. 이런 점들에 관해 대리인의 생각을 듣고 싶군”
공선법. “너무나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재판장. “여론조사결과 뒤쳐진 후보자 측에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생각 같군”
공선법. “지난 총선에 적용된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7일전까지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재판장. “그러면 선거운동 시작 일부터 투표일 전까지는 일체 여론조사를 하지 못하도록 법정하면 되지 않을까요”
공선법. “옳은 말씀입니다. 열세인 후보가 선거운동기간에 인기를 만회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요””
재판장. “잘 생각해보면, 여론조사의 목적은 유권자들이 현재의 시점에 서 각 후보자들 개개인에 대해 품고 있는 인지도나 선호도를 확인하는데 있지 않을 까요”
공선법. “당연한 말씀입니다”
재판장. “그렇다면, 선거운동 돌입 전에 실시한 후보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는 유권자가 각 후보자들에 대하여 비교가 잘 안된 상태에서의 인식을 조사한 한 비교수치가 분명한 이상, 남아 있는 법정 선거 운동 기간에 인지도가 약한 후보는 자신을 정확하게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충분한 시간이 있음으로 투표결과에 대하여 유감없이 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지는데 대리인의 생각은 어떤가요.
공선법, “정확하게 지적 하였습니다”
재판장. “그러면 여론 조사 문제에 대한 토론은 이쯤으로 종결하고, 여론 조사에 관해 진술할 분이 있으면 손을 들고 일어서서 크게 얘기 해주기 바란다” 재판장 장내를 두루 살핀다.
한정치. 대응이 없는 것을 보고 “재판장님, 현명한 판결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재판장. “여론조사 건은 심도 있게 논의 되었다고 판단되어 잠시 20분 간 휴정 하겠다.”
무대 조명이 꺼진다. 잠시 후 막이 오르고 무대가 밝다. 재판장 이하 모두 착석해 있다.
서기. “곧 재판이 재개되게 되겠습니다, 자리를 정돈해주십시오”
재판장. 정돈된 법정을 살펴본 후 “다음 건은 ‘지역구가 2개 이상 군으로 합치되어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기초단체의 유권자들이 대의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정치적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이직설씨의 주장에 대해 심리하겠다. 피고 대리인은 일어서라, 먼저 이직설 증인의 권리 침해 주장에 대해 대리인은 반론을 제기하여 보라”
공선법. “이 문제는 헌법 제41조 1항의 평등선거 원칙의 법리에 구속되어 만들어진 선거법에 원인이 있습니다. 국회의원 정수는 한정되어 있고, 이를 전국 기초단체로 나누어 배분하다보니, 구.시는 군보다 인구가 너무나 많고, 군과 군 간에도 인구수에 큰 격차가 있어, 헌법재판소가 최소한의 인구 격차를 3대1 범위를 넘지 못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이를 지키려고 하다 보니 발생한 어쩔 수 없는 고충의 산물입니다”
재판장. “대한민국은 소선거구제 이지요”
공선법. “소선거구제는 하나의 지역선거구에서 선출할 국회의원수를 1인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한지역구 내의 인구 하한선을 10만 4,000명으로, 상한선을 31만 2,000명으로 하여 1대 3 정도로 한정했습니다, 그래서 인구 10만4천명이 안 되는 기초단체(군)는 2개 내지 4개 군으로 합쳐 일개 지역구로 편성하게 된 것입니다”
재판장. 이직설씨를 보고 “이직설 증인, 증인의 고향인 합천은 인구가 5만을 겨우 넘어 의령, 함안 등 3개 군을 합쳐서 한 지역구로 묶어 놓은 것이니 타 군에서 국회의원이 뽑혔다 해도 증인을 대신한 국회의원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딴 도리가 없지 않은가”
이직설. “그래도 민주정치는 대의민주주의라 캔는데--”
이때, 방청석에서 어떤 노인이 일어서서 앞으로 나온다. 스포트라이트가 노인의 모습을 비춘다. 천둥번개가치고 노인이 범상치 않는 인물임을 나타낸다.
나레이션
『이 노인은 동안으로 체구도 당당하고 한눈에 범상치 않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하늘의 조물주가 이미 본 법정에 불러들여 증언을 하도록 예비해 두었던 소중보일이란 인물로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노인은 방청석(관객석)을 비집고 나와 재판장 아래 증언대로 나와 선다. 방청석은 숨을 죽인 듯 조용하다
노인. “재판장님, 국민의 입장에서 한 마디 진술을 해도 되겠습니까”
재판장. 노인을 보고 경어를 쓴다 “물론입니다, 이미 허용한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나와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십시요”
노인. “제 이름은 ‘소중보일’입니다. 그리고 직업은 없고, 시골에 쳐박혀 시간을 파먹으면서 내 나름대로 정치 칼럼도 쓰고 문학을 한답시고 돼먹지 못한 글들도 쓰고 있습니다,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들어와 의미 있는 이 재판을 방청하고 있습니다”
재판장. “성함이 ‘소중보일’이라 했는데--. 마치 일본사람 이름 같습니다”
소중보. “그렇게들 말하지요”
재판장. “노인장의 성씨가 ‘소’씨인지, ‘소중’씨인지, ‘소중보’씨인지 궁금하군요”
소중보. “내 성은 ‘소중보’이고, 이름은 ‘일’입니다”
재판장. “제갈이나 선우란 성은 들어보았지만, ‘소중보’란 성은 처음 인데요, 본관이 어딥니까”
소중보. “대민(大民)입니다, 그 곳이 내 본향 이지요”
재판장. “여기 있는 피고 한정치씨도 본관이 대민(代民)이라고 했는데--, 그는 국민을 대신한다는 대민 한씨라고 말하던군요”
소중보. “제 본관인 대민은 대한민국을 뜻하는 ‘대민 소중보’ 입니다”
재판장. “그러면, 소중보일씨의 시조(始祖)는요”
소중보. “바로 제가 소중보 성씨의 시조입니다”
방청석이 웅성그린다.
재판장. “조용히---, 아니 노인장은 어버이나 조상이 없다는 말 인가요”
소중보. “왜 없겠어요, 나는 윤리적 혈통과 생체적 DNA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 사상과 이념에 동조하는 실존적 국민계층을 부각하고 보존하기 위해 ‘사회적 종’(社會的 種)인 ‘소중보’란 성씨를 창시하게 된 것이지요.
재판장. “사회적 종이라 하셨는데---”
소중보. “잘 물었습니다. 일종의 경제적 계층의 신분인데 ‘소시민’ ‘중산층’ ‘보통사람’을 통칭하는 계급적 종(種)을 말합니다. 소(小). 중(中). 보(普)는 위 어절의 첫 글자의 묶음 이지요”
재판장은 잠시 눈을 감고 있다. 또 객석이 웅성그린다.
이직설. 벌뜩 일어나서 “저도 지금부터 소중보님의 성씨를 따서 ‘소중보직설’로 이름을 바꾸고, 전위대 역할을 하겠습니다”
소중보. 이직설씨를 보고 “증인의 진술을 듣고 있는 동안 저와 일맥상통 하는 사람이라 느꼈습니다. (소중보는 잠시 방청석을 훑어보더니) 지금 내 나라의 현실은 소중보 계층이 무너졌습니다. 소중보를 자칭하는 사람이 과연 전 인구의 몇 %나 될 까요, 실업자가 백만 명에 육박하고 신용불양자 및 노숙자가 3백만 명을 넘어서 부자와 빈민만이 현존하는 양극 구도로 변하고 있어요. 즉 소중보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장내가 조용해진다.
재판장. “다소 심리 주제에 벗어나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얘기해 보세요”
소중보. “재판장님, 피고 한정치씨와 그의 대리인 그리고 방청하시는 여러분께 먼저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재판장. “구애받지 말고 해보세요”
소중보. “첫째로 소선거구인 국회의원 지역구를 시골의 기초자치군 단위로 확대하면, 왜 안 되는지 한정치 피고에게 묻습니다”
재판장. “피고대리 공선법씨가 대답해보시요”
공선법. “저는 피고 한정치의 대리인인 공선법이란 사람입니다. 헌법 제41조 1항은 평등선거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데, 평등 선거의 개념은 법리상 크게 두 가지로 구별하는데 ‘수적평등’과 ‘성과가치’의 평등으로 나눕니다. 투표의 수적 평등은 흔히들 알고 계시는 한사람이 한 표밖에 사용할 수 없어 ‘1인1표주의’ 라고도 하지요. 성과가치평등원칙은 선거구 획정과 관련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인구가 5대 1의 차이를 보이는 두 지역구에서 각기 한 사람의 국회의원을 선택 할 때, 인구가 많은 지역의 1표가 지니는 가치는 인구가 적은 지역의 1표가 지니는 가치 비하면 5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일인의 표의 가치차이를 되도록 이면 줄이자고 하는 원리가 ‘성과가치평등’의 원칙입니다. 그런 취지에서 헌법재판소가 전 지역구를 동일 인구수로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인구의 차이를 1대 3을 넘기면 아니 된다고 판결을 하였습니다.
이런 우리의 제도를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교해보면, 그들 이 선진국이지만 우리 보다 더 큰 인구편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재판장. “그러면, 행정, 문화, 지리적 공유 권역인 기초자치제 단위를 1개 국회의원선거구로 확정하면, 3:1 이상의 인구 편차지역이 많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위배 되고, 두 번째 문제는 국회의원수를 늘이면 되지만---, 다수 국민이 국회의원수가 많으니 줄여야 한다는 정서가 걸림돌이 되겠네요”
공선법. “맞습니다. 위 두 가지 문제만 해결한다면, 기초단체별로 선거구역을 정하여 국회의원 1명을 배출하도록 한다면, 이직설씨가 말하는 구회의원 부재 군민의 고층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소중보. “그러면, 제가 이 문제에 대해 제안해 보겠습니다. 재판장님의 판결에 원용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재판장. “물론입니다”
소중보. “저는 평등 원칙 중 성과가치평등 원칙도 물론 중요하지만, 민주정치의 근간인 ‘대의정치의 원칙’은 더욱 중요하고 보전되어야 할 요건이라 생각됩니다.
첫째. 지금은 이 지구 상 어느 나라 구별 없이 지리적 자연환경의 가치가 더 없이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시대에 처하여있습니다. 당연히 토지, 부존자원, 생태계 등도 사람 못지않게 대등하다는 발상이 요구됩니다. 도회지가 물신주의와 추한 인간환경이 가득한 몰가치 지역이라면, 시골은 넓은 땅과 깨끗한 자연환경의 우정신(優精神)적 가치가 보전된 지역입니다. 시골의 오염되지 않는 토질, 깨끗한 공기와 물, 그리고 푸른 숲 등을 보유하고 있는 군 단위 지자체는 인구 밀집의 대도시보다 국가 발전에 더욱 중요한 신 동력원이며 자산 입니다.
둘째로. 국회의원 정수가 수십 명 늘어나는 것이 국고의 실로 보는 근시안적 사고를 버려야 합니다. 국가 행정 각 부처 각 자치체가 낭비하는 세금에 비하면, 국회의원의 세비는 ‘새발의 피’입니다. 의원수를 늘이는 것이 국고 낭비라는 사고는 버려야 합니다.
셋째 미국 의원들 선거구 인구편차가 우리보다 더 크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만, 잘 못 본 것입니다. 인구 천오백만 명의 뉴욕주의 상원의원이 두 사람이고, 미국 본토보다 더 넓은 알라스카주는 인구가 겨우 62만 명으로 뉴욕의 25분의 1밖에 안되는 인구인데도 상원의원수가 두 명입니다. 십6만명 인구의 조그마한 섬 하와이주는 뉴욕에 비해 인구가 90분의 1정도인데도 상원 의원의 수가 역시 두 사람입니다. 그런데 선진국에 비교하다니요.
보세요,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을 갖지 못한 기초단체(군)가 무려 60여 곳이나 됩니다. 심지어는 1개지역구가 4개 군으로 합쳐있는 곳도 무려 5곳이나 됩니다. 국회의원이 없는 슬음은 국가가 지역을 차별하는 횡포의 증거입니다.”
재판장. “정말 똑 부러진 지적을 하셨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이런 비민주적 법으로 순박한 시골 국민의 기본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데도 정치가 외면하고 있군요”
공선법. “피고를 대리하고 있지만 소중보씨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 를 표합니다”
재판장. “이 건에 대한 심리는 더 진행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된 다. 잠시 휴정 한다”
조명이 꺼지고 천둥 번개가 치더니 잠시 후 무대가 밝아진다.
재판장. “이제 이직설 증인과 관련된 심리는 이것으로 종결하고 투표율과 관련된 현안을 마지막으로 심리하겠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왔으면 증인석으로 나오라”
객석에서 점잔은 신사분이 법정 증인석에 나와 선다.
재판장. 소중보씨와는 달리 말을 낮춘다 “증인은 선관위원장인가”
증인. “아닙니다. 선관위원장은 다른 재판이 있어 사무총장인 제가 대신하여 나왔습니다”
재판장. “이름이 무엇인가”
증인. “이 선표입니다”
재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자 선거 관련 사무를 전담하는 상설기관이지”
이선표. “그렇습니다”
재판장.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다. 흔히들 현대적 민주주의 원리 하에서 선거의 의미를 간단히 요약하면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그 대표자를 선출하는 주권자의 신성한 의사 표현이다’라고 말한다, 이선표 증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선표. “옳은 말이라 생각 됩니다”
재판장. “ -악한 정치인은 투표를 하지 않는 선량한 시민에 의해 선출 된다-는 미국 속담이 있는데 알고 있나”
이선표. “그런 속담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 내용은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 됩니다”
재판장. “호주에서는 이민 온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주기 전에 공직자 선거에 투표할 것과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형을 달게 받겠다는 선서를 하도록 한다는데 알고 있나”
이선표. “투표에 불참하면, 벌금형을 내린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선서를 국가가 받는다는 것은 미쳐 몰랐습니다”
재판장. “최근 지자체 보궐선거에서 투표율이 10%대로 뜨러진 곳도 있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가”
이선표.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식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재판장. “정당이나, 사회단체들이 집권정부의 정책추진이나 집행 사안에 대해 반대할 때 언제나 ‘국민의 뜻’이라고 내세우며, 집회와 시위로 난동을 부리는 꼴을 많이 보는데, 과연 국민의 뜻, 국민의 정서가 그런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선관위에서는 그들이 약방 감초 같이 내세우는 국민의 뜻이 정말 진정한 국민의 뜻인지를 판단할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책임의식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이선표. “저희 기관은 선거문제만 전담하고 있어 그런 문제는---,”
재판장. 다소화가 난듯 “소관이 아니란 말이지, 선거가 무엇인가 국민의 뜻을 묻는 절차행위 아닌가”
이선표. “사실 국민의 뜻인지를 알기위해선 사회개혁차원에서 어떤 새로운 방책이 나와야 한다고 믿습니다”
재판장. “그런 대책을 제시할 만한 국가 기관으로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가장 적합한 기구라고 보는데 증인의 생각은”
이선표. “실은, 선관위는 정치적 힘이 없고 위상이 너무나 미미하기 때문--”
재판장. “그래서 표파라치가 되어 골목이나 유세장이나 음식점을 배회하며 사진이나 찍고, 고발이 들어오면 조사하여 검찰에 넘기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인가”
이선표,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재판장. “선거 통계나 내고, 성과도 없는 투표 독려나 하고, 무사안일 하게 시간을 보내다 월급 받고, 예산만 까먹고 있지 않는가“
이선표. “뼈아픈 지적입니다, 정말 국가가 지워 준 선거관리 공직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점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재판장. “도대체 최근 공직선거에서 유사 이래 투표율이 저조한데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이선표. “사실 63%대의 투표율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이나 40%대의 투표율 그리고 20%대의 보궐선거투표율로 공직자가 선택 되었다면, 이런 저 투표율로는 당선 공직자의 권위를 뒤 바침 할 수 없고, 따라서 국민 대표성을 상실케 하고 있다 여겨집니다”
재판장. “이선표씨 선거관위 사무총장이라면 장관급에 버금가는 책임공직자이니 만큼 솔직히 답변하여주게, 주권자인 우리국민은 참정권에 의한 선거 및 피선거권을 가지고 있다. 이 선거권이 국민의 권리 인가 국민의 의무인가 아니면, 권리인 동시에 의무인가 말해보게”
이선표. “제 생각엔 권리인 동시에 의무라고 생각합니다만 둘 중 권리보다 의무에 더 비중을 두고 싶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선거권은 권리임으로 권리자인 본인이 투표를 행사하든 아니하든 자유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당이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고요.”
재판장. “본인은 일찍이 대한민국의 정치가 반세기가 넘도록 계속하여 혼란과 불안이 심화되어 오는 것을 저 하늘 위에서 분석하고 연구해 왔다. 그 결론에 의하면, 건국 이래 정치 구조의 당사자인 국민, 정부, 입법, 언론, 학계 등 여러 분야가 의견을 수렴하여 추진하여 온 정치사회개혁들은 갈등과 혼란만 가중시켜 왔을 뿐 정치선진화는 요원하고 무망하였다. 그래서 본인이 천상에서 연구해 온 정치 개혁의 핵심을 요약하여 여러분 앞에 제안하니 이 점에 관하여 심도 있는 토론이 있었으면 한다. 이의가 없는가”
방청석. 여기 저기에서 “의의 없습니다”
재판장. 자세를 바로하고 일어선다. “--자동차를 직접 땅위를 굴러가게 하는 역할은 구동축에 연결된 바퀴가 한다. 바퀴는 일정량의 공기가 들어가야 차체를 떠받들어 굴러가게 하지만, 바퀴에 공기가 절반도 안 되게 들어가 있다면, 그 차는 제 속력을 내며 달릴 수 없을 것이다---.
위 예와 같이 우리들은 국가란 차체에 달려있는 바퀴에 공기를 넣는 행위가 곧 공직자 선출을 위한 선거에서의 투표 행위에 비교 된다.
이런 원리를 선관위에서 집계한 투표율 결과에 적용시켜보면, 헌법이 적시한 대한민국의 국민(유권자) 중에서 투표참여자가 30-40%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사실상 헌법 1조에 명시된 주권자인 국민의 의미를 충족시킬 수 없고, 또 국민이 스스로 국민의 주권기능을 상실케 한 자해자박(自害自縛)의 당사자임을 입증한다 하겠다.
이나마 투표자 중에서 15% 정도는 지역연고나 인맥에 메여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한 맹목 추종자들이거나, 선거문화를 돈 선거로 타락시켜 온 선거 철새들이니 국민주권은 공권(公權)이 아니라 빌공(空)자 공권(空權)이고, 음밀히 따지면 주권이 아닌 허권(虛權)이며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국민은 권리가 없는 정부 하에 방치된 집시 무리나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들이 모여 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이상 정권은 있어야 하니 국민주권을 대체하는 힘이 필요한데 그 힘이 개인일 때는 일인전재정권이 되고 집단이 될 때는 계급국가가 된다.
그래서 우리헌법 제1조2항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 국민의 의미는 적어도 90% 이상의 국민을 포괄하는 산술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음이 명백하고 따라서 국민 90% 이상의 참여가 있는 선거라야 온전한 주권이 확립되고 정당성을 갖게 되며, 당연히 그 권위가 확충 된다 하겠다.
이런 이유로 유권자의 90% 이상 국민이 참여한 투표에 의하여 선출되지 않았다면, 그 공직자는 헌법이 명시한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지 못한 공직자이며, 법적 권한을 사실상 충족하고 있지 못하다 하겠다“ 재판장은 상단 좌석으로 돌아가 앉는다.
방청석에서 과연 하늘이 준 명 판사다 하는 소리가 들리고 이제 나라가 바로 서겠다는 등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난데없이--. 방청석에서 어떤 사람이 일어선다.
정불만. “재판장님!
재판장. “누구시요, 앞으로 나오게”
정불만. “정불만이라는 사람입니다. 궁금한 점이 있어 묻고자 합니다”
재판장. “들어볼까”
정불만. “공직자 선거애서 투표참여자가 90%라고 하더라도 입후보자가 많을 경우 당선자가 획득한 표수는 20% 안팍도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표율이 90% 이상 높다고 하더라도 당선자에 대한 국민동의란 실질적 의미는 미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점에 관하여는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재판장. “당연한 질문이지, 예를 들면 -100명의 유권자가 대표를 선출하는데 투표율이 90%라면 90명이 투표에 임하였다. 이 때 출마자 5명 중 당선자가 40명으로부터 찬성표를 얻었다면, 나머지 4후보는 모두 50표를 갈라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투표참여자가 50%이고 출마자가 3사람이라고 할 때 한 후보가 압도적으로 45명의 찬성을 얻어 당선 되었다면, 나머지 두 사람이 얻은 표는 5표를 나누어 가졌을 것이다. 이런 경우 90%의 투표율에서 40명의 찬성을 얻은 자와 50%의 투표율에서 45명의 찬성을 얻은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대표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점에 대한 해명을 정불만씨는 묻고 있다고 생각 된다 맞는가”
정불만. “그렇습니다, 투표율이 꼭 높아야 한다는 논리가 모순이 아닌가 싶어 지적한 것입니다”
재판장. “소중보님 답변해주시겠습니까”
소중보. “투표는 참여를 뜻합니다. 즉 투표율은 참여율과 같은 의미지요.
고대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와 근대민주주의는 그 제도적 차 이에도 불구하고 참여를 공통의 본질로 하고 있습니다.
B. 홀덴은 참여를 통해서 자기발전과 자기이익을 추구하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과 가치를 자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참여는 행동이다’ 라고까지 하지요. 투표참여는 누구를 찍든 참여요 그 참여는 자기이익과 공동체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 정도입니다“
재판장. “투표참여는 자기와 공동체의 이익창출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란 말이군”
소중보. “그렇습니다. 그리고 투표는 여러 후보들 가운데서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이 투표한 사람이 선택되든 아니 되든 투표결과로 당선된 자를 자신이 선택한 사람으로 동의해야 한다는 뜻이 전재가 되어야 합니다, 이점이 참여의 참뜻입니다.
예를 들면,
-출마한 여럿이 각자 공동체에 대한 발전과 이익 달성을 위한 자기 나름의 계획안을 가졌다. 그러한 발전 안들이 향후 성공하려면, 많은 유권자의 수에 비례하는 동력의 충진이 요구된다 할 때, 당선자는 표수와 관계없이 총 투표자 수가 많아야 합니다. 즉 낙선자에게 투표 했다고 해서 그 동력이 낭비되는 것이 아니고 당선자의 동력으로 귀속된다 그 말입니다. 그래서 투표율의 크기가 참여의 크기요 참여하여 투표한 행위 자체가 누가 당선되든 상관없이 민주발전의 동력이 된다 그 말입니다“
재판장. “그렇다면, 50%의 투표율에 45명의 찬성으로 당선 된 사람과 90%의 투표율에 40명 찬성으로 당선된 사람과의 대표성은 참여의 크기에 의해 90%투표율의 후자가 당연히 대표성이 있고, 국민 동의의 권위가 월등하다고 하겠군요, (정불만을 보고) 정불만씨 이해가 되나요”
정불만. “투표에 불참하여 기권한 사람은 자기이익을 포기하고 국가발전을 외면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제 투표참여의 중요성을 알겠습니다”
소중보. “그래서 민주국가체제는 공직자 선거나 의안을 채택하는 절차에서 모든 사람들이 선거 또는 투표를 한 후 다수의 찬성을 획득한 사람이나 가결된 사안들은 비록 투표 시에 반대를 했지만 전체의 의사로 결정되었다고 인정하는 사상 또는 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체제입니다"
정불만. “또 의문인 것은, 그렇게 된다면, 소수의 의견은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인 것 같아서--,"
소중보. “다수결의 원칙이 소수의 의견을 반듯이 무시한다고 속단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표의 대결로 가기 전에 각 자격자들은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토의를 거친 후 서로의 견해를 조율하는 절차가 반듯이 있어야 하지요, 이런 절차를 통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선거나 투표로 결정지어야 하고 결정이 되고 나면, 그 결정을 전체의 의사로 반듯이 수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토론과 조율을 통하여 피차간에 서로 양보하여 합의점을 도출하면, 만장일치로 해결이 날수 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팽팽이 맞설 때는 다수결의 원칙인 투표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불만. “토론 자체를 거부하면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의원들의 행태나 정당의 행태는 한마디로 반민주적이다 그 말이군요”
소중보. “그렇고 말고요”
재판장. “민주국가일수록 모든 조직이나 단체, 예를 들면, 군대 교도소 등도 앞으로 비민주성 요소를 주려가기 위해 국가가 노력을 경주해야 하겠지요”
소중보. “너무나 당연합니다”
재판장. “정불만씨, 당신은 크고 작은 데모나 시위 때 마다 맨 앞줄에 얼굴이 보이더군요”
정불만. “재판장님, 저는 소수의 사람을, 그리고 소외된 자, 가진 것이 없는 계층을 위해 의사당이 아닌 거리를 무대로 대변하는 것이 민주시민이 해야 할 본분이라 생각하고 행동해 온 것이 사실입이다, 그러나 지금 반성하고 있습니다”
재판장. “오늘 이 재판정의 문을 나설 때, 불만씨의 생각이 바뀌어져 나가길 바라고, 또 재판장은 하늘 위에서 계속 주시할 것입니다”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치다 꺼치자, 서기 책상위의 어떤 기기에서 삐삐삐하는 전송 음이 울린다. 서기가 받아 적은 종이쪽지를 재판장에게 전한다. 재판장은 훑어보더니--.
재판장. “하늘에서 지금 긴급 메시지가 전송되었습니다, 이쯤 재판을 끝내라는 군요”
방청석이 웅성그리고 아쉬움과 불만인 소요가 인다.
서기. “조용히 해주십시요”
재판장. “그럼 오늘 재판에 대한 대강의 결론을 말씀드립니다, 특히 증인으로 나온 이 직설씨나 소중보일 씨는 연세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열정이 하늘을 감동시키고도 남는 다고 판단되어 두 분의 주장이 한국정치에 반영되어 여러분이 가시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늘 위에서 특별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리고 방청한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며 폐회하겠습니다. 멀지 아니하여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서기. “소중보님은 잠시 남아 재판장님을 뵙고 가셨으면합니다”
소중보. “잘알겠습니다”
법정에서 사람들이 물러가자 재판장이 단하로 내려와 소종보일씨와 마주 대한다.
재판장. 소중보일씨의 손을 잡고 ”며칠 내 당신께 유력 정치인이 만자자고 연락이 올 것입니다. 당신은 그 때 당신이 품고 있는 정치 개혁 문제를 기탄없이 재안 하십시요, 이미 하늘에서는 당신의 심중을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요“
그리고 방청인 여성에게 무엇인가 얘기 한 후 무대에서 퇴장한다. 번개천둥이 쾅 쾅 울린다. 막이 내려간다.
2막 돌입전 나레이션.
9시 종이 두 번치는 시계 소리를 듣다 잠이든 “정치적 인간”인 노인은 꿈속에서 조물주의 전권대사 참정도씨가 진행하는 재판을 마치 생시 같이 생생하게 참관하고 감격하다 끝나려는 무렵--, 천둥번개가 번쩍이며 쏟아내는 굉음 소리를 듣고, 놀란 그는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눈을 뜨고 벽시계를 보니 9시 종소리가 땡 땡 두 번 더 치더니 거친다. 불과 4-5초간인데 그렇게 긴 재판이 꿈속에서 진행되었단 말인가. 더구나 꿈속의 소중보일이 마치 자신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고 신기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재판장 참정도씨의 신비스런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데----,
전화 벨소리가 요란히 울린다. 일 년 전 대선 경선 당시 H당 유력 지도자인 X씨에게 면담 신청을 한 적이 있는데, 그 X씨의 보좌관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다. 내일 정오 여의도에 있는 OO빌딩 7층 사무실에서 X님이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정말 뜻밖이다. 꿈속 재판관이 마지막 소중보일씨에게 유력 정치인이 면담하자 할 것이라고 일러주든 기억이 났다. 그렇다면 내가 소중보일과 이역일체란 말인가. 아무튼 지금부터 내 이름은 소중보일로 하겠다 아니 소시민보다 민주시민이 더 절실하니 소중보일이 아닌 ‘민중보일’을 내 호로 삼아야 하겠다고 작심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2부 현실
2막 1장
나오는 사람
X씨. H당 중진 지도자
우정필. X씨 특별보좌관
민중보일. 정치적 인간. 노인
각 언론사 기자들
기타 비서 등 참모진들.
김국장. H당 정책국장
무대.
X씨 여의도 사무실의 회의실.
정면 벽에 태극기가 붙어 있다.
무대 왼 쪽에 치우쳐 회의 주관자 석 의자와 탁상이 놓여 있고, 오른 쪽에 발언자를 위한 발언대와 그 위에 마이크가 놓여 있다. 좌우편에서 사다리 형으로 무대 앞 쪽으로 두개의 긴 탁자와 대여섯 개 씩 의자가 있고, 그 중앙에 속기사가 회의록을 작성하기위한 컴퓨터가 책상 위에 준비되어 있다.
개막을 알리는 징 소리가 나자 막이 열린다.
양쪽에 각 네 사람 등 모두 8-9명의 사람이 착석하여 있고 중앙에 속기사가 앉아 있다. 왼편 회장석 가까이 앉아 있던 수석 특별보좌관인 우 정필씨가 일어서서
우정필(특보) “오늘 대표님께서 급히 명하시기에---”
참모A. "안건이 무엇인가요“
우정필. “말씀을 주시지 아니하였고, 명에 의하여 제가 어떤 분을 초청하여 두었습니다, 중대 사안임이 분명합니다”
이 때 여직원이 품위 있는 노인과 함께 들어온다.
우정필 급히 일어서서 들어오는 노인 앞으로 나가 손을 잡는다. 참석자 모두가 일어선다.
우정필. “제가 전화한 우정필입니다. (발언대 옆 좌석으로 인도하자 모두 착석한다) 이분들은 모두 X씨의 브레인들입니다”
민중보일. “처음 뵙습니다. 민중보일입니다. X님께서 뵙자고 하여 실례를 무릅쓰고--, 영광입니다”
이때 좌편에서 문을 열고 X씨 수행비서가 들어서고, X씨가 들어서자 모두 일어선다.
X씨. “여러분 반갑습니다. (노인의 옆으로 가서 가볍게 포옹하며)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하셨지요, 교통채증으로 조금 늦었습니다“
민중보일. “초대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X씨는 회장석으로 가서 앉고, 민중보일씨는 지정 좌석으로 가서 앉는다. 모두 착석한다.
X씨. 일어서서 “오늘 제가 이 대노씨를 집에서 단독으로 만나려 했으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참모진 여러분과 함께 이분의 얘기를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갑자기 소집하였습니다. 각자 일어나서 자기소개를 하시지요”
민중보. “그럴 필요없습니다. 뵙고 보니 모두 이름 있는 분들로 TV나 신문에서 많이 소개되었든 쟁쟁한 분들이라 --, 저를 민중보일이라 불러주세요”
X씨. “그러면--, 민중보일로 개명하신 건가요”
민중보. “지금까지는 ‘큰대 자’ ‘늙을 노’ 자를 합친 ‘대노’가 제 이름이 었습니다”
X씨. “저는 대노님의 글들을 넷에서 가끔 보고 정치에 대해 화가 난 분 같아서 ‘큰 대자 노할노자’를 썬 ‘크게 노한’ 자라는 필명인줄 알았습니다” 모두 하하하고 웃는다
민중보. “이름 없는 촌노가 분노를 터뜨린들 누가 코방귀나 끼겠습니까. ‘큰 노인’이라고 자화자찬이나 해보자는 몸부림이지요,
X씨. “선생님께 걸맞는 이름입니다”
민중보. “과찬의 말씀--, 간밤의 꿈에 소중보일이란 사람을 보았지요, 소시민, 중산층, 보통사람이란 뜻을 함축한 성함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그분의 철학과 시국에 대한 견해가 저와 너무나 닮아서 소시민만 민주시민으로 대체하여 내 호를 소중보일이 아닌 민중보일로 바꾸기로 작심하였습니다”
X씨. “아니, 저도 간밤의 꿈에서 재판장 참정도씨와 소중보일씨를 보았는데--, 정말 예사일이 아닌듯 싶습니다”
참석자들. “같은 꿈을 꾸셨다니--, 그 참” 모두 놀란다.
X씨. “재판장이 법정을 떠나면서 방청석에 있는 저에게 소중보일씨를 내일 만날꺼야 하고 웃으시며 손을 흔들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생각하다가--, 천둥번개소리에 놀라 잠을 깨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꿈이었습니다. 문득 대선 전 어느 날 나를 면담하겠다고 요청하신 이 대노씨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던 군요. 그래서 한 밤 중에 수첩을 뒤져 대노시의 이름을 찾아내고, 잠자는 우 특보를 전화로 깨워 이 자리에 초청토록 하게 된 것입니다“
민중보. “참 신기합니다, 같은 꿈을 동시에 꾸고 있었다니”
X씨. “하늘의 뜻인 것 같습니다. 민중보께서 저에게 권하고 싶은 고견이 있다면 시간에 구애 받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의문이 있으면 말씀 도중이라도 질문을 하겠습니다“
민중보. “그러면 실례를 무릅쓰고---, (참석자를 둘러보며) 공자 앞에 문자 쓰는 무례를 용서해 주기 바라며---”
참모 A, "가당찮으신 말씀을--“
민중보. “먼저 저는 X님을 위시하여 여러분께 좋은 말을 하려고 찾 아온 사람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잔소리를 하더라도 깊이 색여주시기 바랍니다”
참모 B. "물론입니다“
민중보. “고맙습니다, 아시다 싶이 X님께서는 원칙과 정도를 강조하고 이를 실천하는 지도자로 대중에게 각인된 분입니다. 그러나 현역 지도자로서 국회나 시국에 관련된 각종 사안들의 논의과정에서 한발 물러나 관여를 자제하시고 계심에 따라 X님의 정치에 대한 가치관과 정책지향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일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참모B. "저희들도 걱정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민중보. “그런 연유로 제가 첫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점은 X씨는 정치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MB와 별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MB가 절대적 표차로 집권하자 자만에 빠졌든지 실용주의란 미명하에 국내에 있는 친북좌파와 북한 김정일에 대하여 미온적 저자세를 취하였습니다. 이를 본 친북좌파세력들이 MB 때문에 이젠 죽었다고 탈기를 하며 지하로 숨어들려든 행보를 멈추고 ‘아니 MB가 이런 멍텅구린줄 몰랐다’고 박수를 치며 용기를 얻어 조직을 재정비한 후에 드디어 광우병 문제를 기회로 삼아 촛불시위 등 극한적 집단행동에 돌입하더니 끝내는 MB타도를 외치기까지에 다다랐습니다. 반면에 정치적 시련을 격지 못한 유약한 MB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고, 이에 실망한 MB 지지 세력은 대선전 후보 선택을 잘 못한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 할 정도로 후회를 하게 되었고, 결국은 MB에 대한 신뢰를 쓸어 담아 쓸물의 모래 같이 떠내려 보내자 풍요롭던 MB의 주변은 폭풍이 지나간 해변처럼 폐허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MB에게 배신당하였다고 생각한 보수우파의 큰 흐름은 X님을 향해 대회전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곧고 절제된 정치력을 지닌 X님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인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더하여 반 김정일 의지마저 햇볕에 바래 듯 시들해지자, 언젠가 평양에서 김정일과 포옹하였던 친김의 체온을 떨쳐버리지 못한 갸날픈 여인이 아닌가하고 우려하고 있는 사람이 많이 확산된 것입니다”
참모B. “바로 지적하여 주었습니다. 근년에 X님이 방북을 하여 평양에서 김정일과 김대중 등에게 우호적인 언행을 할 때 즈음부터 X님의 정치이데올로기를 한때 우려하던 사람이 들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지금도 여전이 X님의 안보관과 대북관을 크게 비판하는 논객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잘 알고있습니다"
참모C. "그러나 이런 논객들이 진정으로 나라를 염려하는 순수한 열정을 지닌 X씨를 위해 채찍질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지요“
참모D. "맞습니다. X님이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나 특히 6.15선언을 비판하지 않았고, 오히려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 그리고 DJ에게 다가가 우호적인 언행으로 대했다는 점 등, 이런 이유로 X씨가 김정일, DJ 등에게 속고 있다고 착각하여 걱정들을 한 것일 뿐, 진정으로 친북 친김의 노선을 견지한 지도자로는 보지 아니하였을 것입니다“
민중보. “그러나 보수우파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X씨가 여자인 점을 들어 예리한 수술용칼이 아닌 무딘 부엌칼을 쥐고 계신 것이 아닐까하고 걱정하게 되고 그런 염려가 대중 속으로 확산되는 점이 문제 입니다, 그래서 이런 X님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소유한 정치지도자로 정치의 중심에서 부동의 위치를 선점하기위해 가장 빠르고 손쉬운 내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기위해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디어법 통과 시 X님의 역할 후 지금 여론의 인기가 급락한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X씨. “잘 알겠습니다. 제 행보를 사시하는 대중이 있다는 점 인정하고, 저와 참모들이 민중보님의 충언을 고대하여 이렇게 모였습니다”
참모A. “조물주 앞에 빨가벗고 꿇어 엎딘 자세로 경청하겠습니다”
이 때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우정필이 자기 앞에 놓여 있는 수화기를 들었다.
집비서(수화기). “조금 전에 기자들이 몰려와 X님이 어디계시냐고 물어 사무실에 가셨다고 하니 우루루 몰려 갔습니다. 무슨 급한 일이 있는 모양 같았습니다”
우정필. “그래요, (수화기를 놓으며 X씨를 향해) 기자들이 우리 모임을 알았나 봅니다”
X씨. “그런데 이 모임을 비밀에 붙일 수도 없고, 어쩐다--”
참모 A. "민중보일씨와 일단 오늘은 헤어지고, 다음에 만나면--“
X씨.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 자리가 예사 자리가 아닙니다. 저는 하늘이 마련해 준 자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기회를 활용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양해하시면 민중보일씨와 옆방에 들어가서 의견을 조율하겠습니다, 기자회견이나 간담회 형식을 갖고 맞 부닥쳐 돌파합시다 어때요”
민중보일. “여러분이 저를 믿어주시면, 저도 찬성입니다”
참모A. "그렇다면, 기자들에게 X님 자신이 여태껏 참고 다듬어온 정치 안정을 위한 개혁안임을 분명하게 밝히시고, 저회들과는 토의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기자간담회를 여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우정필. “만약의 경우 발표내용에 미비한 점이나 흠결이 있을 경우 재검토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자는 것입니다"
참모A. "그렇습니다“
X씨. “그렇게 해요, 민중보일씨와 옆방에서 발표안을 협의하겠습니다”
참모들. “그렇게 하시지요”
X씨와 민중보는 옆문을 열고 들어간다.
또 전화 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우정필이 전화를 받는다
우정필. “당 대변인이라고요--, 어떻게--”
대변인(수화기). “X님의 중대 발표가 있습니까, 기자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야단입니다--, 여의도 사무실에 가셨다고 해서 그들도 그쪽으로--, 정책실 김 국장도 그리로 보내었습니다”
우정필. “알았습니다” 수화기를 놓는다.
참모A. “야단법석이 났구만 그려”
이 때 회의실로 TV카메라맨들과 십여 명의 기자가 몰려들어 왔다.
모두 일어나 너도 나도 기자들에게 ‘어서오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우정필. “지금 옆방에 계십니다. 어떻게 이 모임을---”
J기자. “뉴시스 곽기자가 꿈에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나요, 일단 나와 둘이서 당기자실에서 빠져나와 X님의 사저로 차를 모는데--, 그 참! 이상하게도 새파트가 뼉다구 냄새 맞듯 저 졸개들이 뒤따라 온거에요 하하하”
D기자. “무라꼬 새파트라 켄나, 그라마 너거는 냄새 잘 맞는 하이애나가”
뉴시스기자. “무슨 그런 불경스런---, X님이 시체란 말이냐”
D기자. “와 둘이만 ‘합바지 방구 새듯’ 살짝 빠져 나가노, 우리는 방구냄새 맡으며 꼬랭이 물고 너그들 뒤를 따라 온기라, 그란데 쫄개니, 새파트니 칼끼 오딘노 가방나뿌게”
J기자. “D기자, 우리가 하이애나가 아니면 되지, 반대로 X님의 향기 맞고 뒤 따라 온 것이라 생각하자”
KTV기자. “뉴시스 곽기자는 크리스도의 점지를 받고 있는지는 몰라도 특종 쫒는 데는 귀신이란 말이야”
D기자. “아멘”
뉴시스기자. “하나님, 저 철없는 졸개들을 불쌍히 여겨 용서하소서--”
D기자. “할레루야”
모두가 웃는다. 이 때 옆 방문이 열리고 X님과 민중보일이 함께 나오며 메모지를 우정필에게 전한 후, X씨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반갑습니다’ 하고 웃음을 보낸다.
우정필. 메모지에서 고개를 들고 “모두 자리를 정돈하여 주십시요”
기자들이 의자를 찾아 안고, 참모들은 X님 뒤쪽으로 가서 의자에 앉기도 서기도 한다. 민중보일은 X님 옆에 앉는다.
X씨. 좌중을 보며 “여러분, 편하게 앉아서 우리 함께 얘기를 나누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요구하여 간담회를 갖는게 아니고 여러 기자님들께서 오히려 스스로 간담회를 열어주시니 너무나 고맙습니다”
카메라 섬광이 번득이고, 기자들은 노트북을 펴고 어떤 기자는 메모장을 준비하느라 손놀림이 분주하다.
우정필. “먼저, X님이 구상한 정치 관련 개혁안을 X님 본인으로부터 직접 듣도록 하겠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 질문을 받도록 하고, 특별히 지적하시면, 참모가운데서 답변을 들이도록 하껬습니다”
뉴시스기자. “발표 전에 궁금정을 풀어주십시요, X님 곁에 앉아 있는 저 노인분은 낯이 선데 누구신지요”
X씨. “최근에 제가 노인문제 등 시국 전반에 대해 자문을 받기위해 위촉한 정치특보 이대노씨로 필명은 민중보일입니다. 우파 인터넷 신문에 많은 글들을 올리는 논객입니다”
J기자. “그래서 낯이 익다 했지요, 월간조선 넷에 고정으로 칼럼을 올리고 있지요”
민중보일. “통신원으로 되어먹지 못한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X씨.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내가 지금껏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치권에 몸담고 있으면서 보고 느끼고, 개선해야 하겠다고 생각한 문제들을 정리하여 우선 간단하게 제목만 열거 해보겠습니다--”
KTV기자. “그러면, X님이 추진해나갈 정치계혁안과 그 방향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X씨. “여러분이 갑자기 들이닥쳐 아직 전 참모들의 합의를 거치지 아니하였습니다만, 대부분 승인하리라 생각합니다”
J기자. “X님은 지금 까지 체계적인 정치소신을 분명하게 밝히신 적 이 없어서 많은 사람이 덕망만 갖추었지 정책구상력이 부족한 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야 이례적으로 이런 정치적 포부를 밝히게 되었습니까”
우정필. “공개할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입니다”
X씨. “그럼 제 구상안이 완제품이 아닌 샘플제품이지만 지상이나 공중파에 잘 좀 띄워주십시요”
모든 기자와 참석자들 조용해 진다.
X씨. “첫째로 내 자신과 관련된 ‘X-사모’란 단체를 해산하기로 하였습니다”
뉴기자. “X-사모는 X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좋아서 자기들 스스로 만들었는데--, X님이 일방적으로 해산한다는 것은 타인의 자유의사에 의해 탄생된 결사체를 무시하는 횡포가 아닙니까”
X씨. “물론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반발할런지 모르지요, 그러나 내가 사랑의 타켓이 되어 있으니 나를 사랑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것은 또 나의 자유가 아니겠습니까. 선의의 제 뜻을 이해한다면 기꺼이 응하리라 생각됩니다. 두번째는 모든 공직자 선거에서 투표의무제를 법제화 하는데 정치력을 다 쏟아 놓을 작정입니다. 세번째는 국회의원 3회연임제를 추진하겠습니다. 세번 연속으로 당선되고 다음번은 쉬시고 그 다음에는 출마가 가능한---,(기자들이 놀란다. 본사 송고에 여념이 없고, 기자석에 끼여 있던 한 사람이 구석으로 나가서 핸드폰으로 모처에 회견 내용을 보고한다) 네번째는 중앙정부에 노인부를 신설하고 각 정당은 70세 이상 노인을 모든 공직선거에서 20%이상 공천하도록 법정하겠습니다. 또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건강한 노인을 초.중.고 등 학교에 1명식 교양강사로 임용토록하겠습니다. 다섯번째는 기초자치군 단위에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명실상부한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확립하겠습니다. 여섯째, 행정구역 통합은 지금이 때가 아니라 생각되어 반대 할 작정입니다, 이상입니다“
장내의 분위기가 긴장되고 서로가 눈길을 교환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 같다.
J기자. 발언권을 얻지 않고 벌떡 일어나 “X님! 가히 혁명적 정치 개혁안인데요, 현재 님께서는 일개 정당의 지도급 중진으로서 당론의 여과 없이 이런 중차대한 정치적 개혁안을 공개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지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X씨. “그동안 당과 대통령의 입지를 생각하여 벙어리 행세를 해 왔습니다. 저도 정치를 하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은 정치발전과 국가 발전입니다.
최근 노통과 DJ죽음에 임하여 특히 정부가 DJ장례식을 국장으로 결정한 것을 보고, 그리고 MB께서 행정권역 개편문제와 선거법 개정 등을 공식적으로 추진할 뜻을 밝힌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쟁점에 관하여 제가 침묵하며 무조건 동참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젠 내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때 전화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우 정필이 수화기를 든다.
우정필. “예 청와대라고요, MB께서 X님과 통화를--, 잠깐만---,(수화기를 책상위에 놓고, X님께 다가가서) 푸른집 정무수석인데요, 대통령이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X씨. “지금은 곤란하니, 때를 봐서 연락을 들이겠다고 하세요”
우정필. 수화기를 다시 들고 “기자와 간담회 중이라 시간 봐서 연락하겠다고 해요”
수화기를 놓는 것을 본 X씨,
X씨. “왜, 내가 하는 일에 저렇게 신경을 곤두세우는지 원--, (좌중을 둘러 보며), 대통령과 통화를 준비해야 하니---, 아쉽지만 이것으로---,
우 특보는 민중보일씨와 오늘 발표주제에 대한 동기를 정리한유인물을 만들어 오찬장으로 가져오세요. 저는 조금 있다 식당으로 가겠습니다. 좌중에 있는 당 정책국장을 보고 가까이 가서
X씨. “중앙당 김국장도 오셨군요”
김국장. “반갑습니다. (주저주저하며) X님, 그래도 당대표와 MB의 입지가 있는데--”
X씨. “김국장, 나의 입지도 있지요”.
참모A "아니, 김국장! 당이나 MB께서 X님에게 정책문제를 협의해오고, 위상을 배려한 적이 있었던가요“
X씨. “민중보일님 잠시 저와--” 두 사람이 다른 방으로 들어간다.
기자들, 김국장과 가시 도친 대화를 호기심으로 살피다, X씨가 퇴장하는 것을 확인하고
우정필. “자 모두 일어서시지요, 오찬을 예약해 두었습니다. 참모A와 먼저 가시지요”
뒤에 처진 몇몇 기자
J기자. “정치권에 떨어진 원폭이다”
D기자. “낙진이 전국을 덮겠다”
뉴기자. “지금 쯤 뉴시스에 내 기사가 실려 각계로 전달되겠군”
D기자. "H당 H최고위원은 골치가 아플 텐데--“
J기자. "H최고가 왜--“
D기자. “니는 J신문사 간판 아깝다--, 행정개혁에 총대를 멘 사람이 H최고라는 걸 모르는 가베”
J기자. “그렇다면, X와 H 사이 교감이 없었던 모양이지”
뉴기자. “당 내, 여의도, 청와대, 서울, 전국방방곡곡에 스나미가 휩쓸겠군”
D기자. “뉴기자! 외신도 연락 됐겠네”
뉴기자. “당연하지”
D기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안캔나 밥묵으로 가자”
모두 퇴장한다. 뒤이어 X님과 민중보씨가 나오고 우정필과 민중보씨는 잠시 묵담을 나누다, 별실로 들어가기 전.
우정필. “푸른집과 통화 했는가요”
민중보. “제가 정무수석에게 내일쯤 X님이 통화하시겠다고 한 말씀을 전했습니다”
두 분이 퇴장하자 무대 조명이 끄진다. 잠시 후, 무대 조명이 다시 켜지고.
2막 2장
무대
식당 오찬장
새로 나오는 사람
H 최고위원
식당 종사원들
TV카메라가 오찬석을 향해 주변에 자리하여 서 있다. YTN 카메라도 새로 보인다. 기자들과 참모들이 뒤섞이어 식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D기자. “와이래 늦노, X님이 궁뱅인가베”
J기자. “입조심해라 참모A님이 권투 선수 출신이다”
뉴기자. “궁뱅이가 뭐꼬, 고아한 처녀님을 보고”
참모A. "곧 들어오실껍니다. 거울도 보고 좀 다듬어야--“
참모B. "아주머니! 쇠주 몇 병 가져오세요“
이때 X님이 수행비서와 들어 온다.
D기자. “호랭이도 지말하면 온다 칸디마능”
X씨. “조금 늦었어요. (자리에 앉으면서)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몇 말씀 나눌까요”
뉴기자. “대통령과 통화를 하셨는지요”
X씨. “오후쯤 통화하기로 미루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같이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J기자. “오늘 여섯가지 정치구상을 언급하셨는데 그 중 제일 비중이 높은 항목은 어느 것입니까"
X씨. “잘 물었습니다. 다 중요한 문제지만 저는 두 번째의 투표의무제 가 가장 내가 고심한 정치개혁의 핵심이라고 분명히 밝혀둡니다”
D기자. “아이구, 뒤통수야--, 몽댕이로 야무지게 한대 맞은 기분입니다”
J기자. “투표율 높이는 문제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X씨. “제가 제기한 각 항목에 관하여는 동기와 추진방향을 우특보가 간단하게 유인물을 만들어 올 것입니다. 그 것을 우선 참고하세요”
D기자. “X님, 내 골통이 지금 빠개지는 같이 아픈기라예, 유인물은 유인물이고, 우선 급한대로 두통약을 긴급처방 좀 해주이소”
X씨. “식사가 들어 올 것입니다만, 이 자리에서 투표의무제만은 상세히 밝혀 드리겠습니다”
D기자. “아이고, 감사합니데이, 나는 연원한 X-사모입니더”
뉴기자. 사투리를 흉내내어 “X님이 X-사모는 해산한다 안커더나 이 덩신아, 하하하”
D기자. “니한테 또 한방 묵었구마”
X씨. “어떤 사람이 -국민이 국가 공직자를 투표하는 것은 자동차 바퀴에 바람 넣는 행위와 같다-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에서 63%, 국회의원 선거 46% 보궐선거 20% 이것이 지난 선거의 투표율입니다. 차바퀴에 반도 안 되게 공기가 들어가면 그 차가 굴러가겠습니까.
D기자. “차가 국가라 그 말인가베”
X씨. “외국에 거주하는 해외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자고 법을 만들었습 니다. 국내에 있으면서 투표 안하는 사람이 50%나 되는데 이 사람들이 투표하도록 법을 만들면 왜 아니되는가요. 기자님들, 어디 답변할 사람이 있으면, 해보세요”
K.V기자. “곰곰히 생각해보니 차바퀴 공기주입이 투표율이라 했는데 그 투표율이 같은 내용의 표가 아니고 당선자의 표수는 2-30% 밖에 안 될 수도 있지 않은가요”
X씨. “당연한 질문입니다. 마침 잘 됐네요, 여기가 식당이라서--
가령,
-밥, 국수, 죽, 라면 등이 있어 우리가 그 중의 하나를 골라 먹는다면, 각인의 선호도에 따라 요기를 하는 것이며, 어느 것을 먹든 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짜장면이 없다고 먹기를 포기한다면, 이는 ‘한 끼니를 굶는 것이 된다’ 그 말입니다. 한끼를 노치면, 평생 찾아 먹을 수 없다고 하지 않든가요. 하물며, 병약한 사람이 한끼를 외면하면 신병이 더욱 악화된다고 할 때, 우리는 내가 즐기는 음식이 없다는 이유로 굶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위 예에서 개인이 취향에 따라 음식을 고르는 것은 의미있는선택이요, 굶지 않고 모두가 먹어야 한다는 명제는 바로 투표율입니다. 지금 이 나라의 정치고질병을 고치기위해서는 주권자인 국민 모두가 식당에 찾아가서 어떤 식사든 메뉴를 보고 골라 먹어야 합니다. 90% 이상 되는 국민이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가의 허약체질을 고칠 수 없다고 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식당이 바로 투표장이요, 식사행위가 바로 투표용지에 올 있는 후보들을 선택하여 표를 찍는 일이다 그 말입니다. 무슨 음식을 골라 먹든 90% 이상 되는 사람이 무조건 먹으면, 국가 가 진정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그 말입니다. 기자님들 이해가 되나요“
D기자. “밥 묵울 때가 됐는데도, 굶는 빙신은 지빙도 도진다카카지만 지뿐이 아이고 나라까지도 빙들게 한다 그말인기요”
X씨. “이제 머리 통증이 가셨나요”
D기자. “통증은 갔지마능 아직 골이 부었는지 띵하구 개운찮은기라예”
X씨. “투표에 관련한 개혁이 더욱 절실한 이유가 또 있습니다.
보세요,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국회와 거리, 광장 심지어는 법정에서까지 벌어지고 있는 시위와 난동 그리고 폭력행사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명목의 데모에도 그 주동자들은 모두가 국민의 뜻이라고 내세웁니다. 그러나 이런 불법 시위와 난동을 보면서도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공권력을 목격하고 뜻있는 국민은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왜 공권력이 맥을 못출가요. 그 원인을 곰곰이 따져보니 90% 이상이 참여한 선거에서 당선된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주권을 수임하지 못한 법적 도덕적 결함 때문인 것입니다“
J기자. “X님께서는 누구든 ‘국민의 뜻’이라고 깃발을 쳐들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용납되고 있는 사회 풍조를 지적하시는 군요”
X씨. “그래서 거리에서는 화염병과 고무총으로, 국회에서는 함마와 쇠톱으로 폭력과 파괴를 자행하면서도 그들은 정의의 십자군이라 착각하고, 심지어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대통령을 하야하라 윽박지르면서 민주주의의 파수꾼이라 악착같이 고집을 부립니다. 정말, 개나 소가 들어도 웃길 일입니다”
J기자. “그렇다면, ‘국민의 뜻’에 대한 진정성만 가려내면 된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X씨. “서양에 ‘민주주의는 선거로 말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국민의 뜻에 대한 확인 방법은 선거 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이지요”
뉴기자. “그래서 선거의 투표율을 90% 이상으로 올리는 외에 다른 수단이 없다고 하는 건가요”
X씨. “그렇지요, 보세요, 선거를 두고 정치학자들이 정의하기를
-선거는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며, 주권행사의 구체적인 방법이다. 선거는 사람의 선택이며, 정책의 선택이고, 정당의 선택이다. 독재와 전제정치의 유지 방법이 총칼이라면, 민주주의 체제의 유지 방법은 바로 투표이며, 그것은 또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중앙 통로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J기자. “90% 아상의 투표에 참여한 국민이라면 자기가 선택한 공권력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고, 볼트낟트 고무총을 쏘면서 국민의 뜻이라고 강변할 수 없다는 말이네요”
X씨. “그렇지요, 미국의 속담에 ‘악한 정치인은 투표하지 않은 선량한 유권자가 만든다’ 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 시간 우리의 가슴에 깊이 새겨야 절대 교훈이라 여겨집니다“
J기자. “민주체제 아래서 ‘국민의 뜻’을 확인하는 방법은 선거 밖에 없고, 그 선거도 90% 이상이 투표한 선거라야 한다는 확실한 주장입니다그려”
X씨. “뒤 돌아보면, 국민주권을 헌법이 명시하고, 대의정치 원리에 의한 대통령, 국회의원들을 뽑아 보았지만, 그들로부터 우리가 국민주권을 부여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합니다“
J기자. “그런 중차대한 선거에 국민(유권자)의 과반수가 기권하다니--”
X씨. “그런데도 정치권, 학계는 물론 언론의 기수인 당신들 기자들까지 벙어리가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 않았습니까”
J기자. “부끄럽습니다, 지적하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대한민국 정치개혁과 사회안정의 길은 요원하다고 여겨집니다”
X씨. “데모꾼들이 한결 같이 내세우는 명분이 국민의 뜻에 따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오히려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국력을 소모하고 갈등을 조장하며 국가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데 문제가 있고 그 선봉에 나서는 면면들이 항상 그 얼굴에 그 얼굴이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비가치 비민주적 병폐를 일소할 절대적 묘책이 바로 90% 이상 투표율을 달성케 하는 강제투표제 입니다, 강제란 말이 거북하면 투표의무제라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이 때 식당 홀에 있던 주인 아주머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구석장 위에서 리모콘을 찾아들고 TV를 켠다.
아주머니. “여러분, 여러분이 지금 나오고 있어요” 하고 나갔다.
x님과 보좌관들 얼굴이 보이고 x님이 국회로 들어가는 동영상이다. 예전에 찍은 자료 화면인 것 닽다. TV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사이 조명이 어두워지더니 장내로 낭랑한 음성이 들린다.
나레이션
오늘 X씨가 기자간담회에서 제안한 6가지 정치 개혁안을 접수한 각 언론사들은 현장 기자가 송고한 안에 대한 긴급 해설을 일면에 넣기 위해 편집실에 비상이 걸리고, 또 H당과 청와대는 뜻 밖에 X씨 개혁안에 직격탄을 맞고 갈팡질팡하며 진의 파악과 후속 대책 마련에 정신이 없다. 야당도 미디어법 문제로 의원직 총 사퇴까지 공언해왔던 당론을 접고, 국회에 등원하기로 선포하자마자 차기 대권 예비 주자인 여당 중진 X씨의 폭발적 정치 개혁안 소식을 듣고, 가스탄을 맞은 듯,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초비상에 들어갔다. 이 때 식당 회식자리에 문을 열고 X씨 계보의 최고위원인 H의원이 바삐 들어온다.
H의원. “X님, 지금 무슨 일을 벌인겁니까”
X씨. “흥분을 깔아 안치게”
H의원. “보좌관들, 나를 생매장 하기요”
참모A. "X님께서 깊은 뜻이있어서--“
X씨. “행정 통합 안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때 방문을 열고 우특보와 민중보일이 유인물을 들고 들어오다가 냉냉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우정필. “최고위원님 오셨습니까”
H의원. 듣는 둥 마는 둥 “우특보 저 늙은이는 누구요”
우정필. “X님이 최근 위촉하신 특별보좌관입니다”
민중보일. “미쳐 인사를 올리지 모했습니다 노인문제를 자문하기 위해서 --”
X씨. “H의원, 우특보가 가진 유인물을 일단 받아보시오. 행정개혁에 대한 대강의 내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H의원. “그래도 저와 상의 한번 없이--”
X씨. “행정 개혁이 중요한 현안임이 분명합니다만, 제가 아직 때가 아니란 이유는 첫째 별 탈 없이 조용히 돌아가는 제도를 이 시끄러운 때 찬반 물의를 일으켜 국력을 소모하지 말자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정부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색내기가 아닌가 판단되고 세 번째는 이보다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가 더 많다는 이유입니다. 네 번째는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기초단체가 더욱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지역은 대의 정치가 무어냐고 원성이 더욱 크질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되고, 그들을 배려해야 된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J기자. “H최고위원님, X님의 논리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사실 MB께서 발표하실 때, 우리 기자들도 행정구역 통합축소의 개혁은 MB정권이 놀고 있지 않고 무언가 일을 하고 있다는 생색용이 아닌가 하고 사시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
갑자기 핸드폰 소리가 여기저기 요란하게 울린다. 모두가 핸드폰을 들고 넓은 방 이쪽 저쪽 구석 구석으로 혹은 방문을 열고 나가며
연결되지 않는 대화가 뒤죽 박죽 야단 법석이다.
각 언론사기자. “호외를 요”
“X님을 잡아라”
“TV 특별 취재”
“X씨 인기 급등”
잠시 후 X씨 참모들은 끼리끼리 부등켜 안고 환호와 박수 그리고 축배를 한다.
H의원도 원망은 사라지고, 참모들 그리고 X님과 손을 맞잡고 어깨 춤을 덩실 춘다
나레이션
식당은 야단법석이고, 온 거리 마다 X씨의 개혁 발표가 방방곡곡 파고들어 요동친다.
보라, 한 시골 촌노의 정치괴물에 대한 꿈이 나비효과가 되어 현실로 이어져 X씨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는다. X씨가 차기 대선에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높아져 간다.
X씨가 KTV 카메라 앞에 섰다. 국민에게 드리는 정치개혁안에 대한 생방 호소이다 경청하시라.
KV기자. “X님! 전파란 정말 무섭다는 것을 저도 오늘에야 깨달았습니다. X님의 개혁안이 찬반의 소용돌이에 빠지기 전에 우선 반도에 폭풍을 몰고 왔고, X님은 그 핵이 되셨습니다. 실황 중계이니 말씀을 부탁합니다” X씨 잠시 상기한 카메라 앞에 섰다. 그 뒤에 H의원과 민중보, 우정필이 섰다. 그 앞 기자들 사이에 참모들이 섞여 있다..
X씨. “국민여러분, 나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나를 사랑하면 아니 됩니다. 여자이고 힘없는 나는 이미 여러분 외 사랑할 사람이 없지만, 여러분은 가정과 자식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보다도 당신의 가정을 더 사랑해야 합니다. 당신의 자식과, 그 자식으로부터 태어날 후손들은 당신의 사랑이 없고는 험한 세상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당신이 사랑을 쏟을 곳은 오로지 그 한 곳, 가정과 가솔입니다. 그 것만으로도 당신의 사랑은 벅찹니다. 해방 후 반세기 동안 국민에 걱정만 끼쳐 온 정치에 관하여는 냉정하게 머리로 판단하여야지 뜨거운 가슴으로 대하지 마십시오. 정치는 이성이지 감성이 아닙니다. 정치는 현실문제이지 과거문제도 아닙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을 차가운 눈으로 보아야지, 끓는 피로 접근하지 마십시오. 정치인을 향한 사모의 최면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이 같은 호소가 전파를 통해 국민의 심중을 울리고 있는 듯하다. 후보는 계속 말을 쏟아 낸다) ‘사모’(思慕), ‘사모’하는 정치가 노사모가 시발 이었던가요--, X-사모, 이-사모 정-사모 등 이제 그 굴레를 벗어나야 합니다. 지역이 동서로 갈라 놓듯 사모는 사람을 편 가릅니다. 그런데도 사랑의 대상이 된 현 정치지도자들은 사랑과 맹종을 즐기며, 자기도취에 빠져 우쭐대고 있습니다, 사모놀음이 민주정치를 퇴보시키고 정치정도를 굴절시키는 병인(病因)인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아니 오히려 세 불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꼴이란 두 눈 뜨고 보기가 민망 합니다, 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용서 하여 주십시요. 저를 사랑한다고 모인 여러분, 이제 X-사모란 이름을 과감이 벗어 던지고 그래도 나를 못잊는다변, ‘X-비모’로 개칭해주십시요. X인 본인을 비판하는 모임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사랑보다 비판 맹종보다 채찍으로 저를 연단시켜 주십시요.
저도 오늘 발표한 나의 여섯가지 정치개혁을 ‘X-6혁명개혁’이라 부를 작정입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대하며 국민 여러분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조명이 꺼지고 막이내려간다.
종언
2편에서는 2010 전 후의 미래를 극화한 정치풍자 희곡을 창작하여 정치괴물을 이어가겠습니다.
2009. 8. 31 이헌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