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퇴근 시간이 가장 빠른 나는 밥 당번이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직장에서 해결하니 분가를 한 아들을 제외한 우리 식구 셋이 식탁에 같이 앉는 식사 시간은 저녁이다. 비교적 출퇴근도 자유롭고 직장도 집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퇴근을 일찍 하는 편이라 언제부터인가 저녁밥을 짓는 일은 내 몫이 되었다.
내가 자청해서 밥을 짓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아내가 피곤하다는 핑계로 이틀 사흘 치 밥을 해놓으니 지난 밥을 먹기 싫어서이고, 둘째는 맞벌이 하는 아내를 배려하여 일손을 들어주는 것이고, 셋째는 퇴근하고 나면 무엇보다 내 배가 고프고 딸 아이가 현관문을 들어서면서 아! 배고프다를 연발하기 때문이다.
나는 진밥을 좋아하는데 이 진밥이 문제다. 진밥이 문제가 된 건 어머니 아버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는 완전 꼬들밥(고두밥)을 좋아하셨고 어머니는 약간 진밥을 좋아하셨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부터 식사 시간이면 아버지는 밥이 질다고 '그 밥 물하나 못 맞추냐'라고 가끔씩 어머니를 타박 하셨다. 지금은 밥이 질다고 조금만 물을 줄이라고 아내가 나를 타박하지만 내가 하는 밥은 어머니가 하셨던 밥처럼 항상 진밥이다.
대학 자취 시절부터 경력이 단절된 시기까지 억지로 경력으로 넣을라 치면 나의 밥 짓는 경력이 자그마치 40년이 넘는데 밥물 조절 쯤이야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는가? 근데 왜 진밥을 하여 핀잔을 듣느냐고? 된밥은 입안에서 겉돌기만 하고 몇 번 씹다가 넘기는 진밥에 비해서 오래 씹어야 하기에 내 식성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된밥을 하든 진밥을 하든 꼬들밥을 하든 선택은 밥을 안치는 사람 마음이다 ㅎㅎ.
그 밥물 하나 못 맞추냐시던 아버지 말씀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며 꿋꿋하게 진밥을 하신 어머니도 밥물 조절을 못하신 게 아니라 평생 복용하신 관절염 약으로 위가 좋지 않으셔서 목으로 넘기기도 편하고 소화를 시키기도 쉬운 진밥을 하신게 아닌가 싶다. 뭐니 뭐니 해도 밥 중에 최고의 밥맛은 콩과 팥을 섞어서 소금 간을 약간 해서 지은 찰밥이다. 찰밥은 일 년에 한 두 번 식구들 생일 때나 아니면 야생화 보러 갈 때 도시락으로 싸온 찰밥을 먹는 정도이지만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밥맛이다.
오늘도 저녁밥을 안쳤다. 내가 좋아하는 진밥을 포기하고 손등을 살짝 넘게 물이 닿게 조절을 하여서... 허겁지겁 밥을 다먹은 딸이 하는 말 "오늘은 밥이 잘됐네~~~" 나의 오늘 저녁은 밥대신 양배추와 당근을 썰어서 계란 두개를 넣고 적당히 소금간을 하여서 후라이펜에 부쳐서 먹었다.
첫댓글 요리도 잘 하시는군요 부러워요
퇴직하면 요리강습도 받아봐야겠어요
세뿔투구꽃 늘어진 라인이 참 멋진 아이들입니다
폰 바꿨드니 글쓰는게 너무 힘듭니다
크기 줄이기가 제대로 된건지 모르겠습니다ㅋ
밥만 합니다
김찌찌게, 전부치기, 계란찜 정도 입니다ㅎㅎ
부아님
나도 진밥을 좋아 하는데
언제 진밥 맛좀볼수 있을까요 ㅎㅎ
ㅋ 기회가 되면 콩나물 라면은 대접해드리겠습니다
세뿔투구꽃 풍성한 모습 예쁩니다
진밥이 더 좋지요
소화도 잘되구 밥도 빨리 먹을수 있으니까요~ㅋ
진밥이 최고지요.ㅎㅎ
참고로 저는 고슬고슬 된밥이 좋아요
예쁠때 담아 오셨어요
세뿔이 드뎌 피었네요
이쁜 모습 즐감합니다
풍성하고, 멋지고, 예쁨입니다...^^*
전 밥할태 그냥 눈대중으로..
오랜 자취로 경험상..
세뿔투구가 곱게 피었습니다
이야기가 재미 있습니다.
그시절 어느 집이나 비슷한 풍경같습니다. ^^
세뿔투구꽃도 즐감합니다.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