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닭이다. 윤홍근 제너시스 회장(55) 집무실에 들어서면 수백 개의 닭들이 가장 먼저 반겨준다. 손가락 마디 크기만 한 앙증맞은 닭부터 당장이라도 발톱과 닭 벼슬을 세우고 홰를 칠 것 같은 닭까지 그 종류와 크기도 다양하다. 닭에 대한 윤 회장의 열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열정과 카리스마로 그는 한국형 프랜차이즈를 태동시켰고, 세계 55개국에 BBQ 프랜차이즈를 수출할 수 있었다.
불황 여파로 자영업이 몰락 위기에 처한 지금, 윤홍근 회장은 프랜차이즈만이 불황을 타개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첩경임을 강조한다. 10개 브랜드에 만족하지 않고 “5월엔 농축산물 유통 프랜차이즈를 새로 시작한다”고 밝힌 윤 회장에게 프랜차이즈 창업 성공 전략과 앞으로 계획을 들어봤다.
올해 상복이 많으시네요. 얼마 전 ‘한국의 경영자상’을 받으신 데다 지난 3월엔 프랜차이즈업계 최초로 은탑산업훈장도 받으셨지요. 국가가 프랜차이즈를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인정해줬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그동안 프랜차이즈가 산업으로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거든요. 이런 편견을 깨고 프랜차이즈가 수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더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무형의 상품을 수출하지 않고선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을 겁니다.
경기 침체 영향은 프랜차이즈업계에도 예외는 아닐 것 같은데요. 솔직히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당시에는 한국만 어려웠지 지금처럼 전 세계가 어려웠던 게 아니잖아요.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미친 것도 한참 뒤였고. 지금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국면까지 왔어요.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전체로 보면 30%가량 매출이 떨어진 것 같아요.
앞으로 기업 부도가 늘어나고 대량 해직 사태도 벌어지면 프랜차이즈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질 겁니다. 사업 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성공한 사업모델을 따라하는 것이죠. 바로 프랜차이즈 창업이 정답인 셈이죠.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프랜차이즈 창업을 주저하는 예비창업자가 많습니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나쁜 편견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통제가 많다’ ‘이익은 적다’ ‘본사가 착취한다’ 등의 얘길 많이 하죠. 확실한 사실은 자영업자가 개인 창업을 하면 90% 실패하지만 프랜차이즈를 하면 90% 성공한다는 사실입니다. 제대로 된 본사라면 예비창업자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성공하도록 만들어줍니다. 그 과정에서 재촉하고 통제하는 거죠. 계약관계를 맺은 이상 본사가 통제하고 지도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점주 문제도 있겠지만 소위 ‘먹튀’ 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도 여전히 많기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입니다. 좋은 본사를 선택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본사가 가맹점의 성공을 책임져야 하겠지요. 그렇다고 가맹점주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곳이 좋다고 할 수만은 없어요. 성공하도록 유도하고 인도하는 역할을 해주고 나머진 시장원리에 따라 점주가 치열하게 노력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좋은 본사를 고르는 기준도 교육과 지도를 잘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점주들을 교육시켜 충성도를 높여주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가맹점 관리에 탁월하신데 비결이 무엇인가요. 국내에선 본사가 가맹점에 로열티 받는 게 쉽지 않습니다. 프랜차이즈가 시작된 미국에선 제도적으로 계약문화가 발달해 점주들이 이를 그대로 따릅니다. 노하우, 브랜드 등 지적재산권을 인정해주는 거지요. 그러나 한국에선 이 부분이 어렵습니다. 결국 가맹점을 통해 공동구매, 공동물류, 공동마케팅을 진행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이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프랜차이즈 본사의 경쟁력이라 하겠지요.
핵심역량을 가진 BBQ를 중심으로 사업다각화를 통한 시너지 전략을 폈는데, 요즘과 같은 불황기 때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BBQ와 BHC치킨은 확실하게 현금창출 능력이 있어요. 여기서 돈을 벌어 12개 브랜드를 갖게 됐죠. 그러나 한식 레스토랑 ‘찹스’와 ‘피자Q’는 가맹점 사업을 잠정 중단한 상황입니다. 해산물 뷔페 ‘오션스타’가 고전하고 있지만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어요.
BBQ 브랜드를 앞세워 새롭게 뛰어들고 싶은 신규 사업은 없는지요. 외식에서 벗어나 농축산물 유통 사업을 해볼 생각입니다. 올해 5월 식육 유통 사업을 출범시킬 겁니다. 음침한 정육점에서 벗어나 카페 형태의 신개념 정육점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를 비롯해 반가공식품과 반조리 음식 등 100여가지 식육상품을 취급할 예정이에요. 이를 위해 GNS맘앤팜(M&F)이란 회사를 설립했고 오는 5월 서울 암사동에 ‘맘앤팜’ 직영 정육점도 오픈합니다. 그동안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쌓아온 육류 구매와 유통 등에 대한 사업노하우를 바탕으로 정육점 가맹사업을 하는 거죠.
강원도 횡성군과 농축산물 유통 협약식도 맺어 횡성한우를 비롯해 횡성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축산물을 공급받기로 했어요. 점포 운영도 독특하게 할 생각입니다. 거점이 되는 핵심 점포를 만들고 여기에 가맹 형태로 신선한 고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위성 점포를 두는 형태지요. 핵심 점포에 있는 식육 마에스트로(장인)가 즉석에서 고기를 해체해 위성 점포에 공급하게 됩니다.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좋은 고기를 싼 가격에 맛볼 수 있게 될 겁니다.
국외 사업은 요즘 어떻습니까. 현재 55개국에 350개 점포를 냈습니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소수 대그룹을 제외하면 국외에 가장 많이 진출한 회사입니다. 외식업계에서 무형의 지식상품을 팔아 로열티를 받는 곳은 저희가 유일해요. 본격적으로 국외 진출한 지 2~3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 수익은 적습니다. 올해 가맹점을 10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면 내년에 로열티 수익만 100억원에 이르고 매출로 따지면 3000억원이 넘습니다.
정부에서 한식 세계화에 관심이 높습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가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요. 한식이라 하면 궁중음식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식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합니다. 한국에서 만든 음식과 브랜드가 바로 한식입니다. BBQ도 곧 한식인 거죠. 일본의 스시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음식이 된 이유는 끊임없이 요리에 대해 연구하고 표준화된 시스템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했기 때문이죠. 치킨을 비롯해 떡볶이, 죽 등 국내에서 인기 있는 음식은 얼마든지 한식이란 이름으로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 54년생 / 81년 조선대 수석 졸업, 육군 중위 전역(학사장교 1기) / 84년 미원그룹(현 대상) 입사 / 95년 BBQ 설립 / 2002 제너시스BBQ그룹 회장(현) / 2009 제36회 상공의 날 은탑산업훈장 수훈, 한국능률협회 KMA) 선정 ‘2009 한국의 경영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