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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FTA 재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한미
FTA의 핵심 의제였던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종전보다 1년 6개월 연장됐다는 소식에 환영과 탄식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고 있다.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오지지널의 특허를 보호해 제네릭 진입장벽을 높인다고 볼 때 1년 6개월 연장 소식이 반가울 만도 하다.
하지만 유예기간 3년이 지난 이후에는 예상할 수 없는 소용돌이가 국내 제약업계를 덮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가만히 앉아 환영의 목소리만 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특허가 남아있는 오리지널의 후속 제네릭 제품의 허가시기를 늦춰 결과적으로 오리지널의 시장 독점권을 연장하게 된다.
예를 들어 물질특허가 2019년 만료되는 오리지널의 제네릭 제품이 식약청에 허가신청을 냈다고 가정해보면. 단, 이 오리지널 제품은 허가자료 보호기간(재심사)이 끝난 상태다.
허가-특허 연계제 도입되면 제네릭 허가 지연현 규정에서는 이런 경우라면 3개월 이내 허가(시판승인)를 받을 수 있다. 다른 제약사도 허가신청 시기가 비슷하다면 대개 같은달 허가가 나온다. 식약청으로부터 허가받은 제품은 그 다음달 보험약가를 받아 시장 출시 채비를 마치게 된다.
이렇게 허가-약가를 받은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오리지널 제품 보유사는 특허침해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제네릭사가 먼저 특허무효 소송을 걸 수도 있다.
소송에 돌입했다해도 이미 획득한 허가-약가가 철회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에서 제네릭 회사가 질 경우 시판이 어렵지만, 역으로 이길 경우에는 특허만료여부와 상관없이 안심하고 시장 영업이 가능하다.
대표적 고혈압약 ‘노바스크’나 고지혈증약 ‘리피토’도 특허장벽을 깨고 국내 제네릭이 일찍 진입한 사례로 꼽는다.
반면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도입된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제네릭의 허가획득 시기가 늦춰져 그만큼 시장진입도 오래 걸리게 된다. 예를 들어 제네릭 제품이 식약청에 허가신청을 내면 곧바로 오리지널 회사에 이 사실이 통보된다.
만일 오리지널 회사가 특허침해 사유로 소송을 걸면 제네릭은 일정기간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이 기간을 ‘
자동유예기간’이라 하는데, 2007년 한미 FTA 타결 당시 자동유예기간을 1년으로 하자는 논의가 유력했다.
자동유예기간이 끝나거나 제네릭사가 특허소송에서 승리하면 제네릭은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승소한 업체에게는 허가 후 일정기간 시장 독점권이, 반면 소송에서 질 경우에는 특허만료일인 2019년까지 시장출시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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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가-특허 연계제도 도입 전후 비교 |
자동유예기간을 감안하면 그만큼 제네릭 출시가 늦춰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제네릭으로 먹고 산 국내 제약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도 바로 이 부분.
복지부는 허가-특허 연계제도 도입에 따른 제네릭 출시 지연(9개월)으로 제약업계가 연간 367~794억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소영 변리사는 "현 시스템에서는 오리지널의 재심사가 만료되는 즉시 그 제네릭이 비교적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허가-특허 연계 제도가 도입되면 제네릭 허가가 유예돼 후발주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특허를 무너뜨린 첫 제네릭(퍼스트제네릭) 업체는 시장 독점기간이 부여되기 때문에 경쟁을 피해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퍼스트제네릭에 대한 시장 독점권(식약청 6개월 염두)이 '혜택'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안 변리사는 "한국은 상품명으로 약을 처방하기 때문에 퍼스트제네릭의 시장독점권이 의미가 크지 않다"며 "대신 퍼스트제네릭의 약가를 우대하는 등의 별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했다.
18개월치 제네릭 허가 성과…구조조정 불가피그렇다면 이번 한미 FTA 추가협상에서 허가-특허 연계제도 시행을 1년 6개월 더 미룸으로써 얻게 될 업계의 실질적 이득은 무엇일까.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허가신청 업체에게 적용하기 때문에 이미 허가를 받은 품목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FTA(자유무역협상) 추진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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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된 FTA
한-칠레 FTA(2004.4.1 발효) 한-싱가로프 FTA(2006.3.2 발효) 한-EFTA FTA(2006.9.1 발효) 한-아세안 FTA(2007.6.1 발효) 한-인도 CEPA(2010.1.1 발효)
서명 및 협상타결 FTA
한-미국 FTA(2010.12.14 재협상 타결) 한-EU FTA(2010.10.6 서명) 한-페루 FTA(2010.11.15 가서명)
그외 캐나다, 멕시코, GCC, 호주, 뉴질랜드, 페루, 콜롬비아, 터키 등 13개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
만약 한미 FTA 발효시기를 2014년이라고 하면, 이 해로부터 1년 6개월(연장된 유예기간) 전에 허가 신청한 제네릭 업체가 수혜를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허가신청은 오리지널의 재심사가 만료돼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 시기 오리지널 제품이 타깃이 된다.
7일 데일리팜이 식약청 재심사만료 품목을 분석한 결과, 2012년 6월 1일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총 146품목이 재심사가 만료된다. 제품 중에는 항암제 ‘수텐캡슐’, ‘글리벡’, 금연보조제 ‘챔픽스’, 고혈압복합제 ‘엑스포지정’, 항우울제 ‘심발타’,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 등이 있다.
이 제품 제네릭들은 허가-특허 연계제도 시행 전이기 때문에 종전과 같이 허가 획득을 빨리 할 수 있다. 1년 6개월이 연장되는 바람에 얻는 수혜(?)인 것이다.
만일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법적인 문제로 미국산 의약품에만 적용된다면 대상 숫자는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높은 수준의 협정인 한미 FTA를 다른 FTA에도 적용하는 게 현재로선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국내 제약에 이로운 조항없어…체질개선 시급 하지만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이번 한미 FTA 재협상 결과에서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행 연장이 있다해도 한시적인 효과밖에 얻을 수 없다.
더욱이 다른 협상조건도 한국 제약산업에 유리한 구석은 딱히 없어 제네릭 위주의 기업들은 고전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FTA 체결로 인한 관세철폐는 우리에게 전혀 득될 게 없다. 미국이나 유럽은 의약품에 대한 관세가 낮기 때문에 수출기업이 관세철폐에 대한 수혜를 얻긴 힘들다.
반면 8% 정도의 관세를 요구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향후 관세철폐로 값이 내려가는 수입의약품과 경쟁해야 할 입장이다. 다만 전문의약품은 가격을 국가가 통제하므로 손실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이나 유럽과의 FTA에서 요구하고 있는 다른 조건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분위기다. 5년간의 허가자료 보호는 이미 국내에서 신약은 6년, 개량신약에게는 4년의 재심사기간이 부여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다.
또한 시판 허가 지연으로 인한 특허기간 연장도 이미 국내법에 규정돼 있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미국과의 FTA가 가장 높은 수준의 협상이기 때문에 유럽, 인도 등 다른 나라와의 FTA로 국내 제약산업이 크게 영향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복지부 하태길 통상협력담당관실 사무관은 "한미, 한-EU FTA가 국내 제약산업에 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다"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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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추진상황 |
미국이나 유럽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의약품 품질관리를 활용해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방법도 그 하나라는 것.
政, 산업구조 개선·수출 지원에 초점국내 제약산업이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는 체질개선을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의 지원대책은 크게 세 가지로, 하나는 신약 R&D 활성화, 두번째는 산업 및 유통 구조 개선, 마지막으로 해외 진출 능력 제고이다.
이에 복지부, 지경부, 과기부 등 관련부처들은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35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약 R&D 지원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처벌 강화를 통한 공정시장 조성, 제약산업 M&A 지원 등이 시급과제로 담겨 있다.
35개 과제 가운데 약가결정기간 단축, 제약산업 조세특례 지원, 제약산업 M&A 세제 선진화, 공정경쟁규약 실효성 제고, 무균제제시설 GMP 가이드라인 마련, 백신 치료제 허가 단축방안 마련, 희귀질환 의약품 개발 인센티브 부여 등 7개 과제는 이미 완료됐다.
다른 28개 과제도 최대 2013년 목표로 순항중이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정부 지원 대책이 한미 FTA로 인한 제약산업 피해를 상쇄해나갈 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세부적인 허가-특허 연계제도 방안이 나오지 않은데다 정부의 지원대책 역시 아직 실효를 거두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이 때문에 어떤 비전을 세워야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는 회사도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