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한 마리 당나귀(驢)인지도 모르고, 한 마리 닭(鷄)인지도 모르고.
무대에서 고상한 척. 내시(內侍)들은 대대로 위엄을 떨치고.”
♣ 요재(聊齋)는 청(淸)나라 소설가 포송령(蒲松齡)의 ‘요재지이(聊齋志異)’를 뜻한다
<산가요재(山歌廖哉) 스줴중궈(视觉中国)>
중국에서 10여 년 만에 컴백한 중견 가수 다오랑(刀郎·52)의 신곡 ‘나찰해시
(羅剎海市)’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8월11일 현재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
두(百度一下)에 따르면, 중국 매체들은 지난달 7월19일 발표된 나찰해시 (罗
刹海市←羅刹海市)가 20여 일 만에 ‘QQ음악’ 등 스트리밍 사이트(streaming
site)에서 누적 조회 수 100억 건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유튜브에서 조회수
1위 뮤직 비디오인 ‘핑크퐁 아기상어’의 누적 조회수(131억회)와 비견될 기
록이다.
'나찰해시(羅刹海市)'의 인기 비결은 가사(歌詞)에 담긴 해학(諧謔)이다. 데뷔
초기 다오랑(刀郞)을 왕따시켰던 가요계 거물을 향한 풍자(諷刺)에서부터 일
그러진 사회의 부조리를 비웃는 내용까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저급한 말
을 입에 담지 않고서도 욕을 하는 새로운 경지라는 평가도 나왔다.
신곡 ‘나찰해시(羅刹海市)’는 앨범 ‘산가요재(山歌寥哉)’의 타이틀곡이다. 요
재(寥哉)는 청(淸)나라 소설가 포송령(蒲松齡 : 1640~1715)의 소설집 『요재
지이(聊齋志異)』의 동음이의어다. 포송령(蒲松齡)의 요재지이(聊齋志異)는
필자가 "불용치훼,입참지(不容置喙立斬之)"를 말하면서, 이미 소개한 바 있
다. 한국에서 1980년대 말 흥행했던 영화 ‘천녀유혼(倩女幽魂)’이 『요재지
이(聊齋志異)』 속 단편 ‘섭소천(聶小倩)’을 원작으로 했다.
♣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 곡 ‘나찰해시(羅刹海市)’가 발표 20일 만에 조회수 100억건을
돌파하는 등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이두(百度) 캡처>
소설 ‘나찰해시(羅刹海市)’는 준수(俊秀)한 마기(馬驥)가 폭풍을 만나 도착
한 나찰국(羅刹國)이 배경이다. 학문이나 능력이 아닌 못생긴 정도에 따라
높은 벼슬을 주는 추(醜)함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흑백(黑白)이 뒤집힌 나
라다. 넘버2 승상(丞相)은 콧구멍이 3개인 추남(醜男)이고, 정상 외모인 사
람은 도시 밖 산속에 버려진다. 잘 생긴 마기(馬驥)는 석탄을 칠해 추하게
분장(扮裝)하고서야 대접을 받는다.
노래가사는 언어유희(言語遊戱)와 풍자(諷刺)가 넘친다.
“그 마호(馬戶→馿)는 자기가 당나귀(驴)인지 모른다.
그 우조(又鳥→鸡)는 자기가 닭(鸡)인지 모른다.”
마호(馬戶)는 당나귀 려(馿←驢)를, 우조(又鳥)는 닭 계(鸡←鷄)를 쪼갠
파자(破字)로 가사를 썼다. “붉은 날개와 검은 깃털, 푸른 닭 볏에 발에
는 금테 두른 닭. 하지만 석탄 칠한 알에서 태어난 것들은 본디 시커멓
다. 아무리 씻어도 더러울 뿐.”
얼마 전 학교 급식에서 나온 쥐를 오리라 우겼듯 거짓과 허영이 가득한
사회 부조리를 해학으로 비웃는 대목에 중국인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는데 하나같이 ‘망가진 중국의 현실을 보여줬다’고 설명한다.
이 노래가 중국의 강도 높은 검열을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반미 애
국송(反美愛國頌)’으로도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 매체들은 노
래 가사 중 “마호(馬戶)는 자신이 당나귀(馿)인지 모른다. 우조(又鳥)는
자신이 닭(鸡)인지 모른다” 라는 언어유희를 적용한 대목에서 당나귀는
미국 집권 민주당의 마스코트인 당나귀이고, 닭은 미국의 상징인 독수
리로 읽힌다고 설명한다.
다오랑(刀郞)은 오스트리아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1889~1951)까지 가사에 등장시키며 풍자를 인류로
확장한다. “마호(馬戶)와 우조(又鳥)는 우리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라며
노래가 끝난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세상의 진상을 보여주는 동시
에 은폐한다”고 말했던 언어철학자다.
한편 이 노래는 다오랑(刀郞)이 직접 겪은 가요계의 현실을 고발했다는 해
석도 나온다. 데뷔 초기 다오랑(刀郞)을 괴롭혔던 ‘가요계 4인방’을 향한 풍
자라는 것이다. 쓰촨성(四川省)에서 태어난 다오랑(刀郞)은 17세에 가출해
스스로 음악을 익혔고, 2004년에 ‘2002년의 첫눈(2002年的第一場雪)’이란
앨범으로 벼락 스타가 됐다. 그러나 당시 중화권 가요계를 주름잡던 양쿤
(楊坤)·나잉(那英)·왕펑(汪峰)·가오샤오쑹(高曉松)으로부터 “음악도 아니다”
라는 비난을 받으며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나찰해시(羅刹海市)는 대
중문화계에서 남을 짓밟은 이들에 대한 비판곡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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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羅刹海市 노래 들어보기 (아래 클릭하면 유튜브화면이 뜬다)
Bing 동영상
【羅刹海市】 刀郞
演唱 : 刀郞 / 作詞 : 刀郞 / 作曲 : 刀郞 /
(1)
羅 刹 國 嚮 東 兩 萬 六 仟 裏
luó shā guó xiàng dōng liǎng wàn liù qiān lǐ
나찰국(羅刹國)은 동쪽으로 2만6천 리나 된다.
過 七 沖 越 焦 海 三 寸 的 黃 泥 地
guò qī chōng yuè jiāo hǎi sān cùn de huáng ní de
칠충(七沖)을 넘으면 초해(焦海)로 세 치가 넘는 황토밭이고,
只 爲 那 有 一 條 一 丘 河
zhǐ wèi nà yǒu yī tiáo yī qiū hé
오직 그것만을 위해 강이 하나 있다.
河 水 流 過 苟 苟 營
hé shuǐ liú guò gǒu gǒu yíng
강물이 흘러가며 구차하게 경영한다.
苟 苟 營 當 家 的 叉 桿 兒 喚 作 馬 戶
gǒu gǒu yíng dāng jiā de chā gǎn ér huàn zuò mǎ hù
구차하게 집안의 지팡이를 운영하여 마호(馬戶)라고 부른다
十 裏 花 場 有 渾 名
shí lǐ huā chǎng yǒu hún míng
십리꽃밭에는 혼명(渾名)이 있다.
她 兩 耳 傍 肩 三 孔 鼻
tā liǎng ěr bàng jiān sān kǒng bí
그녀는 두 귀를 어깨에 대고 세 개의 콧구멍을 가지고 있다.
未 曾 開 言 先 轉 腚
wèi zēng kāi yán xiān zhuǎn dìng
말하기도 전에 먼저 허리를 굽힌다.
每 一日 蹲 窩 裏 把 蛋來 臥
měi yī rì dūn wō lǐ bǎ dàn lái wò
매일 웅크리고 앉아 알을 낳아 눕는다.
老 粉 嘴 多半 輩兒 以 爲 自己 是 只 雞
lǎofěn zuǐ duōbàn bèiér yǐ wèi zìjǐ shì zhǐ jī
늙은 미인은 태반이 자신을 닭이라고 여긴다.
那 馬 戶 不 知 道 他 是 一頭 驪
nà mǎ hù bù zhī dào tā shì yī tóu lí
그 마호(馬戶)는 그가 당나귀인 줄 몰랐다 (馿와 驢는 같은 글자로 '당나귀-려')
那 又 鳥 不 知 道 他 是 一只 雞
nà yòu niǎo bù zhī dào tā shì yī zhī jī
그 우조(又鳥)는 그가 닭인 줄 몰랐다. (鸡=鷄와 雞는 같은 글자로 ‘닭-계’)
勾 欄 從 來 扮 高 雅
gōu lán cóng lái bàn gāo yǎ
난간에 앉아서 고상한 체한다.
自古 公 公 好 威 名
zì gǔ gōnggōng hǎo wēimíng
자고로 시아버지는 명망있는 이름을 좋아하셨다.
(2)
打 西 邊 來 了 一 個 小 夥 兒 他 叫 馬 驥
dǎ xī biān lái le yī gè xiǎo huǒ ér tā jiào mǎ jì
서쪽에서 한 젊은이가 왔는데, 그는 마기(馬驥)라고 한다.
美 豐 姿 少 倜 儻 華 夏 的 子 弟
měi fēng zī shǎo tì tǎng huá xià de zǐ dì
아름다운 자태가 소소하고 당당한 화하(華夏)의 자제(子弟)
只 爲 他 人 海 泛 舟 搏 風 打 浪
zhǐ wèi tā rén hǎi fàn zhōu bó fēng dǎ làng
다른 사람의 바다를 위해 배를 저어 풍랑을 치다
龍 遊 險 灘 流 落 惡 地
lóng yóu xiǎn tān liú luò è de
용이 험한 여울을 떠돌며 악지(惡地)를 돌아다닌다.
他 見 這 羅 刹 國 裏 常 顚 倒
tā jiàn zhè luó shā guó lǐ cháng diān dào
그는 이 나찰국에서 늘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馬 戶 愛 聽 那 又 鳥 的 曲
mǎ hù ài tīng nà yòu niǎo de qū
마호(馬戶=驴)는 그 우조(又鳥=鸡)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三 更 的 草 雞 打 鳴 當 司 晨
sān gèng de cǎo jī dǎ míng dāng sī chén
한밤중에 암탉(草雞)이 수탉(司晨)을 울면서 지켜주고,
半 扇 門 楣 上 裱 眞 情
bàn shàn mén méi shàng biǎo zhēn qíng
반쪽 문간에 참된 정(情)을 표구하였네.
它 紅 描 翅 那 個 黑 畫 皮 綠 繡 雞 冠 金 鑲 蹄
tā hóng miáo chì nà gè hēi huà pí lǜ xiù jī guān jīn xiāng tí
그 붉은 모사날개 그 검은 그림 껍질에 푸른 수놓은 닭 벼슬 금으로 발굽을 달았다.
可 是 那 從 來 煤 蛋 兒 生 來 就 黑
kě shì nà cóng lái méi dàn ér shēng lái jiù hēi
그러나 그것은 원래 석탄알은 태어날 때부터 검었다
不 管 妳 咋 樣 洗 呀 那 也 是 個 臟 東 西
bù guǎn nǐ zǎ yàng xǐ ya nà yě shì gè zàng dōng xī
네가 어떻게 씻든 그건 더러운 거야.
那 馬 戶 不 知 道 他 是 一 頭 驢
nà mǎ hù bù zhī dào tā shì yī tóu lǘ
그 마호(馬戶)는 그가 당나귀(驴)라는 것을 몰랐다.
那 又 鳥 不 知 道 他 是 一 只 雞
nà yòu niǎo bù zhī dào tā shì yī zhī jī
그 우조(又鳥)는 그가 닭(鸡=鷄=雞)인 줄 몰랐다.
豈 有 畫 堂 登 豬 狗 ?
qǐ yǒu huà táng dēng zhū gǒu
어찌 화당(畫堂)에 돼지나 개가 등장할 수 있으랴?
哪 來 鞋 拔 作 如 意
nǎ lái xié bá zuò rú yì
어찌 신발끈이 뜻대로 되겠는가?
<수집, 사진캡처, 글 구성 및 병음 병기, 우리말 번역 ; 두류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