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리포트] 첨단세상을 엿본다
 
홍채·정맥·목소리·걸음걸이… “IT, 넌 내 몸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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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가 뭐였더라?’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을 먹은 탓이었는지 집 앞에서 난감한 상황을 당했다. 늘 사용하던 도어록 비밀번호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대로 눌러봤지만 도어록은 꿈쩍 않고 머릿속까지 하얗게 변했다. ‘자고 있을 텐데 초인종을 눌러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문 앞에서 난 인기척을 듣고 고맙게도 아내가 문을 열어줘 위기를 모면했다.
누구나 한번은 겪어봤을 일이다. 모든 것을 스마트폰에 의지하는 요즘, 이런 증상을 심하게 앓기도 한다. 기억력을 의심하게 하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디지털 치매’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매번 비밀번호를 외워야 하는 불편함 없이 도어록 등 원하는 것을 열 수는 없을까. IT 업계가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비밀번호나 패턴 등이 아닌 개인의 신체 특징을 분석해 본인인지 아닌지를 인증하는 생체인식기술이 우리를 디지털 치매의 공포에서 해방시켜주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홍채 인식.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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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7 홍채 인식… 위·변조 불가능
최근 가장 주목받는 생체인식기술은 홍채 인식이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에 탑재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해지고 있는 기술이다.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하는 홍채 인식 기술은 사람의 눈 중앙 동공과 흰자위 사이에 존재하는 홍채의 특징을 인식하고, 기존에 등록한 홍채 정보와 비교해 판단한다.
특히 40여 개의 특징을 지닌 지문보다 6배 이상 많은 266개의 측정 가능한 식별 특징이 홍채에 들어 있어 정확도가 높다. 이 때문에 홍채가 유사할 확률은 약 10억 명당 1명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홍채는 생후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모양이 완성되며 그 이후에는 평생 변하지 않는다. 죽은 사람의 홍채나 컬러 복사된 홍채도 사용할 수 없어 위·변조도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 CNS 스마트 A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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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정맥 이용한 스마트 ATM
손가락 정맥(지정맥)을 이용하는 은행서비스도 등장했다. LG CNS가 부산은행을 통해 서비스하는 스마트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근적외선으로 손가락 내부 혈관 패턴을 촬영해 본인 여부를 식별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몸속 혈관의 형태가 사람마다 다른 점에 착안했다. 적외선이 혈관 속 적혈구는 통과하지 못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덕분에 손가락 끝 부분만 갖다 대면 이용할 수 있어 인증이 간편하고 열 손가락 중 원하는 손가락을 쓸 수 있다. 특히 혈관에 피가 흘러야만 인식하기 때문에 위·변조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손가락 내부 혈관이라 밖에서 쉽게 패턴을 인식하기도 어렵다. 정맥 인증은 일본 생체 인증 ATM의 80% 이상에서 본인 인증의 수단으로 사용할 정도로 안전성도 인정받고 있다.
KT 인증.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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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패턴도 본인 인증 수단으로
목소리를 이용한 생체보안시스템도 있다. KT는 최근 목소리·지문·PIN(개인식별번호) 등을 휴대전화에 미리 등록한 뒤 이를 본인 인증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KT 인증’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본인 확인이 필요할 때 비밀번호·공인인증서 등을 이용하는 불편함 없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는 지문과 PIN 인증만 이용할 수 있지만 10월부터는 목소리를 통한 인증도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이 지닌 독특한 행동패턴을 이용하는 보안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개인 서명의 고유한 특징을 이용해 인증하는 서명인식이 대표적이다. 작성된 서명을 카메라나 스캐너로 광학적으로 인식한 다음 모양을 분석해 대조하거나 전자패드에 직접 서명하며 움직임의 속도, 압력 등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SF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주인공인 헌트(톰 크루즈)를 진땀 나게 하였던 걸음걸이 인식도 조만간 등장할 예정이다. 걸음걸이는 몸무게·근육·뼈·골밀도 등 신체 특성과 구부정하게 걷는 등 자세가 저마다 다르므로 난도가 매우 높은 생체인식 기술로 통한다. 이미 FBI(미국 연방수사국)는 신원확인시스템으로 쓰고 있다.
심지어는 엉덩이도 생체인식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 산업기술대학원대학(AIIT)은 차량에 앉으면 카시트가 차량 주인을 자동 인식해 좌석 공간과 높이, 백미러와 룸미러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좌석으로 주목받고 있다.
내 몸이 비밀번호가 되는 시대가 멀지 않은 셈이다. 비밀번호를 일일이 외워야 하는 공포도 점점 사라질 전망이다. 그런데 집 전화번호도 외우지 않는 두뇌에게 너무 많은 휴식을 주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가는 이름·주민등록번호·집 주소까지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국명 IT 칼럼니스트>
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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