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쿠시아 폭락의 배경에 한국 레버리지 ETF의 영향? 반도체 주식은 어떻게 될까 / 7월 17일(금) / 김현(저널리스트)
반도체 메모리 대기업인 키오쿠시아 홀딩스의 주가가 도쿄 증시에서 16일과 17일 연속 급락했다. 17일에는 전일 대비 1만 엔(16%) 하락한 5만 2,110엔까지 하락해 최저가를 기록했다.
종가는 전일 대비 1만990엔(15.03%) 하락한 6만2110엔. 동경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서 하락률 1위를 차지하며, 단 하루 만에 시가총액의 큰 부분이 사라졌다.
미국 시장에서 반도체 주식이 매도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이지만, 이번 급락을 해석할 때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국에서 과열됐던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존재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5월 말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기업의 주가에 약 2배 정도 연동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ETF와 ETN이 연이어 등장했다.
AI(인공지능) 붐을 순풍으로 반도체 주가 상승하는 가운데, 적은 자본으로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반면, 시장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손실이 확대돼 시장의 급등락을 심화시킬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었다.
한국금융감독원 이찬진 원장은 6월에 개별 주식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승인을 ‘성급하게 준비했다’며 이례적인 반성을 표명했다.
실제로 7월에 들어 미국 반도체 주가가 하락하자 한국 시장에서도 매도가 가속화되었다. SK하이닉스 주식은 13일에 사상 최대인 15% 이상 하락을 기록. 삼성전자를 포함해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주식들의 가격 변동이 급격히 급격해졌다.
◇ 하락 국면에서 매도를 확대
레버리지 ETF는 대상 주식의 하루 가격 변동에 일정 배율로 연동되도록 운용사가 선물·스와프 등 보유량을 매일 조정한다.
상승 국면에서는 매수가 매수를 부추기는 반면,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레버리지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보유 포지션을 기계적으로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하락 시장에서 추가 매도를 일으켜 가격 하락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이른바 ‘감마 거래’라기보다 레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한 일일 리밸런스다.
한국금융위원회는 16일, 개별 주식 레버리지 ETF 등 신규 상장을 일시적으로 억제하고, 개인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최소 예치금을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인상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최소 거래 단위도 1주에서 20주로 확대하고, 투자자 교육 및 손실 경고도 강화한다. 이는 당국이 시장 과열과 투자자 피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규제 강화가 새로운 매력 요소가 되기도 했다.
참여 조건이 엄격해지면, 그동안 반도체 주가를 끌어올려 온 투기성 자금의 유입이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경계감으로 한국 주식이 더욱 매도되어 반도체 메모리 주식 전체 보유량이 감소하는 움직임이 확대됐을 가능성이 있다.
◇ 키오쿠시아에도 ‘고압축 보유’ 매도
키오쿠시아는 데이터 저장에 사용되는 NAND형 플래시 메모리를 주력으로 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다.
그 때문에 전 세계 기관 투자자들이 이 세 회사를 동일한 ‘메모리 주식’ 혹은 ‘AI·반도체 관련 주식’ 그룹으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급락하면 펀드 전체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일본 시장에서도 키오쿠시아를 매도한다. 이와 같은 지역을 초월한 포지션 축소가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16일 키오쿠시아 주식에 대해서도, 한국 당국이 레버리지 ETF 규제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면서, 한국의 메모리 주식과 연동해 매수 보유량을 축소하는 매도가 늘었다는 시장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한국의 레버리지 ETF가 키오쿠시아 폭락을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반도체 주가 하락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도 AI 관련 주식에 대한 과도한 기대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주가지수는 16일에 4% 이상 하락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샌디스크 등 메모리 관련 주식도 크게 매도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 그리고 그동안 급등하던 AI 관련 주식의 이익 실현 매도까지 겹쳤다. 한국 ETF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주가 하락의 ‘발생원’이라기보다 이미 시작된 매도를 확대하고, 그 여파를 일본 시장에 전달하는 경로 중 하나가 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 반도체 수요가 무너진 걸까
주가가 급락했다고 해서 반도체 수요 자체가 즉시 붕괴된 것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메모리와 저장 장치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 다만 시장에서는 반도체 주식 상승 속도가 기업 실적 개선을 앞서가고 있다는 경계가 커지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반도체 대기업들의 주가 상승에 개인 투자자들의 차입과 레버리지 상품이 겹쳤다. 그 반동이 시작되면 기업 실적과는 무관하게 자금 사정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앞으로의 핵심은 한국 당국의 규제로 시장의 과도한 변동이 진정될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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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적 포지션 정리가 일단 마무리되면, 키오쿠시아를 포함한 반도체 주식에는 자율 반등 여지가 있다. 한편, 레버리지 해소가 장기화되고 미국 AI 관련 주식에서도 보유량 감소가 지속된다면, 조정은 한국과 일본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 반도체 주식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키오쿠시아의 폭락에는 한국 레버리지 ETF의 ‘그림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독 범인이 아니다.
이번 급락이 일시적인 수급 충격으로 끝날지, 아니면 과열된 ‘반도체 버블’의 전환점이 될지. 답이 보일 때까지 반도체 주식의 불안정한 가격 변동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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