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염진통제보다 혈류를 멈추는 힘과 소염작용이 훨씬 강력한 것이 바로 스테로이드제입니다. 강력한 소염진통제이기도한 스테로이드제는 극적인 항염증작용으로 기적의 약이라고 환영받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주 심한 화상을 입고 피부조직이 파괴되어 생명이 위독한 경우나 벌에게 쏘인 충격으로 호흡이 정지된 경우에도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면 순식간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효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염증이 발생한 부위에서는 활성산소가 대량으로 방출되어, 세포를 산화시켜 파괴합니다. 스테로이드는 활성산소를 무독화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다양한 세포의 산화반응을 순식간에 멈추게 합니다. 시간을 다투는 위중한 상황에선 확실히 스테로이드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성질환에 사용하는 경우는 아주 사정이 달라집니다. 현재 스테로이드제는 아토피성 피부염,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교원병 등 다양한 병의 치료에 활용됩니다. 이러한 것이 병을 고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금방 사용하기 시작한 스테로이드제는 잠시 동안 조직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순(順)기능을 갖는데, 어느 시기부터는 조직을 파괴하는 악당으로 돌변하기 때문입니다.”
스테로이드제의 구성성분은 우리 몸속에 있는 지방질, 콜레스테롤과 같습니다.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의 원흉으로 꼽히는데, 그 이유는 과도하게 늘어난 콜레스테롤이 혈관의 내측에 달라붙어 쌓이면 산화콜레스테롤로 변화하여 혈관을 붕괴시키기 때문입니다. 다만 산화하기 전의 신선한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의 원인이 아닙니다. 정상적인 콜레스테롤은 호르몬이나 세포막을 만드는 재료로서 생명체에 꼭 필요한 지방질입니다. 스테로이드제도 콜레스테롤과 같은 구조로 변합니다. 사용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체외로 스테로이드를 배설할 수 있기 때문에 소염효과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토피성 피부염에 외용약으로 사용했을 경우에 처음에는(!) 바로 소염작용을 발휘하여 피부가 말끔하게 됩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제를 지속하여 사용하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스테로이드제는 서서히 몸에 축적되고 이윽고 산화콜레스테롤의 형태로 변하면서 주변조직을 산화시켜 새로운 피부염을 유발합니다.
피부파괴가 진행되면 조직의 손상을 억제하기 위해 더 많은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게 되고, 효과가 시원치 않으면 더욱 강력한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제가 ‘합법적인 마약중독증’이라고 부르는 ‘스테로이드 의존증’이 생겨납니다.”
이러한 상황은 아토피성 피부염에만 국한되지 않고 교원병 등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 모든 병에서 발생합니다. 그러나 요즘 깜짝 놀랄 만큼 그 숫자가 많아지는 ‘난치성 아토피성 피부염’은 이 같은 행위로 발생한 질병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스테로이드의 상용은 교감신경을 긴장상태로 만들고 새로운 병을 유발하게 됩니다. <혈압>이 오르고 빈맥(맥박이 1분에 100회 이상인 것)이 되어 불안감이 늘어나게 됩니다.
교감신경에서 분비된 아드레날린은 혈당치를 올리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당뇨병>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과립구의 조직파괴가 진행되면 관절의 여기저기가 파괴되어 요통이나 무릎 통증과 같은 <관절통>이 생기고,
전신에서 혈류장애가 진행되어 하복부가 차가와지며<하복냉증>,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집니다<수족냉증>. *
이렇게 도미노현상처럼 병이 늘어나 그때마다 대증요법으로 혈압강하제, 신경안정제, 경구(입으로 먹는)당뇨약, 소염진통제, 그리고 위장을 비롯한 소화관에 무리를 주게 되면 소화제까지 투여하게 되어 환자는 약물의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스테로이드제로 생겨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스테로이드제를 끊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기간이 긴 사람은 마약중독자의 금단증상과 유사한 ‘리바운드(갑자기 평상시에 복용 중이던 약물을 중단하여 증상이 악화되는 것)’도 격렬하게 됩니다. 환자가 스스로 혼자 시도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스테로이드제의 탈출에 저명한 전문 의료인에게 상담하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교원병과 같은 난치병으로 스테로이드의 투약기간이 오래된 사람은 그 약을 완전히 끊는 것이 아주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신성 홍반성 낭창(lupus erythematosus)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의 내복을 갑자기 중단시키면 多장기부전(여러 장기가 기능부전에 걸리는 것)을 일으켜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판단만으로 약을 함부로 중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스테로이드제의 복용경력이 반년에서 1년 이내라고 한다면 우선 약을 반으로 줄여서 2주간, 다시 반으로 줄어셔 1~2주간, 대체로 4~6주 가량에 걸쳐서 서서히 끊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사이에 류머티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관절에 통증이 오거나 붓거나 열이 날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것은 혈행(血行 혈액순환)이 좋아져 그동안 억제된 혈류가 회복되어 일어나는 증상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약으로 돌아가지 말고 전문가의 관리를 받으면서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에 다니는 많은 환자들(특히 노인)에게 5~10종류의 약이 처방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현대는 ‘약물의 과잉투여의 시대’라는 말을 들어도 반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돈만 벌려는 괘씸한 의사나 약사가 많아서 이익을 올리려고 약을 많이 처방하기 때문에 약물과잉투여의료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대부분 옳지 않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여러 가지 호소에 대하여 어떻게 하든 대응하려고 노력하면서, 증상에 맞추어 약을 계속해서 처방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그들이 배워서 쓸 수 있는 ‘그들 나름의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세계를 휩쓸었던 과거의 무서운 급성 전염병에서부터 지금의 조류독감까지 질병퇴치를 위해 의사들이 흘린 땀을 ‘평가절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또한 교통사고와 같은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경우 의사들의 필요성은 앞으로도 거의 ‘절대적’입니다.*
대체로 노인들이 호소하는 증상들은 다양하기 때문에, 의료인이 정확한 <면역력>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경우에는, 증상이나 호소하는 바의 하나하나에 대응하는 약물을 처방하게 됩니다. 그런데 노인들의 다양한 호소를 만들어내는 원인 중에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진통제의 복용입니다.
노화의 초기 증상으로 근력이 떨어져 근육의 피로가 생기고 이 때문에 그 부위에 혈액순환장애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 혈액순환장애는 관절과 뼈 등의 변형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때 인체의 자체 복구의 노력으로 혈류(血流 혈액의 흐름)가 좋아지면, 허혈(虛血) 후의 혈액순환 회복단계에서 통증이 유발됩니다. 위에서도 말씀을 드렸듯이 이 통증은 사실 치유반응인데 통증의 발생 메커니즘을 모르기 때문에 진통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통제는 사이클로옥시게나제(진통 소염제는 체내에서 사이클로옥시게나제라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여 그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의 활성을 저해하여 프로스타글란딘의 생합성을 억제하며, 통증을 일시적으로 없애고, 동시에 교감신경의 긴장상태를 가져옵니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카테콜라민(catecholamin 카테콜과 아민의 결합물로서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등의 유도물을 말한다) 길항제(拮抗劑)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설명을 좀 보탰는데도 생소하고 어려우실 것입니다. 그냥 상식을 늘리는 기분으로 용어만 익혀두세요. 나중에 다른 곳에서 관련된 의학정보를 듣거나 읽으실 때, 익숙한 느낌으로 주눅 들지 않고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사실 의료지식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 한 번 이해하고 나면 아주 쉽습니다.>>
진통제(스테로이드제 또한 강력한 소염진통제이기도 합니다)의 지속적인 투여로 교감신경의 긴장은 다음과 같은 온갖 증상과 병태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빈맥(맥이 빠리 뜀), 고혈압, 말초순환의 부전, 과립구의 증가, 점막의 파괴(특히 위장), 관절과 뼈의 심한 변형, 소변 배뇨량의 저하, 신장장애, 변비, 구갈,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발암, 多장기부전 등입니다.
이처럼 진통제는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노화를 촉진시키며 부작용들을 양산하므로 연속적으로 다른 약들을 추가하게 됩니다. 진통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반드시 혈압강제, 혈액순환 개선제, 수면제(또는 신경안정제), 설사약, 위장약(소화제) 등을 아울러 처방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약 다른 치료를 목적으로 다른 의료기관에 내원하게 되면 치료과목마다 약물은 계속 추가됩니다. 이런 환자를 구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입니다. 약의 복용을 최대한 중단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식욕이 생기고, 쉽게 피로하던 것이 소실되고, 기운도 나고, 산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점차 혈류가 개선되므로 뼈와 관절의 변형이 알맞은 상태로 회복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정평이 나있는 의사의 교재인 ‘Doctor's Rules’에 실린 글 하나를 소개하면서 그 동안의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첫댓글 괜찮은 글이네요 너무 어려운글도 아니고 무조건 양약이 나쁜다는글이 아니라 어떨때 왜그런지 이유가 비교적 대중이 궁금할만할 것에 맞춰 써있는 글같아요 밑에 4개의 문구는 무조건적인 글같지만 저는 마음에드네요
스테로이드 무서운걸 모르는 분이 많은것 같아 퍼왔읍니다.
중요한 것은... 탈스하실 분들은 혼자 무리한 방법을 강행하지 말고 전문의의 도움으로 서서히 스테를 줄이시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