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아빠, 스물 엄마
[33]
강우와 첫 데이트를 했던 곳, 그리고 유독 고구마 치즈 돈까스를 좋아하는 강우 덕분에
자주 가곤 했던 카페로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기운만이 맴돈다.
무거워진 몸 때문에 허리를 받치고 걸음을 옮기던 하련이 카페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자
강우는 한발 앞서가 문을 열어 준다.
카페에 들어선 강우와 하련을 알아차린 주인아저씨는 오랜만에 온다며 인사를 건내오고, 하련은
어색한 미소로 인사를 대신한다.
혹여나 강우가 이상하게 생각할까 당황했던 하련은 아무런 관심 없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우를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린다.
혼자 괜한 걱정을 한 자신이 바보 같은 하련은 늘 강우와 앉던 자리로 걸음을 옮기다
방향을 돌려 옆 테이블에 앉는다.
더 이상 옛 추억 따위에 매달리지 말자며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 본다.
“누나는 뭐 먹을 거에요? 난 고구마 치즈 돈까스 먹을 건데”
“....같은거 먹을래”
일일곱 이강우도 열아홉 이강우 처럼 고구마 치즈 돈까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하련의 눈에 보이는 강우는 자신이 알던 열아홉 이강우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 아프기만 하다.
마음 같아서는 왜 나를 기억 하지 못하냐고 소리치고 울고 싶지만 강우를 위해서,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 하련은 애써 참고 또 참는다.
주문을 마친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오고 가지 않는다.
강우를 계속보고 있다가는 정말 소리쳐 버릴거 같아 창밖을 응시하는 하련과
그런 하련을 강우가 응시하고 있을 뿐...
열아홉 이강우가 사랑하던 여자라는 성한의 말이 강우의 머릿속을 가득 매운다.
누가 쥐어짜 듯 아픈 심장에 손을 가져다 대는 강우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다는
사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바가지를 엎어 놓은 것 마냥 동그란 하련의 배를 응시하던 강우가 어색한 정적을 깬다.
“아기 아빠.. 어떤 사람이에요?”
자신의 입에서 왜 이런 질문이 나왔는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강우는 하련을 바라보고,
하련은 그런 강우의 물음에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배를 바라보다 조심스레 쓰다듬는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억지로 하련은 끄집어낸다.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남자.. 였어”
최고의 남자 였다는 말에 강우는 목이 매여 온다.
너무 미안해서, 모든 기억을 잃어 버린게 너무 미안해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거 같다.
주문한 고구마 치즈 돈까스는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예전 같았으면 서로에게
돈까스를 먹여주며 행복해 하며 웃고 떠들었을 테지만, 오늘은 아무런 말 없이 묵묵히
앞에 놓인 돈까스를 먹는데 집중 할 뿐이다.
돈까스를 썰어 한조각 입에 넣어 보지만 쉽게 넘어가지 않는 듯 하련도, 강우도 계속해서 물만 들이킨다.
그렇게 돈까스를 억지로 삼키던 강우의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리고, 받아도 괜찮다는
하련의 말이 끝나자 한참을 망설이다 전화를 받은 강우는 네라는 말만 한참을 반복 한다.
약간은 짜증난다는 듯 네라는 대답을 끝으로 통화를 끝낸 강우의 눈동자가 떨려 온다.
무슨 일이냐는 얼굴로 하련이 강우를 바라보자 강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는다.
“담임이 빨리 학교로 오래요”
“그럼 얼른 가봐야지”
얼른 가보라는 하련의 말에 떨리던 강우의 두 눈동자가 하련을 한참동안 응시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한참 동안 하련을 바라보던 강우는 교복 바지 주머니에 들어 있던
자신의 핸드폰을 하련의 손에 쥐어 준다.
이걸 왜 주냐며 하련이 받지 않으려 하지만 그럴수록 핸드폰을 쥐어준 하련의 손을
더 꽉 잡던 강우는 또 다시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웃음 짓고는 일어나 손을 흔들어 보인다.
“이거 가지고가!!”
돌아서는 강우를 향해 핸드폰을 들이밀며 소리치는 하련의 귓가에 강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다시는 누나 못 볼 거 같아서요. 있다 전화 꼭 받아요!”
하련이 또 다시 잡을까 강우는 빠르게 카페를 빠져나가 버린다.
카페 밖에서 크게 손을 흔들며 웃어 보이는 모습에 하련은 오랜만에 행복을 느낀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해가 지기 시작 할 때 쯤 아까부터 쉬지 않고 울리는 핸드폰을
멀뚱멀뚱 바라보던 하련은 종료 버튼을 길게 누른다 .
선물상자를 꼭 쥔체 집 앞 놀이터에 앉아있던 하련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통화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달려오는 그 누군가의 모습에 하련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
두 달 전보다 머리가 많이 긴 거 외에는 변함없는 성한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누나!!!”
“잘 지냈지?”
“하.. 걱정 했잖아요”
성한의 말에 하련은 걱정 말라고 잘지내고 있다는 말 대신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런 하련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성한이 하련이 앉아 있는 벤치 옆에
털썩- 소리가 나게 앉아 버린다.
“어디 있었던 거에요?”
“강릉..”
“강릉은 왜요?”
“그냥, 아! 이거”
성한의 걱정스런 물음에 대답을 건내던 하련이 옆에 내려놓았던 강우의 핸드폰을 성한에게 건낸다.
하련에게서 받아든 핸드폰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성한의 두 눈이 커지고,
이내 놀란 얼굴로 하련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이걸 누나가 어떻게..”
“그냥, 우연히 만났었어”
우연히 만났다는 그 말이 하련의 심장을 관통하고 지나 하련을 아프게 만들고,
우연히 만날 수 밖에 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에 하련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성한에게서도 깊은 한숨이 흘러나온다.
“강우... 아무 말 없었어요?”
우연히 만났다는 말에 성한이 조심스레 하련을 향해 묻자,
하련은 강우가 자신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냐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강우.. 다 알고 있어요”
“뭘?”
“...”
“뭘 다 알고 있다는 거야..”
하련의 물음에 한참동안 대답 대신 입을 다물고 있던 성한이 깊은 한숨과 함께 어렵게 입을 연다.
“누나가 누구인지, 강하련이 누구인지 다 알아요”
말도 안됀다는 얼굴로 하련이 성한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거짓말 하지마, 강우 나 기억 못하고 있었어, 내가 누구인지 몰랐다고!!!”
“기억은 못해도 다 알고 있어요”
“그게 말이 돼? 그걸.. 그걸 강우가 어떻게 알아..”
“누나가 누구 인지, 누나 뱃속의 아기 아빠가 누구인지.. 내가 다 얘기 했거든요”
성한의 말에 애써 아닐 거라며 그렇게 부정하던 하련의 눈에선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
“여기다 눕혀 주세요”
건장한 사내등에 업혀 온 강우 때문에 놀란 세리의 두 손이 떨려 온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사라져 버린 강우와 연락이 되지 않자 무작정 집으로와
기다렸던 세리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에 어찌 할 바를 모른다.
그저 강우를 업고 와주 건장한 사내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수십번이 넘게 반복 할뿐...
강우의 방에 들어선 세리의 손이 강우의 선명한 눈물 자국으로 옮겨진다.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알기라도 하는 듯 세리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린다.
“기억 속에 없는 그 사람 말고, 니 기억 속에 있는 나.. 사랑 한면 안돼는 거야..? 응?”
대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한참동안 매달리 듯 애원하던 세리가 떨리는 손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
“금방 갈게”
전화 통화를 끝마친 성한의 미간이 좁혀진다.
넋이 나간 얼굴로 벤치에 앉아있던 하련의 시선이 성한을 향한다.
“당장 가서 얘기해, 강하련은 아무도 아니 였다고, 그냥.. 아무도 아니 였다고..”
하련의 말에 성한은 또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고, 하련은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성한을 등지고
걸음을 옮긴다.
왜 그렇게 그 녀석이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 본건지 이제야 알겠다는 듯 하련은 피식- 웃어 버린다.
아무 기억도 없는 그 녀석이 혼자 힘들어했을 생각을 하니 심장부터 아파 온다.
“그 자식 아프대요”
아프다는 말에 하련의 걸음이 멈춰 선다.
“이강우, 그 자식 아프대요. 누나..”
“그런데?”
하련의 감정 없는 한마디에 성한은 이마를 덮고 있던 머리를 뒤로 넘기고는
성큼성큼 하련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누나 왜 자꾸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요”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거짓말”
“박성한”
“눈물은 거짓말 못해요”
하련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바라보며 말하던 성한의 손이 하련의
손목을 잡고 빠른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성한의 손목을 뿌리쳐야 한다고 머리는 생각하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지금 자신이 이렇게 가는 게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보다 정말 많이 아픈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하련을 힘들게 만든다.
강우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 내내 하련의 눈에선 한번 흘러내린 눈물이 쉽게 멈추지 않는다.
★
아... 너무 오래 기다리셨죠!?
정말정말정말!! 죄송합니다아... 구월 사일 모의고사 준비 때문에 도통 정신이 없었어요.
이해해주세요^^ 대신 주말에는 성실연재로 올리겠습니다.!!
!! 코멘은 작가의 힘 입니다. !!
세상에서 제일 예쁜이♡들 늘 고맙고, 사랑해요^^
<ㅅㅜㅈㅣㄴㅇㅣ> <날아라똥파리> <하얀--> <D女子> <깜찍곰돌아a> <하늘사랑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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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열아홉 아빠, 스물 엄마 33
o소금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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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06 00:31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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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래도 중단안되서 다행이예요ㅠ.ㅠ 중단 된즐 알고 걱정ㅜ.ㅜ
앗싸...주말이 기둘...오널이네.ㅋㅋㅋ 오널 기대되요.ㅋㅋㅋㅋ
담편 기대할게요...
ㅋㅋㅋㅋㅋㅋ 넘 재밋어용~ㅋㅋㅋㅋㅋ 담편도 기대되요
와우와우!!!!>_< 담편기대용!!ㅋㅋ
ㄲㅑ~~~~~~기다렷어요ㅋㅋ
응아아아아!!! 애기애기 아빠는 찾아야되요!!ㅋㅋ 과부가 되면 안되요오!!
아아 빨리빨리 ㅎㅎ
ㅋㅋㅋ 오랫만요
잼어잼어
넘 ~~~~~ 재밌당 ^^
ㅎㅎ넘넘 재미있어요!!열심히연재해주세요!!
기대할께요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재밌어요 ><
잼있어여~ 담편도 빨리보고싶어여~
너무 재밋어요^^ ㅎㅎ
주말에 꼭 많이 써주셔야 되요^^
꺅!!!!!! 과연 어떻게 될까!!!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