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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 뜀밖질.
"정신이 있는 짓인가? 난 절대 저런 짓하지 않을 거야."
밤티재를 숨차게 넘어가는 울트라 마라토너들 보면서 작년 내 입으로 한 말이다.
1년도 되지 않아 내가 그곳을 넘어가고 있다.
"젠장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나도 모르겠다.
2월 18일 토요일
아침 8시 회원들과 2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전주로 향했다.
오늘 일부는 완주를 하려하고 일부는 연습주를 뛰려한다. 연습주의 완주도 공식적으로 인정이되어 자원봉사하려는 사람들이 이용한다.
대회 당일 정읍마라톤 클럽에서 자원 봉사를 하여야 하기에 정읍에서만 13명이 신청을 했다.
절반이 우리 식구다.
10시 1분 100km 울트라 여정은 김정숙씨의 수다로 시작되었다.
서서히 오버하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뒷 쪽에 자리를 잡았다.
홍성표와 동반주하기로 했다. 우리 클럽 사람들이 나를 중심으로 뭉쳐졌다.
처음부터 오른쪽 다리가 영 풀리지 않는다. 마치 쥐가 난듯 날카롭게 통증이 있다.
뛰다보면 가끔 있는 일인데 5km를 지나도 풀리지 않는다. 왠지 불길하다.
10km를 1시간 6분에 지나간다. 조금 빠른 편이다.
커다란 트럭들이 씽씽 달리지만 차량통제가 있어 다행이다.
삼례를 지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리가 조금씩 ?m어진다.
기온은 -4도 정도로 뛰기에 좋은 날씨다.
조금씩 열기가 달아오르고 삼례 ic 쯤 다리의 통증이 사라진다.
부모님을 모신 공원묘지 입구다.
오늘이 조부님 기일인데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뜀박질하는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
강한 다리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무사히 완주하도록 도와주시길 기원해본다.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시려온다. 그래도 건강하게 잘 뛰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시리라...
어머니가 그립다.
"난 네가 그렇게까지 잘 뛸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작년 3월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서울 나들이 길에 어머니가 동생들과 잠실주경기장에 들어오는 나를 보고 하신 말씀이다. 2만명중 5000등이면 괜찮게 달리는 것인데...
20km를 2시간 20분에 통과한다. 준비한 카보샷과 영양갱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서울에서 온 임순희씨를 만났다.그녀는 전번주에 고성에 100km를 뛰었단다. 여성 2위. 제주도 200km를 뛰기 위해 연습 삼아 나왔다. 남편이 차를 몰고 응원을 한다. 대단한 여성 달림이다.
"뛰시는 모습이 넘 아름답습니다. 우리 마누라 건강생각해서 5km 뛰면 100만원 준다고 했는데..."
"100만원! 난 너무 싸게 넘어갔네요. 5만원 준다길레 뛰었어요. ㅎㅎㅎ"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도 건강 때문에 달리기를 시작했단다.
23km 박복진씨 친척이 생강차를 준비하고 기다린다. 추운데 따끈따끈하니 정말 맛있다. 한잔더 먹고 싶은데..... 박복진씨는 마라톤에 대한 글을 참 맛갈나게 쓰는 서울분이다.
백제예술대학 언덕이 나온다. 언덕을 걸어가라 했다. 30km 정도왔다. 3시간 30분 뛰었다.
"밖에 나와 끼니 걸르면 마누라 속상할 것 같으니 밥먹고 뜁시다." 일행에게 제안했다. 성표가 음식점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헌데 토요일 오후 모두 문 닫았다.
언덕을 넘어 추어탕집에 들어갔다. 왼쪽 발가락이 수상하여 양발을 벗으니 물집이 잡혀 통통하게 잘 익어있다. 애그, 먼 일이랴! 이제 겨우 30km와서....
추어탕 두그릇에 공기밥 세개를 시켰다.
유형기회원에게 전화했다. 차속 가방에 테이프를 가져오라했다.
배형규대회위원장이 지나간다. "밥먹고 뜁시다." 그를 불렀다.
그가 내 발을 보더니 가방에서 특수 테이프를 내준다. 물집을 터트리고 꽉 동여매란다.
배위원장이 먼저 출발한다. 발가락 부상부위를 치료했다.
밥을 먹고 2시 10분 쯤 출발했다.
너무 지체한 것 같아 길을 제촉하였다. 언덕길을 내려 달리는데 형표가 뒤로 쳐진다.
기다리며 속도를 늦추고 싶은데 규형이형은 괜찮단다.
"젊은 놈이라 곧 따라 잡을 거야."
규형이 형은 즐거운 사람이다. 쉴세없이 떠들면서 항상 즐겁다. 지나가는 모든이에게 아는체하고 인사한다.
40km 지점에 오니 간식이 준비되어있다. 떡과 방울도마도, 꿀차이다. 사무국장이 차속에 있다. 오바런하여 지쳐있었다. 힘든 표정이 역역하다. 포기했단다.
포기한 사람의 비참한 심정이 이해된다. 나도 두렵다. 60km, 80km를 가면서 어떤 상황이 나에게 닥칠지 모른다. 그러나 가보자. 어차피 이 바닦 다 그런거지.
"뒤에 잘새긴 홍성표가 오는데 60km 먼저가서 떡국시켜놓고 숟가락 준비하고 계산해놀랑게 싸드락싸드락 오라고 전해주쇼 잉! 자원봉사하는 분들에게 실없는 소리하고 달려간다.
3시 30분 40km를 통과했다.
같이 오던 규형이 형이 길가의 할머니에게 쵸크렛을 주러간다. 여러가지 참견이 많다. 아마 걷고 싶어 핑게거리 찾은 듯하다.
같이 쉴까하다 그냥 뛰기로 했다. 속도를 늦쳐줘도 따라 잡지 못한다. 뒤를 보니 배위원장과 동반주한다. 나 홀로 달리기로 했다. 홀로 뛰는 것이 좋다.
고산대아리 모퉁이 모텔부터 오르막이다. 걸었다. 앞에 누군가 얼씬거린다. 팔각정 휴게소 화장실를 들렸다.
발가락 통증은 생각보다 심해지지 않다. 안심이다. 그런대 오른발이 아파온다. 그러다가 말겠지 뭐.
내리막길을 달려나가니 앞에선 주자가 보인다. 전주마라톤클럽 왕회장이다. 다리가 영 불편하게 보인다. 뛰는 속도가 내가 걷는 속도이다.
몇마디 나누고 달렸다. 나도 차츰 지쳐간다. 발가락들이 총체적으로 아프다. 무릎도 시끈거린다. 내리막길에는 더하다.
준비한 mp3를 들었다.
조용필의 "고독한 runner" 가 감동적이다.
"어느 하늘에 꿈이 있을까?
어느 바다에 사랑 있을까?
꿈을 찾아 사랑 찾아 뛰어 가네..
어두운 밤에 숲속을 지나
비바람부는 언덕을 넘어
낮설은 거리 낮선 시간을 뛰어 가네.
.........
사랑도... 미움도.... 스쳐간 길..
꿈속에... 보이는.... 고독한 길..헤에헤~~
*지쳐 쓰러져도 달려가리라
푸른 바다에 파도가 되어
우리인생이란 머나먼길에
나는 고독한 Runner가 되어
지쳐 쓰러져도 달려가리라 나는고독한 Runner가 되어
아침 햇살에 솥아오르고 저녘노을에 지는 날까지
어디까지나 언제까지나 뛰어가리........
5시 30분 55km 오르막길에서 허일이 전화왔다. 걱정해주어 고맙다.
60km 체크포인트 못가서 배형을 맞났다. 배가 고파 식당에 들려 막걸리 몇 사발을 했다고 한다.
자신은 완주를 못할 것 같으니 먼저 가란다. 대단한 사람이다. 술에 취해 항상 뛴다.
60km cp에 들리니 많은 회원들이 반긴다. 그들은 그곳에서 포기한단다.
떡국을 먹고 옷을 갈아 입었다. 저녁 6시 16분 쯤 성표와 출발했다.
앞으로 40km만 가면 된다. 어차피 시작한 일이라 끝장을 내야한다.
여기서 포기한다면 자신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다.
언덕길을 오르니 대야리 호수가 달빛에 곱다.
깜빡이와 랜턴을 켰다.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들이다.
mp3의 조용필은 노래한다.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이 없으면 또 어떠리..."
배위원장을 만났다. 그와 동반주하기로 한다.
그가 많이 지친 것 같다. 500m를 못달리고 걷곤한다. 시간은 충분하단다. 그럼 됐다. 편하게 완주하자. 부상없이 완주하자.
옷차림이 부실하여 춥다. 상의를 다른 것으로 준비할 걸. 그래도 달리면 땀이 난다. 걸으면 식는다. 그리고 달린다.
조금씩 조금씩 지쳐간다. 그럴수록 여정은 지루하다. 왜 이다지 70km 지점은 멀기만 할까?
밤티재를 넘어가며 형기에게 전화했다. 깜빡 잊고 카보샷을 챙지지 못했다. 화심삼거리로 가져오라했다.
내리막길에서 시간을 벌어야하는데 앞발이 쏠리면서 통증이 대단하다. 무릎이 시끈거리는데 하필 예전에 아팠던 왼쪽 무릎이다. 최대한 뒤축을 이용하여 내딛지만 여의치 않다.
별빛이 짙고 곱다. 고요한 산길을 외롭게 달린다. 완주 할 자신이 든다.
화심삼거리 순두부집을 찾았다.
순두부가 넘어가지 않는다. 속이 울렁거려 국물에 반공기를 넘겼다. 먹어야 산다.
이제 20km 남았다. 평지라서 발걸음도 편하다. 작년과 다른 코스여서 차량도 거의없다.
소양면사무소 쯤 오니 전주마라톤클럽에서 어묵을 준비하고 자원봉사중이다.
너무 고맙다. 마라톤하는 인간들 참 친절하다. 뜨거워서 국물만 마셨다. 한기가 가신다.
10시 6분 관섭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포장도로에서 만났다. 작은 주사병크기의 아미노산음료수를 건네준다. 몸에 좋단다. 친절한 동생이다.
비포장도로를 뛰려하니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발이 높이 들어지지 않으니 돌들은 발톱을 사정없이 두둘긴다. 아마 두세개 나간것 같다.
왼발에 엄청난 통증이 엄습했다. 신발바닥을 병조각이 뚫어버린 것같다. 신발을 벗고 털었다. 바닦이 피로 범벅일줄 생각되었는데 별일없다. 순간적으로 부어오른 물집이 터졌단다. 배위원장이 진통제 2알을 준다. 10여분 지나면 통증이 없어진단다. 엉그적거리면서 뛰다 걷다한다. 비포장도로가 끝나고 90km다.
이제 10km 남았다. 초포다리 건너는데 강바람이 차다. 온몸이 떨린다. 타이츠에 바람복 차림이 부실했던 모양이다. 차라리 세게 달리자. 맘은 가는데 몸이 따라가지 못한다. 23km 마셨던 생강차가 그립다. 한잔 더 마실것을..... 그렇게 달꼼한 차는 잊지 못 할 것 같다.
호성동에 들어서니 안심이다. 경기장 문닫기 전에 빨리 들어오라는 전화가 왔다. 내리막길은 뛰고 언덕길은 걷는다. 경마장을 돌아 완주군청이 보인다. 이제 3km 정도.
순간 맥이 풀리면서 현기증이 난다. 저혈당이 왔다. 성표가 준 초콜렛을 황급히 벗겨 씹는데 목에 넘어가지 않는다. 두개를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몸이 빠르게 회복된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회원들이 환호한다. 트랙을 돌았다. 앞서가던 배위원장이 손잡고 들어가잖다. 모두가 반겨준다.
아주 편한 100km 완주였다.
도전은 기회를 주고 준비된 자는 기회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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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남편이지만 징허네요
인간 승리 ! 축하합니다. 데레사님이 그렇게도 걱정하시더니만..... 앞으로도 계속 걱정하게 만드세요, 살빼는 데는 스트레스만큼 좋은 것이 없답니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것 같네요. 아무튼 대단한 강골이십니다.수고하셨습니다.
도전정신 부럽습니다
너무 부러워요...글도 아주 잘 보았어요..앞으로도 멋진 도전을 기대하며...
길마가지님 대단하십니다.도전도 힘들거 같은데 완주 하셨다니 ...~~~축하합니다^^
길마가지님 축하합니다 끈임없는 도전을 하시는 모습 감탄합니다 선생님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