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리멍덩할까? 흐리멍텅할까? - 모르고 사용하는 북한말 '흐리멍덩하다'가 우리 표준어 옳고 그름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을 두고 흔히 '흐리멍텅한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흐리멍텅하다'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그러나 우리 국어사전들은 '흐리멍덩텅다'를 바른말로 삼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지역 사투리로 다루고 있지요. 대신 '흐리멍덩하다'를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흐리멍텅하다'를 "정신이 맑지 못하고 흐리다" "옳고 그름의 구별이나 하는 일 따위가 아주 흐릿하여 분명하지 아니하다" "기억이 또렷하지 아니하고 흐릿하다" "귀에 들리는 것이 희미하다" 등의 뜻 외에 "날씨 따위가 정신이 나지 아니하고 멍청한 정도로 흐리다"라는 의미로도 씁니다. 하지만 우리 국어사전들은 '흐리멍텅하다'를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뿌리에서 나온 말인데도 남과 북의 표준어(북한은 문화어)가 이렇게 다른 것은 문화와 사회 체제가 다른 만큼 말과 글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우리 사회에서는 영어가 널리 쓰이지만, 북한에서는 러시아어가 널리 쓰입니다. 따라서 외래어 표기 원칙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언어를 통제하는 측면이 있지만, 우리는 일반 국민이 두루 쓰는 말을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남북이 분단된 지 별써 70년이 넘었으니, 언어가 서로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흐리멍덩하다'가 옳은 표현입니다. 이렇게 남북한이 바른말의 기준을 달리 보는 말에는 '과일술'도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사과와 복숭아 같은 과일로 술을 담그면 이를 가리켜 '과일술' 혹은 '과일주'로 부를 만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약간 모자란 구석이 있습니다. 우리가 술을 담그는 열매가 과일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잣으로도 술을 담그고, '송령주'라고 해서 솔방울로 담근 술도 있습니다. 이들 술을 '과일술'로 부를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국어사전은 "나무 따위를 가꾸어 얻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 대개 수분이 많고 단맛 또는 신맛이 난다"라는 의미의 '과일'이 아니라 "나무 따위를 가꾸어 얻는 열매"라는 뜻의 '과실'과 결합한 '과실주'를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의 기준이 좀 더 합리적입니다. 북한이 문화어로 삼고 있는 말인데 우리 국민 역시 널리 쓰는 말에는 '미끌거리다'도 있습니다. "스팀청소기로 두 번이나 닦았는데도 여전히 미끌거리는데 어떻게하면 좋을까요?"라는 예문에서 보듯이 '미끌거리다'는 "미끄러워서 자꾸 밀려나가다"라는 뜻의 말로 널리 쓰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전들은 '미끌거리다'를 북한 사투리로 다루고, 대신 '미끈거리다'를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미끈하다'는 "미끈한 다리"처럼 "흠이나 거친 데가 없이 부드럽고 번드럽다" "생김새가 멀쑥하고 훤칠하다" 등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몹시 미끄러운 모양을 뜻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 녀석은 '애저녁'에 글러 먹었어"라고 할 때 '애저녁' 역시 현재는 북한의 문화어입니다. 우리말에서는 사투리로 취급하는 말이지요. 우리의 표준어는 '초저녁'입니다. 따라서 "그 녀석은 '애저녁'에 글러 먹었어"를 "그 녀석은 '초저녁'에 글러 먹었어"로 써야 합니다. 이 밖에 우리 국민의 입과 귀에 익숙하지만 북한의 문화어라서 표준어로 대접받지 못하는 말에는 '길다란(->기다란)' '까발기다(->까발리다)' '넓적바위(->너럭바위)' '푸르딩딩하다(->푸르뎅뎅하다)' '등멱(->목물)' 등 참 많습니다. 남북으로 갈라져 국토를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서는 사상부터 하나가 돼야 합니다. 그 사상을 통일하기 위해서는 말부터 통일해야 하고요. 따라서 남북 언어학자들이 현재 심각하게 이질화된 남북의 언어를 통일하는 작업을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 엄민용 / 저서<나도 건방진 우리말 달인> <펌> 공무원연금 2017. 3월호에서 |
출처: 정가네동산 원문보기 글쓴이: 정가네
첫댓글 흐리멍덩하다보다는 흐리멍텅하다가 더 멍청한 것 같은걸요 ㅎㅎㅎ
우리말을 제대로 쓰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시된 것들 모두 북한 문화어를 더 많이 쓰고 있는 편입니다.
머잖아 표준말이 바뀔 것 같아요.
저도 늘 '흐리멍텅하다'로 잘 못 써왔습니다. 북한에 가 본 적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 외에도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대부분 북한말을 쓰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예시된 북한말들이 모두 우리 표준어로 될 것 같아요.
흐리멍텅으로 쓰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아 다 북한 사람이다 보니
어쩌다 쓰시는 말들이 우리를 웃게 하기도 했지요
아이고, 이제 보니 저 위에 오타가 있네요.
'흐리멍텅하다'를 '흐리멍덩텅다'로... 참 흐리멍덩합니다.^^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흐리멍텅하다'로 쓸 겁니다.
남북이 통일되어야 할 이유는 참 많습니다.
긴 장문을 올리는데 수고가 많았습니다. '흐리멍덩하다'로 쓰야겠군요.
그렇습니다. 저도 흐리멍텅하다고 쓰는 걸요.^^
그러네요 저도 흐리멍텅하다로 쓰고 있었네요~ 이제라도 바로 써야죠~ 고맙습니다
표준말이란 게 어디까지나 표준일 뿐입니다. 꼭 그렇게 써야 하는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가네(김천) 네~ 말씀의 의미를 잘 알겠습니다~^^
아..그렇군요
또 배웁니다.
네, 저도 많이 틀리는 낱말들입니다.
정말 잘 배웠습니다.
저 역시 흐리멍텅하다로 씁니다.
표준말을 정하는 것도 참 쉽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