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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보통+산행 원문보기 글쓴이: 메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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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톰하게 썰어야 제 맛이다. 기가 막히게 목구멍을 일순간 닫았다가 확 정신이 들게 열어 준다. 며칠 먹지 않으면 아른거려서 함께 먹을 동무를 찾는다. 홍어 한점에 잘 발효된 포도주, 소곡주, 막걸리 한잔이면 기분 째지게 좋아진다. 홍어 맛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하기 무척이나 어렵다. 그만큼 오묘하다. 어떤 사람은 아버지가 생각이 난단다. 이제야 아버지를 이해한다고 한다. 눈물까지 흘리면서 먹는 홍어는 거시기한 맛이다. 찡한 눈물도 흘려 주고 땀마저 닦아 내게 한다. 먹고 또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콧물 질질 흘리는 이 놈이 뭐길래 이다지도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단 말인가.
코를 열고 혓바닥 입천장 볼딱지를 벗기고 목구멍을 쓸어 내리고 먹은 음식 잘게 부숴 내장을 타고 내려가 쭉쭉 훑어내는 데다가 아락실 소용 없으니 돈 절약하고 뼈째 씹으면 뼈로 가서 물렁뼈 보충하고 변비 있는 해강이와 아내가 먹으면 피부가 더 고와질 터. 이이구야, 온 가족이 홍어 없인 이제 못 산다. 담날 아침 홍어 내장 넣고 보리로 앳국을 끓일까 보다. 파래보다 가는 매생이 넣어 한그릇 먹으면 속이 확 풀리지. 숨이 막혀도 좋다. 혓바닥이 달아나도 좋다. 이 환장할 맛에 빠져 사는 사람, 방방곡곡 날로 늘어간다. 어중이 떠중이 열세명 모였다더니 얼추 두돌 만에 3300명이 넘는구나.
사람들은 환장했다. 다른 것 먹자면 두번 만나기 힘들지만 오늘 보고 내일 또 보자 해도 마다 않고 모였다. 적게는 십수명에서 이십, 삼십을 넘더니 5, 60명이 함께 홍어를 먹다가 대사 치른 마냥 80명, 100명이 한군데 자리를 깐다. 아이야, 멍석 깔아라. 자네는 홍어 썰고 이녁은 돼지고기 삶게나. 나는 꼬막 살짝 데쳐 올리고 동무가 가져온 잡채 하나 올리면 잔치판이 따로 없다. 묵은 김치도 대령하렸다. 물 좋은 백아산 막걸리 몇 말 받아서 축이고 걸러 내고 배불리 먹으면 세상 얻은 기분이다. 어렵고 질긴 세상 하루쯤 잊기 딱 좋다.
정기 모임에서 한번 보고 싶은 사람 다 만나도 아쉬워 일주일이 멀다하고 신당동에서, 대림동에서, 응암동에서, 신사동에서, 사당동에서, 강남에서 먹다가 수원, 인천, 안양으로 원정을 나서매 계룡산을 찍고 국도 1번을 따라 광주로 목포 유달산에 가서 즐긴다. 취기에 흑산도로 가자면 “엇야 좋다” 맞장구치는 사람 부지기수니 친구 잘 둔 덕에 홍도까지 가부렀다. 식객(食客) 넘쳐나니 식솔(食率) 거느리고 이곳 저곳 기웃기웃 목이 길어지겠다. 홍어 한점 입에 넣고 볼일 보고 와도 몇 점 줄지 않았으니 안심 또 안심이다. 몇 가지 차리지 않아도 상다리 휘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이 없으니 여유만점이다. 콸콸 따르는 막걸리 소리 시원하고 질펀하고 후련한 이야기에 박장대소 흥겨웁다.
“꼬리에 가시가 두줄입네 세줄입네 야단법석. 요것이 만만한 홍어 좆이여? 참말로 크구만. 근디 두개네? 뭐여, 홍어코는 누가 가져갔어? 싱싱한 간 좀 빼 주세요. 아따, 흑산 홍어 묵다가 다른 건 못 먹겄구만…. 때깔이 죽이네요. 막걸리 한잔 주세요.” 한마디 두마디 다 엿들을 수 없어 아쉽네. 질질 흐르는 점액을 헝겊으로 닦으며 칼질하는 홍어 장시 손놀림에 사람들 눈이 쏠려 있다. 뚝딱 온 세상 홍어 발라내고 도톰하고 예쁘게 잘도 썬다. 사람들 침을 꼴깍꼴깍 삼키는데 어찌 그냥 둘손가. 한점씩만 먹어 보라고 해도 두점 먹겠다니 말려 봐야 하릴없다. 술 한잔씩 부딪히고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두돌 잔치를 위한 음식 장만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야~” 경향각지에서 올라와 100여명이 앉아 있다. 떡을 썰고 청주를 올려 한해 잘 살아왔음을 자축하며 건배! 왕성한 활동을 한 사람들에겐 상장을 준다. 지역별로 인사를 하고 끼리끼리 모여 지난 2년을 추억하며 기분 좋았던 나날과 부대끼며 살았던 한때 인연을 안주 삼아 부어라 마셔라 몇 순배 돌고 돌아도 홍어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부산서 온 혜림이 엄마는 흑산 홍어로 두 그릇을 비웠다. 대구 사람 홍탁삼합은 아직도 홍어 맛을 모르겠다며 아까운 막걸리만 축낸다. KTX 타고 온 값 뽑고도 남으리라. 머리 희끗한 분과 20대 아가씨가 함께 주거니 받거니 서로 먹여 주니 행사장 분위기 나무랄 데 없다.
밖에서 술 먹고 칭찬 받기는 퍽이나 오랜만이다. 이런 상상을 하며 나는 내일 하루를 즐거이 보낼 꿈을 꾸고 있다. 홍어, 진짜 홍어 같이 드실 분, 홍어 난장 한번 옹골지게 펼쳐 보세. 이렇게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음식 문화사를 다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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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기에선.... 홍어가 빠지면 그 것은 잔치가 아니라고 할정도로 홍어를좋아합니다
홍어 애도 날로 먹나요?
홍탁 먹고파랑.
홍어는 삮힌 쩔은내(?)가 제맛이지요...... ㅋㅋㅋ
홍어무침,먹고 싶다..........
이런 모임도 있군요..냄새 고약하든데요...전 못먹습니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