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일랜드] 07
1. 방송국 정문 (밤)
약한 얼굴, 허물어질 듯한 표정으로 손등으로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걸어가는 시연의 어깨너머로 붉은 얼굴, 국의 허망한 표정.
시연 (목젖까지 설움이 찼다. 자신에게 욕을 한다.) 다, 지랄이야.
시연의 목소리를 들었나 싶다. 그러나 이내, 여배우를 보호하며 등을 돌려 멀어지고 시연 또한 멀어진다.
2. 부자의 집 앞 (밤)
두 손으로 자신의 양볼을 감싸쥔 채, 성만과 부자의 집 열려진 대문을 바라보는 중아.
성만, 쓰레기 봉투를 든 채, 중아만 바라본다.
중아, 물끄러미 성만의 떨리는 팔을 본다.
그러다가 고개 돌려 성만에게서 멀어져 간다.
중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성만.
중아 (혼잣말) ...들켰네. 밤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냐, 저 할아버진?
BGM 시작.
그대로 서서 중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따스한 미소를 짓는 성만.
성만을 뒤로 한 채, 멀어지는 중아.
3. 방송국 (밤)
등돌려 멀어지는 시연과 국. F.S. (고속촬영)
4. 부자의 집 (밤)
중아의 뒤편에서 부자의 집을 향해 골목을 오르는 재복의 모습.
부자의 집을 중앙으로 왼쪽에서 재복이 부자의 집을 향하고, 오른편으로 부자의 집을 벗어나는 중아의 모습. L.S. (고속촬영)
F.O.
5. 경호회사 - 단련실 (낮)
몽타쥬. (경쾌한 BGM)
일군의 훈련생들과 함께 기술훈련을 받는 재복의 모습. 진지하다.
일대일로 세워져서 국의 지도를 받으며 훈련생 전원이 기술 훈련을 받는다.
재복을 보며 부족한 부분은 직접 지도하는 국.
국에게 기술훈련을 받는 재복의 모습. 진지하다.
국이 기술을 선 보이면, 바닥으로 넘어지는 재복.
반복적인 기술훈련으로 땀에 젖은 재복.
(BGM 끝)
이때, 도복을 입은 양숙이 들어온다.
(재복은 호흡 천천이 가세요. 재복이 국에게 긴장을 해야합니다.)
양숙 (뛰어오며 국에게) 오빠, 내가 할게. 나가, 오빠는... (재복을 보며 윙크) 자세는 내가 짱이야, 오빠.
국 (나가려 하면)
재복 (슬그머니 국의 옷깃을 잡는다.)
국 (돌아본다.)
재복 미스터 강한테 배울래.
양숙 (짜증) 내가 더 멋있다니까아?
재복 ...(진지하게 국을 본다.) 미스터 강이랑 똑같이 하구 싶어.
국 ...
재복 ...손가락 발가락 하나까지...
국 (의아한 듯 바라본다.)
재복 ...(국의 눈을 피한다.)
국 (우쭐하다.) 내가... 그러케 멋있어요?
재복 (침울하게) 응.
국 (부끄러운 듯 미소지으며 재복의 정강이쪽을 발끝으로 톡 찬다.)
양숙 (둘을 보며) 오빠들 사겨?
6. 부부의원 - 수술실 (낮)
디스크 수술중인 중아와 동석. (동석과 중아는 대화중에도 수술환자에게서 눈을 떼지 마세요. 서로 봐야 할땐, 지문에 제시합니다.)
동석 (중아에게) 레지던트 안할거야? 전공하나 잡지? 그냥 의사자격증만 갖구 버티게? 좀 치사하지 않나, 이선생? (대뜸) 아. 난 디스크 수술만 하면, 감자탕이 먹구 싶어.
중아 ....
동석 (중아에게) 응?
중아 병원에 청소할 사람 없잖아요. 저 종합병원가서 레지던트하면...
동석 ...(힐끔 중아를 보다가 다시 환자) 그러네. 그럼 하지마. (그리곤 수술)
중아 ...
동석 (수술만 집중한다.)
중아 ...선생님.
동석 응.
중아 저... 의사루 자리잡을 생각 없어요.
동석 (중아를 본다.)
중아 그냥... 가만히 앉아서 밥만 먹구. 똥만 싸구, 잡생각하는 것. 그것만 멈추면 돼요.
동석 ...(다시 수술집중. 차갑게 낮게) 나가.
중아 (동석을 본다.)
동석 (중아를 힐끔보며 퉁명스레) 나가라구. (그리곤 수술에 집중한다. 간호사에게) 수처만 하면 되니까, 어시스텐트 없어두 되지?
간호사 (중아의 눈치를 본다.) 네. 선생님.
동석 (수술에 집중하며 무섭게 소리친다.) 안 나가냐, 너?
중아 ...(놀란 눈으로 수술대에서 물러난다.)
동석 (간호사에게서 봉합바늘을 건네받으며 봉합시작. 중아에게서 눈길도 주지 않는다. 또박또박 말한다.) 수술실을 나가서, 진료실을 거쳐서, 옷벗고, 현관 밖으로... 완전히 나가.
중아 ...(물끄러미 서서 동석을 본다.)
동석 (환자에게) 미안해요, 환자님. 환자님 척추 보면서, 감자탕이 먹구 싶긴 하지만, ...난 딴거 하기 싫어서 이짓하진 않습니다. ...이 짓은 그러면 안되는 짓이니까요. 환자님하구 나하구 누가 이기나 끝장을 봐야 되는 일이니까요.
중아 ...(흔들리는 눈으로 동석을 본다.)
동석 (중아를 매섭게 쏘아본다.) 알아 들었냐, 이중아?
중아 ...
동석 (수술한다) 알아들었어두 나가. ...너 땜에, 수술이 드러워졌어.
중아 (얼어붙듯 서서 동석을 바라보다가, 여린 눈으로 수술실을 나간다.)
간호사 ...
동석 ...
간호사 ...선생님. 화 나셨어요?
동석 (간호사에게) 그래두, 감자탕은 먹자? 수술 끝나구?
7. 수술실 밖 (낮)
마스크를 벗는 중아.
처연한 눈으로 자신의 수술복 앞섶만 본다. 그렇게 물끄러미 서 있다.
8. 시연의 집 - 거실 (낮)
시연부와 시연모가 물끄러미 시연을 본다.
시연모 마국가서 무슨 촬영을 해?
시연 영화아.
시연부 가만 있어 봐. 그럼 우리 시연이 출세한거야?
시연 ...뭐 출세라구 까지야.
시연모 가만 있어봐, 가만 있어봐... 감이 안 잡히네.
시연 (마당을 보며) 감 열렸어, 나무에?
시연부 아직 안 열렸지. 추석은 지나야 열리지, 감은.
시연모 (시연에게 짜증) 지가 그러케 구리다는 말장난을 하네, 얘가? 너, 뭐야? (불안한 듯) 너, 혹시...
시연 뭐?
시연모 너, 일 안되구 그러니까, 우리 떼버리구 이민 갈라 그러니? 재복이랑 둘이서?
시연 (짜증) 떼버릴거면 뭐하러 미국까지 가냐? 그냥 내가 이 집만 나가면 되지. 아니면, 내쫓든가?
시연모 (의아한 듯) 그럼... 비디오 말구, 진짜 영화하는 거니? 진짜야?
시연 (찝찝한 표정으로) 아, 그냥, 얘기되구 있는게 있어서어... 결정은 아니구...
시연모 (단호하게) 결정이 되도록 해야지, 그럼. 어는 영화사야?
시연 ...아직이라니까?
시연모 (시연부에게) 적금 깨야겠다.
시연부 왜?
시연모 왜는? 돈 먹여야지, 영화사에... (씩 웃는다.) 옛날 생각난다. ...너 아역배우할 때, 내가 돈다발을 그냥 뿌리구 다녔어. 나한테 밥 많이 얻어 먹었다, 그 감독들? 그것들 다 뭐하나 몰라? ...엄마가 알아서 할게. 넌 몸이나 만들어. 피부관리나 하구...
시연부 요즘은 안될 걸? 그거 때문에 많이들 걸리든데?
시연모 그르니까, 기술적으루 해야지. 안 걸리게... 그건 내가 줄창 해봐서 아니까, 걱정마.
시연 (짜증) 아, 무슨 돈을 줘어? 그 돈 있으면 엄마 좋아하는 삼겹살이나 사먹어.
시연모 기집애야. 기회를 잡아야지. 너 생각보다 정직하게 살드라? 나한테 한 수 배워야 돼, 넌. 아직 나 따라올려면 멀었어, 얜. (시연부에게) 통장 좀 갖구와 봐.
시연부 (방쪽으로 가며) 요즘은 얼마나 줘야 되나? 시세 알어, 시연엄마?
시연 (인상을 쓰며) 아니야. 다 뻥이야. 무슨 미국을 가아?
시연부 왜 뻥을 쳐? 그런 걸? 사람 흥분되게?
시연 그냥. ...난 꿈두 못꾸냐?
시연모 ...(물끄러미 시연을 본다.) 시연아.
시연 응?
시연모 심심하니?
시연 (얼굴을 돌리며 한숨) 응.
시연부 (시연을 보며) 아빠가 놀아줄게. 심심하면... 또 뻥까봐.
9. 시연집 - 마당 (낮)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시연.
무심하게 조그만 나뭇잎들을 똑똑 딴다.
시연 ...다 뻥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다... (눈에 힘을 주며) 아우, 굴굴해. (그리곤 휴대폰을 건다. 씩씩하게) 응. 이재복군. 잘하구 있나? ...안 비웃어어. ...(웃는다.) 너, 나 좀 벌어 먹여라. 언제쯤 그날이 오는 건가? (미소) 아쭈. ...자신감 만빵인데, 이재복?
10. 경호회사 사무실 (낮)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책상에 걸친채 휴대폰.
재복 우습지이. ...아으, 나 왜 이러케 잘 나가냐? 여기서? 인간들이 그냥 나만 보면 아주 감탄을 해. 나, 타구났나봐, 시연아.
국 (멀리서 소리친다.) 책상에 발 올리지 말라 그랬다?
재복 (어물쩍 발을 내리며 국에게 작은 소리로) 알았어요. (발리 내리며 시연에게) 응? ...걱정을 하덜덜덜덜 마. 내가 곧 유단자두 되구, 돈두 벌어. 그때까지만, 참어. 아저씨 믿지? 응? 안 믿어? (결연한 표정으로) 그래두 우리, 파이팅 한번 하자. ...파이팅. ...(인상 구겨진다.) 또 지랄이라 그런다. ...끊어, 씨.
국 (재복 곁에 앉는다. 그리곤 빤히 재복을 본다.)
재복 (퉁명) 왜?
국 이씨. ...이씨가 쓰는 말을 딱 세 마디로 통일하자. 네.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요거 딱 세마디만... 할 수 있지?
재복 (대뜸) 아니.
국 (뚫어지라 본다.)
재복 알았어, 강이 하라면 해야지. ...근데, 강 없을땐 세 개 이상 해두 되지, 말?
국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내 앞에서라두 나한테 희망을 줘.
재복 ...강 국씨.
국 응?
재복 (걱정스런 눈으로) 내가...
국 ...
재복 잘 할 수 있을까?
국 ...(재복을 본다.) 잘 하는 사람은 없어요, 아무두. ...그냥, 버티겠다는 사람이 있는 거지. 그거 하라는 거지, 이씨한테.
재복 ...참. ...아는 것두 많다, 강국씬. ...(화를 버럭 낸다.) 대학나와서 좋겠다, 씨. (그리곤 밖으로 휙 나간다.)
11. 부부의원 - 진료실 (낮)
사복차림으로 진료실 물품을 정리하는 중아. 그리곤 자신의 의사까운을 접는다.
아기 그네를 흔들며 중아를 보는 병란.
병란 어디가?
중아 집에요.
병란 ...
중아 ...안녕히 계세요.
병란 (불쑥) 아픈 건 다 나았어?
중아 네.
병란 ...이중아.
중아 네.
병란 노선생, 특이해. ...전공의 자격증이 두개나 되잖아. 신경외과, 정형외과. 근데, 또 일반외과 공부두 하겠댄다. ...내가 미치니, 안 미치니?
중아 한의사를 하시지, 그럼.
병란 ...기본적으루 칼을 좋아해, 바늘보다는.... 내가 억지루 자빠뜨려서 결혼했잖아. 확 일을 저질렀지, 내가. 나 아니였으면, 지금두 레지던트하고 있었어, 대학병원에서...
중아 공부가 체질인가 보네요, 노 선생님은...
병란 공부 때문이 아니라... 불안하대. ...자기가 무식해서, 한 사람 인생 망칠까봐 불안하대. 겁난대. ...인턴할 때, 무슨 충격을 받았나 봐. 말 안해 줘. 나한테두...
중아 ...
병란 배워. 저 사람한테...
중아 ...
병란 의학말구, 아픈 거. ...아픈 거,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저 사람한테 배워. ...난... 노선생 존경해.
중아 (병란을 본다.)
병란 (아기를 보며) 얘가 아빨 닮아야 되는데... 날 닮을까봐 걱정돼.
중아 ...
병란 (인상을 쓴다. 그리곤 짜증) 그리구... 복장 좀 어뜩해 봐. ...의사가 품위가 있어야지. 그러케 알록달록한 옷을 입으면, 환자들 신경 자극하구...
중아 (물끄러미 병란을 본다.)
병란 아니, 그냥 무난한 옷들 많잖아?
중아 없어요, 선생님.
병란 한두개는 있을 거 아니야아.
중아 하나두 없어요.
병란 ...(신경질 났다.) 의사를 하겠다는거야, 말겠다는 거야?
중아 선생님 옷 너무 촌스러워요. 개성을 가져 보세요, 좀. 생긴 건 괜찮은데... (그리곤 나가며) 안녕히 계세요, 일단은... 그리구... 가운은 갖구 갈께요. 기념품이니까...
병란 ...(중아가 나간 뒤 자신의 옷을 본다. 물끄러미...)
동석 (들어온다. 자신의 몸을 보느라 아무 말도 않는 병란을 보며) 점심 먹자.
병란 (동석을 보며) 애 좀 봐줘.
동석 왜?
병란 백화점 좀 갖다 올게. (그리곤 까운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곤 밖으로 나간다.)
동석 누나. 백화점 갈거면, 떡 좀 사다줘, 떡 먹구 싶어. 무지개떡.
12. 호텔 식당 (저녁)
혼자서 스테이크를 먹는 사장. (송승환씨 평소 말투대로 해 주세요. 사장 말투 싫어요.) 밖을 본다.
박사장 심실장님. 요즘 국인 뭐한대요?
심실장 알아 볼까요?
박사장 ...알아 볼까? 어쩔까?
심실장 알아보겠습니다.
박사장 (쓸쓸한 표정으로) 좀, 심심해. 좋아하던 장난감 없어진 거 같애.
창가로 밤이 내린다.
13. 방송국 앞 (밤)
기웅과 함께 퇴근하는 국.
기웅 형. ...내가 그러케 못생겼나?
국 응.
기웅 성형할까?
국 (기웅의 볼을 토닥이며) 양숙이 때문이면 말구. 좀 괜찮은 애 생기면...
기웅 양숙이가 좋아. 세상에서 제일 좋아.
심실장 (큰소리로) 강국씨.
국, 소리나는 쪽을 본다.
세단 앞에 심실장이 서 있다.
심실장을 바라보는 국.
그러다가 세단의 검은 유리를 본다.
안이 보이진 않는다.
그저 검은 유리를 한참 동안 바라볼 뿐이다. (박사장의 모습이 안보이는 채로 그저 검은 유리창만 보여줬으면 합니다. 조금 오랫동안...)
14. 승용차안 (밤)
제 무릎만 보고 있는 국. 박사장, 물끄러미 국을 본다.
박사장 국아. ...다시 올래?
국 아니요. 사장님.
박사장 와라.
국 싫어요. 사장님.
박사장 ...친구가 없다. 너 말구.... 일은 너보다 더 잘해. 지금 경호원이...근데... 내가 친구가 없다.
국 전 이제, 사장님 친구가 될 수 없어요.
박사장 ...왜?
국 제가... 당당해졌어요. 사장님 없는 곳에서... 월급은 줄었지만, 당당해졌어요. (박사장을 본다) 사장님 친구가 되려면, 당당한게 아니라, 똥을 닦아야 되잖아요.
박사장 ...
국 ...
박사장 ...
국 (차문을 연다) 건강은 좀 챙기세요. 말라보이세요. 안녕히 가세요. 사장님. (문을 닫고 내린다.)
15. 방송국 앞 (밤)
문을 닫고 내린 국.
닫혀진 문 앞에서 90도로 인사를 꾸벅하며 서 있다.
승용차가 떠나기를 기다리듯, 뒷짐을 쥔채 승용차를 본다.
잠시후, 창문이 내려진다.
박사장 와야겠다, 너. ...다시 보니까, 내 옆에 두구 싶다. 오게 할래, 내가... (그리곤 운전석을 보며) 출발. (그리곤 차창문을 올린다.)
떠나는 차를 멍하니 바라보는 국.
16. 부자의 집 대문 (밤)
자신의 문패 옆에 한글로 쓰여진 “김부자”란 문패를 다는 성만. 손에 망치가 들리워 있다.
부자는 함박 미소를 지은 채 성만을 보고 있다. (부자는 계속 밝은 표정이길 바랍니다.)
부자 한 번 왔으니까, 알겠지이. 뭐 이런 거까지 달아요?
성만 ...집들이 헷갈리잖아. ...주소두 좀 크게 써 놔야겠다.
부자 어디에 서 있었어요?
성만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저 쪽에...
부자 (그 쪽으로 뛰어간다. 그 자리에 서서) 여기요?
성만 응.
부자 (그 곳에 서서 성만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보니까, 당신 되게 키 커보인다.
성만 (큰소리로) 내가 언제는 작았나?
부자 (혼잣말) 작으면서... (그리곤 대문을 보며 큰소리로) 여보. 대문색 좀 바꿀까요? 좀 칙칙해 뵌다. 집이... 애들은 흰색 좋아하나?
남자E (부자의 뒤쪽에서) 아버지.
부자가 뒤돌아 본다.
그 뒤에 40대 후반 정도의 성만의 아들과 며느리가 선물꾸러미를 들고 서 있다.
부자, 놀라서는 그들을 맞는다.
부자 (당황한 듯 그러나 밝게) 어머, 오셨어요? (성만을 보며) 여보, 교수님 오셨네? (교수내외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안녕하셨어요?
아들 네. (그리곤 고개 인사만 하고 성만을 향해 걸어간다. 부자도 그들을 뒤쫓는다.) 왜 나와 계세요, 아버지?
며느리 안녕하셨어요, 아버님?
성만 (퉁명스레) 다 늦게 남의 집엘 오냐, 너흰?
아들 동료교수 집에서 회식 있었어요. 요 옆쪽 살드라구요. 가는 길에 뵙구 가려구요. 왜 망치는 들구 계세요? 야밤에?
부자 (갑자기 당황하며) 아유, 어뜩해? 집두 안치웠는데... (부랴부랴 들어간다.)
성만 (아들 내외에게) 들어가.
아들 (문득 김부자의 문패를 본다. 그리곤 성만에게) 아버지.
성만 응?
아들 집까지 주구 그러지는 마세요, 저 분한테. ...들어가세요.
성만 (물끄러미 아들을 본다.) 얘들아.
아들/며느리 네? (돌아본다.)
성만 (대문 안으로 들어서며 그냥 문을 걸어 잠근다.)
잠겨진 대문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아들과 며느리.
17. 부부의원 앞 (밤)
(호흡을 천천이 해주세요. 전체적으로)
병원 앞에서 기웃대는 시연. 중아 나오길 기다리는 듯...
중아E 도둑 고양이 같다.
시연 (돌아본다. 옆쪽 건물 안쪽으로 삐져 나온 중아의 발이 보인다. 옆쪽 상가로 간다.)
중아 (건물 안쪽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다.)
시연 왜 여기서 궁상을 떠냐, 언니?
중아 ...(시연을 보며) 너, 왜 나 쫓아 다녀? 니네 식구들두 많다며? 거기서 놀아. 왜 자꾸 쫓아다녀?
시연 (구린 표정으로 옆쪽으로 앉으며) 아, 필이 안통해. 그 떼거지들하군...
중아 ...들러붙지 마. 난 혼자가 좋다.
시연 (대뜸) 아무 것두 못했어, 나.
중아 뭘?
시연 ...
중아 ...
시연 오디션. ...대본 보는데... 그냥 아무 것두 못했어. 한 글자두 말 못했어.
중아 왜?
시연 몰라. ...이상해.
중아 ...(무심)
시연 ...(무심)
중아 ...(무심)
시연 ...(무심)
중아 (시연을 본다.) 안길래?
시연 (중아의 품에 풀썩 안기더니 그제사 동시에 눈물을 흘린다.)
중아 ...(그런 시연의 등을 토닥인다.)
시연 ...
중아 ...샤론스톤 있잖아. (이름에서 BGM 나와도 좋을 듯...)
시연 (울면서 고개를 든다.) 샤론 스톤?
중아 응. 좀 떨어져 봐라. 말을 해야 하니까...
시연 (중아의 품에서 떨어진다. 눈물을 닦으며)
중아 샤론스톤이 되게 늦게 성공했잖아.
시연 응.
중아 ...근데... 젊어서 오디션을 굉장히 많이 다녔나 봐. 그때, 어느 오디션장에 가면, 너무 예쁘다구 가라 그러구, 어느 오디션장에 가면, 너무 못생겼다구 가라 그랬대. ...그래서... 이러지두 저러지두 못했었대.
시연 ...그래서? 어뜩케 해서 떴대?
중아 몰라.
시연 ...
중아 거기까지만 들었다. 그 다음에 어뜩케 잘됐는진 못 들었다, 내가...
시연 (물끄러미 중아를 본다.)
중아 ...
시연 (짜증을 낸다.) ...그게 뭐야아? 이야기에 포인트가 없잖아, 이 여자야.
중아 그게 포인트 같은데?
시연 ...(멍청).
중아 사람들은 다... 그런 때가 있나부다.
시연 ...
중아 ...
시연 ...나두 그냥, 그런 때라구?
중아 ...(고개 끄덕) 응. (그리곤 제 발끝만 본다.)
시연 ...
중아 ...
시연 ...(손끝으로 바닥을 긁어본다.)
중아 나두 그렇구, 너두 그렇구... 지나가 봐야 알겠다. 계속 이럴 건지, 그런 때인건지...
시연 ...
중아 ...
국E 중아야. (BGM 끝)
중아/시연 (고개를 든다.)
국 여기서 뭐해?
시연 (앞쪽에 서 있는 국을 보고 놀란다.)
중아 (시연에게) 갈게. (그리곤 국을 향해 간다.)
시연 (인상을 긁으며 벌떡 일어선다. 그리곤 중아를 지나치며) 아는 사람이야, 언니?
중아 응.
시연 (국을 향해 걸어간다.) 알건 말건...
중아 (의아한 눈으로 시연을 본다.)
국 (국도 역시 시연을 본다.)
시연 (갑자기 달려 들어서는 가방으로 국의 머리통을 때린다.) 집에 가서 봤드니 팔에 멍까지 들었어.
국 (놀라서 시연을 본다.)
중아 (놀라서 달려온다.)
시연 신경질 나서 죽는 줄 알았어, 너 땜에... (다시 국을 향해 달려 들어서는 손을 뻗는다.)
국 (때리는 시연의 팔을 힘껏 잡는다.) 왜 이래요, 아가씨?
시연 (잡혀지지 않은 손으로 국의 뺨을 찰싹 때린다.)
중아 (바로 시연의 뺨을 때린다.)
시연 (물끄러미 중아를 본다.)
국 (중아를 본다.)
중아 (싸늘하게) 뭐하냐, 너?
시연 (중아를 보며 인상을 쓴다. 물끄러미) ...언니 애인이야?
중아 (인상을 쓰며) 응.
시연 알았어. 그럼 언니는 이해해.
국 (시연을 보며 의아한 눈으로) 아가씨.
시연 (국을 향해) 너. ...나 뜨면 보자? 내가 너, 내 경호원으루 불러서, 옆에 두구 내 속옷 빨게 할거야. 그 때까진 업종 변경하지 마라, 응? (씩씩대며 걸어간다. 그리고 뒤돌아) 내가 어뜩케 지랄하는지 두구 봐, 너.
중아 알어, 쟤?
국 ...욕 들으니까 알 것 같애. (중아를 보며) 중아야.
중아 응.
국 (감동의 눈길로) 니가 사람 때리는 것 처음 본다. 나땜에...
중아 ...(멀어지는 시연을 보며) 아프겠다. 미안하군, 너 땜에...
18. 시연의 집 앞 (밤)
인상을 쓰며 걸어가는 시연.
시연 (혼잣말) 아으, 진짜... 손은 되지게 매워.
재복 (뛰어온다.) 시연양. 같이 가. (시연에게 달려와 미소를 짓는다.)
시연 (재복을 보며 신경질을 낸다.) 아으, 신경질 나아.
재복 응?
시연 (멈춰서서 소리친다.) 너두 진짜 경호원이구, 나두 진짜 배우면 좋잖아아.
재복 ...(맹하게 시연을 본다.)
시연 ...(인상을 쓰며 재복을 본다.)
재복 ...
시연 (재복을 보며 계속 인상을 긁는다.)
재복 ...
시연 (그제사 분을 누르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재복 아니. ...너무나 잘 알겠다.
시연 ...
재복 ...근데, 시연아.
시연 ...
재복 꼭 진짜가 안되더래두... 그럴려구, 발버둥은 쳐보고 죽을건가 봐, 나. ...그래서... 난 화 안나. ...발버둥치는게 좋아. (씩 웃는다.)
시연 ...
재복 그래서. ...마음은 점점 괴로운데... 기분은 좋아. 너두 그래라.
시연 ...(물끄러미 재복을 본다.)
재복 (시연의 손을 잡는다.)
시연 발버둥이구 나발이구 필요없다, 씨. ...로또나 터졌으면 좋겠다, 난. (그리곤 재복의 손을 뿌리치고 앞서 간다.)
재복 ...(시연의 뒷모습을 보며 입술이 뒤틀린다.) 쟤랑 나랑은... 인생의 호흡이 안맞어. 아으...
19. 국의 집 -거실 (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의사까운의 단추를 끼웠다 뺏다하는 중아.
수건을 두른 국이 욕실에서 나와 중아 옆에 앉는다.
국 ...(단추를 뺏다 꼈다하는 중아를 불안한 듯 본다.) 요즘에 왜 약 안 먹어?
중아 니 얘기가 다 맞다, 국아.
국 응?
중아 의사 함부로 하는 거 아니란 것두 맞구, 엄마 만나야되는 것두 맞구... 의사한테 직접 그 말 들었어, 오늘... ...그리구, 점점 더 엄마를 만나고 싶어.
국 (웃는다.) 거 봐. ...내가 틀린 일 하는 거 봤나, 이중아?
중아 ...못봤다.
국 (중아의 머리를 흐트린다.) 말 잘 들어라? 또 긁지말구...
중아 국아.
국 응.
중아 근데, 난 틀린 일을 더 잘해.
국 ...
중아 넌 옳은 일을 더 잘하구... 난 틀린 일을 더 잘해.
국 ...
중아 ...근데... 니가 하라는대루 할게, 다... 내가 잘하는 일은 아니지만.... 니가 하라는 대루 하는게 맞는 것 같다.
국 ...
중아 ...
국 ...착하다, 중아.
중아 ...그넫... 재미는 없다. 내가 풀 문제가 없어서...
그리고 의사까운의 단추를 하나 하나 채운다.
F.O.
20. 시연의 집 - 거실 (아침)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있는 시해가 도망을 다니면, 시채가 시해에게 달려들며 옷을 벗기려 한다. 그러다 넘어져 바닥을 뒹군다.
시채 안 벗어, 너? 언니가 나 준거란 말야.
시해 언제 너 줬냐? 휙 던지면서 니네들 입어라 그랬지?
시채 내가 먼지 꽃무늬 옷 갖구 싶다 그랬다, 기집애야? 그래서 언니가 준거다?
시연모 (주방에서 나오며 시채와 시해의 등짝을 때린다.) 왜 아침부터 레스링은 하구 발광들이야. 가서, 시민이랑 시경이랑 깨워, 얼른.
재복 (하품을 하며 방에서 나온다.)
시채, 시해 (여전히 엉겨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머리까지 잡고 이 기집애, 저 기집애 싸운다.)
재복 왜 이래요? 쌍둥이들?
시연모 저 꽃무늬 옷이 서루 좋다구 이르잖니? (욕실을 보며) 시연아빠, 화장실에서 물장난하구 노니? 삼십분은 들어가 앉아있네. 얼른들 밥상 날라. (주방으로 간다.)
재복 (아직도 싸우는 시채와 시해를 본다. 그리곤 시채의 허리를 잡아 번쩍 들어 한 쪽에 내려놓는다.) 꽃무늬가 그러케 좋아?
시채 (인상을 쓰며) 응.
재복 기다려. (방으로 들어가며) 시연아, 일어나.
시채 (물끄러미 재복의 뒷모습을 본다. 그리곤 시해를 아린다.) 나쁜 년.
재복 (손에 꽃무늬 티셔츠를 가지고 나와 시채에게 준다.) 이게 더 이뻐.
시채 (펴본다. 앞서서 재복이 유리창 닦을 때 입던 옷이다. 인상을 구긴다.) 이게 뭐야? 아줌마 옷이잖아.
재복 (인상을 쓰며 버럭) 그게 왜 아줌마 옷이야? 오빠가 얼마나 아끼는 옷인데?
시채 이상해에.
재복 (갑자기 옷을 빼앗더니 시체에게 강제로 입힌다.) 입어. 싸우는 거 보단 나아.
시현 (기지개를 켜며 나온다. 시채를 본다. 아래 위로 훑는다.) 너, 밭매러 가냐?
시채 (재복에게 소리친다.) 거봐. (그리곤 화가 나서 제방으로 가 문을 닫는다.)
시해 헤. (시민방쪽으로 가며) 시채야. 재복오빠한테 몸빼두 달라 그래.
시연모E (큰소리로) 재복아. 시연아빠 좀 고만 나오라 그래라아. 아니, 먹기두 전에 싸기부터 해에, 저 인간은?
재복 (욕실문을 두드린다.) 아버님. 잠깐 쉬셨다가, 아침 드시구 한꺼번에 볼일 보지?
시연 (주방으로 가며) 둬어, 그냥. 거기가 편한가 부지.
재복 (돌아서려는데 문 긁는 소리가 난다. 의아한 듯 문을 본다.) 왜 문을 갉아대구 그래? (여전히 소리. 문고리를 돌리면 고리는 돌아간다. 문을 열며) 아버님.
시연부 (손이 열려진 문틈으로 나온다.)
재복 (놀라서 문을 열고 시연부를 본다.)
시연부 (얼굴에서 땀이 비오듯 흐르며 바닥에서 기고 있다.) 재복아.
재복 (시연부를 안으며 놀라서) 왜 그래? 변비야? 응? (주방에) 어머니. 빨랑 일루 와요.
시연모 (귀찮은 듯) 아, 왜에? (시연부를 보며 놀라서 달려간다.) 시연아빠.
가족들 (한명씩 한명씩 욕실 쪽으로 달려온다.)
재복 (시연부를 보며) 아버님.
시연 아빠.
시연모 (너무 놀라서 입이 벌어진 채) 시연아빠.
시연 (재복에게 인상을 쓴다.) 얼른 없어어.
재복 응. (시연부를 업는데 무거워서 앞으로 넘어져 시연부의 몸에 눌린다.) 시연아, 나 좀 꺼내 줘.
시연모 (눈물이 맺히며) 안돼에. 같이 들어야 돼. 무게가 얼만데에.
시민 내가 업을께. (번쩍 업고 나간다.)
시연모 (눈물이 흐르며 졸졸 시민을 쫓는다. 그리곤 재복을 쏘아본다.) 너, 무술한다며? 때려 채, 이 바보야.
재복 (쫓아가며) 업는 건 안 가르쳐 주는데?
부랴부랴 나가는 시연모의 얼굴에 슬픔이 스친다.
우루루 가족들이 현관을 빠져 나간다.
21. 경호 사무실-대표실 (아침)
국이 놀란 눈으로 양숙을 본다
이때, 기웅이 커피 세 잔을 들고 들어온다.
양숙 앞에, 국 앞에, 제 앞에 그리곤 양숙 옆자리에 앉는다.
양숙 넌 왜 앉어?
지웅 ...(들은 척도 않고 커피를 홀짝 대며 마신다.)
양숙 (짜증낸다) 안 나가?
기웅 (양숙을 쏘아보며 일어선다. 그리곤 자신의 커피와 양숙의 커피를 들고 나간다.)
양숙 (아줌마 같은 목소리로) 야, 커피는 주구 가아. ...에이, 뭐 저딴게 다 있냐?
국 뭐라면서 그래? 그 호텔에서?
양숙 (슬그머니 국의 커피를 제 앞에 놓으며) 경비업첼 우리루 바꾸겠다구. 수행경호까지 했으면 좋겠다구...
국 안돼.
양숙 왜 안돼?
국 안돼.
양숙 해야돼에. 먹구 살아야지.
국 (인상을 쓰며) 방송국 있잖니.
양숙 방송국은 세달루 한정돼 있단 말야. 앞으론 개별적으루 채용한대. 방송국은...
국 딴데두 있잖아.
양숙 없어어. 그나마 내 미인계루 등치 작은 거 몇 개 따는 건데... (짜증스레) 회사들 다니면서 얼굴 들이밀기두 얼마나 드런지 아냐? 이쁘다는 소리두 하루 이틀이지. 아, 난 기름기들이 나한테 이쁘다 그러면, 그냥 기도를 막구 싶어. (국을 보며 퉁명스레) 이게 해야돼. 금액두 좋구, 기간두 일년 반... 몰라, 할거야.
국 (못마땅하다) 알았어. 근데... 난 글루는 안간다?
양숙 가야 돼.
국 (짜증난다.) 아, 왜에?
양숙 (눈치를 보며) 오빠 델구가는 조건이야.
국 ...
양숙 (곁눈질을 하며) 돈 벌어야 돼. (밖을 보며) 저것들 먹여 살려야지, 오라버니. 응?
국 (소리친다.) 박사장님, 그러케 할 일 없대냐? 경호원 하나 데려가자구, 돈 쓰게?
양숙 (무심하게) 할 일 없구, 돈은 넘치나 부지, 뭐. ...우리로썬 딱 좋지?
국 (벌떡 일어서서 나간다.)
양숙 한다, 오라버니? (미소) 아으, 국이 오빤 정말 복덩이야. 확 이혼을 시켜야 되는데... (국의 커피를 마시려 할때)
기웅 (들어온다.)
양숙 (인상) 또 왜?
기웅 (무심한 얼굴로 양숙이 들고 있는 커피를 빼앗아 들고 나간다.)
양숙 (위를 만지며) 아으, 위 쓰려, 재땜에...
22. 진료실 (낮)
병란이 진료기록을 하고 있다.
진료실에 서 있는 시연. 병란 앞에 앉아있는 시연모.
시연과 시연모, 입을 벌리고 있다.
시연 진짜 변비때문이예요, 그럼?
병란 병비에, 급성 장염. ...관장하구 항생제 맞으면 돼요.
시연모 세상에. ...어뜨케 당장 죽을 사람처럼, 변비를 안구 사니? 가지가지 다 한다, 진짜. 그르니까, 무겁지이. 재복이가 깔릴 정두루...
병란 그래두, 댁에 가시면 삼일은 죽 드시는 게 좋아요.
시연모 네. 선생님. 얼루 갔니, 니 아빠.
시연 나가서 오른쪽.
시연모 (나간다.)
시연 (병란에게) 언니 어디갔어요?
병란 (도도하게) 짤렸어요.
시연 (티꺼운 듯 병란을 본다.) 결국은 잘랐군. ...아줌마 친구 없죠?
병란 없어요.
시연 아저씨가 확 바람을 펴야, 달랑 혼자 남겠네. 친구하나 없이...
병란 ...(째려본다.) 혼자는 아니죠. 우리 까꿍이가 있으니까... (그리곤 아기 그네를 흔든다.)
23. 치료실 (낮)
시연모 (한심한 듯 시연부를 본다.) 그르니까, 작작 드셔어.
시연부 (시연모의 손을 잡으며) 여보. 나 아퍼.
시연모 (시연부의 얼굴을 토닥인다. 그리곤 미소) 참. 당신은 날 웃게 만들어.
시연부 내가 아픈게 당신은 웃겨?
시연모 그르니까, 당신이 난 사람이지. 지는 아프면서, 남을 웃게 만드니까... (웃으며) 어쩜 그러케 어이가 없니, 당신은?
시연부 아퍼, 여보.
시연모, 웃으며 시연부의 땀을 닦아준다.
24. 부부의원 앞 - 복도 (낮)
복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채 앉아있는 재복
시연이 다가온다.
시연 뭐하냐?
재복 (인상을 긁는다.) 넌, 하구 많은 병원 중에 구지, 여길 오냐?
시연 왜?
재복 분위기두 별루구...
시연 호텔이냐? 분위기 따지게?
재복 그래두...
시연 동네 아는 언니가 여기서 일해서, 일루 왔지. 근데 없네. 나, 아빠한테 가볼게. (치료실로 간다.)
재복 응. (그리곤 의사까운이 다가오면 얼굴을 가린다.)
동석 (재복 앞에 서서) 뭐해요?
재복· (빼곰히 본다. 동석임을 알고 일어서며) 안녕하세요?
동석 실밥 풀러 왔어요?
재복 그건 딴 병원에서...
동석 (버럭) 오던 병원을 와야지, 왜 딴 병원을 가? 이상한 사람이네. (그리곤 가려다가) 아참, 이중아선생.
재복 (놀라서는) 아니예요, 저. 이중아 만나러 온거...
동석 댁이 이선생 남편분이랑 같이 일한다며?
재복 네. 자꾸 저더러 일하자 그래서... 저두 어쩔수 없어서...
동석 남편한테 전화 좀 달라 그래요. 이 선생이랑 통화가 안되네?
재복 네?
동석 내가 욕을 좀 해야 되는데, 이선생한테? 전해줘요.
재복 안 나와요, 병원에?
동석 안 나오네? (그리곤 가려다) 근데, 남의 부인한테 이중아가 뭐야?
재복 네?
동석 아까 그랬어. 이중아라구.... (그리곤 멀어진다.)
재복, 물끄러미 동석의 뒷모습을 본다.
25. 중아의 집-거실 (낮)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는 중아의 모습 F.S.
창가에서 쏟아지는 역광을 받은 채, 그저 바닥만 바라보며 앉아있는 중아의 옆모습.
한참을 물끄러미 앉아 있더니 일어선다.
26. 중아의 집-주방 (낮)
냉장고에서 버터를 꺼낸다. 그리고 식탁 한 켠의 놓인 호밀빵.
식탁에 앉아서 호밀빵을 뜯어 입에 넣는다.
손에 들고 있던 빵이 발밑으로 떨어진다. 손을 뻗어 빵을 줍다가 문득 식탁아래로 들어간다.
식탁아래 쪼그리고 앉아 있는 중아.
조그만 다락방이라도 되는 듯이 작은 공간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그러면서 빵을 뜯어 먹는다.
27. 경호 사무실 (낮)
책상 위에서 스케줄표를 짜는 국의 뒷켠에서 어슬렁대는 재복.
국 (스케줄만 짜며) 왜 그러는데, 이씨?
재복 저기이... 부인이 어디 아퍼?
국 (재복을 본다.)
재복 아니이. 병원을 갔는데? 또 그 병원을 갔거든? 근데... 병원 안 나온다구...
국 (다시 표를 보며) 아직, 일하기가 힘든가봐요.
재복 왜?
국 약간 몸이 아파요.
재복 어디가?
국 (힐끔 보며) 왜 이렇게 꼬치꼬치 물으실까?
재복 ...아니야. (그리곤 제 자리로 간다. 자리에 앉아서 얼굴을 훑는다. 그리곤 국의 옆모습을 본다.)
국 (무심히 제 일을 한다.)
재복 (대뜸) 아파서 열두 나구 그래?
국 (재복을 본다.)
재복 아니이. ...의사가 물어봐서.
국 그런 거 아니예요. 괜찮아질거예요. (그리곤 스케줄표를 들고 대표실로 간다. 이때, 책상위의 휴대폰이 울린다. 창에 이중아의 이름이 뜬다.)
재복 (물끄러미 휴대폰을 본다. 휴대폰을 만진다. 그러다 손을 뗀다. 한참을 보다가 휴대폰을 폴더를 연다.) 중아야. (아무 소리도 없다.) 어디 아프니? (아무 소리도 없다.) ...(휴대폰을 든채 상념에 사로잡힌다. 눈을 내리뜬채) ...아프면 병원 가야지. ...100원 주까? 병원 가게? ...병원 가.
중아E (낮은 음성) 재복아.
재복 (그제사 엳은 미소가 돈다.) 중...
국 (재복의 등 뒤에서) 내 전화예요?
재복 (당황해서 국을 보는데)
국 (아무렇지도 않게 재복 손의 휴대폰을 낚아채며) 왜 남의 전활 받구 그래?
재복 저기...
국 (창에 뜬 중아의 이름. 미소)
재복 미스터 강. (자신의 서류를 들이밀며) 나, 궁금한게 있어.
국 (귓가에 휴대폰을 든 국의 얼굴이 점점 굳어진다.)
재복 (긴장된 눈으로 국을 본다.)
국 (재복을 본다.)
28. 중아의 집-식탁밑 (낮)
중아 그 사람 되게 멋있는 사람이야. 너두 잘 배워. ...그 사람보다 더 훌륭하게 커라, 이재복. (아무 말이 없다) 우리... 만나진 못하지만... 내가 지켜볼게, 이재복. (그리곤 폴더를 닫는다.)
29. 경호사무실 (낮)
겁먹은 표정으로 국을 바라보는 재복.
국, 폴더를 닫으며 허한 듯 재복을 본다.
재복 (긴장되서 입술이 마른다.) 저기... 강국씨.
국 (물끄러미 재복을 본다.)
재복 그게... 차근차근 애길 해야겠다, 강국씨.
국 아무 말두 안 들리네?
재복 응? ...(눈치를 본다.) 아무 소리 안났어?
국 네.
재복 (그제사 안도의 표정) 응. 안들리드라구... 나두...
국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책상 위를 정리한다.)
재복 (국을 바라보다가 사무실을 나간다.)
국 (책상의 서류만 만지작댄다.)
국의 손에 힘있게 구겨지는 서류종이 C.U.
30. 중아의 집 -식탁밑 (낮)
핸드폰을 든 채, 미소짓는 중아.
중아 안 아퍼, 나. ...나 건강해. 진짜루 건강해.
31. 경호회사-화장실(낮)
덮여진 변기 뚜껑 위에 어둡게 앉아있는 재복.
자신의 핸드폰 폴더를 열어 이중아의 이름을 찾는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삭제버튼을 누른다.
고개 숙인채 앉아있는 재복의 모습, 부감.
32. 경호사무실 (낮)
고속촬영.
의자에서 일어서며 외롭게 걸어나가는 국의 모습 F.S.
33. 경호회사 화장실(낮)
고속촬영.
변기 위에서 일어나 화장실을 나가는 재복의 모습 부감.
34. 중아의 집-거실 (낮)
고속촬영.
어느새 걸어 와 유리창 앞에 서는 중아의 모습 F.S.
35. 에로 촬영장 (낮)
의아한 눈으로 휴대폰을 받고 있는 시연.
시연 네. ...절요? 그 감독님이 왜 절 봐요? (짜증을 낸다.) 아, 알아요오. 상 많이 받은 감독인거... ...근데요? 내 비디올 봤는데, 어쩌라구요? (점점 솔깃한 눈으로) 절요? 절 왜 캐스팅해요? ...네. ...(의심스런 눈으로) 사기치는 거 아니예요, 아저씨? 나, 만만한 년 아니예요. ...영화사가 어딘데요? (눈이 동그래진다. 그러다가 멍해진다.) 거기... 유명한데잖아요. ...언제요? ...영화사루요? 네. 네. (그리곤 휴대폰을 끊는다. 정신이 멍해진다.)
감독 한시연씨. 자세 잡어, 얼른.
시연 (눈만 깜박이며 멍하다)
감독 한시연씨.
시연 ...
감독 왜 저래? (요기부터 경쾌한 BGM 들어가도 좋을 듯)
시연 (갑자기 미소가 어린다.) 감독님, 저 이거 안할래요.
감독 (짜증을 낸다.) 으응? 뭐야아?
시연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으며 인사를 한다.) 안녕히 계세요.
감독 뭐하는 거야, 지금?
시연 저, 로또됐어요.
그리곤 달려 나간다.
시연의 얼굴에 한가득 미소가 어린다.
36. 시연의 승용차 (낮)
외곽도로를 달리는 시연의 마티즈
37. 시연의 승용차 안 (낮)
시연 이 재복, 너 어디냐?
재복E 사무실.
시연 알았다, 끊자. (끊는다. 그리곤 버튼을 누른다.) 엄마, 뭐해?
시연모E 니 아빠랑 고도리 해, 왜?
시연 알았어, 끊어. (혼잣말) 아, 씨. 또 어디다 전화하지? 전화할 데 없네? 그 언니 전화번호나 받아 놓을 걸. 아, 씨. (너무 좋다. 입이 찢어진다.) 아 씨. ...죽겠네에. 아씨. (웃다보니까, 점점 눈에서 눈물이 난다. 마치 해외영화제 여우주연상이라도 받은 표정이다. 목청이 높아진다.) 아, 뭐야아? 왜 눈물이 나아? ...미쳤나 봐아. 참, 환장하네. 아씨, 운전이 안되네? (피식 웃는다.) 나참. ...나 왜 이케 웃기냐?
울면서 웃는 시연의 얼굴.
38. 외곽 도로 (낮)
도로를 경쾌하게 달리는 시연의 승용차.
39. 대학로 (낮)
재석과 조부장이 대학로 한켠에서 김밥을 먹고 있다.
조부장 사장이 얼마나 귀여워했는데, 강국이를... 다 좋아해, 강국은...
재석 (씩 웃으며) 내가 키웠는데, 어련할까?
조부장 근데, 잘 키워놓구, 왜 집을 나가요? 유산 빼돌린거 아니야, 혹시?
재석 국이 통장에서 한 백만원 들구 나갔어.
조부장 그를 줄 알았어어. 빼돌리긴 했네.
재석 (씩 웃는다. 이때, 자신 옆에 선 발을 본다. 올려다 본다.)
국 (재석을 보며 미소짓는다.)
재석 응? (인상을 쓰며) 또 왜 와아? 일이나 하지.
국 목사님. 나두 배고파요.
재석 (인상을 쓴다.) 아, 나 먹을 것두 없어.
조부장 내꺼 같이 먹어. 일루 자리잡아, 강국.
재석 (귀찮은 듯) 아이, 얜 참.
국 (바닥에 앉으려하면)
재석 가만 있어어. (화판을 국의 엉덩이에 깔아준다.) 양복에 때 묻어.
국 (해맑게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며 쪼그리고 앉는다.)
조부장 젓가락이 없네? 내 껄루 번갈아 먹자.
재석 (그새, 국의 입에 김밥을 넣어준다.)
조부장 (웃으며) 모자르다며?
재석 (인상을 쓰며) 아이, 그르게 말이야. (그리곤 그 옆의 콜라까지 국에게 내민다.)
국 (김밥을 씹으며 재석을 본다. 웃던 입에서 눈물이 난다.)
재석 왜 이래, 얘가? 걸렸어, 목에? (그리곤 등을 두드려 준다.)
국 (아이처럼 손등으로 눈물을 닦는다.)
재석 으응?
조부장 (어색한 표정으로 국을 본다.)
국 (김밥을 씹으며) 힘들어요, 목사님.
재석 ...
국 ...
조부장 ...(위로를 해야할 것 같다.) 경호원하다 보면, 사람들한테 좀 많이 치여요.
재석 (물끄러미 국을 본다.) ...힘들어 하지 마. ...니가 자유로우면, 사람들두 널 가까이 느껴. ...공기처럼 가벼워야, 공기처럼 가까이 하지. ...니가 힘든 건... 니가 너무 무거워서 그래. (그리곤 국의 얼굴을 손으로 닦아준다.) 김밥 먹구 힘내. (그리고 김밥을 국의 입에 넣어준다.)
다정히 국을 바라보는 재석.
눈물을 훔치며 재석을 바라보는 국.
40. 부자의 집 앞 (밤)
대문 앞에 마주 선 부자와 중아.
부자, 미소를 지은채 중아를 보고 중아, 어색한 듯 부자를 바라본다.
부자 들어갈래요, 아가씨?
중아 (들어가려 하면)
부자 저기... 아가씨.
중아 네?
부자 ...저기...
중아 ...
부자 ...한번... 안아봐도 돼요?
중아 (부자를 본다.)
부자 ...
중아 (천천이 부자에게 다가선다.)
부자 (떨리는 팔로 중아의 몸을 감싸안는다. 눈을 감는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중아 (약해진 눈빛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렇게 마주 안은채 돌처럼 굳어버린 부자와 중아.
41. 경호사무실 (밤)
사무실을 청소하는 재복. 휴지통을 제 자리에 가져다 놓으며 국의 자리를 본다.
국의 물건들이 그대로 놓여있다. 휴대폰까지...
재복 아직 퇴근 안했나 부다, 강국. (그리곤 국의 물품들을 단정하게 정리해준다.)
국 (어느새 재복 옆에 서 있다.)
재복 응, 왔네? (귀엽게 미소) 내가 깨끗하게 정리했어, 미스터 강꺼? 고맙지? ...한잔 살래? 응?
국 (휴대폰과 가방을 들고 나가는데)
재복 (국의 팔을 잡는다.) 에이, 쌩까냐?
국 팔 치워요.
재복 (불안한 듯) 응?
국 (소리친다.) 팔 치우라구.
재복 (팔을 치운다. 물끄러미 바라본다.) 왜 그래, 강국?
국 (힐끔 재복을 본다. 차갑게) 그냥.
몸을 돌려 현관을 향하는 국.
불안한 얼굴로 국을 바라보는 재복.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