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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12
S#1. 숙소 / 낮
윤복, 벌떡 일어나면.. 이마에 가득한 땀방울.
윤복 : (불길한 느낌) 형.. (둘러보면)
저쪽에, 이불도 요도 없이, 숙면에 빠진 홍도모습 보이고..
S#2. 신한평의 집 / 마당 / 낮
단청공 둘, 들것을 들고 들어와 서면, 거적으로 덮인 사람 보이고..
옆에 마조치 있다. 허옥(독을 품은 듯 이를 갈고)도 와 있다.
종들, 얼른 들것을 받아든다.
신한평처, 벌벌 떨리는 손으로 거적 들춰보면, 잠든 듯 눈감고 있는 영복의 얼굴 보인다.
신한평처, 오열하며 무너지듯 다리 힘 잃으면, 신한평, 신한평처 잡아주고,
신한평 : 어찌된 것인가?
마조치 : 작업을 하다가.. 비계에서 떨어졌습니다.
신한평처 : 그게 말이 되냐? 우리 영복이가, 무슨 이유로 비계에서 떨어졌다는 것이냐?
마조치 : 마치... 뭐에 홀린 듯..
허옥 : 안료 때문입니다.
신한평 : 안료.. 라니?
허옥 : 잘난 동생, 어진화사에 쓴다고 무리하게 안료를 만들지만 않았어도, 안료 독에 중독되지 않았을 것이란 말입니다!
신한평처 : (신한평 치며 오열) 잘 하셨소!! 잘 하셨소!! 이제 어찌할 것이오!!! (주저앉는데) 매정한 인사! 냉정한 인사!
멀쩡한 내 아들 어쩔 것이오!!!
신한평 : (눈 꾹 감고, 냉정한)
신한평처 : 영복아! 영복아아....!! (절규하는 소리 들리며)
S#3. 신한평의 집 / 사랑채 / 낮
(얼굴과 손에 초록기가 도는) 영복, 눕혀져 있다. 자는 듯 평화로운 얼굴.
신한평, 홀로 들어와 영복 앞에 선다. 앉아서, 영복의 얼굴을 쓸어보는 신한평.
영복의 손을 잡고, 꺽꺽.. 울음 삼키며 오열하는 신한평.
신한평 : (오열하며) 내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어...
S#4. 숙소 / 낮
홍도, 자다가 눈 뜨고 흐드러지게 기지개 켜고 돌아보면, 윤복이 옷(화원복)을 갖춰입고 있다.
관복 곱게 접어 보자기에 싸는 윤복 보는 홍도.
홍도 : (앉으며) 더 쉬지 않고 어딜 가려는 거냐?
윤복 : 집에 들러 형님을.. 보려 합니다. 잘 마쳤다고.
홍도 : (‘형님’이란 말에 윤복을 빤히 보다가)
(insert : 씬, 윤복을 안고 있는 영복의 모습. 그 모습 보던 홍도)
홍도 : 천하에 얻기 어려운 것이 형제간에 우애라 했는데, 너희 형제는.. 어째 형제같지 않고,
윤복 : (여자라는 것이 들켰나, 친형제 아닌 것이 들켰나, 조마조마)...형제가 아니면 무엇입니까?
홍도 : 그럴 리야 없겠지만.. 꼭.. 둘도 없는 정인처럼 보일 때도 있고,
윤복 : (긴장 풀려) 정인요? 하하. 스승님두 참, 그게 말이 됩니까?
내관(소리) : 화원 김홍도. 밖에 전갈이 와 있네.
윤복 : (홍도를 보는)
S#5. 숙소 밖 / 낮
홍도에게 서찰을 건네주고, 내관 간다.
홍도, 서찰을 읽는다.
신한평소리 : (걱정스레 편지 보는 홍도의 모습 위로) .... 내 입으로 자식의 죽음을 말하게 되다니..
혹시라도 윤복이가 이 일을 알아 대사를 그르치지 않게.. 자네가 막아주게.
홍도, 편지 내려놓으며.. ‘영복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마음이 황망하고,
S#6. 숙소 안 / 낮
홍도 들어서면.. 윤복이 짐 다 여미고 묶으며,
윤복 : (피식 웃고 짐 챙겨 들며) 그럼, 저는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홍도 : 잠깐. (윤복의 짐 빼앗고)
윤복 : (왜 그러나 싶어 홍도 보고) 왜 그러십니까 스승님.
홍도 : 아직.. (별 할 말이 없고) 기력이 다 회복된 것이 아니니, 예서 꼼짝 말고 쉬고 있거라.
윤복 : 괜찮습니다. 꿈자리가 뒤숭숭한게... 아무래도 형한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가봐야겠습니다.
홍도 : (가슴 아프고) 내일이면 봉심이다... (단호하게) 대신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우린 그 자리에서
당장 목이 날아갈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가하게 형? 꿈? 그런 얘길 하고 있느냐?
윤복 : 스승님..
홍도 : 이 어진은 전하와 조정대신들의 대결이다. 그러니 전하께서 어찌 왕실전통을 따르지 않고 어진 속에 손을 보이셨는지,
이를 보이셨는지, 옆얼굴을 보이셨는지... 또, 어찌 주사를 칠하지 않았는지... 그 질문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대답해야 한단 말이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한참 모자르단 말이다.
윤복 : ......
홍도 : (아쉬워하는 윤복보며 미안한 듯) 지금 전하께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우리 둘 뿐이다. 정신을 바투 잡아야 해.
윤복 : 예, 스승님.
홍도 : 앉거라.
김귀주 : (소리) 선왕 대대로 사용한 주사를 쓰지 않았다니...
S#7. 계월옥 / 밤
김귀주와 대신명과 종친명, 술상을 마주하고 앉아있다.
김귀주 : (소리 위로 자막과 함께 인물 소개. 영의정(주 : 영의정), 이조판서(주 : 이조판서), 판의금부사(주 : 판의금부사),
종친명(주 : 왕실의 종친들)) 이는 왕실 대대로 쌓아올린 탑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극악무도한 일입니다.
유교국가인 조선에서 선왕의 정통성을 무시하다니요. 대체 주상께서는 어찌 이리 발칙한 생각만 꿰어내는지...
대신들과 종친들, 고개 끄덕이면...
판의금부사 : 예로부터 어진의 기운이 쇠하면 국운이 다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보나마나 주사로 칠하지 않은 어진은 탁한 기운을 낼 것인데...
김귀주 : 주상의 뜻을 모두들 짐작하시겠지요? 허나, 우리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곧 그 어진이 진전에 봉안(주 : 어진을 모심)됩니다. 허면...
이조판서 : (동요하며) 무슨 소리인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하네.
대신들과 종친들 : 암. 그렇고 말고.. / 어찌 주상께서.... / 쯧쯧...
김귀주 : 주상의 뜻을 꺾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영의정 : 걱정 마시게. 두루두루 뜻을 합해 보겠네.
김귀주 : (호탕하게 웃으며 술잔을 들고) 금일 밤은 대의를 위한 밤입니다. 한 잔, 올리십시오.
모두들 일제히 잔을 들어 올리면, 약속이나 한 듯, 한 번에 들이킨다.
술잔 내려놓는 김귀주가 빙긋 웃고...
S#8. 숙소 / 밤
윤복, 서책에 빼곡하게 글자 적어 넣다가 다 한 듯 붓 놓으면...
홍도 : 읽어 보거라.
윤복 : 예. (서책 보며) 첫 날, 목탄으로 초를 잡았습니다. 이는 스승님과 제가 나누어 하였고,
여기 사용된 목탄은 도화서에서 관리되는 물목이었습니다.
윤복(소리) : (듣고 있는 홍도의 얼굴 위로) 둘쨋날은 목탄 초를 유지 초본에 옮겼습니다.
세필은 어진화사용으로 새로 공급된 붓이며, 담비털로 된 붓입니다. 그리고,
내관(소리) : 화사 김홍도. 있는가?
홍도 : (돌아보며) 누구십니까?
내관 : 주상전하께서 찾아계시네.
홍도 : 주상전하? (옷 챙겨 입으며) 다시 한 번 점검을 해 보고 있거라.
(하다가, 급하게 화원모 쓰다가 툭! 소리 나며 화원모 올이 풀리는데)
윤복 : 스승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모자가,
홍도 : 됐다. (대충 풀린 부분 돌려쓰고) 금새 다녀 올테니. (나가고)
윤복 : 예. (서책 보다가 씩 웃고)
S#9. 도화서 / 홍도의 방 / 밤
홍도의 방, 안쪽 문갑을 뒤지는 손.
화원모 꺼내 보는 윤복.
윤복 : (화원모 이리저리 돌려 등잔 비춰보며) 됐다. (들고 나가고)
S#10. 도화서 / 작업장 앞 / 밤
윤복, 홍도의 모자 곱게 들고 나오는데, 작업장에 불 켜져 있고, 들리는 소리..
만보(소리) : 정말 안됐군.. 참으로 반듯한 청년이었는데..
술태(소리) : 윤복이가 자기 형이 갑자기 그리 된 걸 알면 기절할 텐데.
윤복 : (가다가 멈춰서고, 기숙동 보면)
고봉(소리) : 정말 일재어르신도 지독하시군... 끝까지 어진화사를 하게 두다니...
윤복 : (불길한 생각 들어 생도청 문 벌컥 열면) 무슨 소리냐, 그것이!!
만보 : (의궤작업 하다가 붓 놓고) 유, 윤복아..
고봉 : 니가 어떻게.. (둘러보고)
윤복 : (술태와 만보에게 와서) 어서 말해! 형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냐고?!!
생도들 : (난감하게 윤복 보는데)
S#11. 정조의 침소 / 밤
홍도, 낡은 붓 들고 보면..
정조 : 그것은 내가 세손시절 쓰던 붓이네. 아버지께선 그것을 ‘괜찮다 붓’이라 하셨네.
처음으로 대신들 앞에 나갈 때, 겁을 잔뜩 먹고 떨고 있는 내게 주신 것이라네.
홍도 : (정조 보면)
정조 : 아버지께선 그것을 ‘괜찮다 붓’이라 하셨네. 그것이 있다면, ‘대신들 앞이어도 괜찮다,
어린 세손이라고 무시하건 말건 난 괜찮다, 혹 이 시강장에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아도, 나는 응당 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니 괜찮다’ 그렇게 말씀하셨네. (홍도 보고) 과인은 이 붓을 자네에게 주고 싶네.
그것을 지니고, 익일 어떠한 공격을 받아도.. 모두 ‘괜찮다’ ‘나는 괜찮다’ 하고 의연하게 이겨내길 바라네.
홍도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붓 보고..)
S#12. 숙소 앞 / 밤
금군, 숙소 앞을 지키고 있는데..
홍도 : (문 열고 텅 빈 숙소보고 놀라 돌아서서, 금군에게) 화공이 어디 갔습니까?
금군 : 도화서에 뭘 가지러 간다고 한 듯 합니다만..
홍도 : (도화서쪽 보고)
S#13. 길 / 밤
미친 듯이 달려가는 윤복...
S#14. 단청소 / 마당 / 밤
단청소 마당으로 뛰어 들어오는 윤복. 헉헉- 숨고르며 영복을 찾느라 두리번 거린다.
윤복 : (허옥 알아보고) 우리 형님 어디 있소?
허옥 : (단걸음에 내려와 윤복의 뺨 날리고) 너 때문이야!!
윤복 :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 허옥 보면)
허옥 : 너 때문에 영복이가 죽었다고!!!!
윤복 : (불길함이 사실로 확인 되는 순간)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예?
허옥 : (눈물 고인, 원망스런 눈으로 윤복 노려보고) 너 때문에...
윤복 : (허옥 보며) 그게 무슨 말이오. 그게 무슨 말이냐 말이오!!! (믿을 수 없단 얼굴로) 거짓말 마시오.
(허옥의 우는 얼굴 보고, ‘진짜구나’싶어 눈물 고이며) 말도 안되. 거짓말이오 이건.. (뒷걸음질 치다가, 휙 돌아 뛰어가고)
S#15. 길 / 밤
윤복, 길을 달려간다. 사람들 사이, 부딪혀 넘어지는 자도 있고...
윤복(소리) : 그럴 리가 없어!!
(insert : 성음전 앞, 색을 주던 영복의 모습.)
달려가는 윤복
(insert : 부. 장파형장, 자기가 했다고 절규하는 영복)
달려가는 윤복
(insert : 부. 초상화 그리는 윤복을 보는 영복의 모습)
S#16. 신한평의 집 앞 / 밤
윤복, 숨이 턱에 차, 집 앞에 다다르면, 노란 등 걸려있는 것 보이고...
S#17. 도화서 / 작업장 / 밤
술태, 만보, 고봉, 의궤 그리고 있는데, 문 벌컥 열리고, 홍도 보인다.
술태 : 단원 스승님!!
홍도 : 혹 윤복이가 왔었느냐? (끄덕이는 술태 보고) 영복이 얘기를 했느냐?
생도들 : (끄덕이면)
홍도 : (급히 달려가고)
S#18. 신한평의 집 / 사랑채 / 밤
신한평, 신한평처 앉아서 지켜보는 가운데, 영복의 시체 염(천으로 몸을 감싸는 것)을 하고 있는데..
마지막, 얼굴에 천을 덮으려는 찰라, 방문 벌컥 열리고 윤복 들어온다.
신한평 : (일어서며) 유, 윤복아, 여길 어떻게..
홍도 : (뒤따라 급하게 들어서면)
신한평 : (홍도 보고) 내 저 아이에게 알리지 말라 하지 않았는가?!!
윤복 : (홍도 보고) 알고 계셨습니까?
홍도 : (가슴아파 고개 돌리고)
윤복 : (원망하는 눈으로 홍도 보고, 영복에게)
윤복, 뚜벅뚜벅 영복에게 다가가고... 윤복의 눈에 눈물 고여 영복의 모습 자꾸 흐려지며 흔들리는데,
윤복, 눈물 소매로 슥 훔쳐내고 영복 앞에 무릎 꿇고 앉는다.
윤복, 영복 얼굴 덮었던 천, 떨리는 손으로 걷어내면.. 영복의 얼굴 보이고..
윤복 : (영복의 얼굴, 떨리는 손으로 겨우 만지며) 형!!!!
신한평 : (강한 기세로 윤복을 일으켜 세운다) 돌아가서 어진화사를 무사히 끝마칠 때가지 이 집에 얼씬도 하지 말거라! 알겠느냐?
윤복 : (목 막히며) 형님이 없는데... 그깟 어진화사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제 다 필요 없습니다... 아무 의미 없습니다!!
신한평 : (윤복의 두 어깨를 잡아 흔들며) 네 형이 누구 때문에 저리 되었느냐? 누구 때문에!!
윤복 : 아버지...
신한평 : 가서 어진화사를 마치거라. 그것이 네 형을 살리는 길이다.
윤복 : 싫습니다!! (영복의 목 감고 매달리며) 형과 함께 있겠습니다.
신한평 : 어서!!!! 가라는데!!
윤복 : (영복 붙잡고 버티고) 싫습니다!
홍도 : 나오너라.
윤복 : 싫습니다!
홍도 : 나오라는데!! (윤복 팔목 거칠게 잡아채 끌고 나가고)
윤복 : (끌려 나가며) 싫습니다!! 놓으십시오!! 형!!
S#19. 외진 길 / 나무 아래 / 밤
집 밖, 바닥에 윤복을 내동댕이치는 홍도.
윤복, 벌떡 일어나 가려고 하면, 홍도, 윤복의 어깨를 누르고,
윤복 또 일어나면, 홍도 또 앉힌다.
윤복 : 대체 왜 이러십니까!! 왜 말씀해주시지 않았습니까? 형님이, 형님이 저렇게 됐는데..(눈물) 형을 도화서로 돌아오게하려고..
그래서 한 것인데..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어진화사를 마쳤다고 좋아하고..
홍도 : 형을 도화서에 돌아오게 하려고, 그래서 그림을 그린 것이더냐?
윤복 : 나 때문에, (가슴 뜯으며) 나 때문에 단청소에 쫓겨가고.. 나 때문에 죽고..
홍도 : 그래서.. 초를 뜨고, 조색을 하고, 어진을 그리는 동안.. 오로지 형을 돌아오게 하려고 그렸느냐?
너는 초상에만 푹 빠져 있었다. 스스로의 흥을 즐겼기 때문에 그림을 그린 것이란 말이다!
윤복 : 스승님이 뭘 안다고 그러십니까? 예?
홍도 : 그것이.. 영복이가 바란 것이었을 것이다. 네가 그림을 그리는 것. 니가,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철모르는 얼굴로,
그저 그림에 빠져서 눈을 반짝이며,
(insert : 부. 삼정오악을 배우고, 영복의 얼굴을 그려주겠다며 눈 반짝이고 영복 얼굴 만지는 윤복.
윤복을 보는 영복의 행복한 표정)
홍도(소리/ 위 인서트 위로) : 그렇게 그림을 계속 그리길 원한 것이다.
홍도 : 그걸 지켜주기 위해, 영복이는.. (자신도 그런 마음이고) 목숨을 걸고 안료를 만든 것이다.
윤복 : (영복의 마음을 아는 홍도가 놀라워, 홍도 보면)
홍도 : 헌데 마무리를 하지 않을 테냐? 영복이가 그리게 해준, 그 그림을?
윤복 : (홍도 보고) ...
정순왕후(소리) : 절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도록 하십시오.
S#20. 정순왕후의 처소 / 밤
정순왕후, 공작새 꼬리(책가도 병풍에 많이 묘사된 것. 꽃병 같은 꽂이에 꽂힌 공작새 꼬리임) 만지며..
(옆에는 꽃병에 적산호, 공작 꼬리 몇 개 더 꽂혀 있고)
정순왕후 : 분명 주상의 꿍꿍이가 있을 겝니다. 익일 봉심을 하러 갈 사람들에게 언질은 잘 해 두셨습니까?
김귀주 : 예. 종친들과 당상관들에게 천하를 뒤엎으려는 주상의 혈기를 가라앉힐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일러두었습니다.
조영승 : 모두들 동의하고 있으니, 심려치 마시지요.
정순왕후 : (공작꼬리 만지다가) 대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선적으로 행한 어진화사에 흠집을 낼 수만 있다면...
(공작꼬리 꽃병에 꼽고) 그 아이가 그렇게 하고자 하는 경장(주 : 개혁)을 추진할 동력에
착고(주 : 발목에 채우는 족쇄)를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S#21. 경현당으로 가는 길 / 아침
홍도와 윤복, 경현당으로 올라가고..
윤대신들(김귀주, 조영승, 판의금부사, 종친, , 보이고), 그들 앞으로 지나가고..
마지막으로 홍국영 지나가다 멈춘다.
홍국영 : 준비는 많이 해 두었는가?
홍도 : 예.
홍국영 : 잘 해 주게. 자네 손에 경장의 첫 단추가 꿰어지는 것이네.
홍도 : 숙지하겠습니다.
홍국영 : (가면)
홍도 : (윤복에게) 잘 해내야 한다. 영복이를 위해서라도.
윤복 : (고개 끄덕이고)
S#22. 경현당 / 아침
경현당 벽을 둘러싸고 서슬 퍼렇게 앉아있는 대신들.
영의정, 이조판서, 판의금부사, 종친, 종친, 종친. 그리고 장벽수, 자비대령화원, , 보이고..
홍도와 윤복은 가운데 앉아있다.
중앙 앞쪽에, 천으로 가려진 어진 놓여있고, 그 옆에 정조 앉아있다.
정조 : 금일은 그간 두 화원들이 행한 어진화사를 감동하고 봉심하는 날이다. 과인은 금번 화사의 주인 된 자로,
선왕께서 그러하셨 듯, 화평을 할 동안 일체의 말을 삼가겠다. 대신들은 두 화원에게 화폭 속에 있는 과인에 대해 물어,
한 치의 의문도 남기지 말도록 하라.
대신들 : 예. 전하-
정조 : 그림을 펼치라.
관리, 어진쪽으로 가면, 긴장하는 사람들.
윤복과 홍도, 어진 푸는 손 보면..
관리, 그림을 가렸던 천을 걷어내자.. 어진 드러난다.
붉은 용포가 압도적인.. 옆에 있는 정조의 모습과 꼭 같은 그림.
대신들 모두 놀라고, 영의정, 자리에서 일어나 어진 앞으로 와 정조에게 절을 한다.
영의정 : 신 영의정 김읍. 어진을 보겠습니다.
영의정, 고개를 들고 그림 속 정조와 실제 정조 번갈아 본다.
그림 속 정조의 미소, 정조의 손, 정조의 눈썹에 찍힌 점 보고, 실제 정조 보고, 물러나 절 한다.
영의정 : 신 영의정 김읍. 다 보았습니다. (물러나면)
cut to
판의금부사 : 신 판의금부사 백희언, 애체를 끼겠습니다.
판의금부사, 안경 꺼내 끼고, 그림 본다.
cut to
조영승, 그림 앞에 앉아 그림과 정조 보면,
조영승 보는 정조의 만만찮은 눈 보이고..
cut to
장벽수 자리로 가면, 장벽수, 옆자리 자비대령화원에게
자비대령화원 : (속삭이며) 저게 어찌된 일인가?
장벽수 : (흡족하여)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지요.
정조 : 감동을 시작하라.
홍도와 윤복, 긴장하고... (아래 대화, 배틀하듯, 매우 빠르게 주고받는 대사입니다.)
영의정 : 화공은 답하라. 어진은 응당 왕실의 권위를 나타낼진데, 어찌 주상전하의 용안에 시정잡배와 같은 미소가 보이는가?
홍도 : 희노애락을 표현하지 않음은, 변하지 않는 것만을 화폭에 담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역으로, 화폭에 미소를 담음은, 그 미소가 변치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cut to)
판의금부사 : 화폭 속에 좌우를 꼭 같이 그려넣음은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겠다는 국왕의 의지를 보이는 것인데,
어찌 대칭이 맞지 않는가?
홍도 : 틀어 앉음으로 해서 화폭 속에 정면 뿐 아니라 측면의 모습도 담게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전후좌우 모두를 살피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cut to)
종친 : 소매 속에 손을 감춤은, 주상전하의 권위와 겸양을 드러내는 상징인데, 어찌 밖으로 나와 있다는 말인가?
홍도 : 서책을 읽을 때에도, 글을 쓸 때에도 손은 그 역할을 합니다. 손을 드러냄은 부지런히 학문을 갈고닦아 정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
(cut to)
조영승 : 용안에 티끌을 묘사함은 주상전하를 모욕하려는 의도인가?
홍도 : 눈썹에 박힌 점 하나에 권위가 떨어지는, 나약한 군왕이 아님을 보이려는 의지입니다.
조영승 : (분한 듯 홍도 보고)
정조 : (미소지으며 홍도 보면)
조영승 : 전하. 늙은 몸이 여간 수고로운지라.. 잠시 쉬었다가 감동을 하심이 어떠실지요?
정조 : 그리 하게.
S#23. 경현당 밖 / 낮
재 떠는 큰 모래통 둘러싸고 곰방대 하나씩 물고 서있는 대신들.
조영승 : 저렇게 파격적인 화사를 하고도, 입은 살아서 따따부따 하니,..
김귀주 : 이렇게는 안되겠습니다. 그 이야기를 꺼내야 합니다.
영의정, 판의금부사 : (끄덕이고)
S#24. 경현당 / 낮
대신들 우루루 들어와 앉으며 홍도와 윤복 보고, 빙긋 웃는 조영승, 장벽수.
정조 : 시작하라.
장벽수 : (윤복이 준 서책뒤적이며) 물목을 보면 분명 당주홍, 즉 주사가 기록되어있는데, 화폭에선 어찌 주사를 찾아볼수 없는가?
왕실의 그림에는 응당 보석과 같은 주사가 사용되어야 하는 것은 상식 아닌가?
윤복 : (올 것이 왔군 싶어 홍도 보면)
홍도 : 별제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것은 석채가 아닙니다. 허나, 저 화폭에 담긴 색은, 조선에서 난 꽃으로 만든, 조선의 색입니다.
당주홍과 같은 청국의 색은 조선의 마음을 담은 색이 아닙니다.
장벽수 : 허면, 왕실의 그림에 산천에 깔린 풀뿌리로 만든 색을 썼다는 말인가? 가관이로군!
물목 관리 또한 어진화사를 맡은 화원이 책임지고 해야 할 일 아닌가? 허면, 주사는 지금 어디 있는가?
홍도 : 그것은..
조영승 : 혹, 구하기 힘든 주사를 빼돌려 뱃속을 불리고는, 조선의 색이니 주워섬기는 것은 아닌가? 어떻습니까? 저 색조가.
자비대령화원 : 눈 뜨고 볼 수 없이 조잡합니다.
장벽수 : 저 또한 그리 생각합니다.
윤복 : (홍도 보면)
홍도 : 저 색조는 주상전하께서 입고 계신 용포를 물들인 잇꽃으로 만든 것입니다. 당주홍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색입니다!
영의정 : 그 입 다물게!! 저따위
윤복 : (울먹이며) 대체, 저 색이 어떻다는 말씀이십니까?
판의금부사 : 졸렬하지 않은가!!
윤복 : 저 색의 어느 곳이 졸렬합니까! 옆에 계신 주상전하께서 입고 계신 용포의 색조와 꼭 같지 않습니까?
영의정 : 저, 저, 천박한!!!
윤복, 벌떡 일어나면, 홍도, 윤복 잡으려는데... 윤복의 옷깃 놓치는 홍도의 손.
윤복, 대신들 지켜보는 가운데 어진 앞으로 걸어간다.
영복(소리) : (윤복의 눈물 가득한 눈 보이며) 조선 최고의 화원과 조선 최고의 조색가가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넌 그저 무사히 어진화사를 마치기만 하면 돼.
윤복을 지켜보는 대신들 눈 커지고, 어진 앞에 도착한 윤복, 어진 붙잡고 선다.
눈물 뚝 떨어지는 윤복. 붉은 물감 만지는데,
조영승 : (금군에게) 뭐하는 것인가? 어서 끌어내게!!!
금군 : (윤복에게 다가오고)
윤복 : (눈물 범벅이 된 얼굴, 원망 섞인 눈빛으로 대신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박으며) 이 속된 색 속의 인물을
어찌 왕이라 하겠습니까? 소인은 이 그림이 어진이 아니며 그림 속의 인물 또한 주상전하가 아님을 알겠사옵니다.
윤복,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진을 낚아채 두 손으로 찢는다.
홍도(소리) : (놀라 커진 눈으로) 안된다. 윤복아.
어진이 지익- 소리를 내며 찢어지자 경현당, 순간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찢어진 어진 틈으로 정조의 분노한 얼굴 보이고,
윤복의 결연한 얼굴 보이고, 홍도의 안타까운 얼굴 보이면서,
cut to,
금군, 윤복을 양쪽에서 잡고 꿇어 앉힌다.
정조 : 화공은 지금 과인을 우롱하는 것인가!!
윤복 : 전하! 저들은, 애초부터 이 그림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조영승 : (자르며) 전하! 저 자는 지금 이 나라 근본을 우롱하는 것입니다!
홍도 : (놀라) 전하!!! 그것이 아닙니다!! 어린 화공을 살려 주십시오!! 안료를 준 형에 대한 마음 때문에 대사를 그르친 것입니다.
정조 : 입 다물라!
홍도 : 전하!!
조영승 : 저 두 화공을 끌어 내어라!
윤복 : (끌려 나가며, 그림 보고.. 붉은 안료, 그림 속의 미소짓는 정조 보이는데) 형...
홍도 : (끌려 나가며) 전하!! 부디 살펴주십시오!! 저 아이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소인의 잘못입니다. 전하!! 전하!!
조영승 : (만족스러운 듯 김귀주 보며 슥 미소 지으면)
김귀주 : (작게) 결국 어진을 남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외숙.
조영승 : (작게) 지켜보아야지.
정조 : (벌떡 일어나 나가고)
일동 :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S#25. 경현당 앞 / 낮
S#26. 정순왕후 처소 / 낮
정순왕후 앞으로 조영승과 김귀주 앉아있다.
정순왕후 : (놀라)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어진을 찢다니요?
김귀주 : 김홍도와 화사를 같이했던 수종화사 신윤복이, 제 손으로 어진을 찢어버렸습니다.
조영승 : 주사대신 사용했다는 색을 문제 삼는중에, 갑작스레 벌어진 일입니다.
정순왕후 : (미소 짓는) 감히, 화공 주제에 어진을 찢었다...
조영승 : 뜻하지 않은 어부지리를 얻은 격이지요. 아마도 김홍와 신윤복은 지금쯤 의금부에서 끌려가,
갖은 취조를 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정순왕후 : 이건 하늘이 준 기회입니다. 이참에 주상의 기세를 꺾어놓아야 합니다.
조영승 : 명심하겠습니다. 마마.
S#27. 신한평의 집 / 사랑채 / 낮
영복의 관 앞에 하인들이 병풍 펼쳐 가리고..
신한평처 병풍 붙잡고 우는데, 신한평, 망연자실 병풍 보는데,
문 벌컥 열리고, 이인문 들어온다. 신한평 보면,
이인문 : 일재 어르신! 큰일 났습니다!! 윤복이가..
신한평 : 무슨 일인가?
이인문 : 어진을 찢었습니다.
신한평 : 어진을 찢다니? ..그것이 무슨 말인가?! 윤복이는 지금 어디 있는가?
이인문 : 금부에 끌려갔습니다.
신한평 : (일어서고)
S#28. 도화서 작업장 / 낮
생도들과 효원, 만복, 고봉, 술태 작업하고 있다.
고봉 : (뛰어들어 오며) 큰, 큰일났다!!
효원 : (그림 그리다 고개 들고) 무슨 일인데 그래?
고봉 : 단원 스승님과 윤복이가... 의금부로 끌려 갔단다!
만복 : (놀라) 의금부? 그 무서운 곳을... 왜?
술태 : (놀란채로) 윤복이가 어진을 그리다 실수라도 한 것이냐?
고봉 : 어, 어.... (찢는 모션하며) 어진을 찢었다!
일동 : (충격)
고봉 : 윤복이가 주상전하 앞에서 어진을 찢어다구!!
S#29. 의금옥 안 / 밤
웅크리고 앉아있는 윤복, 벽에 기대어 있는 홍도.
윤복 : (웅크린 채로) 죄송합니다, 스승님... 저 때문에...
홍도 : (나즈막히) 왜 그랬느냐? 형 때문이냐?
윤복 : (끄덕이며) 스승님.. 전, 그림을 그림으로 보지 않는 그 자들의 거짓말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형님이 죽어가며 만든 그 색을, 없애 버리려는 그 자들을!
홍도 : 그래도 참았어야지! 이제, 네가 죽게 되었는데,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윤복 : (눈물 그렁해서 보면)
홍도 : 네가 찢은것은 그냥 그림이 아니라 어진이란 말이다. 주상전하의 초상! 네놈은 주상전하의 옥체를 상하게 한것이란 말이다!
윤복 : (눈물 떨구면) 이제 다 끝났습니다.
홍도 : 울지 말거라. (눈물 툭툭 떨어지는 윤복 보고) 울지 말라지 않느냐!!! (윤복의 어깨를 두손으로 잡고) 넌 살 수 있어!
살게 하겠다! 그러니 다시는, 끝났다느니, 그딴 소리를 하지 말거라. 알겠느냐!!
윤복 : (눈물 후두둑 떨어진다)
홍도 : 널... 네 녀석을 어찌하면 좋으냐... (가슴 미어진다)
S#30. 의금부 앞 / 낮
S#31. 편전으로 가는 길
조영승, 김귀주, 벽파 대신들... 그 외 대신들 엄숙한 분위기로 우르르 몰려 간다.
S#32. 정조 서재 / 낮
정조, 굳은 얼굴로 앉아있고, 그 옆으로 홍국영 있다.
홍국영 : 전하, 대신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조 : 저들이 바라던 대로, 어진화사는 실패하였다. 저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앞으로 과인을 공격해 올 것이다.
홍국영 : (보면)
정조 : 저들의 행동은 어떠한가?
홍국영 : 두 화공에게 참형을 내릴 것을 주장할 것입니다.
정조 : 과인은 두 화공을 잃고 싶지 않다.
홍국영 : 전하, 지금은 조금 물러서야 할 때입니다. 두 화공 모두를 살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정조 : (잠시 고심한후, 이내 결심한 듯 일어선다) 가자.
S#33. 편전 / 낮
대신들 고개 조아리고 있고,
정조, 정좌한 채 대신들 한번 둘러본다.
정조 : 과연 자네들 모두가 어진화사의 책임을 묻고자, 이곳에 온 것인가?
영의정 : 그러하옵니다. 전하. 이번 어진을 훼손한 일은, 조선의 국체를 뒤흔들만한 대역죄로서 마땅히 그 죄를 물어,
이 나라 조선의 근본을 바로 잡으심이 옳은 줄 아옵니다.
정조 : 그런가?
이조판서 : 예 전하. 이는 왕권에 대한 전면 도전이며, 역모입니다. 혹 배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됩니다.
홍국영 : (걱정되는 얼굴로 정조 보면)
조영승 : (착잡하다는 듯) 전하의 가장 측근에 있던 자들이, 어찌 전하를 배반하고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죄인은 반드시 극형으로 다스려 대역죄인의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김귀주 : 참형에 처함이 마땅할 줄 아옵니다.
벽파 : 그렇사옵니다, 전하. 그런 자들을 살려두신다면, 어느 백성이 이 나라의 근본을 존중할 것이며,
어느 신하가 전하를 군신으로 받들 수 있겠사옵니까?
김귀주 : 두 화공에게 참형을 내리소서. 전하.
대신 : 하오나 전하, 수종화사인 신윤복은 직접 어진을 훼손했으니 마땅히 참형을 받아야 하겠으나,
화원 김홍도에게 극형은 과한 처사라 생각하옵니다.
조영승 : (말채서) 과하다니요. 수종화사가 그런 불충한 죄를 지었으니, 책임화사로써 마땅히 벌을 받아야지요.
그것이 당연한 처사가 아니겠습니까?
김귀주 : 화원 김홍도는 어진화사에 쓰일 안료 또한 관리하지 못하였습니다. 엄중히 다스림이 마땅할 것입니다.
정조 : 화원 신윤복은 어진을 훼손하였고, 수종화사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김홍도는 마땅히 그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나아가, 어진화사의 재료인 주사를 분실한 화원 김홍도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도화서 수장들도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나아가! 어진화사를 책임지고 수행하지 못한, 자네들 또한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일동 : (놀라서 보는)
정조 : 모두 함께 책임을 지겠는가! 대답하라!
일동 : (서로 눈치보면서 불만스럽게 웅성웅성)
조영승 : (불편한 심기로) 전하! 이는 부당한 처사이고 억지이옵니다. 냉정함을 찾으셔야 합니다!
김귀주 : 지엄한 국법에 따라 죄인들을 엄중히 다루심히 마땅하옵니다.
벽파들 : (각각 동조한다는 반응들)
홍국영 : (나서서) 전하, 화원 김홍도에게 참형은 과한 처사이오나, 어진을 훼손한 화원 신윤복은 참형이 마땅한 줄 아옵니다.
신들의 뜻을 절충하시어 옳은 결정을 내리소서.
정조 : (괴로운 정조의 얼굴에서)
S#34. 의금부 앞 / 낮
양 쪽에 파수꾼, 창으로 막고 있고... 이인문 그 앞에 서 있고, 신한평이 달려온다.
신한평 : 어찌 되고 있는가? 판결이 났는가?
이인문 : 곧 판결을 할 것입니다.
신한평 : (의금부 안쪽을 보는)
S#35. 의금부 마당 / 낮
홍도와 윤복, 의금부 마당 가운데 의자에 묶여 있고, 중앙에 판의금부사의 의자 비어있다.
그 아래로 의금부원들, 기록인, 금군들 둘러 서있다.
판의금부사 걸어와 중앙 의자에 앉는다. 한켠으로 홍국영 서있고,
홍도 : (고개 숙이고 있는 윤복을 보는)
판의금부사 : (두루마리 펴고) 판결을 하겠다.
윤복 : (고개 들어 판의금부사 보는)
판의금부사 : 판결을 하겠다. (홍도를 보며) 죄인 김홍도는 어진화사를 맡은 주관화사로써 그 죄를 엄중히 다스리는 것이
마땅하나, 주상전하의 선처를 입어 이와 같은 판결을 한다. 죄인 김홍도, 도화서 화원 자격을 박탈한다.
윤복 : 스승님...
판의금부사 : (윤복 보며) 죄인 신윤복은 주상전하의 어진을 훼손한 죄를 엄중히 물어,
국법에 따라 참수형으로 그 죄를 다스리도록 한다! 집행은 사흘 후, 이 곳 의금부에서 하도록 한다.
윤복 : (충격으로 굳고)
홍도 : (하얗게 질리며) 그럴수는 없습니다! 책임화사로 이 아이를 다스리지 못한 저의 잘못이 더 클것입니다!
윤복 : 스승님!!
금군 : (홍도의 포박줄을 풀어주고)
홍도 : 저 아이를 살려주십시요! 목숨만...목숨만은 살려주십시요! (금군들에게 끌려가며, 홍국영을 보며) 전하를 뵙게 해주십시요!
도승지 어른! 저 아이를 죽게 두고 저 혼자 살수는 없습니다!
홍국영 : (괴롭다, 홍도를 외면하고)
홍도 : (금군들에게 끌려가며) 윤복아! 윤복아!!
윤복 : (홍도를 보는)
S#36. 의금부 밖 / 낮
신한평, 이인문, 정숙, 기다리고 있는데... 홍국영 나온다.
신한평 : 어찌 되었습니까?
홍국영 : (입 꾹 다물고 있다가) 화원 신윤복은 사흘 뒤..
신한평 : (홍국영 간절히 보면)
홍국영 : 참수형에 처하게 되네.
신한평 : (휘청 하고) 말도 안돼! 이건... 말도 안돼...
이인문 : 김홍도는 어찌 됩니까? 예?
홍도소리 : 놔라! 놓으란 말이다!
일동 : (소리나는 곳을 보면)
홍도 : (금군들에게 끌려나온 홍도, 바닥으로 내쳐지고) 윤복아! 윤복아!
정숙 : 홍도 오라버니! (달려가고)
신한평 : (충격인 얼굴로) 그럼... 우리 윤복이만 참형에 처하는 것입니까?
홍국영 : (끄덕인다) 나도 마음이 아프네.
신한평 : (바닥으로 털썩 주저 앉는다)
S#37. 정조의 서재 앞 / 낮
홍국영의 뒤를 따르는 홍도, 서재 앞에 멈춘다.
홍국영 : (나지막히) 의금옥에 있는 동안 자네 걱정을 많이 하셨다네.
홍도 : (대답없이 굳은 채로)
홍국영 : 전하, 김홍도 도착하였사옵니다.
정조소리 : 들게 하라.
S#38. 정조 서재 / 낮
정조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홍도.
정조 : (일부러 냉정한) 그 화공의 일은 유감이네.
홍도 : 전하!
정조 : 길게 말하지 않겠네. 과인은 그 화공을 용서할수 없네. 국법에 따라 죄인을 다스림이 마땅하지 않겠나.
이미 과인의 손을 떠났으니, 그리 알도록 하게.
홍도 : 그 어린화공을 살릴수 있는 유일한 분은 전하뿐입니다. 부디, 굽어 살펴 주소서.
정조 : 그 자는 과인의 오랜 숙원이던 어진화사를 망치고, 그것도 모자라 제 손으로 어진을 훼손 하지 않았는가!
과인이 그토록 간절히 세우고자 했던 정통성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네! 그런데도 그 자를 살리라 하는가!
홍도 : 전하께서 어진에 담으신 뜻이 얼마나 지엄하고, 간절한 것이었는지를 소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정조 : 그런 자네가! 일을 이지경이 되도록 만들었는가!
홍도 : 전하, 모두가 제 불찰이옵니다. 부디 소인을 대신 벌하시고, 철없는 어린화공의 목숨만은 지켜주시옵소서.
정조 : 과인은 지금 혼자 있기도 너무나 고독하다. 자네가 어떤 충언을 한들, 내 마음이 그 말을 듣을수 없을 걸세.
홍도 : 전하...
정조 : (단호하게) 더 이상은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네. 나가보게!
홍도 : 전하...!!
내관 : (들어와 홍도 붙든다)
정조 : (돌아 앉는다)
S#39. 옥 / 밤
나무 살 사이에 놓고 앉은 윤복, 그리고 앞에 와서 서는 신한평.
신한평 : (옥사 사이로 손 넣어 윤복의 멱살 잡고) 네 놈이 제정신이냐?
윤복 : 아버지,...
신한평 : (윤복의 멱살 잡은 채) 네 놈이 지금껏 무엇 때문에 살아왔는지, 정녕 잊었냔 말이다!!
윤복 : 아버지..
신한평 : 내, .. 어진화사를 수행하고, 자비대령화원이 되어 고령신씨의 가문을 빛내라, 그리 가르쳤거늘!!
윤복 : 죄송합니다.
신한평 : 듣기 싫다!! 네 놈은, 우리 가문을 풍비박산 낸 놈이다! 이제부터, 난 네 아버지가 아니다.
다시는 내 앞에 얼씬도 하지 말거라!
윤복 : 아버지!!!
신한평 : 아버지라 부르지 말라 하지 않느냐!! (나가고)
윤복 : 아버지! (엎드리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S#40. 옥 밖 / 밤
S#41. 길 / 밤
신한평 걷는데,
신한평 : 내 잘못했다... 잘못했어.. 영복아..(눈물 참느라 일그러지며) 내 욕심이.. 너를 죽였다. (털썩 주저앉아 꺽꺽 울면)
지나가는 남자 둘, 이상한 듯 쳐다보고..
S#42. 도화서 / 화원회의실 앞 / 낮
화원회의실로 거칠게 걸어가는 홍도.
다른 화원들, 얘기하며 천천히 들어가고..
S#43. 도화서 / 화원 회의실 / 낮
원로들 찜찜한 얼굴로 앉아있고, 별제, 비스듬히 앉아 홍도 보고 있다.
홍도 : 별제 어른께서도 보시지 않았습니까? 저들은 애초에 어진의 흠을 잡으려고 작정한 자들입니다!
장벽수 : 허나, 어진의 양식에 맞지 않는 그림을 그린 것은 사실이 아닌가?
홍도 : 그것은 주상전하의 의지입니다. 어진은 그림으로 군왕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아닙니까? 선왕 폐하의 어진에 비해
많은 차이가 있긴 하나, 그것은 기본적으로 초상의 양식에 어긋남이 없는 그림입니다!
장벽수 : (자르며) 그것은, 어진의 양식에 맞지 않을 뿐더러, 안료도 주사를 쓰지 않았네. 그 그림은 필부필부의 초상일 뿐
어진이 아니야! 그렇지 않습니까?
원로들 : (그렇지/ 끄덕이고)
홍도 : (그들 보자 더 눈 돌아) 같은 화원으로서, 화원이 죽어 가는데!!! 보고만 계시겠다는 말입니까?
장벽수 : 그 아이의 사정이 딱하지 않은 것은 아니네.
홍도 : (무릎 꿇고) 별제 어르신!
원로들 : (놀라고)
이인문 : (홍도 일으키며) 여보게. (속상해) 왜 이러는가?
장벽수 : (홍도 슥 보고)
홍도 : 별제어르신, 구해주십시오. 그 아이를 구해 주십시오 어르신!
장벽수 : 아무도 그 아이에게 어진을 찢으라 하지 않았네. 이번 일은 그 아이가 스스로 책임질 일이네. 자네도 동참화사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하네. 알겠는가? 이 일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 끝내기로 하세. 갑시다. (일어서면)
홍도 : (앞을 막으며) 어르신!
장벽수 : 천하의 단원이 무릎을 다 꿇다니..
홍도 : (무릎 꿇은 채로 절박해 지는데)
장벽수 : 여간 마음아픈 것이 아니야. (어깨 툭툭 치고 가면)
S#44. 빈청 / 낮
모여 앉은 벽파들.
조영승 :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 주상께서 다시 어진을 그리자는 말을 꺼내지 못할겝니다.
벽파들 : (웃고)
조영승 : (진지) 주상께서 또 무슨 말을 어찌 할 지 모르니, 이 일을 끝까지 확실히 처리해
주상전하께 신권의 무서움을 보여야 합니다.
벽파들 : (진지하게 서로 보고)
김귀주 : 김홍도를 이렇게 살려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S#45. 옥 / 낮
윤복, 구석에 쭈그리고 눈감고 있고..
S#46. 김조년의 집 / 팔각 거실 / 밤
장벽수, 김귀주, 조영승, 기분좋게 술 마시고, 그들 앞에 가야금 켜고 있는 정향 보인다.
김조년, 술 마시며 정향 보고.. 정향 뒷쪽에 막년이 앉아있다.
김귀주 : 일이 되려면 가만히 있어도 감이 떨어진다더니, 때마침 어진을 찢을 줄이야!
장벽수 : 어린놈이, 무얼 모르니 그리 한 것이지요. 그 놈도 생각해 보면 안됐소. 그 일로 꼼짝없이 죽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김조년 : 재주가 과한 것이 화를 불렀나 봅니다.
김귀주 : 재주라니? 그 어리섞은 화공이 아깝기라고 한 것인가?
김조년 : 그저, 보통내기는 아니란 생각이 들어 해본 말입니다.
조영승 : 신윤복이라 하였던가?
정향, 막년 : (놀라면)
김귀주 : 예. 외숙. 금부에서 참수형을 선고받았으니, 이제 책임을 맡은 단원 그 자도
더 이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지 않을 것입니다.
일동 : 하하하..
정향, 고개 숙이고 있다가, ‘참수형’ 소리에 순간 잠시 손 멈추고..
정향(소리/ 가야금 뜯는 정향 위로) :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지? 화공이 .. 죽는다는 소리인가?
정향, 가야금 뜯는데,
김조년, 신경 곤두세워 정향의 가야금 소리 듣다가, 뭔가 눈치챈 듯 정향 보면..
정향, 애써 아무렇지 않은 도도한 얼굴로 가야금 켜지만.. 손이 떨리고 있다.
그런 정향을 날카롭게 보는 김조년(정향의 가야금 소리가 바뀐 것을 느낀 것이다).
S#47. 김조년의 집 / 정향의 방 / 밤
정향, 방에 들어와 앉지 못하고 서서 망설이고, 막년은 가야금 가지고 들어와 한 쪽에 곱게 놓는데..
정향 : 너도 들었니? 화공이.. 화공이, 참수형을 당한다고.. (막년 보고)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 그렇지?
막년 : 아씨...
정향 : 화공을 만나러 가겠다.
막년 : 어찌 말입니까? 주인어른께서, 눈에 불을 켜고 계신데..
정향 : 만나야 해!! 화공이... 화공이, 죽는다고 하지 않느냐!!
S#48. 이인문의 집 / 홍도의 방 / 밤
이인문 앉아있고, 홍도 왔다 갔다하며,
홍도 : 그 아이를 살려야 하네. 어떻게든 살려내야해.
이인문 : (안타까워) 주상전하 앞에서 어진을 찢은 대역죄인이네. 자네가 무슨 수로 살릴수 있겠나?
홍도 : 뭐든 해봐야지. 할수 있는건 모조리 다!!
이인문 : 이번 일로 자네한테 까지 화가 미칠까 걱정되네.
홍도 : 상관없네. 그 아일 지키지 못할 바엔 같이 죽는게 나을지도 몰라.
이인문 : 자네 지금, 그게 할 소린가!
홍도 : 이렇게 또 잃을수는 없어. 스승님과 서징을 지켜주지 못했던 것 처럼, 이 아일 그렇게 보낼수는 없어.
이인문 : (안타까워) 십년전 그 일도, 이번 일도 자네 때문은 아니질 않나?
홍도 : (문쪽으로 나가는)
이인문 : 어딜 가는가?
홍도 : (대답 없이 나가고)
S#49. 길 / 밤
평상에 앉아있는 홍도, 그 위로,
(insert : 옥 안에 갇힌 윤복의 모습. 영복의 죽음을 보고 오열하는 윤복의 모습)
S#50. 궐 밖 / 밤
갓 벗고, 도포 벗어 옆에 놓는 홍도. 흰 바지 저고리를 하고, 무릎꿇고 앉아 있고,
홍도 : (엎드려) 주상전하. 어린 화공을 살려주십시오. 주상전하!
S#51. 정조의 침소 / 밤
정갈하게 앉아, 서예를 하는 정조. 마음을 닦으려고, 정신을 집중해 쓰는 정조.
정조, 붓 잠시 멈추고, 무거운 마음에서,
S#52. 몽따쥬
. 궐밖/밤, 홍도, 흰 바지저고리 하고, 석고상처럼 앉아 있다.
. 궐밖/아침, 홍도, 흰 바지저고리 하고, 석고상처럼 앉아 있다.
. 궐밖/아침, 궐안으로 출근하는 조영승, 벽파 대신들, 홍도를 보고 수근 거리고 비웃으며 지나간다.
출근하는 홍국영, 홍도를 보자 심난해 지는 표정에서,
S#53. 정조의 서재 / 낮
정조, 서책을 읽고 있다.
홍국영소리 : (문밖에서) 전하, 홍국영이옵니다.
정조 : 들라.
홍국영 : (들어와 앉는다)
정조 : 이른 시각에 무슨 일인가?
홍국영 : 궐 밖에 화원 김홍도가 읍소(주 :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하소연 함)를 하고 있습니다.
정조 :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과인은 더 듣고 싶지 않다. (서책으로 시선주는)
S#54. 밤길 / 밤
쓰개치마 쓰고 밤길을 바삐 걷는 정향. 그리고, 그 옆, 불 들고 걷는 막년 보이고..
막년 : 아씨, 정말 괜찮을까요? 이렇게 마음대로 나와도?
정향 : 당장 목을 내놓으라 할지라도, 가야 한다. 화공을 만나야 해. (가면)
S#55. 옥 앞 / 밤
막년, 귀한 보물 옥리에게 건네주면, 옥리, 그것 들어서 뜯어보고 만족.
옥리 : 들어가시지요.
쓰개치마 쓰고 뒤돌아 있던 정향, 먼저 들어가고, 막년이 꾸벅 인사하며 뒤를 따른다.
S#56. 옥 / 밤
정향, 나뭇살 사이로 보이는 형편없는 죄수들 보고 가슴 아프고,
그들 중.. 한 옥 안에,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선잠 든 윤복 모습 보인다. 초췌한 몰골..
한없이 가슴아픈 정향.
정향 : 화공.
윤복 : (선잠 자고 있고)
정향 : 화공!!
윤복 : (눈 감고 있다가 스르르 고개 돌리면)
마치 꿈과 같이, 윤복의 눈 앞에 나타나는 정향의 모습.
윤복 : (힘없이, 정향 보며) 이것은 꿈이오? 아니면 내가 죽은 것이오?
정향 : (눈물 그렁) 화공.. 어찌 이리 된 것입니까?
윤복 : 미안하오... 모든 것이.. 미안하오.
정향 : (눈물 흘리며) 미운 사람. 행복하라, 그리 빌었는데.. 어쩌자고 이 꼴이 되셨단 말입니까?
윤복 : 울지 마시오. (창살 너머로 정향의 볼에 흐르는 눈물 닦아주면)
정향 : (눈물 흘리며 윤복 얼굴 보고) 언제입니까?
윤복 : 이틀 후..
정향 : 제가..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화공.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화공을 구할 수 있다면. (윤복 보면)
윤복 : (가슴 아파) 울지 마시오. (거짓말) 스승님께서 방도를 찾고 계시니, 잘 해결될 것이오.
정향 : 그것이 사실입니까?
윤복 : (끄덕이고) 곧 나갈 수 있을 것이오. 그러니, (창살 잡은 정향의 손 감싸쥐며) 심려 놓으시오.
정향 : (윤복 손에 있는 흉터 보자, 가슴 아프고) 어찌합니까.. (눈물 흐르며) 다시 화공을 만나면, 웃을 일만 있기를..
절대 울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윤복 : (안타까워 정향의 볼 타고 흐르는 눈물 닦아주면)
정향 : (윤복의 손에 볼 맡기고 윤복 보는) 방도를 찾겠습니다.. 이년, 비록 집안에 묶인 몸이지만, 할 수 있는 모든 방도를 찾아,
화공을 살리겠습니다.
윤복 : (안타까워 정향 보고)
S#57. 정조의 침소 앞 / 낮
S#58. 정순왕후 처소 / 낮
정순왕후, 조영승, 김귀주 앉아있다.
정순왕후 : 김홍도 그 자를 쉽게 포기할 주상이 아니지요. 싹을 잘라버릴 좋은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조영승 : 허나, 이제 주상께서 다시 어진을 그리자는 말은 쉽게 꺼내진 못할겝니다.
김귀주 : 예, 단원 그자도 이제 도화서를 영영 떠나게 되었으니, 심려 놓으십시요.
정순왕후 : 단원... 주상 옆에 그 자가 남아있다는 것이 불안 합니다. (찜찜한 표정에서)
S#59. 궐 밖 / 밤
홍도, 변함없이 같은 자세로 무릎 꿇고 있고, 금군 두명 양쪽에 화로를 놓고 궐문을 지키고 있다.
궐 밖을 나오는 조영승, 김귀주, 벽파들... 홍도를 그냥 지나 치려다,
맨 앞에 조영승 걸음 멈추자 모두 서고,
조영승 : 이렇게 흉한 꼴로 주상전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연유가 무엇이냐?
홍도 : (대꾸하지 않고)
조영승 : 뻔뻔한 사람 같으니, 썩 일어나서 돌아가지 못하겠느냐?
홍도 : (흔들림 없이 그대로)
김귀주 : (조롱하듯) 대역죄인인 그 화공을 위해 목숨이라도 내놓을 작심인가 봅니다.
벽파 : (비웃으며) 화공에겐 목숨보다 귀한 것이 붓질을 할수 있는 손이 아닙니까?
조영승 : 진심으로 그 아이를 대신해 목숨을 내놓겠다 그말이지? 허허, 참으로 감동스런 장면이로군.
홍도 : (흔들림 없이 그대로)
김귀주 : 정녕 자네의 진심이 그 아이를 살리고자 함인가? 어진을 망친 것 이 두려워
다시 주상전하의 마음을 얻어 보겠다 머리쓰는 것이 아니구?
조영승 : (비웃으며, 흘리듯) 범을 잡기위해 덫을 놓았더니, 엉뚱한 쥐새끼만 걸렸군 그래. (끌고 지나가려 하면)
홍도 : 진심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십니까?
일동 : (걸음 멈추고 돌아본다)
홍도 : 사람의 진심이란 것을 아직 모르시는 것 같으니 감히 제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일어나고)
홍국영 : (궐 안에서 나오다 광경을 본다)
홍도 : (소매 휙 걷고, 오른 팔 들어 보이며) 화인에게 이 손은 생명과 같습니다. 이 손을 내어 놓겠습니다.
어차피, 저를 내치려 놓은 덫 아니었습니까?
김귀주 : 뭐라? 저런
조영승 : (김귀주 제지하고)
대신들, 잔뜩 긴장해 보고.. 금군들도 홍도 보고.. 홍국영, 홍도 본다.
홍도, 조심스럽게 화로 가까이로 가져가고, 탁탁 타오르는 숯.
홍도, 숯 속으로 집어넣는다.
경악하는 대신들. 홍도, 대신들 보고, 홍국영 홍도 보는데...
홍국영 : (황급히 홍도 옆으로 오며) 지금 무얼 하는 것인가!! 어서 그 손을 거두게!!
홍도 : (화로속에 손 넣은채로) 어린 화공의 목숨을 구해주십시오!
-12 부 끝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