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거리에서 말하자면 화산파의 기,검 두 종파의 상호간의 의견 차이로 자기 편끼리 서로 싸우는 상황이라든가 일월교와 오악검파간의 정사의 다툼으로 인한 불구대천의 원수 관계는 모두 이 '벽사검법'에서 기인한 것이다. 다만 이 '벽사검법'은 원래 '벽사검법'이라고 불렸던 것이 아니라 <규화보전>이라고 불렸으며 무학 중의 지고무상한 비급으로 중시되던 것이었을 뿐이다. 후대로 내려오면서 일월교의 교주 동방불패는 이 규화보전(벽사검법)을 연마했기 때문에 무공의 천하제일인이 되었으며 또 바로 이 무공을 연마했기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잃게 되었던 것이다.
임진남의 아들인 임평지는 진정한 벽사검법을 연마했기 때문에 부모와 집안의 원수를 갚게 된다. 좌랭선은 진짜를 연마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악파'와 병파의 장문인 자리를 놓고 싸움을 벌일 때 악불군에게 패하고 말았으며 화산 장문인이자 임평지의 사부이면서 악부인 악불군은 이 벽사검법을 연마했기 때문에 뜻하지 않게 '오악파'의 총 장문인이 될 수 있었다. 최후로 벽사 검법을 연마한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좋은 임종을 맞을 수 없었다.
따라서 <소오강호>의 전체의 고사와 줄거리 및 구조상으로 말하면 모두 이 벽사검법으로 묶여 있으며 이 벽사검법과 무관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영호충마저도 이로 인해 누명을 쓰게 되었고 임아행은 이로 인해 살아날 수 있었으며 일월교 교주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던 것이다.
이 벽사검법 혹은 <규화보전>은 가히 '범상하지 않은 물건'이라 할 수 있으며 명백한 '사문의 무공'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아주 대단하고 대적할 상대가 없기는 하지만 음독한 사문으로 아주 음산한 것이다. 반면에 바로 이것이 음산하고 신비하면서 음독한 사문이었기 때문에 이 무공이 아주 대단하고 대적할 상대가 없게 될 수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 오묘한 비밀은 바로 그것이 몇백 년 전의 환관이 만든 것이라는 데 있다. 그것은 연공하는 '비결'의 첫번째 관문은 바로 '신공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칼을 들고 거세해야'하는 데 있었으니 우선 자신을 음도 아니고 양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괴물로 만들어야 이 사문의 무공을 연마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무공은 명백히 '비인간'혹은 '비인성'을 지닌 자만이 연마할 수 있었다.
화산파 기종의 시조인 악소와 화산파 검종의 시조인 채자봉 두 사람은 원래 사이 좋은 사형제 였는데 복건 포전의 소림사 하원에서 몰래 <규화보전>을 두 사람이 각각 반씩 훔쳐 본 뒤에는 기 검의 양 종파로 갈라져 서로 끊임없이 싸우는 관계로 변하고 말았다.
소림사 하원의 주지 스님인 홍엽 선사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제자 도원 선사를 보내 악소와 채자봉 두 사람이 이 무공을 연마하지 못하도록 했으나 하필이면 이 도원 선사가 두 사람이 얻은 '무공'을 전부 얻게 되어 임도원(바로 복위 표국의 창시자이자 임진남의 조부)이 되게 된다.
또한 마교는 화산파의 악소 채자봉 두 사람이 <규화보전>을 얻었다는 것을 알고 십장로를 보내 화산을 공격하여 오악검파의 기종과 검종을 모두 이겨 마침내 <규화보전>의 나머지 비급을 얻어 결국 후에 일월교 교주가 된 동방불패가 무공의 천하 제일인이 되게 된다.
우리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벽사검법(규화보전)이 이 <소오강호>의 관건이 되는 까닭은 그것이 소설의 줄거리와 고사 서술의 중심 원인인 이유라는 점에 있지 않으며 또 이 무공이 '비인성'적인 사문의 무공이라는 점에 있는 것도 아나다. 그것은 원래 궁중의 태감이 만들어 낸 무공이며 또한 겅호의 패주가 되어 '천추만재 일통강호'의 권력을 탈취하고자 도모하는 정치 투쟁의 도구가 되었다는 점에 있다.
공공연히 공격하거나 남몰래 암투의 목적은 이 무공을 완성하여 강호의 패권을 잡자는 데 잇었고 '칼을 들어 거세하는' 목적 역시 정권을 잡아 무림의 패주가 되자는 데 있었다. 따라서 이 벽사검법 혹은 <규화보전>이 진정으로 사문의 악독한 무공이라는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수히 피를 흘려 강호에 무한한 분쟁을 일으킨 데 있는 것도 아니고 칼을 들어 스스로 거세하여 인성을 변화시킨 데 있는 것도 아니며 바로 궁중에서 정권 탈취의 도구로 쓰였다는 데 있다. 다름아닌 '정치 투쟁'의 도화선이자 상징이 된 것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