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동 은수 목욕탕
/ D.H.Shine
동네 은수탕, 뿌연 김 속으로 들어서면
계백이 있고
유신과 기파랑, 을지문덕이 있다
관창과 온달, 마의태자도 있다
한때 다른 깃발 아래서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던 이들,
저마다 붉게 달아오른 등판을 내맡긴 채
묵은 세월의 때를 밀어낸다
칼날이 스쳐 간 오래된 통증
뜨거운 물속에서 희미해질 때
계백이 슬며시 다가와
거친 등을 내밀며 웃는다
— 여보시게, 거시기하게 좀 부탁함세
온달은 말없이 곁에 앉아
고단한 몸을 물속에 깊이 묻는다
칼도 깃발도 벗어놓은 알몸들
이긴 자도 진 자도 없이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동안
천장에 맺힌
이름없는 물방울 하나
수면 위로
툭,
창문에 김이 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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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동 은수 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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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러네.
이름 지우면 그저 알몸들..
물방울 수면 위로 툭,
시간 건너 홀로 살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