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 프로에서 넷플 드라마 트렁크를 소개했습니다
공유, 서현진이 나온다고, 흥미로운 스토리로 시선을 잡아끕니다
두 배우는 여기저기 나와 인터뷰도 많이 했더군요
늘 그렇듯 무신경하게 화면 한 켠에 틀어놓고 슬쩍슬쩍 봤는데
흥미로운 스토리에, 화면이 참 이뻤습니다
특히 마지막에는 봄날은간다 가 떠올랐습니다
드라마를 마치고 흥미가 생겨 트렁크 원작소설을 찾아 봤습니다
71년생 김려령 작가의 2015년 작품이네요
결정사, 결혼정보회사가 그 때도 그런 잡음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재혼 전문 결정사는 방송 광고가 안된다는 소문까지 있습니다
작가는 그런 발상을 격조 있는 직업으로 포장해 주인공의 삶을 이끌어 갑니다
소설은 건조하다 느껴질만큼 담백하고 여백이 많습니다
분량이 적어 금방 읽겠네 했는데, 의외로 진도 빼기 쉽지 않네요
드라마가 훨씬 풍성해졌습니다
동성애 코드를 뺐고 스릴러 요소를 듬뿍 넣었네요
원작에 없던, 주인공의 조정 취미는 앞의 글 레슨인케미스트리 와 공통입니다
제법 괜춘한 운동인가 봅니다
누가 내게, 당신의 이십대는 어땠나요? 물으면, 대답이 마땅치 않다
트렁크, 여행이요? 그럴수도 있겠네요. 좋았겠어요. 글쎄요
십대 때 원한 이십대가 아니었다. 벌써 서른이다
삼십대를 마치며 또 후회하고 싶지 않다
내 삶을 꾸역꾸역 구겨 넣고 다녔던 트렁크를 버려야 한다
손 안에 꼭 쥘 수 있는 있는 금장단추,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사막은 남편의 결혼 생활에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내게는 세상 전체가 사막이었다. 살아 남는게 오히려 신기하고, 타인의 갈증에 무섭도록 냉담한 곳이었다
서걱서걱. 나는 한 모금의 물이 간절했는데 내 입의 침마저 말렸다
고개를 숙이면 그 참에 목뼈를 부러뜨리려 했고, 고개를 들면 날선 칼로 목을 치려 했다
뭘 원하시는겁니까. 복종
골목대장만 됐다 싶어도 눈에 보이는게 없는 인간들이 많았다
사랑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찰나다
긴긴 정도 단숨에 무너뜨릴 만큼 위력적이다
볕 아래 맘껏 내놓을 수 없는 사랑이었다
내놓으면 내놓은 대로 힘든 사랑이었다
기어이 구석에 처박으려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런 사랑, 모두 꺼내어 볕에 널고 싶다
누구라도 보송보송 잘 마른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사랑 때문에 우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