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 산골에 살고있는 친구 집에서의 하룻밤.
중학교동기 친구들과 함께다. 송지호 인근에 있는 친구의 집은 그림 같다. 넓고 아름답고 쾌적했다.
어떤 과정과 연유로 여기에 살 집을 잡은지에 대해 친구로부터 대략 얘기는 들었지만,
나로서는 재주 많고 속살 깊은 친구의 뜻을 헤아릴 수는 없다.
아무튼 늘그막의 삶을 새로 마련하는 측면에서는 잘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좋았다.
거의 스무나 명에 가까운 우리들 재경마산중학교 16회 동기와 몇몇 내외들이
산골 친구집에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들이 ‘가을 소풍’으로 명명한 이번 나들이는 일종의 ‘작전’에 가까웠다.
서울에서 몇 명씩들 조를 짜 출발지를 배정받아 각각의 마련된 차편으로 따로들 출발해 친구집 근방의
해변가 멋진 카페에서 만나 고성의 푸른 바다를 만끽한 후 친구집으로 갔다.
마당도 넓은 친구집에서는 친구 내외를 비롯해 이미 먼저 도착한 몇 아주머니들에 의해
음식 등 모든 준비가 갖춰져 있었다.
친구 집 텃밭에서 키운 각종 싱싱한 채소들과 강원도 고성 바다에서 잡힌 오징어 등으로
만든 각종의 맛있는 음식 이 마련되고 있었다. 통영 남해바다의 장어도 왔다.
통영에서 수산업을 하고있는 한 동기친구가 먹장어 10kg를 보내 준 것이다.
이런 음식들로 차려진 저녁 만찬은 풍성하고 즐겁고 흥겨웠기에 우리들은 끝간 줄을 모르고 놀았다.
캠프파이어 모닥불에 둘러앉아 옛 얘기와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춤을 추기도 했다.
이런 흥겨움과 즐거움의 뒤 한 켠에 말들은 않지만 우수가 깃들고 있음을 우리들은 잘 안다.
70 나이들의 우리들이 이제는 연년세세 이럴 수는 없는 것,
그러니 언제 다시 이런 즐거운 만남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좀 서글픈 마음들 아니겠는가.
그래서일 것이다. 우리들의 즐거운 밤은 자정을 훨씬 넘기며까지 지속됐는데,
캠프파이어가 끝난 후에도 일부 친구들 몇몇들은 끼리끼리들 앉아 술잔을 맛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