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96개 학교사회복지실을 열 수 있습니다.
이용교(복지평론가)
지난 몇 주동안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요청으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사업’을 수행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평가하였습니다. 필자가 방문한 학교는 4년차가 된 곳이라서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이 사업은 당초 참여정부에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사업’으로 시작되었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투자우선지역사업’으로 그 사업의 명칭이 변경되면서 ‘교육복지’보다 ‘학력향상’에 강조점을 두었습니다.
전국의 60여개 지구에서 300여개 학교가 참여하는 이 사업은 학교에서 교육복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2009년도에 5년차 사업을 마친 후에도 더욱 발전되길 기대하여 봅니다.
이번 사업을 평가하면서 수많은 학교의 복지부장과 지역사회교육전문가 그리고 교육청 관계자들은 이 사업의 의미는 좋지만, 좀 더 내실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단위학교당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역설하였습니다. 현재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학교당 연간 1억 3천만원 내외의 금액이 투자되고, 이와 별도로 교육청에서 ‘자유수강권’사업비 3천만원 내외를 지원하기에 그 금액은 실제로 1억 6천만원 내외가 되고 있습니다.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학교당 연간 7천만원 내외이면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사업’을 알차게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럼 자유수강권을 제외하고도 학교당 약 6천만원 내외의 여유 사업비가 생기게 됩니다.
그럼, 현재 광주광역시교육청의 경우 교육투자우선지역학교가 30여개소이므로 확보된 예산을 나누어서 쓰면 50개 학교로 확대시킬 수 있고, 기존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한 학교(6개교)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책임있게 수행하는 부처가 없다고 해서 중단시킨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복지’라는 말입니까? 아동과 청소년을 위해서 교육복지의 예산을 새롭게 편성하면 좋겠지만, 경제가 어렵다면 기존의 ‘교육투자우선지역사업’의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차원에서도 ‘학교사회복지사업’을 계승할 것을 제안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가족부는 ‘돈타령’만 하지 말고, 지혜가 부족하고 용기가 없음을 반성해야 합니다. 이미 확보된 교육복지예산만을 잘 활용해도 “96개 학교사회복지실을 열 수 있습니다”.
[이용교의 복지평론/ 2008년 12월 20일 작성] lyg29@hanmail.net
다음은 목포대학교 진혜경 교수님이 제안한 글입니다. 진혜경 교수님도 저와 비슷한 취지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참고로 첨부합니다.
-------다음은 진혜경 교수님이 제안한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소식을 접하고 허망함을 느끼며
교육과학기술부에 질의서를 보내고 경향신문에 투고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사실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협회나 학회, 그리고 자문교수, 실천가들이 모두 함께
신문 하단에 성명서를 내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예산안 확보는 지나갔지만,
사실 의지만 있다면 전국 16개시도의 교육복지 담당 부서에서 6개 학교 쯤은 흡수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봅니다.
고작 1억8천만이면 되는 거고
교육복지 1개 학교 비용밖에 되지 않는데
정부에는 점차적인 제도화방안이 착실히 제안되어야겠지만
지방자치단체나 시도교육청이 의지만 보인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혼자 변방에서 떠들기에는 한계가 있고
협회와 학회가 주관이 된다면 저 같이 변방에 작은 사람들이 십시일반 십만원씩만 모아도
신문 하단 광고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개인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지만
처음 내는 광고인데 너무 허접하고 빈한하게 나가는 게 싫어서
함께 고민해보기를 제안합니다.
위 글은 질의와 투고에 냈던 내용입니다.
---------
정말 96개 학교사회복지실을 폐쇄할 것인가?
진혜경
(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 사람의 중요성은 지역사회 자원이 부족하고 이렇다할 서비스가 부재한 지역에서는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성적 압박에 의한 자살과 우울, 왕따 등의 학교폭력, 학교 내에 초등학생 간의 성놀이가 유행처럼 번지며 크고 작은 상처들이 학생간, 그리고 학생과 교사간에 만들어져도 이를 적절하게 다루지 않으면 상처들은 곪아간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20여년 가까이 지켜보면서 내가 맡은 반 아이가 농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해서 결국 1달 후에 세상을 떠났던 일, 반장을 포함한 6명의 아이들이 가출해서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경우,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그 많은 가슴의 멍들이 깊고 깊은 아픔으로 남는다.
나는 그동안 열린교육, NIE 교육, 교단 선진화, 새교육새물결, 정보화, 혁신 등 수많은 교육의 열풍들을 목격하였다. 상상을 초월한 액수들이 별 느낌없이 들어왔다가 몇 년 지나면 또다른 이름으로 바뀌지만, 실제 학교 내에서 변화를 피부로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큰 소리는 아니지만, 작은 울림으로 그리고 깊은 파장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학교 내에 사회복지사가 교사들과 협력하여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학생들을 돌보았을 때 그 변화들이다.
학교에 안나오는 학생의 집에 가서 계속 손을 잡고 함께 등교하며 보냈던 학교사회복지사에 의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게 되었는지, 학생의 집에 아픈 할머니를 혼자 돌보는 것을 보고 동사무소의 전담공무원과 지역사회복지관을 연계하며 가사도우미나 밑반찬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돕고 담임선생님과 함께 학생을 상담하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웃음을 되찾게 되었는지, 창의적재량활동 등 자칫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시간을 지역의 성문화센터, 인권교육, 장애인복지관 등과 연계하며 학생들에게 올바른 성교육, 인권교육, 장애인식 등이 증진되도록 힘을 기울여온 그 러한 일들은 단 한 명의 학교사회복지사라 하더라도 학교 내의 많은 교사들의 지지와 협력 속에서 가능했던 그 큰 변화들 중 일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사회복지는 교육과학기술부는 복지의 일이라고 책임 의식이 없고, 보건복지가족부는 교육의 일이라고 관심이 없는 가운데 그 누구 책임지는 자 없이 전국 96개 학교에서 올해로 사업이 종결되게 되었다. 어떤 사무관, 어떤 장학사, 어떤 국회의원들이 전국 5만명 이상의 학생들, 5천명 이상의 교사들, 10만명 이상의 학부모들에게 고개를 들 것인가?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지 못하는 금액은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14조와 30억의 차이를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1억8천만원은 상상할 수 있다. 인천시나 인천시교육청, 혹은 전라남도나 전남교육청에 1억8천만원이 없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현재 96개 학교는 16개 시도에 초중고 각각 2개교씩 지역당 6개의 학교가 학교사회복지를 실시하고 있다. 고작 3천만원에 인건비와 사업비를 지출해온 것을 감안하면 1억8천만원이면 지금 절실하게 지속되길 원하는 학교에서 계속 서비스가 지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는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의 경우에는 1개 학교 투자 비용밖에 되지 않으며, 따지고 보면 국제고등학교 하나 설립하는 비용인 600억원이라면 전국 2000개의 학교에서 학교사회복지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전국 만여개의 학교 중 1/5이 혜택을 입을 수 있다는 것과 같다. 난 그 돈이 왜 예산안에서 삭감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폭력예방이나 상담의 필요성, 지역사회 연계의 필요성을 운운해왔던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모든 게 말뿐이었다는 것인가? 청소년들의 삶의 질과 교육, 인권, 참여, 지역사회 연계를 주장해왔던 보건복지가족부의 아동청소년정책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이며, 각 시도의 교육위원들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난 24시간 학원을 개방하거나 전국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보는 것이나 학교별 등급을 공개하는 것,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고 외국어 교육시간을 연장하는 것, 이런 노력 중의 아주 아주 작은 관심을 일상적으로 학생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생활에서 누군가가 관심있게 봐주고 교사와 학부모 사이를 중재하며 지역의 자원을 학교로 흡수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해왔던 학교사회복지에 관심을 기울여 주길 원한다.
정말로 2009년에는 전국 96개 학교의 학교사회복지실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인가? 전국 5만명 이상의 학생들을 그냥 스스로 알아서 자살을 하던, 폭력을 당하던 두자는 것인가? 이게 능동적 복지인가? 진혜경 forsci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