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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공연은 매우 특이한 구성입니다. 원래 윤이상의 오보에 협주곡을 하인츠 홀리거가 협연하고 2부에서는 안드라스 쉬프가 슈베르트 음악으로 먼저 워밍업을 하고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이하 Op.15)을 협연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살아 있는 오보에와 피아노의 전설과 잇달아 호흡을 맞추는 드문 기회입니다. 그런데 오보에 협주곡 전에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 및 Liebestod가 추가되었고, 쉬프는 워밍업 프로그램을 슈베르트 대신 브람스로 바꾸었습니다. 홀리거와 쉬프를 같은 날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지만, 하나는 생소한 현대음악, 또 하나는 정마에와 서울시향이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브람스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특히 일주일전 서울시향 공연 역사상 최강의 멤버를 총동원하여 말러 9번 공연을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시의 객원멤버들이 계속 참여할 수는 없는 것이고, 피크를 경험한 젊은 단원들이 일주일만에 다시 집중력을 발휘해서 대가들과 어려운 음악을 같이한다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토요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공연..주차 문제가 보통이 아닙니다. 사실 잘 모르는 윤이상 오보에협주곡은 skip하고 2부만 볼까도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지난주에 이어 계속 멍청한 짓을 할뻔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쉬프의 Op.15보다는 홀리거의 윤이상 협주곡이라고 생각합니다. 15분전 2층 Box석 (서울시향 정기공연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지만, 이 특별공연에서는 무려 S석입니다)에 입장했습니다. 잠시후 무대에 김문홍씨가 입장하는 것을 봅니다. 순간, 가벼운 멘붕 증세.. 지난주의 객원 호른수석이나 루세브(이달 하순에 라디오프랑스 아시아 공연이 있으니)가 빠지는 것은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Op.15 1악장을 어떻게 하려고 페뤼숑이 빠졌을까? 완벽주의자 쉬프가 과연 이것을 순순히 받아들였을까? 공연 감상전부터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첫번째곡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작년 8월, 금년 5월에 이어 세번째입니다. 작년 8월에는 현악파트가 가장 보편적인 규모 편성이었고, 호른 객원으로 라디오프랑스 수석이 참여, 로테르담에서 잉글리쉬호른 객원도 투입, 팀파니는 페뤼숑, 악장은 웨인린, 금년 5월에는 현악파트가 각 2명씩 확대되었고, 호른에 de Waal이 나왔습니다. 악장은 루세브, 팀파니는 김문홍씨, 그리고 오늘은 역시 베이스 10명을 투입한 확대편성, 호른 수석은 에마노프스키, 악장은 웨인린 오늘은 시작부터 템포가 지난 두번보다 완만했습니다. 지난 5월보다 현악파트가 훨씬 듣기 좋은 사운드였습니다. 역시 오보에 패밀리가 좋았고, 무난한 완성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바그너가 끝나고 현악 편성이 14-12-10-8-6 으로 축소되고, 목관은 피콜로, 플룻, 오보에, 클라리넷 2, 바순으로 단촐한 규모, 금관은 호른 2, 트럼펫(바티는 바그너에서 로터리 트럼펫, 윤이상에서 피스톤 트럼펫으로 교체), 트럼본, 퍼커션이 팀파니 포함 3명 홀리거..음..1939년생 맞나요? 예술의 전당에서 오보에 솔로가 이렇게 큰 음량 처음 경험해 봅니다. 고전음악도 아니고 현대음악이라 극단적으로 긴 호흡이 요구되는 패시지도 많고, 음의 높낮이 변화도 심합니다. 1악장과 3악장은 오보에, 2악장은 오보에다모레.. 비록 윤이상 음악이 익숙하지 않지만, 음반으로 이 음악을 감상하라고 하면 과연 집중해서 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황에서 오보에 전설이 연주하는 현대음악은 경이적입니다. 서울시향 또한 젊은 단원들이 아르스노바 시리즈를 통해서 현대음악에 잘 단련되어 있습니다. 홀리거의 솔로가 워낙 압도적이었지만, 각 파트 수석들의 연주도 좋았고, 특히 바티의 트럼펫 대단합니다. (거의 선홍색으로 물든 바티의 얼굴..) 윤이상의 음악..제가 듣기에는 알반 베르그 음악이 연상되는 분위기와 흐름입니다. (서울시향이 베르그의 룰루, 보첵을 잘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연주분량이 많은 협주곡을 연주한 후 홀리거는 앙코르까지 선사합니다. 홀리거가 솔로를 하는 순간,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미성 수석.. 하인츠 홀리거..평소에 얼마나 건강관리를 잘하는지 궁금합니다.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삶을 사는 음악인임에 분명합니다. 오늘 공연 티켓을 구입하신 분들 대부분은 쉬프의 Op.15를 듣기 위해서이겠죠. 연주는 팀파니가 누구이지 확인한 후 예상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 1악장 팀파니의 강렬한 타격과 현악파트의 트릴 부분에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역시 팀파니가 중심을 확고히 잡지 못하고 둔중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1악장 전반부 내내 협연자와 오케스트라의 호흡도 어색하고, 현악파트도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물론 젊은 시절 브람스가 의욕이 넘쳐서 작곡된 Op.15 스코어는 파트간 호흡이 어긋나기 쉬운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팀파니의 비중이 서서히 줄어드는 1악장 후반부터는 쉬프도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고, 오케스트라의 연주 또한 작년 1월 볼로도스와의 Op.83 당시에 비해 훨씬 밀도감 있는 소리를 내어 줍니다. 2악장이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역시 쉬프와 목관파트가 빚어내는 음색이 초가을에 딱 어울리는 즐거움을 줍니다. 오늘의 서울시향 브람스 협주곡은 작년 1월과 12월(바협)에 비해 훨씬 안정된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현악파트가 충분히 역할을 해 주었고, 목관은 기대를 당연히(?) 채워줍니다. 물론 작년 서울시향의 브람스 협주곡이 정기공연 평균수준에 훨씬 미달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고, 오늘 연주도 뜨거운 박수를 보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1월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협주곡의 성격이 "교향곡 + 피아노오블리가토" 라고 하지만, 베이스를 10명이나 투입해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내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협주곡이 끝나고 쉬프는 앙코르를 3곡이나 선사했습니다. 두번째 슈베르트..정말 명불허전입니다. 다만, 제가 느끼기에 작년 1월 볼로도스처럼 쉬프가 브람스의 난해한 스코어를 기술적으로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는 음악자체도 어렵고, 올해 쉬프의 나이 60세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마에와 동갑인데..쉬프가 거의 열살 정도 많아 보입니다. 저에게는 오늘로 이중협주곡을 제외한 브람스의 교향곡과 협주곡을 모두 실황으로 감상했다는 것이 의미있습니다.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도 브람스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어긋나기 쉬운 미묘한 템포..) ![]() 2013년 한해..서울시향 공연과 LSO내한공연 등을 보면서..본질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과연 베토벤 이후 오케스트라 음악에서 팀파니의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 뛰어난 팀파니 연주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지휘자와 다른 단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것인가? 작곡가들이 팀파니의 강력한 효과를 너무 남용한 것은 아닐까? 앞으로 서울시향 공연에서도 언제까지나 "페뤼숑" 타령만 해야 하는지? (당장 10월의 쇼스타코비치 4번, 11월의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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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앗,, 그날 저도 박스석에서 관람했는데.. 저도 쉬프가 정마에보다 10살은 많은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내년 독주회가 마지막 내한 공연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기우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