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마리아님, 주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복되시나이다.”(루카 1,45)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인 오늘은 처녀의 몸으로 메시아 예수님을 잉태하신 성모님께서 자신의 친척 누이이며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을 방문한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오늘 복음인 루카 복음의 말씀은 성모님의 엘리사벳의 방문 이야기를 상세히 전해 줍니다. 그런데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으로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잉태할 것이라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은 마리아가 자신의 친척 누이 엘리사벳이 살고 있는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길을 떠났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마리아가 어떠한 마음으로 홀몸도 아닌 상태로, 그것도 처녀 홀로 그 멀고도 험한 산악지방으로의 여행을 떠나게 하였는지, 그 떠남의 이유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합니다.
마리아는 무슨 이유로 갑자기 친척 누이 엘리사벳을 찾아갔던 것일까요? 그것도 처녀 홀로 아이를 잉태한 몸으로 그 멀고도 험한 여정을 떠나야만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마리아는 친척 누이와의 만남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했던 것일까요?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오늘 복음의 엘리사벳의 대답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엘리사벳은 친척 동생 마리아의 갑작스런 방문 인사를 받고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2.45)
엘리사벳은 마리아가 자신의 집을 방문하여 인사말을 건넬 때에 자신의 태속에 아기가 기뻐 뛰노는 사실을 통해 하느님의 축복으로 얻은 자신의 아이가 마리아의 태 안에 하느님의 성령으로 인해 잉태된 아기가 모든 이를 구원할 메시아임을 미리 알아보며 앞으로 태어날 이 아기가 어떤 분이신지를 예고합니다. 이에 더해 엘리사벳은 그 메시아를 잉태한 마리아의 믿음을 높이 칭송하며 그 믿음을 통해 나자렛의 이름 없는 처녀인 마리아가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온전히 내어놓는 믿음의 자세를 통해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되신 분이라 고백합니다.
이 같은 엘리사벳의 외침은 마리아에게 분명 큰 힘이자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잉태할 것이라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천사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 마리아는 아마도 무척이나 두렵고 떨렸을 것입니다. 믿음으로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기는 하였지만 이 두렵고 떨리는 일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자신 혼자 지키고 간직하는 것이 마리아에게는 정말 죽을만큼이나 두려웠을 것입니다. 이제 곧 배가 불러오게 되면 자신을 바라볼 타인의 시선이 두려웠을 것이고, 정혼자인 요셉이 이 모든 사실을 이해해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또한 두려웠을 것입니다. 이에 마리아는 늦은 나이에 하느님의 은총으로 아이를 갖게 된 친척 누이를 찾아갈 결심을 하고 그 멀고도 험한 길을 홀로 떠났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집 문을 떨리는 마음으로 두드리고 인사말을 건넸을 때, 엘리사벳이 자신에게 하는 첫마디 말을 듣고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위로와 위안을 받았을 것입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보고 이렇게 인사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루카 1,42)
이에 마리아는 기쁨에 넘쳐 하느님을 찬송하는 찬가를 부르며, 자신에게 베풀어진 하느님의 은총을 다음과 같은 말로 찬미합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루카 1,46-50)
이 같은 면에서 오늘 독서의 스바니야 예언자의 시온을 향한 찬미의 말씀은 마치 아기를 잉태하고 그 사실에 두려워 떨고 있는 마리아에게 예언자가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처럼 들립니다.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온아, 두려워하지 마라. 힘없이 손을 늘어뜨리지 마라.” 주 너의 하느님, 승리의 용사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다. 그분께서 너를 두고 기뻐하며 즐거워하신다. 당신 사랑으로 너를 새롭게 해 주시고 너 때문에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시리라.”(스바 3,16ㄴ-17)
이처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시는 은총은 처음에는 우리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고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는 그 엄청남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에게 놀라움과 충격으로 다가오지만 하느님은 그것을 그저 그렇게만 남겨두지 않으시고 우리가 그 크고 놀라운 은총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에게 협조자를 보내주시고 그와 함께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을 허락해 주십니다. 오늘 복음 안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있어서 엘리사벳의 존재가 그러하며 그 둘의 만남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베풀어진 하느님의 은총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것이 바로 우리에게 베풀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또 하나의 선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구약의 스바니야 예언자의 말로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 역시 마리아에겐 큰 힘과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5월 성모님의 기억하는 성모 성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우리가 기억하고 기념하는 성모 마리아와 엘리사벳 이 둘의 관계를 통해 여러분 역시 믿음으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하느님이 여러분에게 보내주시는 천사들을 통해 여러분이 누리는 믿을 수 없는 하느님 사랑의 은총으로 이해하고 그 모든 것을 여러분의 삶 안에서 온전히 받아 누리는 그래서 언제나 기쁨과 행복 속에서 나날의 삶을 살아가시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동정 마리아님, 주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복되시나이다.”(루카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