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서.
1편에서 헤드를 완성했으니 이제 2편에서는 그립을 만들어 붙여야죠.
일반적인 셰이크 FL그립의 형태로 설계했지만 사이즈가 커서 기성품 중에서는 맞는 그립을 구할 수 없으므로 직접 목재를 깎아 만듭니다.
그립 목재로는 삼나무 집성목을 사용했습니다.
삼나무는 무른 목재라 잘 깎여서 작업이 편합니다.
향도 결도 좋지만 무엇보다 가벼워서 넓고 굵은 그립을 만들어도 그리 무겁지 않아 전체 무게를 낮추는 데에 일조하지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셰이크블레이드의 그립 목재는 이탈리아산 파인라인입니다.
세로로 얇게 켠 목재들을 다시 나란히 붙여서 만든 건데 아무래도 접착제가 층마다 들어가 원목보다 무게는 좀 나가지만 그립감과 땀 흡수력이 좋아 많이 쓰이죠.
그 외에 히노끼나 기타 원목들도 종종 보이는데 히노끼보다는 홍송이나 삼나무 같은 애들이 가볍고 색상도 진해 좋습니다.
저는 손에 땀이 전혀 나질 않아서 파인라인까진 필요없고 원목그립에 바니쉬 코팅하는 걸 선호합니다.
그립에 바니쉬로 코팅을 하면 땀 많은 분들은 오히려 더 미끄럽거나 끈적해 싫어하실 수 있는데 저처럼 땀 없는 사람은 미끄럽지 않게 적당히 촥 잡혀서 아주 좋습니다.
삼나무를 재단해서 와이드 FL로 그립 모양 잡았습니다.
제가 손이 크기도 하지만 피스톨그립은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두껍고 넓고 각진 그립이 꼭 필요합니다.
그립 사이즈는
폭 33~44
높이 28.5~31.5
길이 10.9
총무게를 낮추고 헤드 쪽 파워를 높이기 위해 그립 속을 파낼까 하다가 그냥 두기로 합니다.
그립 속을 파내면 그만큼 전체 무게가 내려가는 대신 상대적으로 헤드 쪽 무게감은 올라가 공에 파워가 더 실립니다.
더불어 울림 전달도 강해지죠.
울리는 거 싫어하는 분들이나 실제 무게보다는 체감 무게의 경감을 중요시 하는 분들은 그립 속 채워두는 게 낫습니다.
참고로 실제 무게가 높으면 어깨와 허리에, 체감 무게가 높으면 손목과 팔꿈치에 무게가 더 실립니다.
엘보 통증 있는 분들은 전체 무게도 봐야 하지만 같은 무게라면 무게중심이 그립 쪽에 있는 블레이드를 쓰는 게 좋습니다.
저는 울림이 있는 걸 선호하지만 엘보가 아직 완치된 건 아니므로 굳이 그립 속을 파내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헤드 파워는 피스톨그립과 사이버쉐이프 형상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고도 남을 테니까요.
공룡 작품이니까 친필 'DINOSAUR' 렌즈도 추가.
얘는 우직하고 저돌적인 힘의 상징 'TRICERATOPS(트리케라톱스)'라고 부를까 합니다.^^
예정했던 위치에 그립 잘 붙이고 접합면과 모서리 깔끔히 다듬어 완성.
최종 무게는 108.9g입니다.
예상했던 무게 그대로.^^
아우터 수퍼ZLC로 만든 사이버쉐이프 피스톨그립 블레이드 '트리케라톱스'.
시타가 기대됩니다.
트리케라톱스를 시작으로, 만드는 애들마다 그에 어울리는 공룡 이름을 붙여주려 합니다.ㅋ
브랜드명은 자연스럽게 'DINOSAUR'가 되겠군요.^^
2025년의 즐거운 첫 뻘짓 끝.
다음 뻘짓은 아마 트위스트펜홀드가 될 겁니다.
트위스트펜홀드는 헤드 면과 그립이 수직인 일반적인 펜홀드와 달리 그립의 각을 우측으로(왼손잡이는 왼쪽으로) 30~40도 틀어서 편하게 그립을 잡기만 해도 전면은 숙여지고 이면이 열려 양면 사용을 아주 쉽게 만들어주는 펜홀드 블레이드죠.
검지 걸이 코르크 뿐 아니라 엄지와 검지 놓는 곳 포함, 그립 부분 전체를 다 틀어주는 게 포인트.
이면 사용시 검지가 아주 편한 펜홀드입니다.
틀어진 그립 각도로 인해 백핸드에서 전통적인 전면쇼트는 아예 불가하므로 백핸드를 모두 이면으로만 처리하는 왕하오 스타일 전용입니다.
전면 러버가 롱이나 숏이라면 열린 각의 춉블록 스타일 쇼트는 가능합니다.
엄지 쪽 손날로 타구하는 기존 펜홀드와 달리 포핸드와 백핸드 모두 손바닥으로 치는 듯한 타구면 각도가 기본적으로 만들어지므로 특히 셰이크 유저가 왕하오식 양면 펜홀드로 바로 옮겨갈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겁니다.
특히 기존 일본식펜홀드처럼 검지를 블레이드 중앙의 그립에 걸어놓을 수 있으므로 검지를 펼쳐 사이드로 빼놓거나 그립 사이드 어느 위치에 걸어놓는 스타일에 비해 힘 전달과 컨트롤에서 손실이 덜할 겁니다.
벌써 16년도 더 전에 어느 분이 개발해 사진과 함께 아이디어 소개를 웹에 올리신 건데,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지 아직까지는 저도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아마도 기존 펜홀드의 수직 그립각에 너무나 익숙한 펜홀드 유저들에게는 그립과 헤드의 어긋난 각 차이가 생소해 적응하기 쉽지 않아 큰 호응을 얻지 못했으리라 추측합니다.
탁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나 펜홀드를 처음 잡는 사람, 그리고 셰이크에서 양면 펜홀드로 전향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그 이질감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 무리없이 잘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저처럼 온갖 것들 다 섭렵한 사람 역시.
이질감이 뭐예요?^^
아무튼 무척 획기적인 아이디어라 당시 관심있게 관련자료들을 찾아봤었고 그 후로도 쭉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삶이 좀 여유로워진 이제 와서야 저도 직접 한 번 만들어 써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특별한 거 좋아하는 제가 이런 걸 그냥 묻어놓고 지나칠 수는 없죠.^^
얘도 만들게 되면 작업과정 올리겠습니다.
공룡
첫댓글 이런 능력 가지고 있으면 참 재밌겠다 싶네요. 공룡님의 만들기 세상 만끽 하겠습니다^^
재밌긴 한데.. 피곤해요.ㅋㅋ
열심히 작업하다 보면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지?"하는 생각도 듭니다.
힘들거든요.ㅋㅋ
저 이거 봤어요!!!!
봤는데 어디서 봤는지가 가물가물하네요.
아마도 개발자 분이 아니실까 싶은데...
제가 들른 탁장 다 뒤져(?) 수소문 해 봐야 되겠습니다~ ^^;;
뭐 굳이 찾아볼 필요는..
그냥 하나 만들면 되죠.^^
트위스트 펜홀더 쓰는분 본적 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 분이 만들고 특허까지
등록했다더군요. 그립 직접 잡아보니
확실히 이면은 편합니다. 전면도 못쓸정도는
아니구요.
아, 직접 만나보시고 써보시기도 하셨군요.^^
원래 펜홀더 쓰시던 분들은 트위스트 잡으면 갑자기 그립 각이 틀어져 멘붕이 올 겁니다.ㅎㅎ
특히 포핸드에서 계속 각이 숙여지겠죠.
셰이크 치던 사람은 트위스트의 포핸드 각이 셰이크와 별반 다르지 않아 금방 적응할 거구요.
셰이크 치다 펜홀더 잡으면 포핸드가 많이 열려서 엄지 많이 눌러야 하고 팔꿈치도 올라가는데 말이죠.
특허 등록하신 것도 알고 있어요.
상업적인 목적만 아니라면 제가 하나 쯤 만들어보는 거야 양해하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