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진보성향 안보전문가이자 외교·안보 영역에서 비판적인 지식인들의 네트워크인 '포린폴리시인포커스'(FPIF)의 소장을 맡고 있는 존 페퍼는 15일(현지시간) FPIF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서두를 미국의 인기드라마 <덱스터>로 시작했다. 미국의 대외정책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인기 드라마에 빗대 쉽게 풀어내려는 의도다.
<덱스터>는 어린 시절 참극을 겪은 주인공이 한 경찰에게 입양된 후 법망을 피해가는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연쇄살인마로 활동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도 케이블 채널을 통해 6시즌까지 방영된 바 있는 <덱스터>를 페퍼 소장이 언급한 이유는 덱스터라는 캐릭터가 안고 있는 법적·도덕적 논란에 대한 의문을 미국이 수행하는 전쟁에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논란을 낳고 있는 미군과 미 중앙정보국(CIA)의 무인정찰기(드론)의 공습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 정부는 드론이 민간인 사이에 섞여있는 테러리스트를 선별해 공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라고 주장하지만 오폭으로 인해 무고한 민간인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페퍼 소장은 '살인을 하지만 악당만 죽인다'는 덱스터가 종종 실수를 하듯이 미국도 마찬가지의 실수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민간인 피해 이외에도 드론 공격 자체가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고, 다른 국가들이 드론을 완성해 미국 내 테러리스트를 명분으로 공격을 가한다면 자신들이 세운 논리와 상충할 수밖에 없다. 덱스터의 살인행각이 결국에는 불법인 것처럼 미국도 국제법을 준수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고 페퍼 소장은 촉구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원문 보기)
덱스터의 '이유 있는 살인'과 미국의 전쟁
모두가 덱스터를 좋아한다. 그는 잘생겼다. 그는 도움이 된다. 그는 마이애미 경찰청에서 근무하며 범죄현장의 혈흔 분석 임무를 매우 잘 수행한다. 아, 그가 연쇄살인마라는 부업을 갖고 있다고 말했었나? 걱정하지 말라. 그는 오직 악당만 죽인다. 이는 그를 입양했던 경찰관 부친이 그에게 전수한 '코드'(code)의 일부다. 어린 시절 모친이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것을 지켜본 덱스터는 내부에서 몰려오는 살인 충동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의 부친은 그 충동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돌려 자신의 아들을 보다 나아진 괴물, '연쇄살인마을 처단하는 연쇄살인마'로 만들었다.
덱스터의 코드에는 다른 조항도 있다. '잡히지 마라.' 그는 시신을 처리할 때 매우 꼼꼼하고, 발각되지 않기 위해 거의 모든 일을 할 것이다. 덱스터는 사법체제를 위해 일하지만, 그의 부업은 확실히 법 위에 있다.
▲ 미국 드라마 <덱스터>. ⓒShowtime
쇼타임(Showtime)사가 6개의 시즌을 방영하면서 유명해진 <덱스터>는 성가신 도덕적 질문을 던졌다. 인간이 악한 일을 함으로써 선함을 실천할 수 있는가? 질문을 보다 복잡하게 해 보자. 덱스터는 종종 실수를 해 자신이 정의한 '진짜 악당'에 부합하지 않은 이를 죽인다. 그는 자신의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양심과 씨름하고, 더 중요하게는 그의 부친이 가르친 코드의 패러독스(역설)를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 <덱스터> 이야기의 한 가지 고통스러운 요소는 악당을 처단하려는 그의 노력으로 인해 가끔은 자신과 가깝고 아끼는 이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점이다. 덱스터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역류'(blowback)다.
이 점에서 독자들은 아마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덱스터>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초강대국의 도덕적 셈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미 정부는 (덱스터와) 비슷하게 오래 전부터 연속으로 살인을 해 왔고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하나의 국가로서 이 살인하려는 경향에 대해 갈등한다. 우리는 '오사마 빈 라덴같은 악당들을 죽였을 뿐'이라고 자조하려 애쓴다. 우리는 자신이 가장 훌륭하고 순수한 이유에서 다른 국가들의 문제에 개입한다고 우긴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우리 자신들이 '코드'에서 여러 번 벗어나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했음을 목격했다.
2006년 첫 시즌이 방영된 <덱스터>는 연쇄살인마와 아프가니스탄·이라크·파키스탄에서 '연쇄전쟁'을 벌이는 미국 사이의 유사성을 보여주려 했다. 그러나 여기서 당파성을 벗어던지고 대신 오바마 정부가 요새 한 일을 살펴보자.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FPIF)의 선임 연구원 아딜 사무는 최근 저서 <동등한 가치>(Equal Worth)에서 "최근 오바마 정부에게 보다 인도주의적인 정책을 바라는 희망이 있다"며 "그러나 그런 희망은 중동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되지 않았다. 오바마 정부는 정의가 아닌 보복이라는 오래된 정책을 따라가면서 국가 안보를 책임질 자격이 있음을 입증하는데 열중하고 있다"라고 썼다. 덱스터가 주로 집착하는 주제이기도 한 이 보복과 정의 사이의 갈등은 지난 6일 미국의 무인폭격기(드론)가 예멘에서 알카에다의 고위급 간부인 파르드 알쿠소를 죽였을 때도 드러난다.
알쿠소는 지난 2000년 예멘에서 미군함 콜(Cole)호 폭파사건 계획을 도왔고 이는 확실히 덱스터의 '진짜 악당'이라는 정의에 들어맞을 것이다. 그는 미국인이라면 군인과 민간인 모두 공격하겠다고 맹세했다. 독자들은 아마 우리가 그를 체포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알쿠소는 과거 몇 차례 체포당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9.11 테러가 벌어지기 전 그를 심문했다. 그는 2003년 탈옥했다가 2004년 다시 붙잡혔고 2007년 예멘 정부에 의해 석방됐다. 미 정부는 아마 특수한 용의자 인도 절차를 밟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주로 법을 초월한 살인을 선호했지 용의자 인도 같은 사안에는 손을 땠다.
덱스터는 알쿠소를 제거하는데 대해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법을 초월해 벌이는 살인은 그에게 전부와 같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이 연쇄살인마는 판사이자 배심원이고 사형집행인의 모습까지 한데 갖췄다.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이 그 배역을 맡겠다고 하면 우리는 어떤 기분을 느낄까? 최종 판단을 내리기 위해 우리는 법적 이슈와 대외정책상의 함의,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류'라는 실질적인 문제를 살펴야 한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1월 말 파키스탄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이 운용하는 드론의 존재를 공식 인정했다. 모두가 다 아는 비밀에 대해 말해보자. 비영리싱크탱크 뉴아메리칸파운데이션(NAF)은 오바마 정부 들어 시행된 드론 공격이 부시 정부가 파키스탄에서 처음으로 드론 공격에 착수했을 때보다 6배 늘었다고 계산했다. 예멘과 소말리아, 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공군이 수행하는 드론 작전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대부분 불분명한 미국의 해외 작전 임무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 속에서 2주 전 백악관의 대테러담당 보좌관 존 브레넌은 드론에 대해 보다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한 가지 주장할 수 있는 점은 (드론) 이전에 알카에다 테러리스트와 민간인을 보다 효과적으로 구분할 수 있게 하는 무기는 결코 없었다는 것"이라며 "주변의 조직 손상을 제한하면서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라 불리는 암 종양을 제거하는데 집중하는 레이저 수술장비같은 드론의 정밀성은 대테러 도구로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필자가 외과 수술을 받게 된다면 확실히 브레넌 같은 의사를 찾지 않을 것이다. 내 발가락에 난 종양을 제거하려고 그는 내 다리 전체를 절단하고, 수술을 돕는 간호사의 팔까지 날리고,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의 팔다리까지 실수로 잘라버릴 것이다. NAF는 드론의 오폭률이 17%라고 추산했는데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300~450명의 민간인을 죽였다는 말이다. 이 수치는 비영리 매체 <탐사보도국>(BIJ)이 파키스탄에서 317명의 민간인이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추산한 것과도 부합한다.
드론 폭격에는 주로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알쿠소와 같은) 특정인을 겨냥한 공격으로 유명한 악당을 추적하는 것(personality strike)이다. 다른 하나는 행동패턴이 수상해 보이는 불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타깃으로 하는 것(signature strike)이다. 두 가지 공격 모두 '외과 수술과 같은' 정밀성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전자의 경우 미군의 드론은 탈레반 최고 사령관이라고 추정하던 자베트 아마눌라를 사살했지만 그는 사실 인권운동가였다. 심지어 덱스터라도 후회했을 짓이다. 후자의 경우 미군은 예멘과 소말리아의 단체까지 타깃으로 삼기 위해 '적'의 정의를 확장했고 이에 미 국무부마저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우리 모두가 불편한 감정을 느껴야 한다. 미 대통령이 일련의 개별 타깃을 선정해 초법적 살인을 지시하는 것도 충분히 나쁘다. 그러나 행동패턴을 분석해 가하는 공격은 CIA에게 살상 리스트를 작성하고 (민간인들이) '부수적 피해'를 입게 하는데 보다 많은 재량권을 부여한다. 미국의 온라인매체 <슬레이트>의 칼럼리스트 윌리엄 살레탄이 설명한 것처럼 "파키스탄의 국경 지역에서 CIA는 아프가니스탄 반군과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거나, 아니면 연루되려는 의도를 지난 전투원들을 제거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드론 작전의 범위는 대테러에서 내란 진압까지 퍼져있다."
결국 미국은 덱스터의 '코드'에서 첫 번째 규칙, '오직 악당만 죽여라'를 잘 지키지 못했다. 두 번째 규칙, '잡히지 말라'를 지키는 것은 더 힘들다. 미국은 드론 사용을 최대한 감추고 그럴듯하게 부인하기 위해 노력했다. <롤링스톤>의 마이클 하스팅스가 쓴 드론에 대한 심층보도 기사를 보면 한 전직 미국 관료는 "가장 민감한 폭격 사건에서 자신들이 책임이 없음을 주장하기 위해 CIA는 변호사를 고용해가며 흔적을 가리는 기술을 익혔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때만 보고서를 작성했다. 다른 경우 그들은 보안이 된 전화기를 쓰거나 변호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뒤 조언을 구했다. '이 테이프를 파기하는 행위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나?'라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독자들은 덱스터가 저지르는 일도 명확하게 불법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살인은 불법이다. 그런데 드론 공격은 합법이 아닌가? 그건 전쟁이고, 그들은 전투원이며, 우리도 전투원이고, 우리는 그들을 제거한다. 변호사라도 선임해야 하나?
1970년대로 돌아가보면 미국은 (특정 타깃을 노린 드론 공격 같은) 암살을 금지했지만 9.11 테러 이후 대통령에게 테러 공격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뒤쫓는데 필요한 적절한 군사력을 사용하는 힘을 부여했다. 그러나 미국 시민을 타깃으로 한 살인, 드론 폭격 범위에 있던 순수한 민간인들이 입는 '부수적 피해', 그리고 공개되지 않은 행동패턴에 기초해 이름도 모르는 이들을 타깃으로 정해 공격하는 것은 모두 어려운 법적 의문을 남긴다.
게다가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서 개인을 암살하고 같은 주장을 펼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이나 러시아가 시카고에 사는 위구르나 체첸 '테러리스트'에 대한 드론 공격을 승인하면 미 정부는 드론 공격의 합법성에 대해 다시 생각할 것이다. 다른 나라들 역시 자위권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특정 타깃을 살해하는 행위는 미 의회가 합법이라고 규정하는 법을 통과시켰기에 합법이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국제법 위반 소지를 안고 있고 언젠가는 미국을 타깃으로 한 공격에 쓰일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그 사이에 '역류' 현상은 계속된다. 지난해 한 드론 공격에서 미국은 알카에다군을 이끌던 안와르 알울라키라는 미국 시민을 사살했다. 이후 추가 공격에서 알울라키의 가까운 친척 2명이 제거됐다. <네이션>은 "지난해 10월 알울라키의 16살 난 아들이자 미국 시민권자인 압둘라만과 그의 10대 사촌을 살해한 드론 공격이 모든 예멘인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줬다"라고 전했다.
예멘의 언론인 자말은 "난 미국이 실행한 군사작전이 알카에다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며 "그런 작전들은 알카에다로 하여금 현지의 전례 없는 동정을 얻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말은 그 공격으로 '미국인에게 보복을 해야 한다. 왜냐면 살해당한 이들은 (예멘) 부족의 자손들이며 부족 구성원들은 결코 복수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공동된 목표를 알카에다와 예멘 부족들이 공유하고 수천 명의 '자원입대자'가 생겨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덱스터는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본성에 이끌리는 개인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돕지 못한다. 미국은 개인이 아니며 3억 명 이상의 개인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제도의 집합이다. 덱스터처럼 미국은 피의 세례를 받았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피칠갑을 해 왔다. 그러나 홀로코스트가 오늘날 독일을 규정하지 않고 오늘날의 벨기에가 과거 (콩코에서 대량 학살을 자행한) 레오폴드 2세의 극악무도한 범죄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미국은 (그러한 과거를) 본성의 일부로 두지 않을 필요가 있다. 만약 미국 정부가 덱스터처럼 시스템이 망가졌고, 그래서 진짜 악당들의 행위가 처벌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그들은 덱스터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자신들의 전례 없는 권력과 영향력을 이용해 국제법을 강화하는 것이다.
만약 덱스터가 자수한다면, 드라마는 끝난다. 혼자만의 영광에 도취된 미국은 갑자기 국제법을 충실히 지켜야만 한다는 유사한 결말에 대해 두려워한다. 드론 공격을 늘리면서 오바마 정부는 연쇄살인마로서의 미국의 면모를 너무 오랫동안 보여줬다. 점점 많은 미국인들이 '노'(no)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이 악당짓을 멈추고 제대로 된, 법을 준수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행동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