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새 정부 업무계획’에서 실종된 스토킹 근절 대책>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그러나 법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스토킹 범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하루에 100통 이상 연락하며 피해자를 괴롭히고 집을 찾아가 위협한 사건, 경찰관인 가해자가 직장동료를 스토킹한 사건, 잠정조치가 풀리자마자 피해자를 다시 스토킹하는 사건,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피해자를 스토킹하다 결국 피해자를 살해한 사건 등 지난 한 달 동안만 해도 쏟아지는 기사를 다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행보를 보면, 스토킹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기에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스토킹 범죄를 5대 폭력으로 규정하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7월 26일 법무부의 ‘새 정부 업무계획 보고’에는 윤석열 정부가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제이자 스토킹 처벌법의 주요 개선과제로 지적되는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에 관한 내용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4월 정부안으로 발의한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현장의 문제 제기와 보완요청이 있었음에도, 작년 11월 입법안의 내용과 거의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된 지 1년이 지나 내놓은 법안이라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그마저도 발의 이후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 역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스토킹 피해 실태를 파악할 기초자료로써 올해 3월 발표할 예정이었던 ‘여성폭력 실태조사’ 공개가 여러 차례 미뤄지고 있는 점 또한 문제다.
중앙정부가 스토킹 문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지방자치단체는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보다 피해자의 주의를 요하거나, 스토킹이 ‘모르는 사람’에게 발생할 것이라는 편견에 근거한 임시방편의 정책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스토킹 피해자를 지원하겠다며 휴대용 비상벨, 창문 잠금장치, 택배송장지우개 등 물품 지원을 골자로 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사업은 ‘피해자(여성)이 더 조심해야 한다’는 책임 전가와 비난에서 과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스토킹은 여타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조심한다고 예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스토킹 피해는 친밀한 관계 내 남성에 의한 여성폭력의 맥락에서 발생한다는 기본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는가.
스토킹은 제도적 개입이 필요한 사회적 범죄다.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폭력이며, 그렇기에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처벌과 여성폭력의 특성을 반영한 국가적 피해자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피해자와 밀접한 생활 관계에 있는 주변인을 포괄하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전담 지원기관, 스토킹으로 주거·학교·직장을 옮기거나 중단해야 하는 피해자를 위한 주거, 법률, 생계지원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 스토킹의 협소한 정의 확대,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 등 스토킹 처벌법 개정 과제 또한 더는 미룰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스스로의 발언에 책임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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