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재래식 변소앞에 있는 호두나무는 해걸이를 하지만 아주 고소한 열매를 안겨주던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작년 태풍에 옆집 텃밭쪽으로 기울면서 기초가 없는 통시간은
나무뿌리가 들쑤셔올려 문열기가 여간 힘들지않게 되어버렸습니다.
옹기 쌓아둔 건 오히려 멀쩡한데 튼튼해보였던 호두나무가 기운 건 뜻밖이었습니다.
작년 시월 그 때 마침 창고지붕 작업을 시켜놓아서 밧줄로 끌어당길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더니
비가 아주 많이 와서 땅이 물러져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하다고 하더군요.
옆집텃밭에 작물이 있어서 나무를 베어낼 수가 없었기에 해를 넘겼습니다.
태풍이 다시 오면 그때는 나무가 쓰러질 것이고
변소는 박살나고 돌담은 무너질 게 뻔합니다.
아깝고 나무에게 미안하지만 베어내는 것외에는 달리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얼마전에 옆집을 산 할배뻘 친척이 작물을 심으려고 밭을 갈아엎어 놓았는데 씨를 뿌리든지 모종이라도 심어놓으면 나무를 벨 수가 없을 것이라서
서둘러 실행에 옮겨야 했습니다.
낮기온이 높으니 벚꽃피는 시기가
예년보다 보름은 빨라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덜컥 큰나무 몸통을 자르면 주변 시설물이나 물건들을 초토화합니다.
윗부분 가지부터 잘라내려와야합니다.
3단장대톱이 제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옆집텃밭으로 추락한 잔해들을 치우는것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우리집과는 낙차가 큽니다.
허리께에 오는 담장이 옆집마당에 서면
어른 둘은 세워야하는 높이입니다.
작업이 끝나고 허리 목 무릎이 아파서
다음날 하루는 끙끙대며 누워지내야했습니다.
몸통을 잘라내는 것도 톱질 각도가 나오질 않으니 더 힘이 들고 탈진이 되어
톱질을 덜하려고 큰토막으로 잘랐더니 엄청 무거웠습니다.
물이 오른 나무는 마치 통곡하듯이 제 바지와 담장을 적셨습니다.
미안해ㅡㅡ
밭으로 떨어진 나무둥치며 가지들은
날이 어두워져서 다음날
날이 밝는대로 작업을 했습니다.
방앗간터 흙벽위 말아놓은 멍석에는
저녁밥을 기다리는 고양이가 있네요.
작년 가을에는 못보던 어린녀석들입니다.
이틀뒤 화요일에
작년에 끝내지 못한 작업을 하러
공사업자가 온다니
하루의 여유는 있네요.
창고에 선반다는 작업과 삼촌네 집터에
컨테이너 받침돌 보강작업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