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일(54·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광주·전남 발전연구원(이하 광전발연) 제9대 원장이 지난 1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광전발연 발족 이후 두번째 공모 원장인 오 원장은 지난 15년간 연구원이 지역민과의 의사소통에 한계를 보여온 점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학문적인 연구는 지역대학에 맡기는 대신 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연구를 늘려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오 원장은 앞으로 광전발연의 역할에 대해 관(官) 위주의 연구 풍토를 탈피, 21C에 걸맞는 사회복지, 문화, 환경, 관광, NGO, 지역사 등과 관련된 지역 담론을 형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고속전철과 무안공항, 여수 엑스포, J 프로젝트(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광주 문화수도, 광양만권 개발 등 지역내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우선 순위 설정이 시급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연구원이 중앙정부와 지역을 이을 수 있는 매개체로 재탄생해야 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오는 2008년까지 3년간의 임기를 맡게 될 오 원장의 향후 연구원 운영 방향과 지역 발전 전략 등을 들어본다.
사상 두번째로 공모를 통해 광전발연 원장으로 취임하셨는데 포부를 밝혀주십시오.
▲광주·전남 지역은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전환기에 처해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전국 균형발전 정책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광주·전남이 지금부터라도 한발 앞서 나가지 못하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지역내 씽크탱크(Think Tank)인 광전발연 원장의 중책을 맡게 돼 두려움과 함께 부담감도 큽니다.
지난 15년간 광전발연이 지역사회 발전 전략을 위한 구심체로써 제 역할을 다해 지역민들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사랑을 받아왔던가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시기입니다. 광전발연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실천적 중추 연구기관으로써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구성원들간 공론의 장을 통해 형성된 지역의 요구를 중앙정부 정책에 반영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또 중앙의 정책흐름을 지역 발전 전략과 접목시켜 광주·전남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연구역량 제고, 안정적 재정기반 구축, 지역사회와의 연계 강화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학계에서 광전발연을 바라봤을 때 느낀 문제점은 어떤 것입니까?
▲수도권 중심의 개발 집중에 따른 국가 불균형 발전의 폐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또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범국가적 필요성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지방분권화 정책이 적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급변하는 추세에 광전발연이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최근 광전발연의 전임연구원 충원 현황을 볼 때 잘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이후 신규 채용한 연구인력은 단 2명으로 이마저도 농업과 도시설계 등에 치우치고 있습니다. 기존 연구인력도 지역개발 분야에 집중돼 있다 보니 최근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는 복지와 환경, 관광 분야 연구에 취약한 실정입니다.
무엇보다 지역민들이 광전발연이 어떤 기관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홍보전략 부재)도 어떻게 보면 광전발연이 범한 가장 큰 실책입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마무리된 전남도청 이전이 광주와 전남의 심정적·물리적 단절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광주·전남을 하나로 아우르기 위한 방안이 절실한 상황인데요. 준비하고 있는 대책은 있습니까?
▲전남도청이 남악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야기되고 있는 동부권의 상대적 소외감과 광주와의 단절 현상은 당장 우리 지역이 풀어내야 할 문제입니다. 지역의 인구가 하루가 다르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전남 분리는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지역내 정치적 파워가 쇠퇴하는 현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공동 출자해 설립된 광전발연인 만큼 앞으로 공동 혁신도시 조성이 완료되면 모범적으로 혁신도시에 입주하는 계획을 세우려고 합니다. 앞으로 광주와 전남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연구와 전략·전술 마련에도 힘쓸 생각입니다.
광주·전남 지역 발전을 위해 시급한 부분은 무엇입니까?
▲최근 정부가 호남선 고속전철을 조기 착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착공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른 시기에 완공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호남선을 복선화하는 데 무려 3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고속전철 역시 호남선 복선화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계획보다 더 빨리 완공될 수 있도록 지역민의 여론을 한 데 모아야 합니다.
김대중 정권 때 동남권 대책위를 구성해 10대 과제를 설정, 순차적으로 지원에 나섰던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의 결과물이 바로 부산 신항입니다.
우리 지역도 지금 고속철도와 무안공항 등 각종 SOC 확충, J 프로젝트, S 프로젝트, 섬 개발, 광주 문화수도, 광양만 개발 등 현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 순위가 전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여기저기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구난방식으로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다 보니 지역의 의사가 결집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 정치권의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계, 학계, NGO, 언론 등이 모두 힘을 합쳐 공동 어젠다를 도출해 내야 합니다. 또 여수 엑스포 유치 등 지역내 문제에 대해 광주·전남이 함께 적극 개입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광전발연 재정 및 인력 확충의 구체적인 방안은 어떤 것인가요?
▲광전발연은 현재 연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입니다. 연구원이 본래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연구원의 인력상 재배치가 필요합니다. 또 지역사회 내부의 전문인력 및 국내외 출향인사들의 DB화 등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의 구축과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연계 강화가 절실합니다. 이와 함께 학제간 연구와 종합적인 지역사회 연구를 위한 연구 인력의 구성과 분야 다양성도 확보해야 합니다.
전국에 광전발연과 같은 연구기관이 14개가 있지만 그 중 유일하게 광전발연만 보조금을 받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활한 연구활동을 위한 재정 기반은 취약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사회의 협조 속에 기금 운영의 다양화 방안을 강구하고 학술진흥재단 등 외부 기관 연구과제와의 연계된 재정확보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재정기반을 마련해햐 할 시기입니다. 또 광주시가 아직 출연하지 않고 있는 7억원도 시 측과 협의를 통해 확보할 예정입니다.
광전발연의 문제 중 하나로 지적한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강화 대책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중앙정부의 정책 흐름을 사전에 파악해 지역사회가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책연구원 및 동급의 다른 연구원과의 협력 체계 구축이 요구됩니다.
특히 그동안 광역단체에 치우쳐 온 연구방식에서 벗어나 기초자치단체와의 유기적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적절한 정책 대안 제공 및 현지 중심적 연구와 발표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광전발연이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