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심에 응답하는 아이들
숙직을 할 때마다 한 학생이 숙직실로 찾아왔다. 집에서 공부하려 면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으니 부모님이 ] 내가 숙직할 때면 아이를 보내곤 했다.
그 아이는 혼자 공부를 하다가 막히는 것들을 물었다. 농촌 이라 학원도 없었고 과외를 한다는 것은 생각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학생이 물으면 성심성의껏 설명해줬다. 나중에는 숙직이 아닌 날까지 그 학생과 숙직실에서 공부를 했다. 이 아이와 난 숙직실에서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의지하고 믿음을 주었던 것은 아닐까. 난 이때를 숙직실 과외 선생 시절이라고 말한다.
몇 년 후 그 학생은 과학고 에 들어갔다. 내 작은 노력이 한 아이의 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구나 깨달았다. 군교육청 주최 사생대회가 있었다. 담임하던 반 여학생 한명을 선 발해 연습을 시켰다. 그 학생은 다른 아이들 보다 그림솜씨도 좋았고 공부도 잘 했다. 작은 학교에서 대회에 나가려고 하면 연습을 많이 하지 않으면 상장 하나 받기가 쉽지 않다. 수업이 끝나면 마땅히 하는 것 도 없는 아이들이라 그리기 연습을 많이 했다. 읍이나 면소재지에서 그림공부를 한 아이들과 비교는 되지 않는다.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지도교사의 능력이 좋지 않으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예의 그 학생은 그림도 잘 그렸고 달리기도 잘 했다.
군내 체육대회가 있어 달리기 연습을 많이 시켰다. 말없이 따라주는 아이가 고맙기도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하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했다. 그렇게 연습한 결과 군 대표선수가 되었다. 방학에도 읍내에 불 려가서 연습을 하곤 했다. 그러나 요즘도 학부모가 육상종목을 시키지 않듯 그렇게 연습만 하고 예비선수 생활을 접었다.
그러나 초등학 교 때의 경험은 평생을 간다고 하지 않던가. 이 학생은 나중에 교육대 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이 되었다. 나 같은 어설픈 교사가 되지 않고 아이들의 소질과 재능을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훌륭한 교사가 되 어 있으리라 믿는다. 선생은 결코 슈퍼맨이 아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모든 걸 해주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아무 역할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교사가 진심을 보이면 학생들도 그 마음에 응답한다.
아이들이 학원을 뺑뺑이 도는 현 재도 여전히 학교가 희망인 것은 진심으로 학생을 대하는 교사들이 아 직 많기 때문일 게다.
지난 30여 년간 만난 수많은 학생들은 내게 무수 한 희망의 증표들을 보여줬다. 소년소녀의 꿈과 희망은 그렇게 학교 에서 커가고 있다.(진선식) |
출처: 진선식의 진심 교육 원문보기 글쓴이: 진선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