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의 조건과 클레오파트라의 코
초대 수필 이천우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무심코 라디오를 들었다.
라디오에서는 무슨 대담 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방송의 내용에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무심히 운전을 하면서
가는데 자신의 코를 수술했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내용을 들으니 상당히 콧날이 오똑하게 잘생긴 연예인 이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코를 보고 수술한 것이냐고
묻는 다는 것이다.
여자의 아름다움과 코에 얽힌 이야기를 듣다니 보니
프랑스의 사상가 파스칼의 명저인 명상록에 나오는
한 구절이 생각났다.
'만약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치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는
변했을지 모른다'는 구절이다.
알고 있는바와 같이 지금까지 인류상의 최고 미인을 꼽는다면
서양에서는 클레오파트라를 동양에서는 양귀비를 주저 없이 꼽는다.
그러면 아름다운 여자를 꼽는데 하필이면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등장한 것일까?
짧은 지식이지만 더듬어 보니 거기에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듯 했다.
클레오파트라는 BC51-BC30년 이집트 프톨레마우스왕조의
마지막 왕가에 이어 시실리아 셀리우코스 왕가에서 쓰였던
이름임이 밝혀졌고
프톨레마이우스 왕가에서 여왕의
이름으로 쓰여지기도 하였으나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여왕은
클레오파트라 7세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까 클레오파트라 7세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한 표현 일 것이다.
클레오파트라는 프톨레마우스 13세와 결혼하여 공동 자치주가
되었으나 두 사람은 곧 대립하여 두 파로 나누어 궁궐 안에서 싸웠다.
그후 숱한 역사의 질곡을 넘나든 클레오파트라는 BC30년
자신의 편이었던 안토니우스가 전쟁에서 패배한 후
알렉산드리아에서 자살하자. 자신도 로마의 개선 식에
끌려 다니는 수치심과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독사에게
물려서 죽는다.
그녀의 깨끗한 죽음을 두고 동정과 찬사가 있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미인과 연결 지어져 오늘날 내려온 것은
여성의 미모와 출신 국을 연결짓기 때문이다.
옛부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성으로는 그리스
여성을 꼽는다.
대리석처럼 다듬어진 몸매에 열정적인 눈, 그리고 신의
걸작품 같은 오똑한 콧날, 그러나 여성의 미모에서는
이집트 여성들 또한 뒤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여기서 그리스 여성과 이집트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늠하는 잣대가
바로 여성들의 코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그리스의 여성보다 이집트 여성들의 코가
약간 낮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리스 여성의 아름다움을 다소 앞에 내세우는 것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치만 낮았더라면 자고로 세계의 역사는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이집트 여성처럼 조금만
낮았더라면 그 미모에 뒤엉킨 애증과 갈등을 덜 겪게 되었을지
모르고 미모 때문에 역사의 피 바람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이에 편승해 세계의 역사가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2천년도 전의 아득한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 이 시대에 여자의 코를 높이고 내리는 것은 간단한 수술로
주머니 속의 사탕을 꺼내먹기보다 더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 라디오에서 나온 그 미모의 여자 연예인이
자신은 성형수술로 콧대를 세우지 않았다고 해도
요즘 잘 생긴 여자들 얼굴에 칼 대지 않은 여자들 별로 없다고
믿어버리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어디 코뿐인가? 눈은 유명인 누구처럼, 코는 아무개처럼,
볼의 광대뼈는 깎아주고 턱은 갸름하게 그리고 종아리 살
배에 기름 살 눈가에 잔주름까지 다 해낼 수 있다고 의사 친구는
말했고 또 그걸 원하는 여성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여자의 미모에 대해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생각난다.
어느 잘 사는 집안에서 돈 있겠다, 자기 과시는 하고 싶고 해서
무슨 미인대회에 나가서 입상한 미인을 며느리로 맞아 드렸다고 한다.
그 후 며느리가 딸을 낳았다.
알고 보니 그 며느리는 얼굴 전체를 뜯어고친 가짜 미인 이였는데
당연히 딸이 추녀가 태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여자의 아름다움을 반드시 외모에만 두는 세태가 가져온
아이러니한 일일 것이다.
물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아름다운 여인이 못생긴 여인보다
어떤 면으론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외모의 아름다움보다는 인간 내면의 진솔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여성을 꼽는다면 시대의 오류를 벗어나는 고루한 생각일까?
여자의 아름다움을 선발하는 오늘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같은
대회가 고대 희랍에서 일찍이 있었는데 여자의 아름다움을 뽑는
여자 히프 대회가 있었다고 한다.
또 르네상스시대의 이탈리아에서는 미녀의 조건으로 다음 10가지가
갖추어져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그 열 가지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살결 손 이빨은 희고 윤기가 있어야 하고
2, 입술과 손톱 볼은 붉어야 하며
3, 눈동자 눈썹은 검어야 하고
4, 이발과 귀 발은 짧아야 하며
5, 키 머리와 손가락은 길어야 하며
6, 가슴과 이마 미간은 넓어야 하며
7, 손가락 머리카락 입술은 가늘어야 하며
8, 머리와 턱과 코는 작아야 하며
9, 입 허리 발은 좁아야 하며
10, 팔과 허벅지 유방은 살이 쩌야
진짜 미인이라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미스코리아로 가려면 고급 미용실의
피부관리, 성형수술, 걸음교정, 말씨, 피부 등 다섯 코스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나는 재론하지만 외면의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성숙된 아름다움,
그리고 콧대를 높이 세우는 여성보다 항상 자신에 충실하고
밝고 건강한 미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