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런 사람이야”…전자발찌 위협도구로 활용
헤럴드 경제
박상현 기자
2021.09.06
서울 동대문구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을 연쇄 살인한 혐의의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법무부가 향후 전자발찌 훼손 시 주거지 압수수색 등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위협도구’로 사용한 범행 사례도 있어, 범죄예방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부장 정도성)가 2019년 11월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A씨는 성범죄로 2회 이상 실형을 선고받았고, 전자발찌를 부착했다. A씨는 2019년 7월 ‘오픈채팅’으로 만난 미성년자 B씨를 성폭행하려고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A씨는 B씨가 저항하자 전자발찌 충전기를 보여주며 “전자발찌 충전기다. 내가 예전에 여자친구를 때려서 전자발찌를 찬 것”이라고 협박한 뒤 성폭행했다. 재판부는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해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상태인데도 범행을 저질렀다”며 “A씨에 대해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성범죄가 아닌 사례도 있다. 2018년 9월 서울 종로구에서 상점 주인에게 시비를 걸던 C씨는 전자발찌를 보여주며 욕설과 함께 “나 이런 사람이야”라며 협박했다. C씨는 20분 뒤 한 분식점 앞에서도 전자발찌를 보여주며, 분식점 주인에게 성관계를 암시하는 말과 함께 자신이 주문한 음식을 주지 않으면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했다. 협박죄로 기소된 C씨에겐 징역 10월이 선고됐다.
업무 방해로 기소된 D씨는 2018년 10월 경북 김천의 한 증권회사에서 “돈이 없어졌다”며 자신의 거래·매매 내용 확인을 요구했다. 해당 지점 직원은 D씨의 거래·매매 내용을 가져와 설명했지만 D씨는 같은 요구를 반복했다. 이후 D씨는 지점장실에 들어가 전자발찌를 보여주며 “나는 성범죄자”라고 말하며 고객 응대업무를 방해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이현석 판사는 D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전자발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전자발찌 협박도구 활용’ 사례가 다수 확인되면서 착용자들의 근본적인 의식 변화를 통해 관련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불안이나 두려움을 악용해 상대를 제압하려 하는, 여성 등 약자에게 자신의 불량성을 보여줘 이득을 취하려는 교활한 범죄 수법”이라며 “그런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와 교육이 많이 필요하다. 전자장치를 부착한 사람들이라도 의식이 안 변하면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지난 3일 전자감독 대상자 훼손·재범사건 관련대책 브리핑에서 “심리전문가 확충 등을 통해 전자감독 대상자의 왜곡된 성인식·음주 문제·분노 조절·폭력성향 등 근원적인 재범위험 요인 개선을 위한 개별 심리치료 확대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초 면담부터 준수사항 위반 시 엄중 취급 등 감독 방침을 교육하고, 전자장치 부착자에 대한 맞춤형 준수사항 추가와 출소 후 주 1회 이상 대면 면담 등 밀착 감독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법무부는 전자장치 대상자가 장치를 훼손할 때 주거지에 진입해 압수·수색할 수 있게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법무부는 전자장치를 훼손하거나 외출·접근 금지 등 준수사항을 위반한 자들에 대해 심야시간대 조사와 주거지 진입, 현행범 체포 등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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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10906000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