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침대 속 인간 내면으로의
초대
신재은 작가는 근래
들어 독특한 개념을 주제로 하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전시에서는 “호황 프로젝트”였다. 국가적으로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누구든지
솔깃해지는 문구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하나의 사회적 캠페인이나 경제단체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부적이라는 주술적 코드가 강하게 담긴 상징물을
매개로 하여 인간의 내면 상황과 현실의 변화 과정을 어떠한 의견 제시 없이 물리적 기록을 통하여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의 작업에는 사진과
영상이라는 매체에 의해 마치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만들 듯 관조적 시각으로 냉정하게 기록하였었다.
그런데 “애정운 상승
프로젝트”라는 이번 전시는 한 걸음 더 인간 내면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것 같다. 애정이라 함은 지극히 주관적인 내면의 상황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부적을 사용하게 되면 일상 생활에도 변화가 일어났다고 해석하고 믿으며 받아들이는 것은 더욱 객관적일 수 없는 개인의 판단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스스로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는 주술 도구를 동양의 풍수 이론을 통해 손수 제작하고 그것을 체험하며
실제 일상에서 벌어진 일들을 SNS의 데이터와 일지와 같은 문서기록으로 남긴다. 그가 최남단 마라도와 최북단의 통일전망대를 찾아가서 부적을
사용하고 그것을 자신의 침대 밑에 두어 그 효험이 일어나도록 실천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이미 주술적 신앙을 실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행위를 다큐멘터리 감독처럼 사진과 영상물로 기록하거나 마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처럼 글로 남겨내고 있는 점을 보면 그가 단순히
샤머니즘 차원에서 주술적 행위에 심취해서 이러한 행위들을 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리고 다른 한편 다큐멘터리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와 다른
것은 “애정운 상승”이라는 일정한 목적성을 가지고 정해진 피드백 과정을 기록하고 그것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며 또한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애정 대상과의 우연이 개입된 사실들을 통하여 그것을 행위를 위해 쓰여지는 시나리오 대본이 작성되는 것과는 달리 그
역순에 의해 행위들을 시나리오와 같은 기록물로 남긴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는 우연과 필연, 주관과 객관, 상상과 실제, 주술과 작위가
교차되며 작가와 타자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소설(fiction) 같은 실상(the real)이 기록물로 남겨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작가는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 이러한 기록물들을 자신이 실제 사용하는 침대를 전시장에 설치하여 은밀한 개인의 공간이라는 프레임 안으로 시선을 끌어들임으로써 내밀한
자신의 개인사적 애정 사건들을 관음증적 시선의 대상으로 노출시키고자 하는 것 같다. 이전의 “호황 프로젝트”가 관조적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거리 두기를 상정한 전시 방식이었다면 이번 “애정운 프로젝트”는 그러한 거리를 두지 않고 자신의 주관적 내면 상황 안으로 관객의
시선을 초청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절대적인 것,
객관적인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인간이 상정해 놓은 관념이며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며 변덕스러운 것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의 애정운 상승 부적이 절대적이며 자신의 주관적 판단이 객관적이라고 믿고 싶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시각적
말걸기를 통해 자신이 ‘인간’임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같다. 이 알 수 없는 세계 속에서 신적 존재이든, 애정의 대상이든 자신의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 당신들의 일상에서도 그러하냐는 것이다. 금기와 욕망, 호기심과 불신, 낙관과 비관의 경계에서 서성이며
좌충우돌하게 되는 내면의 파동들을 당신들도 인간으로서 호흡처럼 똑같이 느끼게 되느냐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내면의 물음들을 자신의 은밀한 침대
속으로 초청하여 묻고 있는 것이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