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외도한 남편과 이혼 후에도 부정적 기억들 떠오르는데...
옛 생각 날 때마다 다시 한번 기도로 용서해보길
2025. 1. 13. 03:05
Q : 남편의 폭력과 외도로 이혼한 지 15년 됐습니다. 부정적인 기억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철야기도 끝에 전 남편을 용서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가끔 옛 생각이 날 때가 있어 괴롭습니다.
A : 용서는 한 번으로 끝나는 일회적인 사건이 아닌 과정입니다. 예전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용서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전에도 자유로워지고 싶어 본인의 의지로 용서를 위한 기도를 하셨다면, 옛 생각이 날 때 다시 한번 기도로 용서해보면 좋겠습니다.
용서는 기독교 신앙의 가장 큰 원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용서는 너무 큰 신앙적 행위여서 용서로 가는 중간 단계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용서는 내 의지적인 선택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상대가 미안하다고 하면’ ‘그 사람이 달라지면’ 용서하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용서의 주체가 바뀐 겁니다. 상대가 내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줘서 내가 힘들어졌는데, 그 사람이 미안하다고 하거나 달라져야만 내가 용서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요.
용서는 그런 조건부적인 교환이 아닙니다. 내가 의지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용서한다고 부정적인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몸에까지 저장돼 있습니다. 용서를 생각하는 기준을 달리하면 좋겠습니다. 이전보다 더 긴 기간을 두고 떠올랐다든지, 그 괴로운 정도가 좀 더 약해졌다든지 하면, 그것은 용서가 이미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기억은 얼마든지 다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항상 기쁘게 항상 감사하게만 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어디 인생이 그런 날들만 있겠습니까. 그렇기에 자신의 몸과 마음과 영혼의 상태를 좀 더 건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정적인 기억이 떠오를 때 너무 그에 매몰되거나 또 용서가 안 됐다고 자책하지 마시고, 좀 괴롭더라도 생각을 바라보고 또 흘려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은 왔다가 갑니다. 싫은 생각이라도 조금 여유로운 몸과 마음으로 바라봐주면 자연스럽게 지나갑니다.
용서는 무엇보다 하나님이 주시는 은총이어야 합니다. 용서를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부정적인 기억과 감정이 떠오르고 지나가는 그 모든 자리에 은총을 부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정푸름 치유상담대학원대 교수
<약력> △클레어몬트대학원 목회상담학 박사(PhD) △치유상담대학원대 교수 △한국목회상담협회장
기사원문 ; https://v.daum.net/v/20250113030507069